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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키 x 코코로 [무제#2]

ㅇㅇ(175.210) 2019.06.25 14:20:09
조회 2207 추천 60 댓글 15
														

3화


#

 

 비행기를 탔다. 

 

 일반적인 탑승수속도 대기열도 없이 예쁜 승무원 언니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VIP 통로로 직행하여 도착한 곳에는 츠루마키라고 큼지막하게 마킹되어있는 츠루마키의 전용기가 있었다.

 

 코코로는 에스코트에 익숙한 듯 위엄이 흘러넘치는 워킹으로 전용기에 탑승한다. 익숙하지 않은 나는 어색함에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방황한다. 

 

 보통 좌석들로 꽉 들어차있는 비행기 내부와 달리 전용기는 한 쪽을 꽉 채우는 티비와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몇 개의 소파, 그리고 테이블과 침실로 구성되어있었다. 

 

 코코로는 3인용 정도 되어보이는 소파에 앉아 나에게 눈짓을 한다. 나는 얌전히 코코로의 옆자리에 앉는다. 


 코코로의 전속 비서인 검은 옷 A씨가 우리에게 비행 일정을 리뷰한다. 

 

 "목적지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네셔널 공항까지 비행 예상 시간은 약 13시간, 도착시 현지 예상 시간은 오후 8시 33분이며 기상상태 양호, 도착 후 예약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만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만찬에 참석하는 분들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와 자세한 일정은 이 테블릿안에 담아 두었습니다."

 

 코코로의 끄덕임과 손짓에 테블릿을 건네준 검은 옷 A씨가 인사를 꾸벅 한 뒤 사라진다. 

 

 나는 워싱턴이라든지 만찬이라든지 시차라든지 코코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테블릿 PC를 들고 일을 하는 코코로가 바빠보여서 입을 다문다.

 

 나는 소파 위에 놓인 쿠션을 품에 안고 소파에 몸을 파묻는다. 

 

 "티비 볼래?"

 

 여전히 테블릿에 눈을 둔채 코코로가 말했다.

 

 "아니, 너무 커서 부담스러워."

 

 넉넉히 1m는 되어보이는 티비는 너무 크고 소파와 가까이 있어서 티비를 보면 너무 시끄럽고 눈이 아플 것 같았다. 코코로는 티비를 흘깃 쳐다본다. 

 

 "안녕하십니까. 기장 B입니다. 아가씨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현재 기상상태는 양호하며, 이 비행기는 …."

 

 기장의 안내가 끝나고 잠시 뒤 이륙하는 비행기의 진동이 느껴지자 나는 눈을 감는다. 날아가는 비행기 밖의 풍경을 보며 설렘을 받는 그런 시기는 지났으니까.

 

 여담으로 나중에 다시 이 전용기를 탔을 때 티비 사이즈가 줄어들어있었다. 

 

 

 #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미국에 도착한 나는 샬롱에서 화려한 드레스들에게 몸을 내주고 있었다. 코코로가 고개를 저으면 드레스는 폐기되고, 갸우뚱하면 왼편에 놓이고 하는 식으로 체감상 몇십벌의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힘들어…."

 

 사실 옷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나는 드레스들이 전부 거기서 거기로 보였기에 아무거나 빨리 골랐으면 했다. 하지만 코코로는 너무 진중하기만하다. 

 

 "이걸로 하자."

 

 드디어 코코로의 마음에 차는 드레스가 나온 모양이다. 나는 안도감에 그만 헤죽 웃음을 내보였다. 드디어 끝났구나…. 

 

 "……."

 

 내 앞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눈을 돌리자 코코로가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전의 코코로처럼 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코코로 왜…."

 

 내 입에 축축한 게 맞닿았다. 등허리에도 뜨거운 손이 닿았다. 나는 주변을 보지만 어느새 나의 드레스를 갈아입혀주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되었을 때, 나는 코코로에게 얌전히 호텔방에 있겠다고 했지만, 코코로는 나를 연회장으로 끌고나왔다.

 

 "미사키, 나는 웃는 얼굴을 좋아한단다."

 

 나의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본 코코로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닥치고 웃으라는건가. 나는 더욱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나를 보는 코코로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내 입가를 손으로 꾹 누른다. 그리고 내 입을 벌려 키스한다.  

 

 츠루마키 코코로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영 웃어볼 일이 없는 내게 코코로는 신기한 존재였다. 웃는 얼굴이 박제된건가.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보면 그건 아닌것 같다.

 

 번진 입술을 정리하고 연회장으로 나선다.

 

 나는 코코로가 골라준 드레스를 입고 코코로에게 찾아온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 속에서 코코로의 곁에 딱 붙어 눈만 굴리고 있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시부야구 중의원 C입니다." 

 "안녕, 꼬마야, 넌 이름이 뭐니?"

 

 욕심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저씨가 코코로에 다가오더니 코코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코코로는 그 인사를 가볍게 무시하고 같이 있는 꼬마에게 관심을 보인다. 


 나도 꼬마에게 시선을 던진다. 그 재수없는 꼬맹이다. 국회의원인가 뭐라더니 이런 곳까지 참석한 모양이다. 영악한 꼬맹이는 순수함을 만들어 내며 이름을 말한다. 

 

 역겨워.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린다. 코코로가 아이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란 걸 예상했는지, 그 부모들은 히죽거리고 있다. 

 

 나는 더 이상 그 꼴을 보기가 힘들어 코코로가 나를 보지 않는 틈을 타 사라지려 했지만 코코로가 내 팔을 잡아챘다.

 

 "미사키, 어디 가는거니?"

 "그냥, 화장실에."

 "흐음…."

 "이 아리따운 아가씨는 누구십니까?"

 

 허허허, 인자함을 가장한 웃음이 우습다. 나는 코코로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했지만, 코코로가 나의 팔을 더욱 강하게 옥죄였다.

 

 "코코로, 나 급해."

 "그래, 알았어."

 

 코코로는 여전히 내 팔을 놓아주지 않고 꼬마에게 인사를 건넨다. 나와 눈이 마주친 꼬마의 동공이 흔들린다. 그래, 내가 기억이 나는가 보구나. 그래도 걱정하지 마렴, 나는 복수같은 거 할정도로 열정넘치는 사람이 아니니까.

 

 #

 

 침실로 돌아왔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했으니까, 화장실에 가려했지만, 코코로는 나를 침대로 밀쳤다. 그리고 내 위에 올라탔다.

 

 "미사키, 무슨 일 있었니?"

 "아무 일도 없었어."


 따지자면 이건 내 과거에 대한 자존심에 관한 일이었다. 나는 코코로에게 내 그런 부분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미 많은 걸 갖고있으면서, 왜 내 자존심이 달린 일까지 알려고 해?  

 

 나는 입을 다문다. 인상을 찌푸리고 시위한다. 나는 너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아. 

 

 코코로는 그런 내게 환한 웃음을 보였다.


 "미사키, 나는 언제나 말하지만 네 입으로 듣는 걸 선호한단다."

 

 #

 

 나는 결국 밤새 코코로에게 시달리다 진실을 토해냈다. 자존심이 짓밟히며 내가 너에게 온 계기.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 꼬마에 대한 이야기.

 

 코코로는 훌쩍이는 나를 안아주며 내 눈물을 핥아먹었다. 내 과거와 자존심 그리고 몸 까지 먹어치운 주제에 탐욕스럽게 눈물마저 핥아내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에 불쑥 불쑥 치기가 솟았지만, 무서운 짐승같은 눈빛을 한 코코로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코코로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코코로의 품에 안겨 훌쩍이다 잠에 들었다.

 

 #

 

 "미사키. 좋은 아침이야."

 "으으…."

 

 코코로는 만지던 테블릿 PC를 손에서 내려놓고 잠에서 막 깬 나에게 굿모닝 키스를 내린다. 솔직히 막 일어난 아침의 키스는 이런 저런 이유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게 선택권은 없다. 

 

 찝찝한 포도맛의 키스가 끝나고 코코로는 다시 테블릿 PC에 집중한다. 

 

 나는 밤새 시달려 뻐근한 허리에 신음을 흘린다. 작게 세공된 보석들이 주렁주렁 달린 몇 백만원, 아니 수 천만원은 되어보이는 드레스는 이미 형체를 잃고 찢겨져 이곳저곳에 뿌려져있었다. 

 

 하룻밤만에 세상을 떠난 드레스에게 위로의 마음을 보내며 나는 쑤시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침대에서 벗어난다. 아니 벗어나려고 했다. 

 

 코코로는 침대에서 벗어나려 버둥대는 나를 손쉽게 들어 자신의 품에 가둔다. 등 뒤에 가운에 가려진 부드러운 물체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그게 조금 불편해서 최대한 느껴지지 않게 자리를 잡으려했지만 나를 꽉 안는 힘에 나는 포기하고 늘어진다.

 

 테블릿 PC에 띄워져있는 영 무슨 말인지 알길이 없는 영어와 중국어의 나열, 그림과 그래프들.


 코코로는 그걸 순식간에 이해하는지 한 페이지에 몇 분이상 머무는 일이 없다. 

 

 나는 눈을 꿈벅이며 그저 그걸 지루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코코로, 나 목말라. 배고파."

 

 코코로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물병에서 물을 따라 나에게 건넨다. 나는 혹여나 테블릿 PC에 흘릴까봐 아기처럼 두 손으로 잔을 잡아 물을 홀짝인다.

 

 "밖에 나가서 먹을래? 아님 룸 서비스?"

 "나가기 귀찮아."

 "메뉴는?"

 "아무거나"

 

 코코로는 호텔에 구비된 전화로 로비에 전화를 걸어 또 알 수 없는 영어를 중얼거린다. 영어라는거 분명 몇 년동안 배우고 대학에 가기위해 영어 시험도 봤는데 성적도 잘 나왔는데 어째서 난 다 까먹어버린걸까.

 

 뭐, 어차피. 코코로가 뭐든 해결해주니까. 상관없다.

 

 #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에 왠 이상한 사람이 찾아와 나를 찾으며 용서해달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있다고. 혹시 이 사람을 알고 있냐고. 

 

 나는 대학 때문에 자취방을 얻었다는 핑계로 코코로의 저택에 눌러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 없었다.

 

 "여…. 여보세요…. 오쿠사와씨 되십니까? 제발 제발, 저희 좀 살려주십쇼, 제 아내와 아들이 저지른 무례에 대해 뼛속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츠루마키님에게 마…말 좀…. 이…이러다가 저희는…."

 

 내 손에서 휴대폰이 빠져나갔다. 나는 의아함에 고개를 돌린다. 코코로가 내 전화를 손에 들고 있었다. 코코로는 내게 웃어주고는 내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돌아와 내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받아들고 충전기에 꼽는다. 

 

 "안 궁금해?"

 "딱히…."

 

 솔직히 많이 신경쓰였지만, 남들에게 쏟을 감정도 남아 있지 않고, 알아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을 경험상 터득하고 있었다.

 

 "미사키의 그런 점 나는 정말 좋아해."

 

 좋아할 것도 참 없다. 

 

 코코로가 나를 껴안았다. 

 

 #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가고 싶은 곳은 누구누구의 탄생 140주년을 맞아 공원에서 크게 열리는 수제품 프리마켓이었다. 

 

 취미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근래에 하는 일은 침대에 뒹굴거리거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티비를 보거나 저택 앞을 산책하는 게 전부였으므로, 취미라 생각하는 양모펠트 때문이었다.

 

 나는 수제품 마켓에 가서 남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코코로가 사람이 많은 곳에 보내줄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코코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코코로…."

 "응? 왜? 미사키?"

 

 의자가 돌아가고 코코로가 내 쪽으로 몸을 틀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코코로에게 다가가 그 무릎 위에 앉는다. 

 

 해본 적이 없어 너무 어색하지만 가까스로 웃음을 매달고 코코로에게 안겼다. 코코로는 자연스럽게 나를 마주 안는다. 기분좋은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나는 용기를 얻어 코코로에게 말한다.

 

 "코코로…. 나 D 공원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에 가고 싶은데…."

 "프리마켓에?"

 "응"

 

 나는 만들어낸 웃음을 매달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코코로는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매만진다.

 

 "거기에 가고 싶어서 그렇게 같잖은 애교를 부리는거야?"

 

 '같잖은' 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참 어색하기 짝이 없는 애교이지만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상처받았어.

 

 "미사키, 그렇게 큰 포격소리를 들은 것 같은 표정을 하지 않아도 된단다. 나는 그 같잖은 애교에도 몸이 다니까. 원하는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나는 점점 내 몸에서 사라져가는 옷가지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절대로 애교를 부리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


참고로 이 소설속 코코로는 미사키보다 나이도 많고 키도 큽니다. 왠지 코코로는 아코와 더불어 폭풍성장할 것 같음

여튼 이상한 설정의 판타지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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