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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역영애, 와타오시] 미아 - 1

mihc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26 13:48:31
조회 999 추천 19 댓글 8
														


“어떻게 된 걸까요….”
“…글쎄요.”

클레어가 먼저 이마를 짚는다. 레이 또한 클레어의 옆에서 곤란한 듯 웃는다.

“혹시나 해서 먼저 물어보는 건데, 레이가 한 짓은 아니겠죠?”
“전 클레어님을 독차지하고 싶습니다만….”

레이의 말에 조금이나마 볼을 붉히는 클레어. 헛기침을 하곤 눈앞의 상황을 마주한다.

“으으, 히끅….”

눈앞의 레이는 커다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헝클어진 머리는 엉망이고 옷 또한 누더기마냥 헤져있다. 옆의 레이와 달리 머리를 길렀는지 긴 생머리다.
지금 이 상황. 대체 어떻게 된걸까. 이 곳에는 레이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어제까지 늘 함께한 클레어의 동반자인 레이 테이라. 눈 앞에는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 레이 테이라. 두 명의 레이 테이라가 서로 다른 표정으로 클레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골치 아파질 상황에 클레어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레이 테이라가 맞는거죠?“

먼저 클레어가 신원을 확인한다. 눈물을 닦으며 레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 저는…레이 테이라에요. 클레어님.”

레이의 말에도 클레어는 의구심을 품는다. 우선 자신이 레이는 머리를 기르지 않았다. 허나 레이는 자신만큼이나 머리를 길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격에 차이가 있다. 지금 이 레이는 마치 릴리 추기경과 비슷한 성격이 되어있다. 소심하고 불안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나 어깨를 움츠린 것이나 토끼처럼 자신을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보호심을 자극하는 모습이…….

“아으, 정말…!! 이 레이는 왜이리 귀여운건가요!! 보호심을 자극해요!! 꽉 껴안아주고 싶어요!!”
“클레어님, 번뇌가 흘러나오고 계셔요!!”

클레어가 헛, 하고 눈치챘을땐 이미 레이를 껴안은채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파괴력이라 생각하고 있을 때 클레어의 품 안의 레이가 다시 한 번 울음을 터트린다.

“흐아아아앙….”
“앗, 죄, 죄송해요!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클레어가 레이를 놓으려 했지만 오히려 클레어를 붙들며 흐느끼는 레이. 혼란스런 와중에 레이가 중얼거린다.

“더는, 더는…절, 혼자두지 말아주세요….”

그 말에 레이가 숨을 들이켰지만 클레어는 눈치채지 못한다. 두 사람의 앞에 찾아온 미아. 그 미아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4






화산 재해로 인하여 복구 작업이 한창인 산기슭의 마을. 이전의 암울한 분위기와 달리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 복구 작업의 지휘관의 직책을 맡고 있는 로드는 찾아온 두 손님과 함께 막사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믿을 수 없군….”

끼익.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댄채 너털웃음을 짓는 로드. 사실이라구요, 레이가 버릇없이 대답하자 클레어가 다그친다. 언제나와 같이 괜찮다며 로드는 손을 흔든다.

“자네들도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군. 마치 누가 뒤에서 손을 쓰는게 아닐까 싶어서.”
“그러게 말이에요. 도플갱어도 아니고….”
“그래서. 그 다른 한 명의 레이 테이라는 어디있지?”
“저희 집에 있어요. 그게, 기억 상실인 것 같아서요.”

기억 상실? 로드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클레어는 레이의 말에 첨언한다.

“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기억하지 못하고 묻기만 하면 계속해서 울기만해요. 가끔씩 발작하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제가 옆에 없으면 악몽을 꾸는 것 같기도 해요. 정신적인 부분이 유아퇴행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요.”
“자초지종은 듣지 못했겠군.”
“네…그렇죠.”
“그런데, 그런 아이를 혼자 두어도 괜찮겠나?”
“미샤가 도와주고 있습니다. 교회에선 아이들도 돌봐주고 있으니까요.”
“다행이군. 그나저나…흐음…….”

로드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턱을 어루만진다. 무언가 짚히는 구석이 있는 듯한 눈빛. 그 눈은 레이를 향한다.

“레이 테이라. 자네는 어떻지? 무언가 짚히는 점은 없나?”
“……그 말씀은?”
“다른 레이 테이라가 그렇게 된 건 무언가 일이 있었단 일이겠지.”
“로드님. 저희는 어째서 다른 레이 테이라가 나타났는지에 대해서 상담하려는 겁니다.”
“짚히는게 없다는 건 아니란 거군.”
“…레이?”

둘의 대화에 클레어가 레이를 바라본다. 레이는 정곡을 찔렸다는 것처럼 미간을 찌푸렸지만 나중에 설명하겠다는 말로 클레어를 타이른다. 잠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입을 다문 로드는 이내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뭐…그건 제쳐두고. 둘은 정령의 미아라는 걸 알고 있나?”
“네. 레이……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자를 말하는거죠?”
“음. 난 그것과 연관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

로드는 책상에 팔을 올려 턱을 괸다. 클레어는 로드의 말에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령의 미아에 대한 정보는 적지만 조사는 해보는 편이 좋을거야. 먼 길까지 찾아온 마당에 미안하게도 이쪽도 보수작업으로 바쁜지라 직접 조사하긴 힘들 것 같군. 두 손 놓을 지경, 아니 외팔이 놓을 지경인가.”

껄껄 웃으며 한짝 밖에 남지 않은 팔을 들며 과장스럽게 웃는다. 로드 나름의 블랙 조크에 둘도 쓴미소를 짓는다.

“아뇨, 충분합니다. 로드님.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네. 나도 가끔은 숨 좀 트이고 싶으니까. 미샤에게 안부 전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둘은 고개를 숙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의 밖으로 나선다. 클레어가 먼저 나가고 레이가 뒤따라 나가려 했을 때 로드가 레이를 불러 세운다.

“…대강 짐작은 간다만 본인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보는게 정확할거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되찾게 해야지.”
“……그렇겠죠.”

레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클레어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막사 안에 앉은채 홀로 남은 로드는 “이거야 원.” 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클레어님!!”

집에 돌아오자 레이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달려와 클레어의 품에 안긴다. 쓰러질 뻔한 클레어를 레이가 뒤에서 받혀준다. 헝클어진 머리는 잘 정돈되어 있었고 누더기같은 옷은 갈아입혀져 있었다. 아무래도 미샤가 레이를 씻겨준 모양이다.

레이. 위험하잖아요.”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말투. 그 말에 레이는 조금 울컥한다.

‘나한텐…그런 식으로 말해준적 없는데.’

뒤숭숭한 마음에도 표정관리에 힘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클레어의 품 안의 레이는 작은 웃음을 흘린다.

“다녀오셨어요?”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는 미샤에게 둘은 수고했다며 감사의 말을 건넨다.

“레이.”
““응?””

미샤의 부름에 두 명의 레이가 동시에 대답한다. 미샤는 곤란한 듯이 웃는다.

“이름이 같으니 부르는게 힘드네요. 부르는 호칭을 달리해야할까요?”
“그렇네요…. 그럼 원래 있던 쪽을 레이, 이 아이는 테이라라고 부를까요?”

클레어의 제안에 두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샤는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레이. 로드님은 잘 지내셔?”
“응. 그래도 바쁘시긴 한 것같아. 참, 안부 전해달란 말씀도 하셨어.”
“후후, 그래. 알아낸건 좀 있었어?”
“애매하다고 해야하나….”

레이는 테이라를 흘깃 바라본다. 미샤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힘내라며 레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바쁜 와중에 도와줘서 고마워.”
“뭘. 친구끼리 돕는거지. 나중에 설명이나 제대로 해줘. 그럼 클레어님. 전 이만….”
“네. 정말 감사해요 미샤.”

꾸벅. 고개를 숙인 미샤는 밖으로 나섰다. 클레어는 테이라의 손을 잡은채 집안으로 들어섰고 레이는 복잡한 미소를 지으면서 둘의 뒤를 따른다.

“테이라. 잠시 괜찮을까요?”

테이라를 의자에 앉힌 클레어는 조심스레 묻는다. 테이라는 머뭇거리면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테이라는 어디서 왔나요?”
“으음…? 도쿄?”
“도쿄…?”
“아, 제가 살던 일본의 도시 이름이에요.”

레이가 옆에서 설명한다. 그렇군요, 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라. 미샤는 기억나나요?”
“바, 방금 절 돌봐준 언니요?”
“미샤는 테이라의 친구랍니다. 다른 분은 떠오르신게 있나요?”
“친구…친구…. 미샤!”

음~. 클레어님은 난감한 미소를 짓는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말해주면 좋았을텐데.

“아, 그리고 시이코! 코사키랑 미사키도!”
“…….”

레이 테이라가 아직 오오하시 레이일 때 있었던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전생 후의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레이는 혼자 생각했다.

“그럼, 어제 말한 혼자 두지 말아달란 말은 무슨 말인가요?”

클레어는 갑작스레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야기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였다. 테이라는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릎 위에 손을 가지런히 올린다.

“저, 클레어님을 오랫동안 못본 것 같아요…. 기억은, 나, 나지 않지만….”
“오랫동안이라면 얼마나요?”
“하나…둘……으으음…? 이, 이만큼……?”

손가락을 하나씩 피면서 세던 테이라는 이내 모르겠다는 듯이 양 팔을 쭉 펼친다. 정말 애처럼 되버린 테이라의 모습을 보자니 레이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것처럼 창피함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테이라의 행동에 귀여운 나머지 클레어가 쿡쿡 웃는다.

“그럼 어째서 못만나게 됬나요?”
“어째서…….”

테이라는 작게 읊조린다. 목소리가 낮았다. 방심한 클레어의 질문에 아차 싶은 레이는 놀라 테이라의 눈을 본다. 공허한 눈동자. 마치 헝겊인형처럼 단추로 만든 것 같은 소름끼치는 눈동자다. 지뢰를 밟았다고 생각하는 찰나.

“아, 아아아아ㅡ!!! 아아아아아아아!!!!”

테이라의 발작이 시작됬다. 클레어가 깜짝 놀라 테이라의 어깨를 잡아 진정시키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테이라! 제발 정신차려요!!”
“클레어님, 클레어님이……!!”
“네! 저 여기 있어요. 그러니까…!”
“죽었어….”

테이라의 눈빛이 돌아온다.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어둠에 잠긴 눈동자. 저주를 퍼붓는 마녀의 눈동자와 같았다.

“죽었어. 내 앞에서 목이 잘려서, 참수되서 죽었어. 말렸는데, 찾으러 왔는데. 거절하고 내팽겨쳐져서 나 혼자 남겨져서…….”
“클레어님, 잠시 비켜주세요!!”

레이가 다급히 달려와 테이라의 어깨를 붙잡는다. 그리고 테이라의 이마에 손을 가져가자, 테이라의 몸이 굳어진다. 직후, 힘이 빠진 관절인형처럼 축 늘어진채 색색 거리는 숨을 내며 잠든다. 레이의 수면마법이였다.

“……후우.”
“죄송해요, 레이. 너무 파고들었을까요.”
“…아뇨. 괜찮으세요?”
“조금…어지럽네요.”

클레어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클레어를 바라보던 레이는 이내 원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테이라를 바라본다. 테이라는 그저 눈을 감은채 에너지가 다한 로봇처럼 고개를 떨군채 움직이지 않는다.

“……?”

그러던 중 처음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긴 머리카락으로 감춰진 틈 사이로 비치는 목 뒤의 무언가. 조심스래 머리를 걷자, 그곳엣 붉은 글씨로 숫자가 적혀 있었다.

“4…?”

째깍. 째깍. 방안의 시계소리가 레이의 귓가를 스친다. 시간은 조금씩. 천천히 꾸준하게 사라져간다.





단편 쓴다던 각설이는 어디가고 다시 장편 들고왔네... 이번엔 좀 무거운 이야기야. 최대한 밝게 써보려고 노력중.

레이가 일본 어디에서 사는지 안나와서 그냥 도쿄로 적었어. 내 뇌피셜이니까 그러려니 넘어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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