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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11.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01 00:12:35
조회 577 추천 2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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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편들 모음. 


 11. 마음 아파하기. 



 감기 조심하세요, 라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던 광고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환절기에도 조심하라고 했던가, 안 했던가. 기억 속의 광고에선 했던 것 같은데, 분명 그랬던 것 같다.


 “우다가와, 어디 아프니? 안색이 안 좋은데.”


 교과서를 들고 교실을 돌아다니던 국어 선생이 토모에의 안색을 보고 흠칫 놀랐다. 눈이 풀리고 얼굴엔 들뜬 열이 가득해보여, 한 눈으로 봐도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보였다. 


 “실은 아까부터 오한이 들어서...”


 “혹시 열이 있는 게 아니니?”


 시원하다 느껴야 할 가을바람도 몸의 추위를 부추겼다. 으슬으슬 떨리고, 어깨위엔 모래주머니를 올려놓은 것처럼 무겁다. 그런데도 얼굴은 화끈거리고, 기침은 계속해서 교실의 정적을 깨려했다. 


 “혹시 많이 힘들 것 같으면 조퇴해도 괜찮아. 요즘 같은 시기에 붙는 감기가 가장 독하니까.... 일단 보건실에 가서 열을 재고, 교무실에 들러 조퇴증도 끊고 가렴.”


 “네... 죄송합니다.”


 평소 같았다면 손사래를 저었을 호의도 오늘은 감사히 받아들였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끼익, 하고 끌은 의자 소리가 오늘 따라 더 크게 느껴졌다. 어깨에 멘 크로스백의 무게감조차 토모에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모두의 시선을 등에 이고 걸어갔다. 키도 크고 체력도 좋은 토모에였기에, 이렇게 비실거리는 그녀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 기회였다.


 모카와 히마리 그리고 츠구미의 시선도 토모에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이 지닌 시선의 온도는, 저마다 제각기 다른 채였다. 




 “토모찡, 괜찮을까? 열이 40도 가까이 있었다는데~”


 모카가 빵을 문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양은 창천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그런데도 그게 하나도 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작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더웠으면서, 날씨는 참 변덕스러웠다. 


 “열이 그렇게 높으면 역시 힘들겠지? 선생님 몰래 검색해봤는데, 열이 40도가 넘어가면 뇌가 서서히 익어간다더라.”


 히마리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에서는 거의 항상 함께여서, 오랜만에 빈 토모에의 책상이 익숙지 않은 모양이었다. 


 “학교 끝나면 병문안 가볼까...”


 “오, 츠구~ 좋은 생각! 그럼 나도 같이 갈까?”


 츠구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걸 캐치했는지, 히마리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걸며 말했다. 그러자 츠구미의 표정도 어설프게 변했다. 와준다는 마음가짐은 고맙지만, 지금의 히마리는 토모에에게 그저 부담이지 않을까. 하물며 아픈 상태에서 보면, 더욱 아프기만 할지도.


 “병문안~? 우리가 가도 되려나?”


 “왜? 싸우긴 했어도 힘들 때 얼굴 보면 더 기운나지 않겠어? 그렇게 화해하는 거지~”


 모카의 나른한 목소리에 히마리가 좀 더 힘을 실어주었다. 히마리는 여전히 모카와 토모에가 싸운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떠한 이유로 싸우고, 어떠한 강도로 싸웠는지 그녀는 모른다. 그래서 그리 쉽게 말할 수 있었다.   


 “그만둬.”


 “란?”


 “토모에의 성격을 생각해봐. 오히려 신경만 쓰여 생각만 더 많아질 거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란이 대신 커버를 쳐주었다. 팔짱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새하얀 팔뚝이 더욱 눈에 띄었다. 


 “아, 그렇구나! 토모에는 주변을 잘 챙기니까, 란 말대로 오히려 더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어.”


 란이 한 말의 진짜 뜻을 안 츠구미도 서둘러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었다. 병문안을 간다 해도, 이렇게 몰려가는 건 역시 무리다. 게다가 모카와 히마리가 간다면, 토모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도저히 유추해낼 수 없었다. 


 “듣고 보니...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네.”


 란의 말을 듣고, 히마리는 순순히 인정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왔던 터라, 토모에의 관한 란의 의견은 지극히도 합당하고 정확했다. 물론 의도를 많이 섞어둔 터라, 그 이면까지 파헤치진 못했다. 


 “역시 감기에는 푹 자는 게 최고지~ 오늘은 그냥 푹 쉬게 내버려두자.”


 “으, 응. 그러자...”


 “아! 토모에한테 메시지다!”


 갑자기 들려온 스마트폰 소리에, 히마리가 폰을 들고 말했다. 확인해보니 단톡방에 일괄적으로 온 메시지였다. 


 “뭐래?”


 “히마리라면 병문안 온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감기가 옮으니까 절대 금지! 라고, 하네. 아하하, 졌다 졌어. 나를 완전히 꿰뚫어 본 것 같아.”


 히마리가 웃으면서 한 활기찬 말에 란이 한숨을 푹 쉬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걸 파악하고 있으면서, 잘도 연애에서 졌구나. 토모에 그 녀석, 이정도면 연애매국노 수준이다, 매국노. 


 “과연 토모찡, 감기에 걸려도 예리하네~”


 “병문안은 포기하는 게 좋겠다. 토모에가 일부러 연락까지 한 걸, 우리가 좋다고 민폐를 끼치면 안 되겠지.”


 “그게 좋을 것 같아.”


 모카와 히마리, 그리고 란의 목소리가 가을 하늘 속 겹쳐 들어갔다. 그러나 츠구미의 시선은 여전히 학교 너머의 한 방향에 고정되어 있었다. 토모에의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역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토모에일테니까.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말해봤지만, 역시나 집엔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께 대강 연락을 해둔 상태긴 하지만, 두 분 모두 오늘 일이 있어 늦게 들어온다고 했었다. 많이 심하냐고 묻길래, 혹시나 걱정할까 싶어 ‘그냥저냥 조금’이라고 답한 게 그제야 후회가 되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몸이 아플 때만큼, 사람 마음이 약해질 때가 또 없다.


 교복을 벗어 모두 세탁기 안으로 넣어두었다. 교복 와이셔츠가 땀에 절어, 조끼까지 새며들고 있었다. 이마에서도 식은땀이 주룩, 주룩 계속해서 흘러 내렸다. 비틀비틀 거리는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일단 약부터 찾아야 했지만, 지금의 토모에에게는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실화냐, 죽겠네.... 진짜.”


 거실 선반을 뒤져보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감기약은 또 다 떨어져 있었다. 딱 감기약만 떨어져 있는 게 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심하게 다운된다. 후들후들 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토모에는 소파에 철푸덕 누웠다.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었지만, 잠옷을 가지러 가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음이 시끄럽게 들려왔다. 그게 신경 쓰여 TV를 보려는데, 리모컨은 또 보이지 않았다. 기어가서 전원을 누르려고 했는데, 그것조차 힘들어 토모에는 자세를 고쳐 그냥 편히 누웠다. 구형 세탁기라 그런지 탈탈탈 거리는 소음이 심했다. 지끈지끈 머리가 울려왔다. 이런 현상들 다 머피의 법칙이라지만 오늘은 좀 심하다. 되는 게 없어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토모에는 팔만 살짝 들어, 집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번호를 막 눌러보았다. 이게 맞나 싶었지만, 맞겠지 하며 그냥 막 눌렀다. 힘들어 죽겠는데, 아무나 받겠지.


 “여보세요?”


 “아코...”


 힘들 땐 역시 가족이라는 건지, 들려온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언니? 왜 지금 이 시간에 집...”


 “나, 아파.”


 드물게도 토모에는 아코의 말을 끊었다. 항상 어떠한 말을 해도 받아주던 토모에였지만, 오늘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어, 언니?! 어디가?!”


 어지러워 눈을 감은 채, 아코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황했다는 감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였다. 저를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었던가. 


 “다. 그냥. 너무 아파, 힘들어.”


 저를 괴롭히는 상황이 다 힘들었다. 그냥 힘들고, 그냥 아프고, 그냥 힘들었다. 친구들도, 연극도, 세타 선배도, 치사토 선배도 히마리도... 그 모든 게 다. 그래서 다른 때와는 달리 어린 동생에게 더욱 기대고 싶은 것 같았다.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니까, 어디가 아프다고?!”


 “소리 지르지 마, 머리 꽝꽝 울려.... 감기 걸렸어. 독감인 것 같아.”


 “독감?”


 “응... 약 좀 사와 줘. 독감에 맞는 센 걸로다가....”


 “으, 응! 알았어!”


 아코의 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그 뒤로 탁, 탁, 탁 뛰는 소리도 들려왔다. 전화를 끄는 것도 까먹은 걸까. 갸륵한 동생이다. 토모에가 대신 팔을 들어 수화기를 얹어주었다. 그리고 토모에는 간신히 몸을 굴려 다시 소파 위로 올라갔고, 잘 개어져있던 무릎 담요를 제 몸에 덮었다. 물론 비교적 장신인 저의 큰 키가, 그 짧은 담요로 다 덮어질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불을 찾으러 가는 것도 힘들어, 그녀는 그대로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센 척 하는 거, 진짜 너무 힘들다.”


 문득 밀려오는 공허함에, 그녀는 그런 말을 내뱉었다. 아무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물이, 그제야 더 흘러 내렸다. 



 -



 “이제 금방이야, 언니! 조금만 있으면 아코가 집에 도착하니까!”


 흘러 들어오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아코는 요동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힘껏 외쳤다. 이른 시간에 조퇴를 한 것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저에게 아프다고 솔직히 고백한 것도 놀라웠다. 아프면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다른 사람도 아닌 언니가 직접 아프다고 말한 걸까. 


 아코는 한 손엔 검은 봉투를 들고, 집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빨리 놀렸다. 저를 의지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지금은 혼자 집에 있을 언니가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트윈 테일을 한 중학생이 달려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눈에 띄었고, 그 모습은 이내 시시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어떠한 사람의 눈에도 띄었다. 급한 스케줄을 가기 위해 급히 탔던 차라, 선팅이 안 되어있던 게 다행이었다.


 “잠깐, 여기서 내려주세요.”


 하나사키가와의 교복을 입은 여고생은 승합차에서 내렸다. 햇빛을 받은 금빛 머리카락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녀는 그게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아코 짱.”


 “아, 그러니까 그... 아! 시라사기 선배!”


 아코는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제 자리에서 계속 뛰기를 반복했다. 그 덕에 제 앞에 서있던 사람의 얼굴을 잘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내 그 사람이 시라사기 치사토란 걸 알아봤다. 일전에 같은 클럽에서 몇 번 라이브를 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그렇게 친하진 않았지만. 


 “지금 토모에랑 연락이 안 돼서, 혹시 아코 짱은 연락이 되나 싶어 물어보려 했는데... 많이 바쁜 것 같네.”


 “언니가 지금 아프거든요! 엄청!”


 아코가 급하다는 얼굴로 단 두 마디에 상황을 정리했다.


 “아파? 토모에가?”


 “네, 그냥 다 아프다고 했어요! 아무튼! 저 빨리 가봐야 돼서, 그럼 이만!”


 좀 버릇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일일이 답을 줄 수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한 시가 급했다. 


 “저기, 얘! 잠깐만!”


 제 옆을 비켜 지나가려던 아코의 교복자락을 치사토가 잡았다. 여전히 어쩔 줄 모르고 안달복달 못하는 아코의 눈동자를, 치사토 또한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여기 번호로, 주소 좀 찍어주고 가렴.”


 시라사기 치사토가 우다가와 아코에게 제 폰을 꺼내보였다.


 - 


 '토모에 SOS 아코의 간호대작전' 이 이벤트가 연극 전 이벤트여서 참 다행이다.


 그 덕에 이렇게 낑겨 넣을 수 있으니까.

 

 분명 내 최애캐는 츠구미일 텐데, 어쩌다 이렇게 길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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