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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 시간을 달리는 하자와.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03 00: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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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달리는 하자와.



 

 시간과 공간. 


 똑같이 間이라는 한자를 공유하고, 더불어 인간이 가장 뛰어넘고 싶어 하는 글자 두 개. 여러 종류의 시계들과 이동수단의 발달은 시간과 공간을 제어하는 걸 어느 정도 가능케 만들었지만, 현세대의 과학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으로 그것들을 제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난 과학자들과 요상한 발명가들은 여전히 헛된 공상에 사로 잡혀 있었고, 음지에 숨어 교황청의 밑에 타임머신이 개발됐다는 음모론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히카와 사요는 평범한 감성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겠다거나 그런 거창한 이야기는 잘 몰랐다. 


 다만, 시간은 거슬러야 할 것이 아닌, 흘러야 될 것이라고 확실히 그녀도 인지하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분명 그러했다.


 “와, 사요 씨! 비둘기에요. 비둘기!”


 크레이프를 든 손으로, 여인은 비둘기 무리를 가리켰다. 여자의 목소리에 놀랐는지, 과자를 쪼아 먹던 비둘기들이 푸드득거리며 하늘을 향해 날개를 활짝 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여자는 비둘기가 떠난 자리를 한 바퀴 빙 돌았다. 목덜미까지 내려온 갈색머리가 살짝 바람에 흩날렸다.  


 “평범한 비둘기잖아요.” 


 하나사키가와의 교복 치맛자락을 손으로 탁탁, 털고 사요는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여인을 바라보며, 여인의 이름을 입술에 한번 담아보았다.  


 “그... 하자와 씨.”


 사요는 여인의 이름이 아닌 성을 불렀다. 그녀는 자신이 하자와 츠구미라 밝혔지만, 평범한 상식을 지닌 사요로서는 그녀의 말에 쉬이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요는 그녀를 일단 '하자와' 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미래에는 비둘기가 없어요! 3년 전에 모두 사라져버렸거든요! 사요 씨!”


 “그런 식으로 말을 하셔도 저는 잘 몰라요. 만났을 때부터 얘기한 거지만, 하자와 씨 설명은 너무 비약적이에요.”


 사요는 한숨을 쉬고 하자와의 얼굴을 바라봤다. 생글생글 웃는 하자와의 얼굴이 익숙하면서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 


 그 얼굴을 처음 본 것은, 하나사키가와 여학교 고등부 과학실에서 만난 게 첫 만남이었다. 하나사키가와의 과학실은 학생회실의 옆에 있었고, 하나사키가와의 현 학생회장은 로젤리아의 키보드 시로카네 린코였다. 본인의 앞으로 오는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사요는 종종 시로카네의 일을 도와주곤 했었다. 


 오늘은 로젤리아의 연습일이었고, 사요는 평소처럼 시로카네를 연습에 데려가기 위해 학생회실로 향했다. 그 때문에 과학실에서 난 굉음이 사요의 귓가에도 들려왔다.


 실험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폭발하는 소리가 난 과학실. 그 소리를 수상히 여긴 사요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금방의 폭발음이 무색하게, 과학실은 평온한 방과 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소리를 잘못 들었다고 여길 수도 없어서, 사요는 과학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책상을 한 칸, 또 한 칸, 또 한 칸을 지나 마지막 한 칸에 다다랐을 때, 사요는 교탁 구석에 숨은 여자 한 명을 발견했다. 체구는 저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았고, 교복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아, 외부인인 것 같았다.


 “외부인은 출입금지입니다. 지금 당장 나...”


 “사요 씨?”


 사요는 목소리를 한껏 깔아보았지만, 숨어있던 여자가 저의 이름을 부르자, 저도 놀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를 아세요?”


 사요의 말에, 교탁에 숨어 있던 여자는 저를 올려다보았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제가 아는 누군가와 닮았다. 그게 누구였더라. 


 “보고 싶었어요!”


 숨어있던 게 추진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자는 벌떡 일어나 사요를 품에 안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목소리를 듣고 사요도 여자가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을 닮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츠구미 씨. 이 사람, 츠구미 씨를 엄청나게 닮았다.

 



 그러나 히카와 사요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 날 히카와 사요가 과학실 앞을 지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치 ‘누군가’가 잘 짜둔 장기판처럼.   




 “크레이프 하나 더 먹어도 될까요? 사요 씨.”


 하자와는 어떠한 말을 하든 꼭 사요의 이름을 붙여 문장을 끝냈다. 사요 씨, 사요 씨, 사요 씨 그 목소리가 사요의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딱히 허락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러세요.”


 “저... 돈 좀.”


 그리고 저가 알고 있던 츠구미 씨와는 다르게, 얼굴에 철을 깔아둔 것처럼 뻔뻔한 점이 많았다. 가령 로젤리아의 연습을 제끼고 저랑 놀아달라는 부탁부터 그러했다. 이마이 씨에게 연락을 하긴 했지만, 나중에 유키나 씨에겐 또 뭐라고 말을 해야...  


 “하.”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사요의 표정이 확 다운되었다.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긴 했지만, 사요의 포스에 먹힌 하자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손사래를 내저었다.   


 “하하, 제가 하나 더 사올게요! 사요 씨.”


 구권 안 받으면 어떡하지... 하고, 그렇게 하자와는 중얼거렸다. 그 하찮은 뒷모습에 사요도 살짝 웃어보였다. 


 지금 저기 크레이프 가게 줄에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을 지금으로부터 약 22년 뒤의 하자와 츠구미. 즉 불혹을 직전에 둔 하자와 츠구미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사요는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자와’ 까지는 믿었지만, 츠구미란 이름은 믿지 않았다. 사요는 그 사람을 그냥 츠구미 씨의 먼 친척이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도 그럴 게, 제 앞에 있는 사람은 마치 하자와 씨의 친언니인 것처럼 매우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성격은 조금, 아니 많이 정 반대였지만. 


 “딸기 크레이프, 진짜 오랜만에 먹어봐요. 히마리랑 대학교 때 먹어본 게 마지막이었나.”


 “미래에는 크레이프가 없나요?”


 “없어요. 아, 물론 감자튀김도요!”


 “그건 좀 슬프네요.”


 하자와의 크레이프를 한 입 문 사요는 순간 흠칫했다. 내가 감자튀김을 좋아한다고, 저 사람한테 말을 한 적이 있던가? 아니, 없지. 오늘 처음 봤는데. 설마 츠구미 씨가 그런 것까지 말한 건가? 


 “사요 씨.”


 등을 돌리고 사요를 바라본 하자와는, 입가에 어설피 미소를 걸었다. 또 저 표정. 분명 즐거운 것 같은데도, 어쩐지 뭔가 그렇게 안 느껴지는 얼굴. 좀 더 진부한 표현으로 해보자면, 눈은 웃고 있는데 입은 안 웃고 있는 그런 거? 


 “저희, 조금만 걷죠.”


 하자와는 앉아있던 사요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잠깐만요!”


 제가 알고 있던 츠구미의 힘보다 더 세서, 사요는 그대로 속절없이 하자와에게 이끌리고 말았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는지, 하자와는 사요의 손을 잡고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태양은 점점 기울어져, 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푹푹 찌는 여름도 지나가고, 어느새 가을이 오려는지 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사요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던 하자와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츠구미 씨와 닮았다. 이렇게 도플갱어처럼 닮기도 힘들 텐데. 하자와 씨의 말대로, 츠구미 씨가 나이를 먹으면 이런 모습일지도...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리고 횡단보도의 빨간불을 바라보며 하자와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정말 즐거웠다. 고등학생 때의 사요 씨를 볼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다. 


 “저는 별로 한 것도 없습니다만.”


 사요는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오늘 저가 하자와 씨에게 해준 것은, 기껏 해봐야 크레이프 한 입 먹어주기, 이 주변을 산책하기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하자와 씨는 저를 바라보며 너무 즐거웠다고 말해주었다.  


 사요는 하자와를 바라보았다. 하자와도 사요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터라, 두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소리없이 웃어보였다. 


 “그래도요.”


 입가에 진짜 미소를 건 하자와가, 그렇게 조용히 덧붙였다. 

 



 어렸을 적, 히나와 그런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검은 부분이 아닌, 하얀 부분만 밟고 건너가는 놀이. 검은 아스팔트를 밟으면 죽는 거라며, 어린 아이들의 시선으로만 할 수 있었던 그러한 놀이.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었다. 삐삐삐삐삑,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가 났다.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저문 햇살에 물든 아이들의 얼굴이 정겹다. 정장을 입은 회사원이 스마트폰을 귓가에 댄 채 가족들에게 퇴근을 알렸다. 햇빛은 꺼지고, 간판의 불빛이 켜졌다.   


 “근데, 진짜 누구신지...”


 횡단보도를 모두 건넌 사요가 옆을 보았지만, 제 옆엔 아무도 없었다. 그곳엔 오직 공허해진 풍경만이 있을 뿐이다. 그게 위화감이 남아, 사요는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뭐해요?”


 사요가 물었다. 아직 미처 건너오지 못한 그녀에게, 아니, 제 자리가 그곳이라 서있는 그녀에게. 


 “만나서 너무, 너무 기뻤어요. 사요 씨.”


 하자와인지, 츠구미인지 모를 사람은 또 다시 어설피 웃어보였다. 아니, 이번엔 좀 다르다. 눈은 웃고 있는데, 입가가 뒤틀려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확실히 웃어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표정은, 어쩐지 울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랑해요.”


 저 멀리서, 밤을 알리듯 가로등이 켜졌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던 트럭의 불빛도, 켜졌다. 





 똑, 똑. 


 소파에 앉아있던 히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보고 있던 TV를 끄고, 현관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어주기 전에 히나는 제 방문을 한번 살펴보았다. 유서는 역시 룽-! 하지 않아서 쓰진 않았지만, 언니에게 모든 실상을 알려주는 편지는 결국 쓰고야 말았다. 불혹 츠구 쨩은 조용히 가고 싶다고 했지만, 언니가 그걸 모르는 건 역시 비겁한 것 같으니까.


 히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맨인블랙 같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블랙 수트를 쫙 빼입은 남성들이 히나의 주변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남자 한 명이 은색 수갑을 히나에게 철컥 채웠다. 그리고 이상한 언어가 쓰인 종이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하자와 사요, 당신을 시공관리법 3조와 5조에 의거. 귀하를 시공재판소 특별증인 및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불혹 츠구 쨩의 말에 의하면 미래에선 일본어가 아닌 통합 언어를 쓴다던데. 지금 이 사람은 멀쩡히 일본어로 말하네. 진짜 아가리에 자동 통역기라도 달린 건가, 생각보다 룽-! 하네. 


 “범인도 아닌데, 범인 취급이라니. 조금 너무하네요.”


 시공관리법을 어긴 건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불혹 츠구 쨩이지. 나는 그냥 언니를 살리기 위해 협조만 해준 것뿐이야.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 이렇게 말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니까.


 “그리고 하자와도 아닙니다.”


 그래도 그 부분만큼은, 역시 정정하고 싶네. 불혹 츠구 쨩한테, 조금 혼나려나. 그래도 언니한테 혼나는 것보단, 츠구 쨩이 혼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히카와 사요예요.”


 히카와 사요가 아닌, 히카와 히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래의 사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이러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모양이다. 부디, 불혹 츠구 쨩의 바람대로 잘 속여 넘겨야 할 텐데. 


 집에서 나가기 전에, 히나는 거실을 한번 보았다. 집에서 체포되고 연행 되기 직전, 지금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역시 언니 생각이다. 작전을 이렇게 짠 것은 역시 룽-! 하지 못하지만, 기껏 불혹 츠구 쨩이 미래에서 여기까지 찾아와줬으니까. 


 그러니까, 언니. 잘 있어.


 -

 


 “도대체 왜 츠구미가 당신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데.”


 친구와


 “언니를 살리기 위해, 불혹 츠구 쨩이랑 내가 짠 거야. 나보다는 언니가 살아줬으면 하니까.”


 가족과


 “날 다시 과거로 날려 보내줘. 나를 죽이고, 츠구미 씨가 현재를 살게 해줘.”


 미래의 연인들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없어요. 저는 저보다 사요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과거의 연인들의 이야기.

 

 -


 

 사요츠구로 이런 거 보고 싶어. 틀만 들어줬으니, 누가 좀 더 써와주셈 ;;;급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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