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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14.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08 0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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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 편 들 모 음.


 14. 마음 가다듬기.


 한숨을 푹 쉬고, 토모에는 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연습 중에 개의치 않고 들어갔다.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스튜디오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토모에에게로 흘러 들어왔다. 토모에는 스튜디오 안에 있던 면면을 다 살펴보았다. 란을 필두로 히마리와 츠구미, 모카까지 애프터 글로우 전원이 있었다.


 다섯 명이 모두 모인 건 좀 오랜만이었다.


 “토모에?”


 “하하, 롱 타임 노씨~”


 토모에가 어설프레 꺼낸 농담에, 란은 붙잡고 있었던 마이크의 목을 놓았다. 란의 인사 아닌 인사에 토모에는 크로스백에서 드럼 스틱을 꺼내 흔들어보였다. 놀란 듯, 란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저기, 란! 우리 잠깐만 좀 쉬자!”


 히마리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반가움이 넘쳐흘렀다. 그녀는 매고 있던 베이스를 지지대에 놓아두고, 드럼 세팅을 하고 있던 토모에를 향해 총총 걸어갔다. 모카와 츠구미가 저를 바라보자, 그제야 란도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며가며 이야기를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토모에와의 간극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다른 반인 란도 그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하물며 같은 반인 모카와 츠구미 그리고 히마리조차도 토모에의 이야기는 자제했다. 란은 어떻게든 토모에에 관한 화제를 수면 위로 끌고 오고 싶었으나, 워낙 말재주가 없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토모에의 모습이 안타까워지려던 찰나, 그녀는 제 발로 스튜디오로 찾아왔다. 


 란은 그게 내심 놀라웠다. 


 “토모에 쨩, 연극은?”


 츠구미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 그게~ 연극부 내부 사정이 겹치고 겹쳐서 오늘은 휴식이었지, 뭐야.”


 토모에는 웃어 보이면서, 생각해두고 있었던 핑계를 내뱉었다. 솔직히 잘렸다고 말하기엔 가오도 서지 않고, 연극부의 사정이라고 하면 크게 파고들 이유도 없을 테니까. 


 “연극부도 여유롭네요~ 문화제도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모카.”


 란이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사돈 남 말 할 때가 아니었다. 제 아무리 기존 곡들로만 이루어진 셋리스트라지만, 다 같이 맞춰볼 기회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더군다나 토모에는 연극의 주연으로까지 캐스팅 된 모양이었고, 모카도 기타리스트로서 한층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 문화제 라이브를 잘 할 수 있을지도 영 확신이 서지 않았다. 


 “란, 이거.”


 한참 라이브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던 란에게, 토모에는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 건넸다. 


 “뭔데, 이게.”


 “포핀파티 셋리스트.”


 토모에의 말에, 란의 주변을 히마리와 모카 그리고 츠구미가 에워쌌다. 쪽지를 열자,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글씨체가 란의 눈을 사로잡았다. 


 예전부터 정갈한 필체 교육을 받았던 란이었기에, 란은 다른 사람의 필체에 민감했다. 그리고 사아야는, 저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특징이 강한 필체를 가진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포핀파티는 일단 노래 세 곡을 계획으로 잡았다. 게스트 밴드가 세 곡이면 제법 긴 편이고, 그만큼 메인 밴드가 여유를 가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앵콜까지 생각한다면, 최대 네 곡정도려나.”


 생각을 하고 있던 란의 입가에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그에 대해 모카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모두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포핀파라면 분명 이것, 저것 떠들 테니까~ 이런~ 저런~ 시간까지 합한다면, 토모찡의 동선도~ 충분히 여유~”


 “모, 모카쨩!”


 계속해서 이어지려던 모카의 말을 츠구미는 황급히 잘랐다. 그리고 그녀는 괜스레 토모에의 눈치를 한번 보았다.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츠구미는 뭘 숨기는데 항상 쥐약이었다. 


 “뭔가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하네.”


 토모에는 씁쓸히 웃었다. 이전에 모였을 때엔 게스트 밴드의 ‘게’자도 이야기가 안 나왔다. 뒤늦게 섭외를 했다는 건, 아무래도 토모에 본인의 트러블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 연극 얘기도 애프터글로우의 모두한테는 전혀 이야기 하지 않았으니까. 


 “아냐, 아냐, 토모에. 신경 쓰지 마, 응?”


 히마리가 의자를 끌어 토모에의 옆에 앉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설피 웃어 보이고, 그럼에도 저를 신경 써주는 게 히마리답다면 히마리다웠다. 


 사람을 챙길 줄 아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하고 있다, 분명.

 

 “응, 나야말로 모두 신경 써줘서 고마워.”


 토모에는 일부러 활짝 웃어보였다. 만약 지금 이 모습을 치사토 선배가 봤다면, 연기력이 좀 늘었다 칭찬해주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러니까, 그녀가 신경 쓰이지 않게 조금만 더 웃자. 


 “얘들아, 있잖아. 우리 다섯 명이 다 모인 건, 좀 오랜만이네.”


 눈치만 보던 츠구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연습실을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각각 제 자리에 앉아있던 네 명 모두 각기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느낀 것은, ‘다섯’ 이라는 단어가 그곳에 있던 모두에게 색다르게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항상 다섯일 줄 알았는데, 다섯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불안감과 분노와 초조함, 슬픔. 


 “그, 그러게. 자, 자. 문화제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연습이야. 연습!”


 그걸 털어내려 히마리는 일부러 더 밝은 척을 했다.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서로가 서로를 숨긴 그 사정을 저 나름대로 추측해보이며. 


 연습을 시작하기 위해, 스틱 소리를 울렸다. 솔로 기타리프 소리도 들려왔다. 이윽고 또 하나의 기타도, 베이스도, 드럼도 모두 그 소리를 뒤 따랐다. 란의 목소리가 스튜디오 안을 울렸다. 함께 합주하는 건 오랜만이라, 새삼스레 감성적인 생각이 들었다.  


 북을, 정확히는 드럼을 좋아했다. 페달을 밟으면 나는 킥 소리가, 두드리면 터지는 북 소리가, 마음을 청량히 울리는 심벌 소리가 좋았다. 아코의 “언니, 멋지다!”라는 소리를 듣고 북을 치는 것도 좋아했지만, 애프터글로우를 결성하고 치게 된 드럼을 훨씬 더 좋아했다.  


 중학생 때, 처음 해봤던 라이브. 리허설을 겨우, 겨우 끝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드러머란 포지션. 드러머의 자리는 언제나 뒤쪽. 프론트맨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자리. 그럼에도 나는 그 자리를 좋아했다.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있으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남들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는, 이면의 모습들이 존재했다. 목이 터지라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란의 뒷모습. 가끔 그녀와 등을 맞대면서도, 피크를 놓칠세라 꽉 붙잡는 자칭 천재 기타리스트 모카. 모카의 속주를 따라가느라 열심히 베이스를 퉁기는 히마리. 그리고 꼼꼼히 새로운 음색을 불어넣어주는 츠구미까지. 


 지금 이 자리에선 모두가 보였다. 무대에선 화려하게, 멋지게 보일 모습들이 뒤에선 하나같이 노력하는 모습들로 탈바꿈한다. 애프터글로우의 다른 모습이자, 연습할 때가 생각나 정겨운 광경. 그래서 드러머의 자리. 아니 드럼 치는 걸 특히 더 좋아했다. 모두가 보지 못할, 그러나 나만 볼 수 있는 다섯. 


 그러한 모습들이, 여전히 나는 좋다. 


 치고 있는 드럼 소리가, 모두와 함께하는 합주 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편히 들렸다. 중학교 때부터 종종 연주했던 곡이라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면 마음을 정한 탓일까. 확실한 건 드럼 치는 게 이전보다 치기 편했다. 더 이상 손목이 아프지도 않았고, 이전처럼 무언가를 박살낼 것처럼,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마냥 발악하듯 치지도 않았다.


 그냥 편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럼을 치면서, 이렇게 편한 적은 오랜만이었다. 더불어 깨달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다섯 명의 옆에 있는 게, 나는 가장 편하구나. 


 그 날 본 해질녘의 하늘은, 유난히도 빨갛게 빛나 주홍빛이다 못해 너무나도 붉었다. 햇빛이 따가워서 그랬을까. 누구 한 명이 울어버리기 시작하자, 모두 감정이 벅차올라서 그냥 함께 다 같이 울어버렸다. 서로에게 이유도 묻지 않은 채, 그냥 울어버렸다.


 설령 떨어진다면, 언제라도 이곳에 다시 모이자며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던 그 날. 친구들의 옆에 다시 서기 위해서라도, 난 변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어쩌면 치사토 선배의 말대로, 그저 제 멋대로 밖에 안 되는 아집일지도 모른다 독선적이라며 욕을 들어먹을 수도 있다. 마주하는 것도 여전히 두렵다. 감정을 토해내는 것 또한 무섭다. 힘껏 부딪혀서 깨질 수도 있다. 진짜 견딜 수 없는 상처를 받아, 힘에 겨울지도 모르겠다. 우울감에 빠지고, 좌절하고, 받아낼 수 없는 세월에 짓눌리고, 대본 속의 파리스 백작이 그랬듯, 절망감에 빠져 일어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상 도망치는 건 성미에도 안 맞고 딱 질색이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난 연극도, 라이브도 모두 제대로 할 거야. 내 마음이 닿는 한, 힘껏. 


 그렇게 변할 거야, 나는. 


 -

 

 사실 엔딩은 정해놨음. 근데 그까지 가기가 좀 힘드네.


 내 나름대로 해석해본 토모에의 마음이, 님들한테도 좀 전해졌으면 좋겠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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