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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히나사요] 전하지 못한 진심모바일에서 작성

로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10 14:15:42
조회 1212 추천 32 댓글 10
														

* 중세유럽같은 시대배경
* 뱅드림 원작과 매우 다른내용 일종의 AU
* 히나, 사요, 츠구미 출현



<전하지 못한 진심>++

외로움이 가득한 정원에 소녀는 홀로 있었다. 친구도, 가족도 없이 쓸쓸히 지내는 그녀의 유일한 말 벚은 가사 일을 돕고 수당을 받아 가는 또래 여자아이 뿐이었다. 그 아이는 아침 해가 뜰 무렵 찾아와 식사나 청소 등을 챙겨주었고 해가 질 무렵이 되면 본인의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 갔다.


“언젠가 너도 날 두고 떠나겠지?”


그렇게 이야기하면 늘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히나 아가씨를 두고 어디에도 가지 않을거라고. 고마웠다. 유일하게 진심으로 자길 대해주는 그녀는 이 외로운 곳에 홀로 버려둔 부모보다 훨씬 다정하고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 정도 감정이 전부였다. 외로운 나의 유일한 말 벚이 되어주고, 같이 있어줘서 고마운 사람. 그 이상의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차라리 그녀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다면, 단순한 고마움 이상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히나는 츠구미에게 그런 감정을 품을 수 없었다. 츠구미 역시 어디까지나 돈을 벌기 위해 히나를 돕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선을 넘어 히나에게 다가갈 생각 없었다.


“츠구짱. 키우고 싶은 꽃이 있는데 씨앗 좀 사다줄 수 있어?”

“이번엔 어떤 꽃을 원하세요?”

“음~ 늘 노란색, 빨간색 꽃만 키웠더니 지겨워. 푸른색 꽃이 있으면 좋겠어!”

“푸른 꽃은 굉장히 희귀해서 씨앗을 구하는게 어려울 것 같아요.”

“푸른 장미... 같은건 세상에 없을까?”

“네? 그, 글쎄요… 푸른 장미라...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혹시 모르니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볼래?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


하루종일 혼자 있다시피 한 히나에게, 외출도 금지당한 히나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자신만의 공간인 정원을 가꾸는 것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위에 있는 이 성의 자랑은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잡초만 무성한 정원이었지만 원예를 좋아하는 히나가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고 가꾸기 시작하며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을 갖추었다. 슬픈 사실은, 이걸 아는건 오직 히나와 츠구미 뿐이란 사실이다. 이 성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마을 사람들은 산 꼭대기에 위치한 이 성은 오래 전 전염병으로 죽은 귀족들의 원한이 서린 저주 받은 곳으로 알고 있다. 모두 사람들이 이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히나의 부모님이 지어낸 허무맹랑한 거짓말이지만.


“참, 츠구짱.”


해질녘이 되어 돌아가려는 츠구미를 불렀다.


“우리 언니는 어떻게 지내?”


지난 6개월간 너무너무 궁금했지만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만나고 싶어질 것 같아 최대한 아꼈다. 그러나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히나는 세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쌍둥이 언니.... 사요가 그리웠다.


“히카와 성주님은... 이제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부모님이 사고사를 당한 후, 히카와 가문의 외동딸(로 알려진) 사요는 그 지위를 물려 받아 하나의 ‘성’인 이 마을의 성주가 되었다고 들었다. 처음 부모를 잃고 슬픔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낸다 들었으나 이제 6개월이 지났으니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을터.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히나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단 홀로 남은 사요에 대한 걱정이 더 컷다.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츠구짱. 언니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되면 꼭 들려줘.”

“네.”

“이제 돌아가렴.”

“내일 또 올게요.”


츠구미가 떠난다. 내일 아침이 될 때까지 히나는 또 혼자 이 성에서 지내야 한다.


***


히나가 이 성에 버려진 것은 약 13년 전. 히나와 사요는 쌍둥이다. 같은 날,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심지어 외모도 똑 닮은 그런 쌍둥이. 비록 떨어져서 자랐으나 성년이 된 지금도 분명 사요의 외모는 히나 자신과 닮았을거라 생각한다. 귀족가문에선 쌍둥이의 탄생을 불길하게 여기는 미신 아닌 미신이 있었다. 저주받은 쌍생아가 태어나는 순간 그 가문은 불행해질 것이며, 그 쌍생아가 태어난 마을에도 재앙이 내릴 것이라는 그런 전설....


히나와 사요의 부모님은 쌍둥이 딸이 태어났을 때, 장녀인 사요를 외동딸로 세상에 알리고 둘째인 히나를 남들 몰래 키웠다. 유년 시절의 히나는 부모님의 성 안 깊숙한 곳, 하인들조차 모르는 지하실에 갇혀서 살았다. 그런 히나의 존재를 알고 히나의 곁을 지켜주는건 오직 사요 뿐이었다.


“히나,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어린 히나가 어두운 지하실에서 두려움에 떨 때마다 밤 늦은 시간 부모님 몰래 찾아와 함께 잠들어주던 사요. 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고, 히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었다. 어린아이였고 동갑이었지만 분명히 사요는 언니노릇을 했다. 그러다 그 사건이 발생했다. 사요와 히나가 함께 잠든 그 날 밤, 히나의 실수로 양초가 쓰러져 지하실에 불이 난 것이다. 하인들은 사람이 없는 지하실이라 여겼지만 부모님은 히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다른 무엇보다 사요가 그 지하실에 함께 있다는 사실에 놀라했다.


그들에겐 버려진 존재나 다름 없는 둘째 딸보다 대외적으로 가문의 후계자로 알려진 사요가 더 중요했다.


“너 때문에, 사요가 죽을 뻔했어.”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부모님은 히나를 혐오했다. 고작 다섯살 난 아이가 무얼 알겠냐만은, 그들은 모든 것을 히나 탓으로 돌렸다. 특히나 하인 중 한 명이 지하실에서 사요를 구하다가 히나를 발견 했고 ‘저주 받은 쌍생아’에 대한 의심을 보였단 사실에 부모님은 분노를 표출했다. 아버지는 그 하인을 죽여버렸다. 그리고.... 히나에게 가면을 씌웠다.


철로 만든 가면. 누구도 히나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그런 가면.


“언니, 깨어났어?”


정신을 잃은 사요가 깨어났을 때, 히나는 가면을 쓴 채로 그런 사요 앞에 있었다.


“누… 누구…?”


사요는 히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몰라보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히나라는 동생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렸다.


“기억상실증입니다. 아무래도 연기를 들이마시고 뇌에 손상을 입으신 것 같아요.”


의사는 사요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했다. 사요는 자신이 쌍둥이라는 것, 끔찍이 아끼던 히나라는 동생이 있다는 것, 그 모든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이는 히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 돼… 언니….”


히나는 울면서 사요에게 매달렸지만, 사요는 가면을 쓴 이상한 아이가 왜 자신에게 이러는거지...? 하며 의아해 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야속한 부모님, 매정한 부모님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했다. 그게 다였다. 그들은 사요가 히나를 기억하지 못하니 더 이상 히나를 집에 데리고 있을 필요 없다고 판단 했다. 지하실에서 키우는 것조차, 마을 사람들과 사요의 곁에 두는 것이니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가문에선 쌍생아가 태어나면 외부에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죽였다. 그래도 나는 자식에 대한 정이 있어 네 목숨을 살려주는 것이니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냉정한 아버지.... 히카와 성주는 귀여운 막내딸 히나를 붙잡아 아무도 가지 않는 외딴 성에 가두어 버렸다.


“혹시라도 사람이 나타날 것 같으면 반드시 가면을 쓰거라. 누구도 네 얼굴을 봐선 안 된다.”


철가면. 히나에게 그 가면을 던져주고, 하루에 한 번 하자와 가문의 사람들이 히나를 돌봐주러 올 것이란 말을 남겼다. 그 후로 부모님은 히나의 생일 때 작은 선물을 보내줄 뿐, 히나를 만나러 오지도 않았다. 히나는 그렇게 방치되었다.


“보고싶어, 언니....”


보고싶은 유일한 사람, 그리운 유일한 사람은 언니밖에 없었다...
거울을 바라보니 밝은 민트색 단발머리의 자신이 보인다. 성인이 된 언니는 어떤 모습일까? 역시 나와 똑 닮았겠지? 히나는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습관처럼 또 철가면을 쓴다.


***


“이 그림 좀 보세요. 푸른 장미에요.”


츠구미가 가져온 그림엔 한 송이의 푸른장미가 꽃 피워져 있었다.


“푸른 장미를 꽃 피울 수 있는 씨앗은 없어요.”

“흠~ 그럼 이 그림은 어떻게 그린거야?”

“수소문 해보니 이 화가가 특별한 종 교배 작업으로 간신히 푸른 장미 한 송이를 피웠다나봐요. 근데.... 알아보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래요. 그래서 어떻게 성공했는지 물어볼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히나 아씨.”

“아니야, 츠구짱 잘 못이 아니잖아~ 어쨌든 나는 이걸로 충분히 룽한 생각이 났어.”

“룽한 생각이요?”

“성공한 사람이 있는거잖아. 푸른장미! 다른 사람이 성공했다면 나도 가능할거야. 내가 머리는 좋잖아?”


비록 성 안에 갇혀 살고 있으나 이 곳 서재에 있는 수많은 책을 막힘 없이 읽고 그 내용을 모두 암기하고 활용하는 히나는 자신의 재능과 지성이 범상치 않다는걸 알고 있었다. 츠구미도 이따금 히나의 비범함에 ‘아씨는 천재일지도 몰라요’하고 했다.


괜찮아. 비록 세상에 푸른 장미를 피울 씨앗이 없다해도 내가 만들면 되니까.


“부탁한건 가져왔어?”

“네, 여기.”


푸른장미는 없지만 보라색, 노란색, 하얀색 등 여러 색상의 장미 씨앗을 받았다. 이 씨앗들과 다른 꽃들의 유전자를 활용해 반드시 푸른 장미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성 안에서 혼자 지내다보면 바깥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잘 모른다. 츠구미한테 물어보지 않으면 히나는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전혀 알지 못 한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또 흘렀다.


***


“저기요, 이 정원은 당신의 것인가요?”


그 날도 히나는 어김없이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새롭게 심은 장미의 씨앗은 나무를 피웠고 어쩌면 이번엔 정말로 푸른 장미를 꽃 피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신이 난 히나였다. 그 순간, 츠구미가 아닌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아… 아… 가면을 어디 두었더라....’


“저기요?”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고 싶었지만 절대 얼굴을 보여주어선 안 돼. 이 성은 철저히 잠겨 있는데 어떻게 들어온거지? 츠구짱은 어딜 간 거야. 히나는 얼굴을 가리고 서둘려 정원을 떠나 성 안으로 도망쳤다.


‘누굴까… 누굴까… 지금 돌아가도 있을까?’


가면을 쓴다. 들키지 않도록, 사요를 닮았을 이 얼굴과 민트색 머리카락을 숨기기 위해 철가면을 쓰고 나간다. 다시 돌아간 정원에는 놀랍게도 히나 자신과 똑같은 민트색의 긴 머리를 바람에 흩날리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히나보다 조금 더 키 크고 스타일이 좋은 것 같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었다.


‘언니….’


단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모를리 없잖아. 그토록 그리워 했던, 보고 싶었던 언니였다. 히카와 사요. 히나의 상상 그대로였다. 히나보다 더 샤프하고 어딘지 모르게 창백한 얼굴이지만, 결 좋은 피부에 오똑한 콧날과 작은 입술, 거울속 나를 그대로 닮았다.... 그런데 나보다 더 아름다웠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단순히 유일한 혈육을 만나 반가운 것이 아닌, 조금 다른 이상한 감정이었다. 왜 이렇게 떨리고, 또 왜 이렇게 행복할까.


“꽃이 엄청 많네요. 우리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것 같아요.”


사요는 히나의 가면에 대해 묻지 않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왜 그런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냐 묻겠지만 신기하게도 그녀는 가면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더 예쁜 꽃을 키우고 있어요....”


히나는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사요에게 회답했다.


“더 예쁜 꽃이요?”

“네… 푸른색 장미를 만들고 싶어요.”

“푸른 장미? 그런게 있었나요?”

“....없어요. 그래서 만들려고... 물 주고 있었어요.”


히나는 제 앞의 작은 나무를 가리켰다. 이 나무에서 푸른 장미가 피어나길 바란다. 푸른 장미는 의 꽃 말은 기적이라는데, 언니인 사요가 지금 이 곳에 있는 것은 바로 그 기적이 이루어진게 아닐까....


“정말 푸른 장미가 꽃 핀다면 정말 예쁘겠네요.”


사요는 다정하고 웃었다. 그 미소에 히나는 가슴이 간지러웠다. 뭔가.... 기뻤다.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푸른 장미를 피워야겠다고 다짐한다.


“하, 한 달쯤 지나면 꽃 필 것 같은데! 그 때 보러 올래요?”

“아…. 한 달이요?”


사요는 조금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니 갑자기 히나의 감정도.... 함께 아파오는 것 같다.


“안 되나요….?”

“음… 한 달 뒤 제가 여기 없을 수도 있어서....”

“왜요?”


순진무구한 얼굴로 묻는 히나의 얼굴을 보면서 사요는 고개를 저은다.


“아니, 아니에요.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으니까. 한 달 뒤에 가능하다면 또 여기 놀러올게요. 정말... 예쁜 정원이네요.”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나... 평생 언니를 피해서 지내야 하는데, 절대 만나선 안 되는 사람인데... 이런 미련을 가져선 안 되는데....


“꼭 올게요. 그 때 푸른장미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 쪽도.”

“네?”

“당신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 한 거에요.”


아... 기쁘다. 히나는 자신도 모르고 함박 웃음을 짓게 된다. 가면 속 얼굴.... 가면만 보고 있는 사요는 이런 히나의 기뻐하는 얼굴, 감정을 모를테지. 아쉽다. 감정을 드러낼 수 없구나. 솔직하게 내 얼굴을 보여주고 진심을 전할 수 없구나.


나란히 앉아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꽃이 예쁘다, 바깥 세상엔 무엇이 있다, 이 성에 혼자 살면 심심하지 않느냐 등등.... 츠구미가 아닌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언니와 대화라니. 히나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제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아, 시간이 벌써.....”


안 돼, 가지마요. 날 두고 가지마요, 제발.... 어느새 석양이 진 하늘을 바라보며 사요는 해가 지고 있음을, 자신이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히나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지금 떠나면 한 달 뒤, 혹은 그 이후에도 못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제발 가지 말라고, 조금만 더 함께 있어 달라고 애원하고 싶은데...


“성주님.”


츠구짱의 목소리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거야? 왜 갑자기 나타나는거야? 혹시 나와 언니가 함께 있게 해주려고 일부러 자리를 피했던 건가? 그렇다면 차라리 계속 피해주지 왜 지금 나타나는거야.


“하자와씨. 슬슬 가야겠어요.”


뭐야.... 언니를 부른 사람이 츠구짱이었나. 뭐야 도대체. 가지마, 제발.


사요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츠구미는 사요가 타고 갈 가마를 준비하겠다며 정원 밖으로 나간다. 히나는 사요의 비단옷 끝자락을 잡았다.

용기를 내야 하는데....


“할 말… 있으신가요?”


사요가 물어보지만 대답하질 못한다.
히나는 망설이다가 두 팔로 사요를 꼭 껴안았다. 사요는 그런 히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게, 포근하게 안아준다. 아주 잠깐이지만 서로의 체온이 온전히 느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서로의 몸이 떼어질 때 사요는 히나에게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에 만날 때엔... 조금 더 긴 머리면 좋겠어요.”

“머리…요?”

“가면 속의 모습을 볼 순 없지만, 머리 길이가 좀 짧은 것 같은데... 맞죠?”

“으응…. 맞아요.”

“머리를 기르면 좋겠어요.”


무슨 소리지? 가면에 가려져 민트색 머리카락을 볼 수도 없을 것이고.. 왜 갑자기 머리를 기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히나는 언니가 기르라고 한다면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말 가야 할 시간이에요.”


사요는 히나를 향해 다정하게 웃었다.
아... 이제 정말 보내야 하는 시간이구나. 제발 떠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나는 언니가 좋은데.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고, 그리웠다고. 이제 날 두고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 가면을 쓰고선 말할 수 없다.


히나는 차마 가면을 벗지 못 했다. 솔직하게 진심을 말 하지 못했다.
그렇게 사요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


기적이다. 이건 기적이야. 사요가 다녀간지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드디어 새로 키우던 정원의 나무에서 장미꽃이 피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모두가 믿지 않았던 바로 그 푸른 장미였다. 드디어.... 푸른 장미를 꽃 피웠다.


“빨리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다. 빨리....!”


어서 언니가 오면 좋겠다. 히나가 아는 사요는, 츠구미가 말해준 사요는 정직하고 좋은 사람이니까 반드시 올 것이다. 약속 했으니까 틀림없이 올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정원의 꽃이 조금씩 더 피기 시작했다. 히나가 나무를 심었던 그 부근이 전부 다 새파란 색상으로 물들었다. 푸른 장미로 가득한 정원... 마을 사람들이 본다면 아름다운 기적이라 수근댈 것이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이 것을 바라보는 순간과 설레는 감정을 사요와 공유하고 싶다. 히나는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히나 아씨…”


하루종일 정원에 쪼그리고 앉아 사요를 기다리는 히나의 등 뒤로 츠구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츠구짱? 급한게 아니면 이따가 얘기 할래?”

“그게 아니라….”

“뭐야?”


츠구미는 울고 있었다.


“성주님은... 오시지 않아요.”

“무슨 소리야?”

“오실 수 없어요....”


그 날 히나는 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푸른 장미가 풍성하게 핀 꽃 밭을 바라보며 차라리 지금 이 모든 것이 꿈이면 좋겠다고, 제발 꿈에서 깨어나게 해달라고 날카로운 장미 가시에 손이 찔려가며 꽃을 꺾었다. 손에 핏물이 흥건이 묻어나지만 꿈에서 깨어나지 못 했다.


말 하지 못 했는데....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다시 만난 그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내가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솔직하게 진심을 전하지 못 했는데....


히나는 울부짖으며 가면을 벗어 던졌다.


***


시간이 제법 흘렀다. 히나는 사요의 죽음을 접한 후, 언니의 뒤를 따라 죽으려 했지만 츠구미를 통해 들은 사요의 유언 때문에 차마 목숨을 끊을 수도 없었다. ‘히나가 세상에 나와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게 사요의 유언이었다. 슬퍼하는 히나를 보고 싶지 않아 솔직하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죽어가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쌍생아를 불길하게 여기니 히나의 존재에 대해 솔직하게 밝힐 순 없지만 분명히 성장한 히나와 사요는 똑 닮은 얼굴이니까. 히나가 머리를 기르고 조금만 꾸민다면 사람들은 사요라고 믿어줄 것이다.


그렇게 히나는 사요 그 자체가 되어 세상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다. 죽은거나 다름 없이, 하루 빨리 세상을 떠나 사요를 다시 만나고 싶다 생각하며... 그러나 사요가 바란대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간다.


침대 머리 맡에는 시약을 사용해 시들지 않도록 말린 푸른 장미 한 송이가 유리상자 안에서 히나를 반기고 있었다. 차마 찢어버리기도, 그렇다고 이젠 다시 만들고 싶지도 않은 슬픈 기억의 장미....


누가 푸른 장미의 꽃 말을 기적이라 했던가.
히나는 생각한다. 푸른 장미에게 어울리는 꽃 말은 전하지 못한 진심이라고.


The End.


——

BTS의 전하지 못한 진심이라는 노래 듣다가 가사 비하인드 스토리 보고 삘 받아서 쓴 글.
그저 히나사요 찌통물 보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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