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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16.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11 00:37:02
조회 580 추천 26 댓글 5
														


 이 전 편 들 모 음.


 16. 마음 알려주기




 잘 만든 쿠키는 홍차와 더 어울릴까, 커피와 더 어울릴까? 마츠바라 카논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카페를 탐방해보았지만, 그 질문의 해답은 아직 미처 줄 수 없었다. 


 잘 끓인 커피와 홍차는, 쿠키와 잘 어우러지면서도 각자의 매력을 확실하게 내뿜는다. 설탕 향이 달콤하고, 꽃향기처럼 향긋하기도 한 그러한 향기를.  


 항상 바쁘다며 “빨리, 빨리.”를 입에 매단 사람들도 카페에 있을 땐 여유로워지곤 한다. 브라스 소리가 인상적인 재즈 느낌의 음악. 커피와 홍차 그리고 스콘과 티라미수 같이 달달한 것들. 그들에게 몸을 맡기면, 지금 이 세상이 아닌 흡사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츠바라 카논은 카페를 좋아했고, 때때로 세상 사람들은 모두 카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낙관적인 생각도 종종 했다.  


 물론 세상 사람들 모두의 감성이 마츠바라 카논과 같은 건 아니었고, 지금 제 앞에 있는 ‘후배’도 그러한 슬로 감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카논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잔을 들었다. 대화를 위해 근처 카페로 오긴 했는데 막상 자리에 앉으니 어색하고, 또 표정을 살펴보니 제 앞의 후배는 홍차에 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생각해보고 주문을 했을 텐데, 부정할 수 없는 실수였다.   


 좋은 예감은 몰라도, 슬픈 예감은 항상 적중하기 마련이다. 토모에는 홍차를 한번 마셔보고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녀가 평소 먹는 음식들은 돈코츠 라멘 같은 강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음식들 위주였기에, 솔직한 생각으론 도대체 이런 걸 뭔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를 정도였다. 


 “그...”


 “저...”


 시간만 보낼 수 없었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그대로 서로 허공에서 겹쳐 들어갔다. 그 덕분에 다시 서로 눈치를 볼 위기에 봉착해버리고 말았다.  


 “아, 먼저 말씀하세요.” 


 그러나 더 이상 세월아, 네월아 할 수 없었던 토모에가 먼저 사람 좋은 미소를 꾸미고 말했다. 히마리만큼은 아니었지만, 토모에도 어디 가서 친화력으로는 잘 안 꿇린다. 이게 다 상점가 덕분이다. 


 “치사토 쨩이랑은... 그... 어떤 사이야? 우다가와 씨?”


 카논은 며칠 전부터 자신들을 따라온 이 키 큰 후배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분명 학교도 다르고, 학년도 다른데 이 후배는 치사토 쨩을 애가 타는 목소리로 요 몇 일간 계속해서 불러왔다. 신경은 처음부터 쓰였지만, 저의 손을 잡은 치사토 쨩의 표정이 너무나 억세어서, 차마 말을 걸 수가 없던 참이었다. 


 그런데 행운의 여신이 이번엔 미소를 지어주었는지, 이렇게 직접 얘기할 기회가 찾아왔다. 마츠바라 카논은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항상 노력은 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토모에에게 전했다.  


 “그러게요.” 


 그러나 토모에는 그런 카논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치사토 선배랑 저, 도대체 어떤 사이려나.” 


 토모에는 조금 씁쓸히 웃었다. 저가 시라라기 치사토란 사람에게 품은 감정은 꽤나 복합적이었다. 서운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고, 미안한 감이 들기도 했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중 가장 큰 마음을 꼽아보자면, 역시 화가 나는 마음이긴 했지만. 


 “후에에...”


 토모에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카논은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잔을 들고 홍차를 한번 홀짝였다. 어째서일까, 평소보다 떫은맛이 조금 더 강하게 났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까요.”


 “말하기 어렵다면 괜찮으니까...”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니니까요.”


 카논의 말에 토모에는 선을 그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카논 선배가 치사토 선배와 저의 사이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안 그래도 치사토 선배에겐 폐를 끼친 게 많은데, 이 이상 신경 쓰일만한 일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냥 친한 선후배 사이예요. 치사토 선배랑은.” 


 그래서 토모에는 조금 무미건조하게, 치사토와 자신의 관계를 일축시켰다. 사실 평범한 선후배 사이라고 하기엔, 학교가 달라 만남부터 무리가 있는 사이였지만. 


 “...그렇구나.”


 카논의 말을 듣고는 토모에도 다시 잔을 들었다. 맛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카논 선배는 따뜻할 때 먹으라고 했지만, 그냥 먹기에는 역시 영 무리가 있는 맛이었다. 


 “긴가민가해서 묻는 거지만, 카논 선배... 혹시 밴드하세요?”


 다시 홍차로 주제가 넘어갈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 침묵이 덮칠까 싶어, 토모에는 황급히 떠오른 화제로 말을 대신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


 바늘에 아가미가 꿰인 생선처럼, 카논은 펄떡하고 토모에의 말에 날아올랐다. 토모에도 한결 반가운 표정을 띄우고 말을 이어갔다. 

 

 “아, 역시 맞구나.”


 서로에게 공통된 주제만큼, 서로 친해지기 쉬운 주제가 또 없다. 


 “라이브 클럽에서 뭔가 얼핏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근데 저희 드러머들은 뒤에 있으니까, 인상이 항상 흐릿하잖아요.”


 평범한 밴드라도 드러머는 쉬이 눈에 띄지 않을 자리인데, 하물며 카논이 속한 헬로 해피 월드는 더 그럴만도 했다. 헬로 해피 월드가 라이브를 할 때, 공연장에서 주로 눈에 띄는 사람은 세 사람. 보컬 츠루마키 코코로와 베이스 키타자와 하구미, 그리고 세타 카오루였다. 


 처음 헬로 해피 월드의 공연을 볼 때도 그런 느낌이 강했다. 합주는 폼이고, 라이브 퍼포먼스에만 치중한 밴드인가 싶었는데.  


 “마츠바라 씨 드럼, 기본기가 탄탄하셔서 엄청 좋은 소리를 내니까요.”


 퍼포먼스와 사운드에 밀려 살짝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정갈하면서도 능숙하게 리듬 사이를 건너다니는 드럼 소리가 토모에의 머릿속에서도 꽤나 인상 깊었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소리를 낼 수 없다.


 “토, 토모에 쨩도 밴드하고 있어?”


 카논이 홍차가 든 잔을 두 손으로 꼭 잡고, 토모에를 향해 은근한 눈치로 물어보았다. 갑자기 쨩인가. 뭔가 거리감이 확 줄어든 느낌이다. 


 “네, 하네오카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밴드하고 있어요. 물론 저도 악기는 드럼 써요, 드럼.”


 “그렇구나... 어쩌면 라이브 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겠네.”


 카논은 머릿속에서 곰곰이 토모에와 밴드를 같이 그려 넣어보았다. 일단 어느 자리든 키가 큰 게 밴드맨으로서 좀 먹고 들어간다. 게다가 싹싹한 후배의 모습과 드럼도 썩 잘 어울렸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게 조금 부럽기도 했다.    


 “마츠바라 씨?”


 카논의 생각 풍선을 토모에가 바늘로 쿡, 찔러 터트렸다. 깜짝 놀란 카논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다시 토모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 미안... 가끔 이렇게 혼자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아서....”


 카논은 눈물을 조금 매달고, 고개를 떨어트렸다. 적어도 모르는 후배 앞에서는, 조금 더 믿음직한 선배이고 싶었는데. 역시나 행동은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카논은 평소에도 머릿속에 잔뜩 잡생각과 생각으로 포장한 걱정이 많았다. 그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철도를 다니는 기차처럼 머릿속을 헤집곤 했다. 그래서 평소에 길을 자주 잃고, 물건들을 자주 떨어트리고 마츠바라 씨는 덜렁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헬로 해피 월드를 결성하고, 이제는 그러한 이야기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들려오는 것까진 역시 어찌 할 수 없었다.    


 “저... 토모에 쨩, 우리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카논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주제를 되짚는 질문을 했다. 카논이 이런 질문을 할 때, 대부분의 동급생들은 카논에게 면박을 주거나, 뒷담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입 꼬리는 웃었지만 여전히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동급생도 그러한 느낌을 받을진대, 후배는 차마 말할 것도 없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대부분의 후배들이 ‘시간을 거스르는 마츠바라 선배’ 뒷소문을 듣고는 카논을 꺼려했다. 


 “밴드 이야기까지 했어요. 정확히는 드럼 얘기까지.” 


 그러나 토모에는, 카논의 예상과는 달리 짐짓 쾌활히 웃어보였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처럼, 활짝. 초등학교 때부터 사람의 표정에 민감했던 카논이어서, 그녀는 토모에의 미소가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자신의 친구인 시라라기 치사토가 얼마나 좋은 후배를 뒀는지 또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토모에 쨩.”


 그리고 그 특유의 성격 때문에, 이 좋은 후배를 얼마나 고생시키고 있는지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카논은 다시 잔을 들었다. 잔 안에는 홍차가 별로 많이 남지 않았다. 더도 아닌 덜도 아닌 딱 한 모금 정도. 


 “네.”


 이정도면 남은 스콘을 먼저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카논은 잔을 내려놓고 이번엔 조심스레 포크를 들어 스콘을 살짝 찍어보였다. 


 “치사토 쨩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솔직하지 못한 애야.”


 빵 사이에 가득 낀 생크림이,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툭 튀어 나왔다. 



 치사토 쨩은 착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자기한텐 너무나도 엄격해.


 치사토 쨩은 조금 계산적인 면도 있어, 그렇지만 그렇게 똑똑하진 않아. 


 치사토 쨩은 많이 노력파야. 그렇지만 사람들 앞에선 천재인 척을 해.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아서. 


 치사토 쨩은 거짓말도 잘해. 그래서 그게 가끔은 얄미워. 조금만 더 의지해줬으면 하는데, 항상 즐거운 이야기만 하려고 하거든.


 마지막으로... 치사토 쨩은 외로움을 잘 타. 그래서 고양이보단, 강아지를 훨씬 좋아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마쳤을 땐, 어느새 노을빛이 토모에의 새빨간 적발을 붉게 태우고 있었다. 길을 자주 잃어버리는 카논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토모에는 홀로 길을 걸었다. 


 가로수 사이로 드문드문 단풍나무들이 보였다. 어느새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은 단풍잎들. 그걸 바라보던 토모에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폰을 만져보았다.   


 “뭐야, 진짜...” 


 문득 들어버린 생각을, 그녀는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채 입에 담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무런 문맥도 없이 입에선 툴툴거림이 튀어 나왔다. 그렇게 새어 나온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토모에는 스마트폰을 꺼내 바로 SNS 메시지 화면으로 넘어갔다. 


 “치사토 선배, 복 받은 줄 아세요.”


 그녀는 그룹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두었다. 그녀가 활짝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그녀도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진~~~~~짜 좋은 친구 뒀잖아.”


 엄지손가락을 몇 번이나 움직여 놓고는, 그래도 전송 버튼에서 살짝 고민했다. 그러나 카논 선배의 모습이 눈에 밟혀서, 치사토 선배의 얼굴도 눈에 밟혀서 토모에는 그대로 전송 버튼을 꾹 눌렀다. 


 아직 읽지 않았다는 표시인 숫자 1이, 오늘따라 밉지 않게 보인다. 


 ‘내일도 기다릴게요. 연기 얘기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모쪼록 거짓말은 후배의 귀여운 애교로 봐주었으면 한다. 



 - 


 유식아 이게 서버냐, 이게 갤러리냐.


 병신 컴으로 글 올리려고 15분이나 까먹었다 야발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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