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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야치사/납량특집] 방송이 끝난 뒤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29 00:23:52
조회 694 추천 18 댓글 5
														
본격 한여름 특집

하나도 무섭지 않은 납량특집 3부작

그 3편

*

심야의 촬영이 끝나고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온 때 였습니다.
한 때는 완전히 무명의 아이돌이었고 사실 지금도 유명해졌다는게 실감이 잘 안나긴 하지만, 이렇게 스케줄이 복잡하고 밤 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이제는 제법 잘 나가는 아이돌 밴드라는걸 실감하고는 해, 육체적으로는 힘들긴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힘든 건 힘든 것 이었습니다, 내일은 쉬는 날이기도 했고, 연습이 있긴 했지만 오후에나 있으니까 일단 씻고 푹 쉬어야지 싶은 생각으로 버릇처럼 TV를 틀고는 곧장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니, 옮기려던 차 였습니다.
칙, 치직, 하는 소리가 TV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쪽을 쳐다보자 평소라면 뉴스 같은것이 흘러나올 화면에는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은 채 노을진 하늘만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고장났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옆 쪽을 톡톡 두드려주었지만 변함없이 계속 노을진 하늘만을 비춘 채 였습니다. 그러던것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야말로 갑작스럽게라도 좋을 정도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방송입니다]

괴기한 음악소리를 배경으로 마치 기계가 말하는 것 처럼 아무런 감정도 톤도 없는 여성의 목소리였습니다. 무슨 방송인지 궁금증이 생겨서 앉은 채로 화면을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씻어야 한다는 당초의 목적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화면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점점 뜨기 시작한 그것은 어느새인가 백 명을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적힌 나이는 어린아이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늙은 사람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빠른 속도로 흘러나와 4분정도가 지났을까요, 무엇을 기준으로 이름이 나오는건지도 모르겠고 어쩐지 기분 나쁜 방송이다 싶어서 끄려던 차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습니다.

[시라사기 치사토(17)]

같은 멤버인 치사토 짱 이었습니다.
동명 이인인가 했지만 나이를 보니 제가 아는 그 치사토 짱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치사토 짱 까지도 이름이 나오다니 도대체 무슨 방송일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끄려던 행동을 그만두고 다시 소파에 앉았습니다. 마침 치사토 짱이 마지막이었는지 나오던 이름들은 처음처럼 아무런 전조도 없이 끊기고, 곧 이어서 다시 무기질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이상이 내일의 희생자 명단 입니다. 모두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 말을 듣는 순간 핏기가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NNN방송이라는 괴담을 아시나요?

흔히 방송이 끝난 뒤 라는 괴담으로 알려진 이 괴담은, 정규 방송이 끝난 뒤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야 정상일 TV화면에 기분 나쁜 화면이 나오고, 기분 나쁜 노래와 함께 다음 날 죽을 사람의 목록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괴담, 입니다.

괴담 이겠지요.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몸은 그렇지 않은 듯 했습니다. 그 방송이 신경쓰이는 바람에 그 날 잠을 설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날이 밝자마자 곧장 치사토 짱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침 일찍이라 아직 자고있는건 아닐까?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저 방송이 사실이고 나는 이미 늦은게 아닐까? 하는 제 걱정은 다행히도 기우로 끝난 모양인지 활기찬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습니다.


[어머, 아야짱? 일찍 일어났네?]


"아, 응! 치사토 짱! 좋은 아침! 치사토 짱도 일찍 일어났네?"


[오늘은 간만에 연습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레온의 산책을 시켜줄까 하고]


웃으면서 대화를 하고 있긴 했지만 마음은 전혀 편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괴담이 사실이고 제가 본 방송이 맞다면 치사토 짱은 오늘 죽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걸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와! 그거 재밌겠다! 나도 같이 할래!"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녀한테 그렇게 말하자 잠시 고민하는 듯한 치사토 짱의 신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끄응하고 앓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알겠다고, 그러면 30분 뒤에 공원에서 만나자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습니다.

끝나자마자 곧장 준비를 마치고 공원을 지나쳐서 치사토 짱의 집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은 30분 뒤 공원, 그렇지만 공원까지 오는 내내 그녀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노릇이니까요, 하루종일 운이 안좋은 상태일텐데 그런 그녀를 혼자 둘 순 없었습니다. 물론 레온이 있긴 했지만...

전력으로 달리니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숨을 헐떡이면서 그녀의 집 앞에 가 문을 똑똑 두드리자 안에서 한 번 짖는 소리와 함께 치사토 짱이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어머, 아야 짱. 일찍 왔네?"


"에헤헤, 치사토 짱...빨리...보고 싶어서..."


숨을 헐떡이면서도 평정심을 가장하면서 그렇게 말하자 살짝 감동받았는지 그녀가 절 껴안아주었습니다. 방금 씻은 모양인지 치사토 짱의 달콤한 향기에 감쌓여서, 정말로 편안해서 이대로 잠들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잠들면 안돼지, 고개를 젓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일찍 온 이유는 이게 아니었으니까요. 금방 준비를 마치고 나온다며 집 안으로 들어간 치사토 짱의 뒷 모습을 보면서 제가 다짐하듯이 주먹을 쥐고 화이팅을 한 번 했습니다.

반드시 지켜줄께, 치사토 짱!


*


레온의 산책 이후 연습 직전 까지 다행히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역시 기우였을까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러다가 진짜로 불의의 사태가 일어나면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잘 대처하지 않으면-

그렇지만 치사토 짱을 신경쓰느랴 연습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연습 내내 계속 치사토 짱을 쳐다보느랴 음이탈은 물론이고 박자 미스에 마지막에 가서는 가장 기본적인 가사까지 틀려버리는 바람에 다른 멤버들이 조금 어이없어 하는게 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연습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걸까요, 쉬는 시간에 치사토 짱이 잠시 둘이서만 보자고 손짓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스태프 씨도 멤버들도 없는 자그만한 방 안에 들어가더니 그녀가 제 어꺠를 붙잡았습니다.


"아야 짱, 무슨 일 있어? 평소답지 않게 집중을 못하고 있는데."


"치사토 짱...아냐, 그냥 잠을 못 자서 그래."


제가 졸린 척 눈물을 닦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야 짱, 거짓말 못해서 얼굴에 다 드러나는거 알지? 나한테도 솔직하게 말해줄 수 없는 일이니?"


그렇게 티났던걸까요, 놀라서 제 얼굴을 매만지자 그녀가 솔직하게 말해달라면서 다시금 제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그녀가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아니면 내가 죽을까봐 그래?"


"치사토 짱? 그게 무슨..."


"어제 새벽에 한 방송 말이지? 오늘의 희생자가 어쩌구 하던 그 방송."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그걸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는지 그녀가 이마에 손을 집은채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래,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나한테서 안떨어지려고 한거구나...그런식으로 뭔가 납득한건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야 짱, 그건 그냥 미신이야. 걱정해준건 물론 고맙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그치만! 그치만...흑, 치사토 짱이 진짜로 죽으면 어떻게 해..."


치사토 짱의 말에 오늘 하루종일 느꼈던 불안이 터져서 살짝 눈물이 나왔지만 그것을 집어삼켰습니다. 그 방송을 봤다면 지금 가장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건 아마도 치사토 짱이니까, 자신이 나약해지면 안되겠지요.

한편 그런 저를 보던 치사토 짱이 잠시 어이없다는 미소를 짓다나, 이내 쿡쿡 미소지은 다음 절 그대로 껴안아주었습니다.


"응, 그래야 아야 짱이지. 좋아, 그러면 아야 짱, 날 지켜줄 수 있어?"


"치사토 짱! 응! 지켜줄 수 있어!"


에헤헤 웃으면서 치사토 짱한테 다짐이라도 하듯 몇 번이고 지켜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제 귀를 살짝 깨물었습니다. 꺅! 살짝 비명을 지르면서 제가 화들짝 놀라자 그녀가 제 귓가에 대고는


"그러면 결혼하자"


그렇게 말해서, 치사토 짱이 아니라 제가 심장마비로 죽을 뻔 했습니다.

결혼? 여기서? 갑작스럽게? 방금 이야기 어디에서? 아니, 기쁘긴 하지만! 여러 생각이 머리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거야 오늘 죽는다고 한건 시라사기 치사토잖니? 지금 당장 결혼해서 마루야마 치사토가 되면, 죽을 일도 없지 않을까?"


"...그런거야?"


"그런거지."


치사토 짱의 말을 들으니까 어딘지 모르게 납득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방금 전 까지 들던 생각은 어디론가 날라가고 이내 그녀의 양 손을 꼭 붙잡았습니다.


"응! 그러면 결혼하자! 에헤헤..."


"후후, 역시 아야 짱은 웃는게 더 어울린다니까. 자, 그러면 우선 연습에 돌아가자. 빨리끝내고 혼인신고서를 올릴려면 지금부터 집중해서 끝내야겠지?"


치사토 짱의 말에 제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치사토 짱을 살렸다는 안심때문일까요? 다행히도 그 뒤의 연습은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그녀와 손을 맞잡고 나왔을 때에는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습니다.

동사무소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어서, 손을 잡은 채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


본격 하나도 안무서운 납량특집 시리즈가 이걸로 끝이 났네


이번 괴담도 조금 낡은 괴담을 채용했음


방송이 끝난 뒤라는 괴담인데 그 날 죽을 사람을 방송으로 알려준다는 괴담


이걸 이제 일 끝나고 돌아온 아야가 듣고 목록에 나와있는 치사토를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거지


치사토한테 들켜서 추궁당하다가 치사토가 그럼 결혼해서 마루야마 치사토가 되면 살 수 있어! 하고 그대로 결혼하는 느낌으로 써봤음


참고로 아야치사 떡밥은 1편부터 있었음. 궁금하면 한번 히나편 보고와보셈


이걸로 세 편 다썼다.


요즘 쓰는게 점점 재미도 없고 내용도 그런데 다음은 뭐쓰지...이제 그만 쓸 때가 됬나 싶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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