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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언니를 죽인 동생 - 1앱에서 작성

Rumi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30 03:33:16
조회 604 추천 23 댓글 4
														

"하하, 언니! 이 꽃좀 봐! 되게 예뻐!"
"어머,  그렇네. 그렇지만 실비아, 담을 넘어가지는 말렴. 옷이 더러워 질 테니."

철제 담장을 넘어가려는 동생을 말리며 어깨를 감싼다. 그게 맘에 들지 않았는지 볼을 부풀리며 철창을 마구 흔든다. 철컹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귀를 가득 채운다.

"허억!"

꿈이었다고 인식함과 동시에 놀라 눈이 떠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딱딱한 침대. 적당한 베개. 그리고 목과 발목에 걸린 쇠사슬까지. 감옥이다.

어쩌자고 옛날 꿈을 꾸었을까. 어릴적 사이좋게 놀았던 추억들. 눈을 감고 실제로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회상해 본다. 후후, 분명 철창을 기어코 넘어 꽃을 따 나에게 주었지.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감옥에 갇혀있으니.

나, 아우레아 프리드리히는 고귀하고 긍지 높은 왕가의 첫째딸로 태어나, 노쇠하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통치자가 될 터였다. 허나, 2년쯤 지나, 어머니가 임신하시고, 후에 동생인 실비아 프리드리히가 태어났다. 내가 3살 때였다. 동생이 생겼기에 언니가 되었다는 기쁨에 침대에서 방방 뛰다 어머니에게 된통 꾸중을 들었지. 후후, 그 때 생각만 해도 즐겁구나.

3년쯤 지나 실비아는 모든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저명한 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며 한손으로는 마법을 다루는 그녀는, 언니인 내가 보기에도 왕의 자리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나 탁월한 재능이었기에, 곁에 오는건 시녀와 부모님 뿐. 나머지는 모두 탐욕을 앞세운 한심한 앞잡이들이었다.  그리하여 다짐했다. 내가 동생을 지키겠노라 하고.

내가 8번째 생일을 맞았을 때, 동생이 갑자기 쓰러졌다. 체내에 있는 마력이 갈 곳을 잃고 폭주한 것이 원인이었다. 궁정마도사들이 겨우 안정화 시켰지만, 비단같던 금색의 머리칼은 마력의 여파로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런 동생 옆에서 놀라지 않게 밤새 있어 주었다. 자그마한 손을 꼭 잡고. 그러다 깜빡 잠들었을 때, 잠든걸 깨닫고 화들짝 놀라 일어났을 땐, 이미 실비아가 깨어나 나에게 인사했다. 머리가 샌게 뭐가 대수냐는 듯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후에 머리에 대해 물어봤더니,

-내 이름처럼 예쁜 은색인걸? 난 괜찮아! 오히려 언니랑 구분하기 더 쉬워졌는걸. 걱정하지 마!

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하, 동생은 늘 그랬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싶은 것들을 재량껏. 그렇기에 생각했다. 나보다 통치자의 자리에 어울리는게 아닌가-하고.

그런 일이 있고 시간이 흘러 15번째 생일에, 나에게 부모님이 와 말씀하였다. 이젠 왕직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라고. 그리하여 솔직히 말했다. 나보다 동생이 훨 총명하니, 동생에게 넘기는 것이 맞다고. 그리하여 후계자는 동생이 되었고. 나는 그저 한 명의 왕족이 되었다. 별 힘 없는.

그리고 눈 깜짝할 새 동생은 성인이 되었고, 어렸을 적 귀여운 얼굴은 어디 갔는지, 정숙한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니, 한켠으로는 대견하나 약간 슬펐다. 어미새가 아이를 떠나보내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후에 나는 적당한 재능과 마력을 발휘해 왕궁도서관의 사서로 들어가, 결국 도서관장이 되었다.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않고, 찾아달라는 자료만 넘겨 줄 뿐. 내가 원한 자리이다.

여느날처럼 책을 정리하며 목록을 확인하던 도중, 사무실 문을 열고 동생이 뛰어들어온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쇼파에 풀썩 드러눕고는 아리따운 은발을 바닥에 늘어뜨리며 내게 불평한다.

"하~ 지쳤어! 언니, 들어봐~ 오늘도 할아범들이 훈수를 두는데, 내가 보기엔 내 뜻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실비아. 말을 좀 더 예쁘게 해야지. 공석에서도 그러면 어쩌려고 그러니."
"체, 오자마자 그런말이야. 정말!"
"후후, 미안해. 어서 와 실비아."
"응! 안녕 언니!"

이린 일들이 많이 있었다. 정치계에 대한 물음부터, 백성을 위한 정책까지. 모든 질문에 약간의 도움만 주었을 뿐인데, 이미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답변이 나와, 대단한 정책들을 펼쳐나갔다.

어쩔땐 침실에 찾아와

"언니, 같이...자도 될까?"
"하하, 물론이지. 자, 이리 오렴."

내가 앉아있는 침대의 옆을 톡톡 친다. 그러자 달려와 나를 껴안으며 목에 고개를 파묻는다. 향기로운 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으음~ 언니 정말 좋아!"
"나도 네가 참 좋단다. 실비아."

이러한 일들이 일상처럼 지나가며 평상시처럼 도서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도중, 갑작스럽게 문을 박차고 들어온 기사들에 의해, 포박당해 동생 앞에 놓여진다.

죄목은 반역.

모함에 걸린 것이다.

"그, 그럴 리 없다! 내가 어찌 반역을 저지르겠는가! 저지를 능력이 되지 않거니와 어찌 혈족을 배반하겠는가! 경은 지금 당장 나 뿐만 아니라 왕가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다!"
"하, 과연 그럴까요? 이걸 보시고도 그런 말이 나오실까 궁금하네요..."

그 말과 동시에 마법으로 영상이 떠오른다. 익숙한 인테리어, 수 많은 책들. 내 사무실이다.

-...다면....과연....성공...힘들어....
-...동생때문에,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다니! 가만히는 못 있지! 언젠가는, 복수하고 말테다...
-일단은, 준비부터야...차근차근...

짧은 영상이 끝난다.

식은땀이 턱을 타고 흐른다.

저건 내가 아니다.

그렇지만, 내 사무실에서, 내가 말하고 있다.

허나 그런 기억은 없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되짚어보다, 갑작스럽게 한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시녀가 가져다준 차를 마시고 피곤해 깜박 졸았던 기억. 그 당시엔 철야를 해 그냥 피곤했겠거니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하니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처음보는 시녀에, 늘 먹던 맛이 아닌 약간 이상한 맛.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까 나온 영상에서 책상 위에는, 그 때 마셨던 찻잔이 놓여 있었다.

조종당한 것이다.

"아, 아닙니다! 왕이시여! 저 영상에서의 저는, 마ㅂ-"
"시끄럽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갈을 하며 일어나는 동생은, 아름다운 은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다가와 나를 지그시 내려다 본다.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에는 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분노, 허탈, 절망,

그리고 슬픔.

나를 뚫어져라 보던 그녀는, 홱 돌고는 읊조린다.

"저자를...탑에 가두어라. 내 마지막으로 주는 혈연으로의 선물이다."
"과연 공명정대한 왕이십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 작자가 가며 나를 힐끗 본다. 기분나쁜 웃음을 띄고는.

그 자가 떠난 후, 주위 군인들의 강철 건틀렛에 일으켜져 끌려가는 내게, 마지막 희망을 담아 애원했다.

"제발, 제발 실비아. 난, 난 아냐! 저건, 저건 조작된 가짜야. 실비아, 내 말좀 들어줘. 실비아, 실비아? 실비아! 안돼, 제발, 실비아!!"

허나 내가 끌려갈때까지,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홀로 왕좌에 남아 서 있는 그녀의 등은,

어릴 적 책을 읽던 동생처럼,

작고 왜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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