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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그제서야, 밤이 너무 긴게 아닐까 생각했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27 23:33:18
조회 913 추천 2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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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거 사먹는것보단 뜨끈한 국밥 한그릇 먹는게 더욱 포만감을 채우기 좋습니다.

키스할때 서로의 입에서 사골국물냄새가 나는걸 생각하면 두배로 즐길수 있습니다.

역시 풋풋한 커플 아니랄까봐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다음부턴 근처 국밥집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


비가 내릴듯말듯한 구름이였다. 


회색이 잔뜩 번져 해조차 가린 구름은 학생들에게 우산을 챙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지선다의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나도 물론 그 중 하나였다.


귓속으로 들어오지도 않는 수업의 내용은 뒷전으로 잠시 밀어둔채로, 창가 자리에서 먼지가 가득낀 창문 너머로 빗방울의 형체를 찾는다. 평소였다면 긴 우산이든, 접이식 우산이든 무엇 하나라도 챙겨왔을텐데. 


피곤해서 잊어버렸던건가. 분명히 부모님은 우산을 들고 가라고 하셨는데도.결국 가방 하나만 덜렁매고 학교로 터벅터벅 걸어온채로 몇 교시나 흘러갔다. 


뿌옇게 변해버린 창문은 머리를 절로 벅벅 긁게 만든다. 옆자리의 친구가 질색을 하지만 나하곤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다. 너는 우산도 가져왔잖아. 젠장. 젠장. 예비 교복도 없는데 어떡한담.


"있잖아, 아리사."

"응?"

"혹시 괜찮으면 그."

"그러고보니까 그거 말했었나?"

"어?"

"오늘, 카스미가 우산도 안가지고 온거 있지. 하! 그래놓고선 말이야. 나보고는 같이 우산을 쓰자면서 막 달라붙는데..."

"아, 그렇군요... 이치가야 씨."


아리사는 토야마 씨랑 우산 같이 쓸 생각에 완전히 헤벌레 입을 벌리고 다니길래, 대화중에 우산의 우자도 꺼내지못했다. 


토야마 씨가 얼마나 자기 허리를 졸라댔다던지, 벽에 대고 꾹꾹 눌러대는 통에 마지못해(중요하다며 세번 연속 귀에 때려박아 말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지나가던 시로가네 씨도 돌아보더라.) 허락했다는 이야기는...


젠장! 얼마나 떠들어댔으면 아직도 기억이 나는지.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는 쏙 뺴놓고 쓸모없는 남의 연애이야기만 잘 기억하는 이런 뇌는 없어져도 싸.


카논 씨도 오늘은 치사토 씨와 같이 간다고 했던가. 정신을 차려보면 주위의 모두가 전부 둘씩 짝을 지어 훈훈하게 큰 우산에 어깨를 끼워넣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아. 그 엄격하던 사요씨도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꿀떨어지던 통화를 하더라... 학교 규칙엔 교재 금지가 없었단 말인가? 학생회장마저 공개연애를 하고있다니. 시립고 서러웠다. 나는 겨우 시린 옆구리를 가리며 몸을 피했다.


그리하여 약간의 방황 끝에 교실로 돌아온 나는 결정했다. 나 하나의 편의를 위해 두 사람의 연애를 망칠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참으로 대인배적인 결정이다. 내 머리속에서 나왔다고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스스로가 불러온 결말을 마주하자. 더는 부탁할 친구가 없었던건 아니다. 나는 친구가 많다. 


어린아이의 친구 미셸이라면 자다깬 아이도 껌벅죽으며 나를 발로 차려고 달려든단 말이다. 자신감을 채우려고 한말이 도리어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울고싶다. 흐르는 빗물은 정말 눈물을 가려줄수있을까.


이리 거창히 말해봤자,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이렇게 초조하게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중이다. 나는 멍청이다. 내일은 꼭 우산을 가져올테니까, 오늘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비에 흠뻑 젖은 교복을 다시 빨고, 채 전부 말리지도 못한채로 축축한 기운이 남아있는 상의를 몸에 걸치고 싶지는 않단 말이에요. 


눈을 찡그리면서 까지 운동장을 바라보다가, 결국 창문을 조금 열었다. 열자마자 가을 특유의 나뭇잎 냄새가 훅 하고 밀려올라온다. 몸을 시리게 하는 한기 또한 동반한채로.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았다.


"빨리 닫아, 춥잖아...!"

"미안. 이렇게 추울줄은 몰랐네."


기겁하는 옆자리 친구가 팔을 여러차례 쳤다. 나는 몸을 웅크렸다. 찰싹찰싹. 차가워진 피부가 화끈거린다. 바람은 이제 가을이란걸 과시라도 하는마냥 시리도록 추웠다. 올해 겨울은 대체 어느정도일까. 가늠할수 없을 정도의 추위를 우리는 벌써부터 걱정해야 하는걸까.


-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다가 문득 창밖을 봤는데 물방울이 툭툭 내려오고 있었다. 곧이어 하늘에 구멍이 뻥 하고 뚫렸다. 내 마음도 뻥 하니 뚫렸다. 하늘이 나를 배신했다. 하늘이 내 존재를 알지조차 의문이지만. 나는 문도 열지 못하고 그 안에서 서성였다.언제가 심어뒀던 해바라기들이 전부 고개를 숙인채로 비를 맞고 있었다. 잎줄기 사이로 졸졸 내려오는 빗줄기는 보기만해도 차가워보인다.


"달리면... 덜 맞겠지."


그래, 이게 그나마 옳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럴때는, 보통 네가 내 옆에 있었는데. 나는 이제 네가 없는 세상에 있다. 멀리 떨어졌다는건. 거리가 닿지 않을정도로 멀어진거라면. 결국 너는 사라진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봐, 태양도 보이질 않잖아. 태양이 없으면 세상은 어두워져. 모든게 탁해져서 우울해지고 말아.


손으로 머리를 가린채로 비가 내리는 길을 뛰어갔다. 집까지 가면서 두번 넘어졌다. 긁힌 종아리엔 흙이 엉겨붙었다가 빗물에 쓸려내려갔고, 통증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지나도 아려서 더는 달리지못하고 나는 절뚝였다. 가방에 빗물이 짙게 스며들었다. 구겨져서 넘어진 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집에 도착하니 몰골이 꽤나 가관이였다. 부모님에게 등을 몇대 맞고 화장실로 들어가니 내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세수를 하다가도 상처에 물이 닿으니 나는 소스라쳤다. 한참을 상처부분을 손으로 가린채로 가만히 있었다. 


코코로, 지금 뭐하고 있어? 나는 오늘 비가 오는것도 까먹고 비를 맞았어. 너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을수 있었을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러지 못하지만 말이야. 가방을 열었더니 다행히도 끝부분만 젖어서, 지금은 전부 펼쳐두고 말리고 있어. 이런걸 다행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나도 틀렸나봐. 참으로 웃기지. 너는 이런 쓸데없는 것들에도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어서. 내 나름대로 추리해봤어. 어때? 재밌니?


너는 지금 뭐하고 있어? 답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항상 네가 좋을때만 나에게 말을 걸었잖아.

... 미안. 방금 말은 잊어줘.


침대에 누우니 저녁이였다. 별을 찾으려니 역시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잔뜩 끼어 아직도 하늘은 흐렸다. 달만이 아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서 덮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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