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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나메르 중독모바일에서 작성

ㅇㅇㅂ(223.38) 2019.09.08 03:22:25
조회 935 추천 40 댓글 3
														
시작은  박사님이었다.

처음에 나는 박사님께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떨리는 손, 붉어진 눈가, 흔들리는 파란색 눈동자, 사랑을 고백하는 목소리.... 이 모든 것을 지루한 영화를 보듯 턱을 괴고 무미건조하게 쳐다봤었다. 그 날 박사님이 입었던 옷 조차도 생각나지 않는다. 흐릿한 기억, 그 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었다는 반증이겠지.


앙겔라 치글러 박사님은 오버워치 내에서 모두 좋아하는 이른바 '전장의 천사'였다. 명성에 걸맞게 그녀는 모두에게 친절했으며 항상 만면에는 자비로운 미소른 짓고 있었다. 누가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겠는가? 나도 그녀를 좋아했다. 성애의 의미는 아니지만.

그녀는 따지자면 내 이상형은 아니었다. 얼굴이나 몸매는 매우 내 취향 이었지만 박사님은 너무 착하고 다정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고지식하기도 했다.

박사님은 항상 단정했다. 흰 가운은 항상 빳빳하고 정갈하게 다려져 있었고, 안에 입은 셔츠나 블라우스는 항상 목끝까지 잠겨 있었다. 가끔 치마를 입으실 때도 있었지만 무릎을 넘지 않는 기장이었다. 항상 위생을 유지해야 한다며 금실같은 머리카락도 올려 묶는것을 고수했다.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항상 더 나은 기술을 위해 연구하는 박사님과 밤새 과자와 음료수를 까먹으며 게임하는 나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였다. 나는 박사님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와 사귀게 된 건 첫 번째, 그녀의 외모가 매우 내 취향에 직격했으며 두 번째, 이 년 여간의 타지 생활이 꽤나 외로웠기 때문이였다. 꽤 쓰레기 같은 발상이지만 박사님은 착하고 다정하기에 괜찮을 거라고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박사님은 많이 불안해 했다. 나와 그녀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났으며 누가 봐도 나는 박사님을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았거든.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사랑에 나는 빠져들었다. 종종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글러먹은 인간인 걸.




우습게도 심장이 뛰기 시작한 것은 붉어진 얼굴로 달뜬 숨을 내쉬는 박사님을 봤을 때 였다. 항상 정직하게 걸쳐져 있던 가운은 심하게 주름져 어깨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고, 내손으로 푸른 셔츠 단추는 절반은 풀러져 흰 살결을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붉어진 눈가를 마주 볼 때, 그 너머로 단정히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박사님은 이런 경험이 별로 없다며 부끄러워 하며 몸을 움츠렸다. 나는 그 흰 살결에 붉은 자욱을 하나씩 새겨넣었다. 그 모습이 더 없이 야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희고 깨끗한 도화지를 더럽히는 것 같다는 배덕감이 온몸을 죄어왔다.

박사님의 몸은 정직하게 나에 대한 사랑을 표출했다. 작은 터치에도 반응했고 붉어졌다. 뜨거운 몸은 금새 절정에 올랐다. 어느 새 부끄러워 하던 몸짓은 애원으로 바뀌었다. 박사님의 두 손이 내 허리를 끌어안았고 한 톤 높아진 목소리는 내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왔다.

달뜬 숨을 뱉는 박사님을 보며 생각했다.누가 그 단정한 얼굴 너머로 이런 야한 얼굴을 상상할 수 있을까..나만 볼 수 있는 박사님의 이런 모습을 영원히 독점하고 싶다 생각했다. 지독한 특권의식 이었다.


여러 번의 정사로 지쳐 잠든 박사님의 곁에 누워 흘러내린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머리카락 사이로 가려져있던 박사님의 뽀얀 얼굴에 얼룩진 눈물 자국을 문질렀다. 당분간 지워지지 않을 빨간 자국들도 문질렀다. 박사님은 으응, 하고 뒤척였다.



그때부터, 박사님이 의무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할 때 의무실 구석탱이에 있는 의자에 몸을 구겨넣고 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박사님은 상상도 못할 거다.

박사님, 잘 다려진 당신의 가운을 구겨버리고 목 끝까지 잠군 셔츠 단추를 튿어내고 싶어요.그리곤 단숨에 드러난 살결에 입술을 묻고 싶어요. 그러면 귀 끝이 핑크색으로 달아오른 박사님은 내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그러쥐겠죠.

아마 약을 타러 온 아마리 선배도, 다리가 접질려 치료를 받으러 온 옥스턴 선배도 박사님이 그런 야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겠죠. 박사님과 있을 때  내가 항상 몸이 달아올라 있다는 사실도요. 이건 나만 아는 사실인걸요.


"하나,뭐해요?"
"으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업무를 보고있던 박사님은 기지개를 켜며 내 쪽을 돌아보았다. 나는 말간 웃음을 지어보였다. 박사님은 그게 뭐에요, 하며 푸스스 마주 웃어보였다. 평소와 같은 단정하고 친절한 미소였지만 나는 그 너머로 그녀의 야릇한 미소를 겹쳐보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동시에 그녀를 이렇게 보고 있다는 죄악감과 실컷 망가뜨리고 싶다는 더러운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다만 순수하게 웃어보였을 뿐이다.

이제는 박사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을 봐버린 것도 나고, 그 비밀을 쥐고 놓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도 나니까. 나는 완벽하게 앙겔라 치글러에게 중독 되어버렸다.




아모르겠다 똥글됨 쓰고싶은 이미지가 있었는데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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