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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유키리사] 당신에게 감사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29 13:30:07
조회 1486 추천 51 댓글 13
														






이마이 리사와 미나토 유키나는 5살 서로 옆집 살게 된 그 날부터 쭉 교집합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옆집에 이사오게 된 미나토입니다. 아버지 다리 뒤에 주춤거리며 숨어 안녕하세요……, 하고 덩달아 꾸벅 고개 숙인 하얀 얼굴을 본 날부터 리사는 그 애가 좋았다. 단정하게 각이 진 옷을 입고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어딘지 공주님 같은 애였다. 교복입은 언니들처럼 차분한 말씨를 쓰는 것도, 리사라면 “아하핫!” 하고 박장대소할 일에 손 끝으로 입을 가리며 작게 웃고 마는 것도 근사했다.


그것이 실은 낯을 가리느라 수줍어서 그렇다는 걸 깨달은 건 얼마 후의 일. 유키나는 첫인상보다 잘 웃고 잘 먹고 잘 뛰어노는 발랄한 애였지만 그래서 더 좋아졌다.


한 살 두 살 함께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두루뭉술한 호감은 점점 분명한 윤곽을 드러냈다. 유키나가 좋아. 노래를 잘하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토토로 DVD가 있는데다 쿠키를 오물거리면서 네 입에 걸쳐 나눠먹어.


그러니까 나도 노래가 좋고 고양이가 좋고 토토로 DVD가 좋고 쿠키가 좋아.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본능으로 꾸물꾸물 늘려가는 공통 분모가 기뻤다. ‘리사와는 통하는 게 많네.’하며 유키나가 신기한 표정을 지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뿌듯했다.




-리사.


-응?


-새삼스러운 소리 하나 해도 될까?




퓨처 월드 페스티벌이 끝난 후의 첫 등교. 축하해주는 친구들과 한바탕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느라 반나절 내내 정신 없었다. 점심 시간에야 유키나와 둘이 남을 수 있었다. 밖에서 먹을래? 드물게도 유키나가 권유하여 뒤뜰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산책을 했다. 도시락 가방을 들지 않은 유키나의 손이 리사의 손을 잡아왔다.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새 계절이 오고 있음을 알리듯 쌀쌀한 바람께에 풋풋한 은행 냄새가 섞여 들었다. 밟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니까 싫어, 라는 이유로 산책로에 쭉 이어진 아직 새파란 은행 나무와 단풍 나무로부터 조금 떨어져 걸었다. 그래도 바람이 불 때마다 힘 없이 떨어진 단풍잎이 우리쪽으로 날아와 머리며 교복에 하나 둘 얹혀졌다. 평소 나비 머리삔을 차던 유키나의 옆머리로 거짓말처럼 날아와 붙은 낙엽이 귀여워서 리사는 배를 잡고 웃었다.




-새삼스러운 소리라니, 뭔데 뭔데?


-리사가 아니었다면…… 퓨처 월드 페스티벌을 무사히 끝내지 못했을 거야. 그 뿐만이 아니야. 내가 다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사람을 믿게 된 것도,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 것도, 모두 리사 덕분이야.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말의 내용은 더 좋았다. 


대놓고 칭찬 받으니까 부끄럽네. 하지만 말 수 적은 유키나가 지금 얼마나 용기내서 긴 말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니까. 리사는 서두르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작년 로젤리아를 막 결성한 시기에 유키나가 화를 낸 적이 있었다.


‘리사는 어째서 맨날 이러는 거야. 왜 이렇게 착하게 구는 거야! 전부 잘못한 건 나잖아. 멋대로 굴어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분노와 상실감으로 붉게 상기됐던 유키나의 뺨.


‘그러니까…… 그걸 그만 하라니까! 나는 리사가 있으면…… 음악과 똑바로 마주 볼 수 없어……!’


어느 쪽으로 감정을 터뜨려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어리숙한 모습을 보며 리사는 자기가 더 아팠었다.




-고마워, 나를 지탱해줘서. 그리고 기다려줘서.




그런데 언제부터 너는 그런 다정한 눈으로 나를 보게 된 걸까.




뒤에서부터 바람이 불었다. 유키나가 손을 들어 나부끼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자 가려졌던 하얀 뺨이 드러났다. 저의 착각일까? 약간 붉은 기가 감도는 듯도 하다. 


함께한 세월이 긴 만큼 서로 많은 일이 있었다. 밀려드는 감회에 리사는 머뭇거리다가 겨우 웃음소리를 냈다. 수줍음인지 민망함인지 모를 이유로 발 뒷꿈치가 들썩였다.




-이야, 유키나도 참 다 컸네! 그런 간지러운 말도 할 줄 알게 되고.


-또 그런 어린애 달래는 말투…….


-아하핫, 미안 미안! 고맙기는, 나야말로 고맙지. 우리 사이에 좀 쑥스럽지만……,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랄까, 그 원천이 유키나니까.


-같은 생각 하고 있었네. 


-그러니까.


-그럼, 내가 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할 지도 알아?


-그을쎄다? 나 퀴즈에 약하다구.




-저번에도 했던 말이긴 한데……, 앞으로도 내 곁에서 힘이 되어줘.


-그렇다면, 나도 저번과 같은 대답을 돌려줄게.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야? 당연하지.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말이야.




응?




리사는 짤막하게 숨을 삼켰다. 


말을 해석하느라 머리가 바빴다. 대답이 늦어지자 리사의 손을 쥔 유키나의 손에 꾸욱 힘이 들어갔다. 리사는 유키나의 설핏 긴장한 것 같은 얼굴을 훑었다. 


너도 이런 표정을 짓는 구나.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나라니.


잔뜩 뻣뻣해진 어깨가 흐물흐물 녹는다. 리사의 입 꼬리가 실없이 올라갔다. 




-아, 정말. 유키나 사람 놀래키는데 재주 있다니까. 




지켜보던 유키나도 긴장을 풀었다. 


리사는 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속삭였다.




-연인으로.


-응.




유키나가 작은 턱을 한 번 끄덕였다. 리사는 이미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있었다. 들떠서 이대로 날아갈 것 같다.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그래, 연인으로. 이쯤해서 우리 관계를 진전시켜도 될 것이란 판단이 섰어.


-그랬어?


-응.


-그래서 오늘을 기다렸다가 고백한 거야?


-응. 싫었니? 왜 자꾸 웃어?


-싫어서 웃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당연히 좋으니까 웃지. 너무 너무 너무 좋으니까 웃지.


-바보네.


-네, 저는 바보랍니다. 그치만 틀림없이 고백은 내가 먼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방 먹었어. 프로포즈는 내가 먼저 할 거다?


-쉽지 않을 걸.




유키나의 도도하게 뜨인 눈매가 자신만만했다. 평생 가슴에 새길 얼굴이었다. 리사는 저도 모르게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웃어버렸다. 잡은 손이 좋아서, 나란히 걷는 게 좋아서, 옆에 있는 게 너라서, 그게 좋아서.


이유 모를 샛말간 웃음이 연이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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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감사를






글 읽기 :  https://ballbuster.postype.com/post/4780241 (포스타입 성인인증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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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백갤럼들아


요새 바람이 선선한 게 소설 읽기 따악 좋은 날씨 아니겟어요?

그래서 제가 집나간 며느리도 갓컾냄새 맡고 돌아온다는 윸릿을 들고 왓읍니다..


혹시 취향 맞으시다면 나쁘지 않게 봐주세요~ 같이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ㅠ 

좆목은 밴이니까 새 글 쓰게 되면 와서 링크만 투척하고 갈게요... 그럼 이만! 좋은 하루 보내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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