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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파라메르파라] 마녀와 사냥터지기 - (2)

러브버드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18 15:23:25
조회 404 추천 17 댓글 2
														



1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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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터지기는 결국 그녀가 집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형태의 구조물 안쪽까지 들어와버렸다. 어찌되었든 다리를 다친 그녀가 치료 받을 수 있는 공간까지는 대려가야 했기 때문에. 그녀의 안내에 따라 특이한 모양의 침대가 있는 곳으로 향해 그녀를 앉혀주었다. 그리고 이 공간을 빨리 떠나고 싶어 돌아서려는 사냥터지기를 여인, 아니 마녀가 붙잡는다.


"치료는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나요? 작은 보답이라도 해드리고싶어요."


 그녀의 발목을 기이하게 생긴 것들이 어루만지는 것을 보며, 사냥터지기는 눈을 질끈 감고 고민에 빠졌다.


"...네, 알겠습니다."


 사냥터지기는 다른 이의 호의를 거절할만큼 매정한 사람이 못되었다. 설령 호의를 보이는 이가 마녀라 할 지라도.


"그럼 부엌...이라고 해도 어딘지 모르겠죠?"


 마녀는 잠시 고민을 하는듯, 사냥터지기의 눈치를 살피다 허공에 손짓을 하자 벽 위쪽으로 불빛이 나타났다. 어딘가를 가리키는 듯한 화살촉 모양의 문양이었다.


"저 화살표를 따라 가시면 될거에요."


 집 안쪽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집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있었다. 단단함은 철과도 같아보였지만 그것보다 매끄럽게 생긴 것과 갖은 모양들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만약 대장장이를 시켜 만들었다면 그 대장장이에게는 왕실의 물건들을 만들수 있는 영광이 내려지겠지.


 화살표 끝에 다다르자, 자신이 알고있는 것과 비슷한 물건들이 보였다. 의자에 앉아 마녀가 오기를 얌전히 기다린다. 불안한 마음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그녀의 친구가 태연하게 엎드려있는 것을 보니 위험한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냥터지기가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고 있자 금새 치료를 끝낸 마녀가 절둑거리며 걸어왔다.


"죄송해요. 기다리게 해서."


"아, 아닙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사냥터지기의 말문이 다시 한번 막혔다. 후드를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상상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마법에 뒤틀려 괴이한 모습이 아닐까 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백금발은 실내의 빛에 반짝여 흐드러지게 핀 백합꽃과도 같아보였고, 백옥같이 흰 피부는 그녀를 더 청초해보이게 만들었다. 그것과는 다르게 선홍빛으로 도드라진 입술에선 요염함이 느껴졌다.


"저기..."


"아...!"


 마녀가 사냥터지기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자 사냥터지기는 넋이 돌아온듯 흠칫 놀라며 괜시리 헛기침을 했다. 어차피 마녀가 무슨 마법이라도 써서 홀린것이겠거니 생각하며.


"식사라도 하실래요? 아님 따듯한 차나 커피도 있어요."


"식사면 충분합니다. 차같이 고급스러운 건 마셔봐야 맛도 모를겁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곳에선 아직 귀족들만 마시고 있겠네요. 가리는 음식같은건 있나요?"


 마녀의 '이곳에서'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던 사냥터지기는 별에서 떨어진 사람이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일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뇨, 뭐든 대접해주시는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식사니 별 다른 것은 나오지 않겠거니 생각하며 사냥터지기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편식이 심하니 고기가 있다면 그걸로 부탁드립니다."


 사냥터지기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자 늑대는 기분좋은듯 꼬리를 흔들었다. 마녀도 이제 그 늑대가 퍽 귀엽게 보이는지 그 모습을 보고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럼, 친구한테는 생고기, 우린 비프스튜로."


 그렇게 말만 하고 마녀는 여전히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있었다. 사냥터지기는 대접한다고 해놓고 준비는 하지 않는 마녀를 보고 또 무슨 마법을 쓰려고 저러는건지 잔뜩 긴장을 하고있었다.


"바래다 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러니까... 늑대의 친구씨?"


 마녀는 사냥터지기의 긴장을 풀어주려는듯, 그리고 어색한 침묵을 피하고 싶은듯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마녀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 사냥터지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자기소개가 아직이었군요. 파리하 아마리입니다. 이 근처에서 사냥터지기 일을 하고있습니다."


"아- 아마리씨군요. 저는 앙겔라 치글러라고 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마녀라고 불리고있네요."


 마녀 역시 정중하게 인사한뒤 자기 스스로를 마녀라고 말하는 것이 쑥스러운듯 웃었다. 음침하지도 않고 도리어 소탈해보이기까지 하는 의외의 모습에 홀로 생각했던 마녀에 대한 모습들이 희석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외투랑 목도리까지 하고, 덥지 않아요?"


"네?"


 파리하의 이마에 땀이 맺혀있던건 긴장해서 그런것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화로나 벽난로가 보이지 않기에 여전히 외투와 목도리를 벗지 않고 있었지만, 눈앞의 마녀도 바깥보다 가벼운 복장을 하고도 춥다는 소리가 없으니, 이 집 안쪽은 어째서 인지 몰라도 따듯한 것 같았다.


"말씀을 듣고나니 조금 덥군요. 벗어두어도 괜찮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오히려 왜 안벗고 있었나 싶었어요."


 외투와 목도리를 벗어 의자 뒷편에 걸어두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하가 처음 들어보는 소리와 함께 옆쪽 벽이 열리며 그릇에 담긴 생고기와 비프스튜 2접시가 테이블에 놓여졌다.


 화들짝 놀란 파리하와 달리, 앙겔라는 태연하게 생고기가 담긴 그릇을 들어 늑대의 앞에 놓아두었다. 늑대는 집의 정체같은건 신경쓰지 않는 듯 먹기 좋게 조각나있는 생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드세요. 제 입맞에 맞게 만든 스튜라서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아직 어안이 벙벙한 파리하에게 앙겔라는 스푼을 건내며 식사를 권한다.


"...정말 이 집은 신기한 것들 뿐이군요. 당신이 마법으로 움직이는 겁니까?"


 파리하는 스푼을 받아들고 혹시 스푼도 멋대로 움직이는 건 아닐까 하며 조심스레 받아든다.


"어... 그...렇죠? 마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앙겔라는 무언가 고민하는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더니 이내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마법이라는게 실제로 있을 줄이야. 동화속 이야기인줄만 알았습니다."


 앙겔라에게 마법이라는 소리를 듣고 스튜조차 수상해 보였던 파리하였지만, 식사를 내어준 앙겔라에게 예의를 다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큼직한 고기와 함께 스튜를 한 입 떠먹었다. 앙겔라의 말대로 파리하의 입맛에는 조금 맞지 않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스튜였기에 파리하는 적어도 오늘만은 그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들이 식사를 마치자 식사를 내왔을 때 처럼 식기들이 벽 속의 공간으로 사라졌다. 파리하는 생각보다 금방 이런 것에 적응을 하는건지 자기 집에도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도 대려다줘서 고마웠어요. 신세졌어요."


"아닙니다. 그 정도야. 제가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미소를 지어보이는 파리하에게 앙겔라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저기 아마리씨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 말씀이십니까?"


 앙겔라는 곤란한듯한 표정을 한채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 제가 이 숲에 있다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기록으로 남기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상관 없습니다만... 어째서 그러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여전히 곤란한 듯 한 표정으로 앙겔라는 그녀에게 답했다.


"저는 원래 이곳에 있다는 걸 누구도 알아서는 안돼요. 이곳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니까요. 들키지 않고 지내려고 했는데... 처음은 그렇다 쳐도 제 실수로 이상한 소문도 생겨버리고... 벌써 퍼져버린 소문은 어쩔 수 없으니까 그저 소문으로만 남게 도와주세요. 부탁드려요."


 파리하는 테이블 옆에 두었던 화살통과 화살을 다시 등에 매고 불안해 보이는 앙겔라의 손 위에 손을 얹었다.


"걱정 마십시오. 곤란해 보이는 사람을 돕는것이 저의 일입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이곳에서 사냥터지기를 하는 동안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재서야 앙겔라는 안심한듯 웃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말 고마워요! 아마리씨한테 들켰을땐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환한 미소, 처음 후드를 벗고 나타났을때보다 훨씬 아름다워보였다.


"대신, 저는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이곳에 살고 계시는걸 아는 이상 이 집도 제가 지켜야 할 장소입니다. 사냥터지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허락해 주십시오."


 허울좋은 핑계였다. 그저 다시 한번 그녀를 볼 수 있는 이유를 마침 짜낼 수 있었던 것 뿐이다. 거절당하지 않을까 했지만, 앙겔라는 파리하의 손을 두손으로 꼭 잡고 기쁜듯 답했다.


"저야 좋죠! 오랫동안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지내느라 외로웠는걸요. 게다가 늑대 무리도 무서우니... 이쪽까지 와주신다면 저도 안심할 수 있겠네요. 고마워요."


"아... 네. 그런데 저기, 손...은..."


 파리하의 말에 앙겔라는 놀라며 손을 얼른 뒤로 숨기고는 머쓱한듯 웃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네, 다음에 봐요."


 꾸벅 목례를 하고 사냥터지기는 다시 겨울의 숲으로 돌아왔다. 조금 걷다가 아까보다 은은한 빛을 내고있는 그녀의 집을 잠시 돌아본다. 그러자 그녀의 친구는 갈길을 서두르자는듯 그녀의 다리에 코를 부볐다.


"그래, 가야지."


 사냥터지기는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어쩐지 평소보다 춥게 느껴지는 숲을 지나기 위해.



=====


2편도 후딱 쪄옴, 아직도 초반부인 것 같은데 이래서 몇편나올지... 분명 귀찮아서 중간에 날림전개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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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8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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