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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백붕이에게 미래의 딸이 찾아오는 이야기(7)

NopiGo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21 22:58:04
조회 426 추천 13 댓글 5
														

컴 고쳐지자마자 후다다닥 써서 올리는 글입니다.

와 벌써 7이다. 7

대충 1화만 써볼까 하던 글이 벌써 7화라는 게 안 믿깁니당

글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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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구나.”


 내가 윤아에게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자 윤아가 나에게 가장 처음으로 던진 말이었다.


 내가 가장 친하다고 여기는 친구였던 만큼 윤아가 나에게 던지는 말이 더욱 따갑게 느껴졌다.


 “아주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나도 알고 있어.”


 나는 윤아에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의 여유로운 태도에 조금 화가 났는지 윤아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치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친구로서 말하고 있는 거라고.”


 “나도 안다니까. 네가 그런 걸로 장난치면서 말할 애는 아니잖아.”


 항상 활기차고, 밝으며 잘못된 일이 있으면 꼭 지적을 하고야 마는 올곧은 아이.


 내가 아는 윤아는 그런 아이였다.


 “자기 엄마를 사랑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 정도쯤은 나도 알고 있어. 이 관계가 뒤틀렸다는 것도, 세상 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보면 미친 사람으로 밖에 안 보이겠지.”


 윤아는 여전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걸 다 알고 있는 애가 그래? 이 뒤틀린 관계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응.”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관계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다.


 이 관계의 끝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엄마를 놓아줄 수 없었다.


 부서질 것만 같은 슬픈 표정으로 나에게 매달리는 엄마를 거절할 수 없었다.


 이런 옳지 않은 관계를 선택할 정도로 엄마는 위태로운 거니까.


 그만큼 처절하게 사랑을 바란 거니까.


 나는 그 사랑을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말이야. 내 엄마를 정말 사랑해.”


 “.......”


 아무 말 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윤아.


 정말 고마워.


 “몇 십 년 동안을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사랑해 온 로맨티스트잖아? 그런 애틋한 사랑을 받은 내가 어떻게 그 사랑을 거절하겠어.”


 화가 난 것 같은, 하지만 어딘가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이 슬퍼 보이는.


 윤아의 꼭 다물고 있는 입술에는 분명 하고 싶은 말들로 가득하겠지.


 복잡해 보이는 표정의 윤아가 겨우 말을 흘렸다.


 “긍정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이 관계를?”


 “아니, 긍정 같은 건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어. 오히려 부정해줘서 고마워.”


 윤아는 의외라는 듯 놀라며 말했다.


 “부정해줘서 고맙다고?”

 

 “응, 나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이 관계의 끝은 분명 비극이라는 걸.”


 슬픈 표정은 짓지 않을 거야.


 이건 분명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일 테니까.


 “비극으로 끝나버리면 결국 엄마는 행복해질 수 없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백합이 너.”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잖아.”

 

 윤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런 윤아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가 나에게 사랑을 고백한 그 순간부터 결심했던 나의 의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이 비극의 근원을 부숴버리고. 엄마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을 거야.”


 그래, 이 선택은 분명 해피엔딩을 위한 선택.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슬픈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는 선택.


 누구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


 하지만 윤아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싫어......”


 “응?”


 “거기에는 너의 행복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잖아.”


 역시 윤아,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다니까.


 하지만 나는 윤아의 마지막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싱긋 웃으며 내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뿐이었다.


 




 “정말 가려는 거야?”


 새벽달이 밝게 빛난다.


 윤아와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 달빛이 스며든다.


 “응, 갈 거야.”

 

 윤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윤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해주는 거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윤아는 정말 상냥하네.”


 나는 윤아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바보. 이제야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조금 친구다운 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안해.”


 “같이 학교 축제도 준비하고, 여행도 가서 신선한 경치도 보고....... 이것저것 재밌는 일들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미안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뿐.


 윤아는 살며시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가지마.”


 “그럴 수는 없어.”


 윤아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나온다.


 나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윤아는 애원하듯 말했다.


 “내가 백합이를 정말 정말 좋아하고 있다면 가지 않을 거야?”


 윤아의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전해져온다.


 “나도 윤아를 정말 좋아해.”


 떨리는 두 손을 맞잡고, 시선을 마주한다.


 “하지만 나는 가야해.”


 “바보야. 백합이는 바보야.”


 더 나쁜 말로 나를 탓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윤아는 자그마한 눈물방울들을 떨어뜨리며 떠나가는 나를 붙잡으려 했다.


 나는 그런 윤아를 살짝 끌어안고선 볼에 살며시 입맞춤을 해주었다.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윤아는 나의 입맞춤에 잠시 당황한 듯 빨갛게 볼을 붉히더니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윤아는 여전히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지막 선물이라고?”


 윤아는 화가 난 듯 나를 노려보더니 까치발을 들고선 그대로 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서로의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는다.

 

 갑작스러운 윤아의 반응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우리는 서로에게 차근차근 녹아들기 시작했다.


 진하면서도 윤아의 감정이 전해지는 상냥한 키스.


 나는 그런 윤아에 맞춰 찬찬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서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는 달콤하게 서로의 감정을 뺏고, 또 빼앗겼다.


 “하아... 하아...”


 윤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물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반납이야. 마지막 선물 같은 건.”


 “너무 반납이 지나치신데요. 아가씨.”


 나는 부끄러움 숨기려 최대한 능청스럽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짓을 할 때마다 존댓말이 되는 건 이때 생긴 버릇일지도 모르겠다.


 “반드시 돌아와.”


 윤아는 결연하게 말했다.


 “항상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제야 윤아는 나에게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아, 이거 큰일이네. 이거 내 첫키스인데.”


 “제대로 책임져줄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 엄마인데, 이러면 바람피우는 게 되잖아.”


 “잘못된 관계를 바꾸고 싶어서 과거로 가는 거잖아?”


 언제나처럼 밝고, 활기차고, 능청스러운 윤아다.

 

 나는 그런 윤아의 모습에 안심해서 순간 다리가 풀릴 것 같았지만 열심히 버텼다.


 윤아에게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간 내 결의가 흔들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윤아는 엄마의 대체품이라고 해도 상관없는 거야?”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고, 남아버린 자리에 대신 윤아를 채우는 것은 아닐까.


 남아버린 내 사랑의 대체재를 윤아라는 소중한 사람으로 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에 나는 윤아에게 물었다.


 하지만 윤아는 그런 것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팔을 쭈욱 벌리고선 말했다.


 “모든 일이 끝나면 나한테 고백하러 와. 하루도 나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엄마가 정상적인 인연을 찾으면 내가 느끼는 이 사랑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되겠지.


 혼자 남은 내가 갈 곳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네가 돌아올 곳은 여기. 이 윤아의 품 속.”


 윤아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제대로 된 엔딩을 보고 오라고.


 나의 희생도, 엄마의 희생도, 아니 그 누구의 희생도 없는 완벽한 엔딩을 보고 돌아오라고.


 “가능할까?”


 “응, 분하지만 백합이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니까.”


 윤아는 살며시 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 사랑의 힘이 분명 기적을 만들 거야.”


 “정말?”


 “한 50% 확률로. 50% 확률은 내가 백합이를 사랑하는 힘으로 만들 거야. 아마도.”


 “큭큭, 뭐야 그게.”


 분명 힘든 여정이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여기에 있어.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여기에 있어.


 윤아의 그런 한 마디만으로 나는 구원을 얻는 느낌이었다.


 “이거.”


 윤아는 나에게 주먹을 쭈욱 내밀며 말했다.


 그 주먹은 무언가 자그마한 물건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물.”


 윤아가 주먹을 펴자 자그마한 보석 같은 것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 떨어졌다.


 주황빛 에메랄드가 박힌 펜던트였다.


 “마지막 선물?”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내가 주는 첫 번째 선물.”


 첫 번째라.


 나는 처음이라는 설레는 감정이 담긴 펜던트를 받아들었다.


 “힘들면 이거 보면서 항상 나를 생각해.”


 “힘들면 엄마 생각이 더 나던데.”


 “엄마보다 나를 더 생각해주세요.”


 “노력해볼게.”


 “꼭.”


 윤아가 나에게 전하는 달콤한 한 마디.


 “나를 더 좋아해주세요.”


 나는 그 달콤함에 자꾸만 녹아간다.


 “나를 더 사랑해주세요.”


 나는 그날의 윤아의 미소를 잊지 못 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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