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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는 용사가 될 수 없는데 上

날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02 22:35:11
조회 793 추천 3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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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아침입니다, 공주님. 저는 제27대 용사 후보로 오른 A라고 합니다. 3차 대결이 시작하고 오늘로 스물다섯 번째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


 “아, 언니. 빨리 저거 처리할 생각이나 하죠?”

 “잠깐만. 시작 맹세 외고 있는 중인데. 넌 안 하니?”

 “아니, 그걸 진짜 매일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안 그래도 지금 답답해 죽겠는데…”

 “뭐? 매일 해야 하는 건데 매일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또또,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시네. 안 하는 사람이 어딨냐고요?”


 몇 번 손안에서 던지던 사과를 깨물고 내 말을 이어받는다.


 “그으, 첫 늘믄 해도, 그릏자나요.”

 “다 먹고 말해. 첫날이라고 하면, 뭐… 확실히.”


 첫날 이 꼬맹이네 숙소에서 하룻밤 신세 졌을 때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까, 다들 아침이 되자마자 짐을 챙겨 광장으로 향했지.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정말 맹세를 안 외우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야?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주님을 구하러 간다고? 그런 기본도 안 된 인간들이 널렸을 줄이야.

아니, 꼬맹이의 말마따나 다른 사람들이 안 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내가 안 할 이유가 되지는 않잖아? 이 아이는 맹세도 안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난 일이라고 이렇게 당당한지. 불쑥 화가 나지만 이럴 때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리는 게 좋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를 따라 맑은 마음을 가진 용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저의 수련 목표는 오직 그것 하나였습니다. 오늘도 무슨 일이 있든 그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할 따름입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지요. 용사가 되고자 하며 걸어가는 길에는 많은 시험이 따를 것이라고. 왕국에서 제도화한 '대결'은 그저 표면적인 것일 뿐이라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들을 담은 그릇에 불과하니 언제나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하늘을 우러러보라고 하셨지요.

파트너가 된 검은 머리의 꼬맹이 하나가 이렇게 성격이 엉망진창인 것 또한 하늘이 제게 내려주신 하나의 시험일 터. 저는 그 뜻을 받들어 이 아이를 시작으로 세계의 모든 조각을 바르게 맞추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그래, 어긋난 것이 있다면 내가 그것을 바른길로 인도하면 되는 일이다. 파트너가 이런 모양인데 그저 바라보며 비난하고만 있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 우두커니 서서 손의 물기를 털어내는 꼬맹이에게 손짓했다.


 “…야, 꼬맹이. 너도 와서 해.”

 “엥?”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사과 씨를 뱉어내다 어벙한 자세로 멈춘다. 장갑을 들고 있는 손을 잡아끌어 내 옆에 세웠다.


 “잠깐, 나는…”

 “자, 쉿.”


 좋은 아침입니다, 공주님. 저는 제27대 용사 후보로 오른…


 “아니! 맹세고 뭐고, 기억도 안 나요, 이제는.”

 “하아, 너 진짜 가지가지 하네. 맹세가 기억이 안 난다고? 일단 입 모양이라도 따라서 움직여.”

 “아, 진짜.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질린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젓는다. 이제야 좀 집중이 되겠네. 두 손을 모은다. 눈을 감기 전 습관적으로 빠르게 주위를 훑는다. 아니나 다를까 꼬맹이의 목은 꼿꼿하며 검은 정수리 역시 꼼짝 않고 하늘을 향하고 있다. 눈길로 옆모습을 몇 번 찌르지만 놀랍도록 반응이 없다. 얘, 설마 까먹은 건가?


 “너, 고개 안 숙이니?”

 “아…, 고개요?”


 숙일게요.

 입을 몇 번 다시고 푹 숙인다. 깍지 낀 손의 순서가 잘못되어 있다. 온통 틀리는 것투성이다. 너무 어렸을 때 배워서 기억이 안 나나? 보통 평민의 수준이 다 이런 건지, 얘가 특이한 건지. 오늘은 자기 전에 시작 맹세부터 취침 맹세까지 전부 저 검은 머리통 안에 새겨 넣어주어야겠어.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용사 후보생인데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세상이 어떻게 될는지 잘 모르겠다.


 하아, 좋은 아침입니다, 공주님.



***



 “그래서.”


 박수를 두 번 친다. 가죽 같은 것이 맞붙는 소리가 차지다.


 “이 벽, 어떻게 할지는 좀 생각해봤어요?”

 “으음………, 내가 고민을 좀 해 봤는데.”


 그렇다. 저 꼬맹이가 말한 대로 우리를 둘러싸고서 벽이 놓여 있다. 여기서 벽이라는 건, 장애물 따위를 뜻하는 추상적인 것이 아닌, 진짜 물리적인 벽. 우리가 이런 맥락 없이 큰 벽에 갇히게 된 사연을 풀어내자면, 네 번의 밤을 되돌려야 한다. 여러 관문을 거쳐, 공주님이 갇혀있을 성이 얼추 시야에 들어온 참이었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주변 바닥에서부터 벽이 솟아오른 것이다. 목을 완전히 꺾어 올려다봐야 할 높이의 돌로 된 벽이었다.


꼬맹이 혼자서라면 간단히 넘어갈 수 있었을 테지만, 문제는 다름 아닌 나. 어떠한 육체적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내 몸뚱아리가 문제였다. 꼬맹이의 바람을 다루는 능력으로 벽을 어떻게 해보려고도 하고, 나를 넘겨보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 실패했다. 꼬맹이가 나를 안고 넘어갈 수 있었다면 그것이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겠으나, 타인과 접촉하면 능력을 쓸 수 없다나 뭐라나. 그 능력 참 때를 많이 가린다 싶었지만 내 능력을 떠올리곤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 이후로 여기서 네 번의 아침을 맞으며 연달아 실패의 쓴맛만을 맛보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단 다른 후보들보다 빠르게 달려온 것 같기는 하지만, 이곳에 더 머무르다가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보다 오랜 시간 손 놓고 이런 몹쓸 함정에 빠져 있다가는 복장이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슬슬 극단적인 해결책이라도 내놓아야 할 때였다. 그렇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방안이 있는데, 저쪽이 이걸 받아들여 줄지 걱정이다. 그 방안이라는 게, 꼬맹이만 고생시키는 것이라서.


 턱을 손으로 받치고 가만히 서 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건지 꼬맹이는 벽을 발로 몇 번 차며 어깨를 으쓱인다.


 “뭐어, 어찌어찌해도 이 벽이 생긴 것 자체의 의미는 나쁜 건 아니에요.”

 “음?”


 멍하게 있던 내가 고개를 돌리고 관심을 보이자 눈을 더 빛내며 말한다. 알기 쉽다.


 “이렇게까지 해서 우리를 견제하려는 사람이 있고, 그렇다는 건 우리가 손에 꼽힐 정도로 잘 해왔다는 거니까.”

 “…응,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장하네.”

 “와, 사람이 좋게 말을 해 줘도.”


 얼굴을 붉힌다. 자기가 먼저 착각해서 멋대로 말해놓고서는, 오히려 칭찬해줬더니 왜 저런담. 말을 너무 비틀어서 듣는 성향이 있는 아이다. 아무튼 꼬맹이도 그리 마음이 무거운 것 같지만은 않으니 일단 터무니없는 해결책이라도 들이대 보자. 거절당한다면 또 다른 방법을 향해 다시 머리를 맞대면 되는 일이고.



***



원래 상하로 나눌 생각이 없었는데 망갤 살리려고 급히 가져왔다 근데 이제 좀 살아난 것 같네 머쓱;; 짤은 비주얼'만' 마야클로 생각하면서 쓴 거라서 가져옴

마력 빵빵에 마음 읽는 능력을 가진 약간 꼰대같은 성격의 금발연상

마력 거의 없이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피지컬만 좋은 싸가지 흑발연하

연상이 연하한테 꼬맹이거리지만 키는 연하가 더 큼ㅋㅋ 곧 하편 들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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