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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수능 날 어딘가에서 일어났을 지도 모르는 일.txt

글처음쓰는사람(211.105) 2019.11.12 13:37:15
조회 1122 추천 21 댓글 10
														

수능이 끝났다. 방금 수능을 끝내고 온 여고생 A는 계단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지난 19년 동안 해왔던 모든 것이 여기서 끝이라니,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저기, 어땠어? 잘본 것 같아?"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여고생 B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친근하게 여고생 A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 A의 옆에 앉았다.

"뭐 그럭저럭. 저번에 봤던 모의고사랑 비슷하게 본 것 같은데."

"게엑. 너 모의고사는 항상 1등급이었잖아. 이 녀석, 그렇게 잘 본 거 같은데 나라 잃은 표정이나 하고 말이야! 건방져, 아주!"

"허무한 건 허무한 거야. 그러는 너는 어떤데?"

여고생 A는 그렇게 말하고선 하아, 하고 노을에 입김을 내뿜었다.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에 희미해져 가는 입김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덧없게 느껴졌다.

"으음……. 나, 나도 뭐 그럭저럭이랄까……. 아휴, 그런 오늘 참 춥지 않아? 후우, 입김도 다 나오네. 이럴 줄 알았으면 롱패딩 입고 나올걸. 바람막이 하나로 견딜 수 있는 날씨가 아니야."

"그러게."

"그렇다는 애가 떨지도 않고. 너 안 춥지? 너, 그 후리스 되게 따뜻해 보인다? 어때, 내 바람막이랑 바꿔 입지 않을래?"

"뭐, 그러던가."

"헤헷, 좋아~! 역시 내 단짝 친구라니까!"

단짝이라. 여고생 A는 그녀의 후리스를 주섬주섬 벗으며 생각했다. 아, 이제 곧 원서 넣어야 하는구나. B는 어느 학교에 원서를 넣을까.

"너는 원서 어디로 넣을 거야? 역시 저번에 말했던 그 학교?"

"가, 갑자기 그건 왜?"

눈에 띄게 동요하는 여고생 B였다.

"왜냐니. 곧 있으면 원서도 써야 하잖아."

"하아. 대학이란 거, 안 갈 수는 없는 걸까……."

"무슨 소리야."

"너는……. 역시 S대에 원서 넣지?"

"뭐 그렇지. 부모님이 원하시기도 하니까."

"하아……."

"이번엔 네가 나라 잃은 표정인데."

침울해진 여고생 B를 보며 A가 이죽거렸다.

"……."

"왜 그래? 너답지 않게."

"저기, 재수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공부하던 걸 싫어하던 애가, 재수하면 공부를 제대로 하겠어?"

"으으. 가끔씩 너는 말이 뼈를 때린다니까. 그거 엄청 아프거든."

"그렇게 수능을 못 봤어?"

"아니, 딱히 그런 것 같진 않은데……."

"그럼 왜?"

"대학에 가면……. 아니야. 역시 말 안 할래."

"싱겁기는."

그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는 침묵만이 오갈 뿐이었다. 여고생 A는 하늘을, 여고생 B는 바닥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여고생 A의 주머니 속에서 띠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엄마 도착했다. 교문 앞으로 나와.]

읏차, 여고생 A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껴지는 뻐근함에 끄으응 하고 기지개를 한 번 폈다.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이 기분이 좋았다.

"우리 엄마 차 왔다는데. 같이 타고 갈래?"

"아니. 우리 부모님도 오시기로 했거든. 괜찮아."

"그래도 같은 아파트인데……."

"같이 저녁 먹으러 가기로 했거든."

"그래? 그러면 나 먼저 간다."

"……저기."

여고생 A가 몇 걸음 걸었을 때 쯤, 그녀의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여고생 B가 계단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여고생 A에게는 B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응?"

"……."

"왜 그래? 아까부터 너 좀 이상하다."

"아니, 아니야. 그, 그냥 잘 들어가라고. 응."

고개를 든 그녀는 웃고 있었다. 환하게.

"뭐 그래 그럼. 학교에서 보자."

"응. 잘 가."

싱거운 녀석, 이라고 생각하며 여고생 A는 발걸음을 떼었다. 몇 발짝 걸어갔을 때, 문득 그녀의 후리스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아직 돌려받지 않았었다.

"야, 그러고보니 내 후리스……. 어라."

그녀가 뒤를 돌아봤을 때 이미 여고생 B는 그 자리에 없었다. 급하게 뛰어가기라도 한 걸까.

'뭐 상관없지. 학교에서 돌려받으면 되니까. 근데 녀석도 참. 그렇게 돌려주기 싫었나.'

휘잉, 문득 찬 바람이 불었다. 아직 11월 14일이지만 바람은 벌써 겨울 바람이었다. 교복 와이셔츠 위에 바람막이 하나만 걸쳤던 그녀는 연신 추워, 추워를 되뇌이며 종종걸음으로 교문을 나섰다. 내일 여고생 B에게 꼭 후리스를 돌려받으리라 다짐하면서.



──그러나 다음 날, 여고생 B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


곧 수능이라 잠시 끄적여봣서요 글은처음써봐요 못써도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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