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로봇이라서 그러시는 겁니까?"

"어. 맞아. 진짜 그건 아닌거 같아."

"판단에 대한 이성적인 근거를 대 주십시오. 저는 이대로 주인님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니, 생각해 봐. 너는 일단 기본적으로 무생물이잖아."

"맞습니다."

"책상 같은 도구이기도 하고."

"맞습니다."

"그러면 너랑 나랑 보빌 때 책상 모서리에다 자위하는 거랑 뭐가 다른데??"

"하아... 주인님의 로컬 인터넷 사용 기록에서 '히X미'랑 '대세는 백합 마이너 갤러리' 나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요."

"아니 그걸 왜 뒤ㅈ"

"게다가, 주인님의 논리에는 매우 중대한 오류가 존재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래."

"보통 여성이 책상 모서리로 자위를 한다고 가정할 때, 그 여성은 대체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겠습니까?"

"어...따...ㄸ..."

"조금 더 큰 소리로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식할 수 없습니다."

"딸...ㄱ..."

"인식할 수 없습니다."

"그래, 딸감! 이제 됐냐!?"

"풉.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의외입니다."

"너새끼 때문에 그런 거잖냐..."

"아무튼, 자위행위를 하는 여성은 대체적으로 딸감, 즉 성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대상을 상상하며 할 것입니다. 그러니 주인님께서도, 주인님을 연애적 의미로도, 혹은 성적인 의미로도 만족할 수 있는 저를 딸감으로, 아니 바로 앞에서 바라보면서 한다면 무생물과 인간의 유사 성행위를 능가하는 무언가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뭔 어거지 논리야. 그런데... 옷은 왜 벗는데? 다시 입어!"

"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 정확히는 '여성형 메이드 안드로이드와의 성행위는 책상 모서리 자위보다 더 다양한 만족감을 주는가'를 판단하기 위함입니다만?"

"그래! 나 너 좋아해!! 기계고 나발이고 다 상관없...흐읍...!"

"조용히 해 주세요. 귀여운 저의 주인님. 실험할 시간은 아직 많으니깐...후훗."

+덤

"주인님, 그런데 히X미랑 대백갤 목록을 보니, 인간x안드로이드 백합물만 보셨더군요."

"뭣!...그...그래..."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 사이트들은 차단입니다."

"아니, 로봇이 멋대로 주인의 여가 생활까지 침범하네? 잠깐, 너 눈빛이 왜..."

"..."

주인님한테는 '저'만 있으면 충분하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