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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파라메르파라] 마녀와 사냥터지기 - (3)

러브버드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20 23:27:48
조회 419 추천 1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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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6425


2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6754



======



 첫 만남 이후, 파리하는 그녀가 말마따나 종종, 아니 자주 마녀의 집에 드나들었다. 일이 있는 날은 물론이고 휴식을 취하는 날에도 온갖 시시콜콜한 것들을 핑계로 마녀에게 찾아갔다. 마녀 역시 그것이 싫지는 않은듯 그녀가 올때마다 항상 맛난 음식과 다과를 내어주었다.


 추운 계절이 지나고 날이 풀리자, 볕이 좋은날엔 두 사람이 함께 숲을 거닐곤 했다. 물론, 마녀가 들풀이나 산열매를 뜯으러 산을 돌아다니는 것을 사냥터지기가 경호라는 핑계로 따라다니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사냥터지기는 항상 마녀의 뒤편에서 그녀를 따라다녔다.


 계절은 다시 한번 바뀌어 무더워졌다. 봄까지도 움츠러있던 산천초목들이 한껏 생기를 내뿜는 계절이다. 더위에 지친 사냥터지기와 그녀의 친구를 위해 마녀는 항상 시원한 음료를 준비해두었다. 너무 더운 날엔 함께 사람들이 자주 찾지않는 냇가로 향하기도 했다.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사냥터지기는 이제 마녀의 옆에서 함께 걸었다.


 시간은 흘러 무더위가 물러가고 어느 덧 수확의 계절이 찾아왔다.


"앙겔라, 저 왔습니다."


 파리하는 여느때 처럼 마녀의 집 문을 두드린다. 대답은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서 들어오라는 듯 스르륵하고 문이 열린다. 부엌에도 거실에도 마녀가 보이지 않자 파리하는 부엌에 자신의 짐을 둔 채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마녀는 역시 그녀가 '연구실'이라고 부르는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을때, 보통 마녀는 이 곳에 있었다. 움직이는 그림이 나오는 창문같은 것을 보다가 책을 펼쳐보기도 하고, 뜯어온 들풀들을 보기도 한다. 대체 무엇을 하는지 파리하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일이니 크게 간섭하지는 않았다.


"앙겔라."


 한번 부르는 정도로는 대답이 없다.


"앙겔라."


 두번 부르자 마녀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본다.


"파리하? 언제 왔어요? 혹시 오래 기다렸나요?"


 파리하가 온 것을 눈치채자 그녀는 하던것을 두고 장갑을 벗으며 일어난다.


"아닙니다. 방금 왔습니다. 잠시 앙겔라의 일을 지켜보기는 했지만요."


"부끄럽게 뭐 그런걸 봐요."


 앙겔라는 부끄러움을 숨기려는듯 파리하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연구실 문을 나섰고, 파리하도 그녀를 따라 연구실을 나섰다.


"오늘은 별 일 없었나요?"


"글쎄요. 오늘도 숲은 평화로웠네요. 마을에서는..."


 앙겔라는 파리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자기가 살던 곳이랑은 달라서 재밌다나. 앙겔라는 계속 이야기를 들으며 다과를 준비했다. 요리같은 것은 집의 정령에게 시키는 듯 하지만, 다과만큼은 항상 스스로 준비하는 마녀였다. 이런건 섬세함이 중요하다면서.


"항상 비슷하네요."


"변하지않는 평화로움이 제일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앙겔라는 접시와 찻잔을 테이블에 세팅하고 각자의 잔에 차를 따라넣었다.


"아, 그러고보니 내일이 마을 축제군요. 다들 막바지준비를 하느라 바빠보였습니다."


 차를 한모금 마시며 파리하가 말했다. 축제라는 말에 앙겔라는 마시려던 찻잔을 살며시 내려두었다.


"축제요?? 무슨 축제요?"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하기전에 많은 수확물을 주신 신과 이 땅에 감사를 드리며 1년간 고생했다는 의미로 먹고 마시는 축제입니다. 옆 마을과 함께 하는 축제라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흐음, 그래요?"


 앙겔라는 잠시 내려두었던 찻잔을 들어 차를 한모금 마셨다. 파리하는 과자를 하나 집어먹으며 앙겔라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가보고싶다'라고 눈동자에 쓰여져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분명 걱정거리때문에 말을 못하고 있겠지. 파리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함께 가보지 않겠습니까? 축제."


"네? 정말요?! 가도 되나요?"


 기뻐보이는 앙겔라를 앞에 두고 파리하는 말을 이었다.


"네, 당연하죠."


"...아니에요. 그만둘래요. 저는 마녀라고 불리잖아요. 그런 사람이랑 같이 다니면 파리하도 좋은 소리 못들어요."


 앙겔라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 과자를 하나 집어들었다.


"앙겔라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던건 저 뿐입니다. 마녀가 있다는 소문은 돌지만 앙겔라가 마녀라는건 모를걸요."


"정말요? 정말 모를까요?"


 파리하는 저렇게나 눈빛을 반짝이는 앙겔라를 보는건 연구실에 있을때 빼고 처음이라고 생각햇다.


"네 전혀 모를겁니다. 혹시라도 의심을 한다면 도시에서 온 제 친구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와아-"


 감격한건지 기뻐보이는 건지 뭐라 말하지 못 할 표정을 한 그녀를 보며 파리하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럼, 내일 대리러 오겠습니다."


"앗, 오늘은 벌써 돌아가는 건가요?"


 외투와 화살통을 챙기는 파리하를 보고 앙겔라가 물었다.


"네, 내일 하루종일 함께 하려면 지금 가서 조금이라도 쉬어야죠. 앙겔라도 오늘은 일찍 주무십시오."


"하지만... 아직 오늘 연구가 덜 끝났는데..."


"늦잠 자면 두고 혼자 갈겁니다."


"정말... 요즘들어서 심술궂어진거 알아요?"


"마녀님한테 홀려서 성격이라도 변한게 아닐까요?"


 그렇게 말하고 앙겔라한테 꾸벅 목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돌아가며 파리하는 생각했다. 돌아가서 활과 화살 손질을 얼른 끝내두고 내일 입을 옷을 골라두어야겠다고.


=====


 축제날의 아침, 파리하는 피곤한듯 크게 하품을 하며 일어난다. 일찍 자겠다고 다짐했지만, 나름 꾸며 입은듯한 옷을 찾느라 잠자리에 드는게 늦어버렸고, 침대에 누워서도 날씨걱정에 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파리하는 걱정스런 맘을 안고 창문을 열었지만 바깥은 다행스럽게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다. 아침햇살을 보고 걱정을 떨쳐버린 파리하는 기쁜 마음으로 어제 꺼내두었던 옷들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오늘따라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도 파리하에겐 음악소리처럼 흥겹게 들린다. 오늘이 축제날이기에 그런 것일까. 파리하는 이렇게 들뜨는 기분이 어색해 괜시리 헛기침을 해본다. 마침내 그녀의 집 앞, 조금 떨리는 손으로 문을 두드린다. 여느때처럼 문이 열리기를 잠시 기다리자 스르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난다.


"아, 파리하. 일찍 왔네요."


 문이 열리자 앙겔라가 파리하를 반겼다. 평소의 수수한 옷과 비슷해 보였지만, 조금 더 화사한 색에 자수가 놓여있는 옷이었다. 머리도 평소와는 달리 좀 더 정성스레 땋아올린 모양이었다. 향수도 뿌린걸까? 은은한 향이 파리하의 코끝에 맴돌았다.


"...파리하?"


 앙겔라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있는 파리하를 부르자, 정신을 차린듯 헛기침을 한번 한다.


"축제는 이른시간부터 시작하니까요. 그래서 일찍 마중나왔습니다."


"흐음- 다른 이유는 없구요?"


"어, 없습니다."


 파리하는 괜히 눈을 피하며 답했다.


"그렇구나~ 그나저나 옷이 멋지네요. 잘 어울려요."


"아, 감사합니다. 축제날이라 신경 좀 썼습니다."


 그녀의 칭찬이 기쁜듯 파리하는 옷 매무새를 다시한번 다잡는다.


"그래보여요. 잘 어울리네요."


"감사합니다. 칭찬을 자꾸 들으니 쑥스럽네요."


"네, 정 말 잘 어 울 려 요."


 파리하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앙겔라와 눈을 마주치고 왜 저러나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


 앙겔라의 옷을 다시 보고나서야 무언가 깨달은 듯 했다.


"앙겔라도 지금 입은 옷 정말 잘 어울립니다."


"...그게 끝?"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어머, 고마워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그제서야 앙겔라는 생글생글 웃으며 얼른 가자는듯 파리하의 옆에 섰다. 이러니 자기가 짖궃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파리하는 그녀와 보조를 맞추어 발걸음을 옮겼다. 


"이 근처도 나뭇잎이 다 떨어졌네요."


 낙엽을 밟으며 앙겔라가 말했다.


"그렇군요. 숲이 푸르게 우거졌던게 어제 일 같은데 말이죠."


"아침에 추운걸 보니 금방 추워지겠어요."


 앙겔라는 손이 시려운지 양손을 비비다가 입김을 불기도 했다. 파리하는 장갑을 가져오지 않은걸 조금 후회했다.


"아마, 축제가 끝나면 낮에도 쌀쌀해지기 시작 할겁니다. 매년 그러더군요."


"추워지면... 또 눈이 잔뜩 쌓이겠죠?"


"네, 하지만 올해는 조금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왜요? 눈 많이오면 순찰할 때 힘드니까?"


 앙겔라는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파리하에게 물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당신을 만나러 가기 힘들어지니까요."


"...그러네요. 겨울이 되면..."


 먼 곳을 바라보며 말 끝을 흐리는 앙겔라, 파리하는 무슨일이 있는걸까 물으려했다.


"아! 저기인가요?"


 하지만, 앙겔라가 피한것인지 그저 타이밍이 안좋았던 것 뿐인지 그 물음은 입밖으로 꺼내어지지 못했다.


"네, 아직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군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벌써 매점들은 손님 맞이할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파리하, 얼른 가요~ 빨리~"


 앙겔라가 그녀의 손을 잡고 얼른 가자고 재촉한다. 아이같이 방방 뛰는 모습에 파리하도 기분이 들뜨는 듯 했다.


"조심하세요. 넘어지면 큰일납니다."


 행여 놓칠세라, 파리하는 앙겔라의 손을 꼭 붙잡고 그녀를 따라갔다. 축제장소 한 가운데에는 가장 멋진 돼지를 뽑는 대회를 하고 있었고, 돼지 주인들이 참가신청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었다. 그 때문인지 어딘가에서 돼지 우는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별 걸 다 하네요. 나중에 누가 일등 하는지 보러와요."


"네, 그러죠."


"그럼 어느 가게부터 가볼까요~"


"음, 제일 먼저 상금이 많은 가게를 가는게 좋겠죠."


"상금...?"


"어디보자..."


 파리하는 노점들을 주욱 둘러본다. 그리고 파리하는 목표를 발견한듯 앙겔라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가게 앞으로 걸어갔다.


"활 쏘기 한번 해보고 가십쇼~"


"활 쏘기 상금이 얼마입니까."


"아유~ 어서옵쇼~ 상금은 참가비에 따라 달라집니다요. 네발중에 네발을 가운데 맞추면 20배, 세발이면 10배, 두발이면 5배, 한발은 2배입니다. 못맞추시면 돈만 날리시는거지요."


"파리하? 설마 여기서 돈을..."


 파리하는 자신만 믿으라는 듯 앙겔라를 돌아보고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1실링 내겠습니다."


 점주는 돈을 받아들고 진짜 돈인지 확인하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활과 화살을 가져다준다. 분명 돈 굳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만, 옆 점주는 파리하를 아는건지 그를 불쌍한 듯 바라보고있다.


 화살이 한발 한발 과녁에 꽃힐때마다 점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마지막 한발, 정확히 가운데에 꽃힌다. 점주는 침울한 표정으로 돈주머니를 꺼내어 탁상 위에 내던지듯 올려둔다.


"...손님 다음에는 오지 마십시오."


"내년에는 업종을 바꿔서 오시죠."


 파리하는 자신있게 돈주머니를 챙겨 앙겔라에게 돌아왔다. 앙겔라는 조금 걱정된다는 듯 그녀의 옷깃을 당기며 물었다.


"좀, 너무한거 아니에요? 꽤 큰돈인데."


"뭘, 어차피 다른 손님들한테서 많이 벌텐데요. 그나저나 이거면 오늘 하루종일 써도 남을 돈입니다. 어디부터 가실까요?"


 앙겔라는 능글맞은 파리하를 보고는 피식 웃고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럼 일단 밥부터 먹어요~ 여기 오니까 냄새때문에 배고파졌어요."


"좋습니다. 제일 비싼 가게로 가시죠!"


 파리하는 그녀의 손을 맞잡고 음식을 파는 노점으로 향했다. 그때부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두 사람은 축제를 즐겼다. 아침에 먹은 따듯한 스프는 고소하고 맛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유랑 악단과 집시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었다. 앙겔라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던져주자 집시는 돈을 받아들고 그녀에게 입맞춤을 보낸다.


 점심때가 되자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시작했고, 멋진 돼지를 뽑는 대회도 시작했다. 크고 튼튼하게 자란 돼지부터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돼지, 나중에는 노래하는 돼지까지 올라와 노래를 불렀다. 결국 1등은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렀던 돼지가 차지했다. 돼지와 돼지 주인에게 모인 사람들 모두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 이후의 순서는 통돼지 바베큐 파티였다. 앙겔라는 혹시 그 돼지가 잡힌거 아니냐면서 울상을 지었지만, 1등한 돼지는 집시들, 그리고 돼지의 주인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앙겔라는 안도하며 통돼지 뒷다리를 먹어보러 가자며 팔을 잡고 이끌었다. 통돼지까지 먹고나니 어느새 저녁 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후으... 뒷다리 하나만 먹었는데도 되게 배부르네요. 둘이서 하나씩 시켰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돼지가 튼실하게 잘 자랐네요."


 간신히 뒷다리 한쪽을 전부 먹고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고있자니 또 다시 유랑 악단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짝을 지어 춤을 추고있었다. 아버지와 딸로 보이는 짝부터, 노년의 부부, 그리고 연인으로 보이는 짝도 있었다.


 사람들이 춤 추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있자니 별안간 파리하의 앞에 누군가 불쑥 나타나 손을 내민다.


"아가씨, 저랑 한 곡 추시겠습니까?"


 앙겔라가 한손으로 치마를 살짝 집어 올리고 파리하에게 손을 내밀고있었다.


"춤은 잘 추지 못합니다만... 이번에 배워두는 것도 좋겠군요."


 파리하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춤을 추는 인파 사이에 끼어들어 자세를 잡고 천천히 몸을 움직여보았다.


"아, 앙겔라- 이렇게 하는게 맞습니까?"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오늘 처음 춰보는거에요-!"


 두 사람은 삐그덕삐그덕거리며 어떻게든 보조를 맞추고있다.


"그런데 왜 춰보자고 하셨습니까!"


"여기까지 와서 다 해보지 않으면 손해보는 것 같잖아요-!"


 그녀의 말에 파리하도 잘 못춰도 즐기자는 생각이 든건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춤이지만 앙겔라와 함께 박자를 맞추어 춤을 춘다. 그러다 보니 삐그덕거리던 움직임도 자연스러워지고 즐겁게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이 끝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는 크게 웃는다.


"둘 다 진짜 못추네요."


"정말 그 말대로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목 마른데, 맥주나 사러 가요. 사서 조용한데서 마시자구요."


 춤이 끝났지만, 여전히 손은 꼭 붙잡은 채로 두 사람은 맥주를 사서 축제가 전부 보이는 언덕배기로 올라가 앉았다. 밤이 찾아왔지만 마을은 별빛과 축제의 불빛으로 여전히 밝게 빛나고있었다.


"무사히 축제를 마친 것을 기념하며."


 앙겔라가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무사 건강을 기원하며."


 파리하도 그에 맞추듯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뭐에요 그게- 늙은이같아."


"생각나는게 없어서요."


 맥주잔을 살짝 부딪치고 맥주를 시원하게 한모금씩 들이켰다.


"...좋네요."


"맥주 말입니까?"


"그것도 그거지만, 이렇게 신나게 노는거요. 아무런 걱정도 없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랑."


 가장 가까운 사람, 파리하도 역시 앙겔라를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본, 우정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원래 있던 곳에서는 이런일을 안하셨습니까?"


 파리하가 묻자 앙겔라는 어깨를 한번 들어올렸다 내리며 답했다.


"거기선 바빴으니까요. 연구도 연구고... 다른 골치 아픈일도 많고... 친구를 만날 시간도, 사랑할 시간도 없었네요."


"사랑... 입니까."


 왠지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울림이 익숙치 않은 듯 파리하는 맥주로 목을 축였다.


"...앙겔라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으음- 네, 몇번 있네요. 다들 좋게 끝나지는 않았지만."


 앙겔라도 씁쓸하게 웃으며 목을 축였다.


"사랑이라는건 어떤 느낌입니까."


"파리하는 사랑 해본적 없어요?"


 파리하는 또렷한 눈빛으로 앙겔라를 바라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뭐라고 해야하나-"


 파리하는 그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이 계속 생각나요. 오늘은 뭘 하고 있을까.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그 사람도 내 생각을 할까? 얼른 만나러 가고싶다. 뭐, 이런 생각들이요."


 파리하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있으면 항상 즐거워요. 다른 세상에 가 있는것 처럼 시간이 빨리가요. 영원할 것 같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버려요. 그 사람 얼굴만 봐도 행복하고, 그 사람은 항상 날 웃음 짓게 만들어요."


 맥주잔을 넘어지지 않게 옆에 내려두고 가만히 얼굴을 감싸쥔다.


"그 사람과 헤어질 시간이 되면 아쉬움이 가득해요.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다시 그 사람을 떠올려요. 밤이 지나고 다시 그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해요. 그 사람이 좋은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


 아, 그게 사랑이었구나. 이게, 사랑이었구나.


"왜 얼굴을 감싸쥐고 있어요-! 말하는 저도 부끄러웠거든요!"


"아, 네... 잠시..."


 파리하는 깨닫는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걸, 너무나도 깊게 빠져있었다는 걸. 자신이 성경에 나온 금기를 행했다는 것을. 앙겔라도 파리하도 잠시 쥐죽은 듯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파리하, 저 할 말이 있어요."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앙겔라였다.


"저, 일주일 뒤에 이곳을 떠나요."



======




으아아아아 쓰기 너무 힘들었다아아아 몇달만에 첨쓰는 글들이라 너무 전개가 힘들다아아아....


생각했던 대로 잘 써지고 있는지 모르겠다요 흑흑....


하지만 이미 시작한 글 끝은 봐야되니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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