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아야에게 링피트 녹음을 부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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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창작] 마루야마 아야에게 링피트 녹음을 부탁해봤다앱에서 작성

ㅇㅇ(223.62) 2019.11.24 02:38:55

조회 875 추천 27 댓글 3

"치사토 쨩... 감동이야, 응! 전부 녹음해줄게!"

저, 야마토 마야가 속해있는 파스텔 팔레트에도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링 피트 어드벤처라는 기능성 게임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링콘이라는 리모트 컨트롤러를 게임기 본체 컨트롤러와 연결해서 실제로 운동을 하면 그 자세를 인식, 게임에 반영해서 점수를 얻는 게임인 듯 합니다.

"고마워, 아야 쨩. 잘 부탁할게."

치사토 씨가 가져오신 그 '링 피트 어드벤처의 커스텀판'ㅡ이라곤 하셨지만, 아마 불법 개조판이겠지요ㅡ은, 해당 게임의 트레이너이자 진행 내내 함께 하는 파트너 '링' 의 목소리를 녹음,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 스크립트의 양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잘 시도하지 않는 것 같아 부탁하기 꺼려하셨지만, 아야 씨는 치사토 씨의 '네 목소리로 듣는다면 힘이 날 것 같아서' 라는 대목에서 감동받아 눈물까지 글썽이시며 흥쾌히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훈훈한 모습, 이것이 저희 파스파레의 일상이에요. 감동입니다.

"스크립트 양이 굉장한데... 아야 씨, 괜찮으시겠슴까?"

"응! 치사토 쨩을 위해서라면 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셨지만, 저 스크립트 양은... 두께가 웬만한 성경보다 살짝 얇은 정도인데 말이죠. 고작 기능성 게임의 나레이션 스크립트가 저렇게 많을 게 있나 싶지만, 하는 사람이 저렇게 기뻐하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마야 씨, 돌아가죠!"

자연스레 팔짱을 끼며 재촉하는 이브 씨의 사랑스런 목소리에 시계를 곁눈질 해봅니다. 아, 벌써 시간이 늦었네요. 내일부터 파스파레 모두 간만에 맞이하는 휴일, 그것도 황금연휴입니다. 사무실, 그리고 그룹 내에서도 비밀로 하고 이브 씨와 연애를 하고 있는 입장상, 오늘 내일 시간은 각별합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슴다."

위생용품도 구비해뒀고, 오늘을 위해 장어에 자라까지 먹어뒀습니다. 오늘은 재우지ㅡ

"재우지 않을 거에요, 마야."

귓가에 속삭이며 귓볼을 살짝 깨무는 이브 씨의 행동에 직감했습니다.

오늘 밤은 길겠구나.

"세상에, 연휴 내내 녹음한 검까?"

"으, 응! 스튜디오 빌려서 다 녹음했어! 에헤헤, 안 그래도 되는데 치사토 쨩이 고맙다면서 다음 주말에 스케쥴 비우고 같이 보내자고 해줘서 기뻐~"

화장으로 가리긴 했지만 그녀의 두 눈 밑에 짙게 깔린 다크서클이 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세상에, 그 두꺼운 걸. 마야는 감탄보다 경악에 가까운 감정을 어색한 눈웃음으로 감추면서 스포츠 음료를 건냈다.

"역시 아야 씨 임다, 노력과 근성! 저도 아야 씨의 그런 뭐든지 힘내는 모습을 보면 기운이 남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그렇게까지 무리할 안건이었나 싶기도 했다. 게임의 스크립트라.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진 마야는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너덜너덜해진 스크립트를 조심스레 펴봤다.

-나를 더 조여봐!

'ㅋㅋ'

시작부터 웃음이 나오는 스크립트였다. 아, SNS에서 지나가면서 스크린샷으로 봤던 그 대사구나.

-엉덩이를 낮추고 스쿼트 파워를 모아서~ 빅토리!

'이걸 아야 씨 목소리로... 확실히 기운은 날 거 같슴다.'

엹은 웃음을 지으며 스크립트를 넘긴다.

-치사토 쨩, 좀 더!

'아, 커스텀 보이스니까 이름을....'

-치사토 쨩, 거기 좋아.... (*속삭이듯이)

'...이름.......'

-사랑해.

'...을...?'

-(스크류바를 깨물지 않고 입으로 먹는 ASMR)

'?'

-(배에 덤밸을 올려놓고 빠르게 가쁜 호흡을 녹음)

"치사토 씨?"

이제는 읽기는 커녕 눈에 담고 싶지도 않은, 의도가 보이는 게 아니라 스크립트 자체가 선을 넘어버린 대본을 약간의 혐오감을 담아 덮으며 마침 순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루야마 아야에게 자신의 물병을 넘겨주는 시라사기 치사토에게 말을 걸었다.

"이건 대체"

"어머, 마야 쨩."

문제라도 있니? 태연하게 되묻는 시라사기 치사토의 눈웃음에 압도당해 대답했다.

"...아뇨...."

-치사토 쨩의 손가락, 좋아.... (속삭이듯이)

-치사토 쨩, 치사토 쨩, 치사토 쨩...! (절박한 듯이, 전력질주 한 다음에)

"...아무것도."

자신들의 소중한 마루야마 아야에게 닥칠 위기에 대처하고자 마음 먹은 마야가 꺾인 건 믿었던 이브도 이미 자신을 미끼로 그녀와 한통속이 되어있었다는 걸 깨달은, 다음 휴일의 침대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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