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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 거짓말쟁이 영매사 上

I.H.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4 23:05:51
조회 457 추천 15 댓글 3
														

 

 어느 평화로운 백작령의 시끌벅적한 도시.

 그 도시에는 한 명의 아리따운 영매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도시를 감싸는 커다란 성벽의 그림자가 선선하게 드리우고, 모험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숨은 맛집을 찾아 가끔씩 찾아오는 외진 골목.

 그곳에는 아담한 점집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바로 영매사가 운영하고 있는 점집이었어요.


 이 점집이 언제부터 그 골목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어라? 하고 눈치챈 순간 영매사의 점집은 그곳에 있었으니까요.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눈을 돌린 사람들이 오늘의 운세나 연애 운 따위를 점치러 방문합니다만, 이 점집에서 가장 유명한 건 당연히 '영매술'이었습니다.


 죽은 이의 혼을 불러오는 영매술.

 이 마법은 과거에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해주거나, 죽음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자들을 달래주었답니다.


 

 이를테면...



 "뭐야, 너 우냐? 나 대신 너희가 살았잖아. 너희는 내 몫까지 행복하겠다 약속했고... 그거면 된 거야."

 "……고맙다. 지금껏 이 한 마디를 전해주고 싶었어. 정말 고마워."


 먼저 떠나간 친구에게 전할 수 없었던 미련을 전해주거나,


 "언니... 정말 언니야? 정말로?"

 "우리 미나, 그동안 언니 없었다고 아주 사람이 다 됐네? 조교가 덜 된 걸까? 내가 항상 뭐라고 말했지?"

 "으흑.. 주인니임!!"


 주인님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주거나,


 "우리 헤어지자."

 "……뭐? 사고로 죽었다가 영매사분께 빙의해놓고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빠. 어째서 헤어지자는 건데?"

 "이건 잘못됐어... 여자는 여자끼리 사랑을 나눠야 해! 나는 네가 다른 여자랑 노닥거리는 걸 보고 싶었단 말이야!!"


 어긋난 사랑을 바로잡아주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영매사를 사기꾼이라 흉보던 사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사람들은 영매사의 능력을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야 자신의 잠버릇이라던가 좋아하는 손가락을 척척 알아맞히니 신뢰할 수밖에요.


 그녀는 어느새 도시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소문을 듣고 다른 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지요.



 "부디, 제 가족이 되어주세요. 영매사 언니..."



 그러던 어느 날. 서늘한 가을의 메마른 바람이 불던 날.


 영매사는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



--------------------------------------------------------------------------------------------------------------------------------------------------------------------------------------



 딸랑딸랑ㅡ...


 하루의 일을 끝마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고, 땅거미가 내려앉아 자기 전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 거리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사라지고 개와 고양이의 울부짖음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여 어두운 저녁의 적막을 채우고 있었다.


 "……?"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뒷정리를 하고 있던 영매사는, 점집의 입구가 열리며 들려오는 방울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딸랑딸랑ㅡ...


 문에 달린 작은 방울이 청량한 음색을 내며 누군가가 점집 안으로 들어왔다.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은 늦은 시각이라서, 점집에 있는 사람은 영매사와 손님 두 사람뿐이었다.

 때늦은 손님의 방문에 영매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어린아이였다.


 13살 언저리 정도의 키가 작은 여자아이.


 여자아이는 후줄근한 황토색 로브를 머리까지 푹 눌러쓰고 있어서 인상착의는커녕 눈동자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 대신이라고 할까, 후드 아래쪽으로 보이는 매끄러운 턱 선과 앙 다문 귀여운 입술은 소녀가 가진 수려한 미모를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다만 입고 있는 로브는 군데군데 천으로 덧댄 부분이 보일 정도로 굉장히 낡고 해져있었다. 한눈에 봐도 몇 년은 되어 보인다. 헌 옷을 주워 입어도 저렇게 걸레짝은 아닐 것이다.


 본심을 말하자면 땅에 떨어진 음식이나 주워 먹는 비루한 거지꼴.


 아이 같은 실루엣과 아담한 키가 아니었다면 이상한 괴한으로 취급돼서 당장 쫓아내도 이상하지 않을 차림이다.


 "어머 어머~, 귀여운 손님이 오셨네요~.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시죠? 혹시 길을 잃으셨나요?"


 그럼에도 영매사는 챙기고 있던 짐을 풀며 소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살짝 허리를 숙여 자그마한 손님과 눈높이를 맞춘 영매사의 얼굴에는, 어느새 포근하고 상냥한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영매사의 얼굴을 빠안히 쳐다보던 소녀는 발그레 뺨을 붉히며 후드를 벗었다. 후드를 벗자 흑요석처럼 아름다운 흑발이 넘실거리며 소녀의 등을 따라 흘렀다.

 소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그, 그게, 언니가 그 영매사님이세요?"

 "맞아요~ 그거 저예요. 이곳에서 부족하게나마 주민분들께 영매를 해드리고 있지요. 그런데 꼬마 손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그, 꼭 영매해 주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으흠...? "


 영매사는 어째 우물쭈물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자신감이 없다기보단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내 점집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을 정리하며 소녀를 안으로 안내했다.


 "후후, 영업시간은 이미 끝났습니다만 귀여운 꼬마 손님은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잠시 준비가 필요하니 의자에 앉아 기다려주시겠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소녀는 영매사의 안내에 따라 안쪽으로 들어왔다. 영매사가 로브를 벗는 게 어떻겠냐 물어봤으나 소녀는 낡은 로브를 꼬옥 끌어안고서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점집은 어린 소녀가 처음 보는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다.

 구석에 있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나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옥이나 유리로 된 이름 모를 장식들, 책장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수정구슬과 마법 서적 등등... 소녀는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점집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테이블 옆에 짐을 내려놓은 영매사는 아기 미어캣처럼 주변을 살피는 소녀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스륵. 스륵.


 영매사는 벽에 걸어뒀던 푸른색 로브를 옷 위에 껴입으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녀의 커다란 흉부가 펑퍼짐한 로브를 밀어올리며 힘차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자아... 우리 귀여운 손님께서 영매를 하고 싶다고 하셨죠?"

 "…네. 맞아요. 그런데 저기... 그게..."


 영매사가 자리에 앉자, 점집을 둘러보던 소녀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주머니 안을 뒤적거렸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소녀의 얼굴은 긴장과 불안함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이윽고, 소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한 움큼 꺼내어 영매사에게 보여주었다.


 "그... 영매를 부탁드리기 전에... 이 돈으로 영매를 받을 수 있을, 까요...? 제가 가진 전부인데..."


 소녀의 손에 담긴 것은... 은화 1장과 동화 3장, 그리고 도토리 7개.

 영매는커녕 당장 오늘 묵을 숙소도 구하지 못하는 돈이다. 그보다 도토리는 뭐야.


 "으음..."

 "역시 이 돈으로는 무리겠지요... 죄송해요, 저는 반드시 전하고 싶은 말이……. 정말 죄송합니다..."


 영매사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자 소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푸욱 고개를 숙였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억지라는 것은 소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 더러운 로브를 입고 있어서, 아니면 그냥 어리니까... 여러가지 이유로 소녀는 외로웠고 상처받아왔다. 도시의 외진 구석이나 도시 바깥에서 노숙을 하는 건 예사였고, 먼지뭍히지 말라며 음식점에서 내쫒아진 적도 많았다. 그야 당연하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지금의 소녀는 말 그대로 거지꼴이니까.

 어디에 가든 모두 비슷했다.


 소녀는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영매사의 말을 기다렸다.


 "으음... 이제 알겠어요. 손님께서 왜 그렇게 우물쭈물거리셨는지. 그 이유가 겨우 돈 때문이었군요."

 "……네?"

 "영매의 대금은 이 정도쯤 받겠습니다."


 하지만 소녀의 예상과는 달리, 영매사는 소녀의 손에서 도토리 3개를 집어 가져갔다.

 이외의 행동에 되려 소녀가 당황했다.


 "어, 어? 어째서 도토리를?"

 "손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제가 요즘 실험 중인 마법이 있거든요."


 도토리를 테이블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영매사가 장난스레 웃었다.


 "그런데 그 마법에 쓰이는 재료들 중에 '도토리 가루'가 필요하지 뭐예요? 도토리 같은 같은 걸 시장에서 팔지는 않을 거고, 제가 직접 찾으러 숲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무서웠거든요."

 "마법의 재료,입니까? 도토리가?"

 "네에~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우리 귀여운 손님께서 이렇게 딱 맞춰 가져다주셨지 뭐예요? 오늘의 저에겐 이 도토리가 굉장히 값진 물건이랍니다~. 영매를 해 드리기 충분할 만큼요."


 짤랑ㅡ.


 그렇게 말하며, 영매사는 소녀의 손에 금화 1장을 꼬옥 쥐여주었다.


 "그리고 이건 소정의 거스름돈이랑... 그래요, 이 돈으로 손님의 웃음을 사면 좋겠네요. 손님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겐 그렇게 우울한 표정은 전혀 어울리지 않답니다. 손님께서 웃으시면 참 예쁠 것 같아요."

 "……."


 두 사람의 손이 부드럽게 포개어지며 서로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온다.

 소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자신의 손에 포개어진 영매사의 손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


 영매사는 소녀를 딱하게 여기지 않았다.

 소녀에게서 도토리만을 가져간 것도, 소녀의 손에 금화를 쥐여준 것도... 물론 억지에 가까운 이유이긴 하지만, 그녀는 그저 소녀가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선의를 베풀지 않았다. 비루한 거지꼴의 소녀를 한 명의 손님으로 대했다.


 그것이 마치 소녀를 배려해주는 것 같았기에, 소녀는 자신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두근거림에 얼굴을 붉혔다.


 포개어진 영매사의 손은 너무나 따스하고 포근한 것이었다.

 딱딱하기만 했던 소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영매사님."

 "그렇지요~. 역시 그렇게 웃어야지요. 역시 제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요? 웃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요~."


 소녀가 웃자, 영매사도 해맑게 미소 지으며 소녀의 손을 놓았다.

 포개어진 손에서 느껴졌던 온기가 사라지자 소녀는 약간의 외로움을 느꼈지만 일부러 내색하지는 않았다.


 영매사는 테이블에 바로 앉아 눈앞의 소녀를 마주 보았다.

 바다처럼 푸른 그녀의 눈동자에 소녀의 모습이 담겼다.



 "자아ㅡ. 대금은 충분히 받았고, 어느 정도 긴장도 푸신 것 같으니... 이제 영매를 해 드릴 차례이지요. 준비는 되셨습니까?"



 상냥한 만큼 단호한 영매사의 말.


 그 말에 소녀는 휘휘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떨쳐내었다. 소녀는 영매사를 찾아온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해냈다.

 절박함을 숨긴 소녀의 붉은 눈동자가 영매사를 똑바로 응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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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백갤에서 이런 갓갓한 대회를 진행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백합 만세.


- 이 대회를 최근에 알았기에 글을 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허겁지겁 대회에 참여한다고 글이 좀 엉망이네요. 그리고 원래는 통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상,하 편으로 나눠서 올리게 되었습니다ㅠㅠ


- 하 편은 나중에라도 쪄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대회 열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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