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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크리스마스)인간들아 그슨대가 간다!

Rumi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0 20:25:33
조회 410 추천 16 댓글 4
														

예로부터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 한 것들은 자연 그 자체였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두려워하고 놀라워했으며, 그것들을 숭배했다. 이런 두려움 속에서 태어난 것들이 있다. 요괴, 괴물이라고 불리며, 혹은 신이라고도 불렸다. 허나,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던 밤의 어두움은 전기와 전구의 발전으로 물리쳐졌으며, 진보하는 기술과 과학은 경외하던 자연이 아무것도 아니며, 오히려 이용해먹을 수 있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그 곳에서 태어난 모든 것들, 앞서 말한 요괴나, 괴물, 그리고 신들이 잊히기엔 충분했다. 모든 자연의 산물들은 인간들의 것으로 착각하고 사용했으며, 사람들이 아닌 것들에게 사람들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허나 그들 중에서도 인간들과 살고 싶은, 그들 사이에서 살고픈 것들이 있었다. 혹여 그슨대라고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림자 안에서 살며, 그림자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괴물이다. 그림자 속에 서 있는 거대한 것. 어린아이의 형태를 하며, 사람이 도와주러 오면 그림자로 덮치거나 잡아먹는,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숨어 산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허나 그들은 자연스레 숨어들어, 조용히 살았다. 그 중에서도 사람에게 호감이 있어, 사람들과 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 동족들은 반대했지만, 신고만 제때 하고, 조심스레 산다면, 들키지 않을까. 그녀의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했다. 허나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본능에 휩쓸려 같은 아이를 잡아 문다거나, 생각지도 못한 능력의 발현이라거나. 사람들의 상상에서부터 생긴 많고 많은 것들 중 특히 포악한 그슨대, 그녀는, 본성을 숨기며 살았다.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 고등학생을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갔다. 시골이라고 하긴 뭣한 곳에서 산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큰 도시라고 말하기는 힘든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 곳에서 살다 큰 도시로, 심지어 수도권으로 나아가는 그녀를 말리려 했으나, 학구열이 뛰어나고, 의지가 뚜렷해 마지못해 보내 주었다. 물론 그녀가 사람이라고 하긴 힘드니, 기숙사에 살기 힘들다는 걸 아니, 타협해 자취하기로 했다. 이제 대학교의 신학기가 시작하고, 새내기들이 들어간다.


-


“저희 ????????대학교는,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오리엔테이션이야, 자기자랑이야. 속으로 투덜대며 김민서는 턱을 괴고 앞에서 설명하는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디에서나 볼 것 같은 사람이 나와 이것저것 설명하는데, 어차피 힘든 건 매한가지다. 한숨을 푹 내쉬며 핸드폰을 꺼내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의 지루함을 떨쳐낼 수 있도록, 재미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그저 시간 때우기가 필요하다.


“이상으로 모두 마치겠습니다. 힘드실 텐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아, 박수갈채와 조그만 환호성이 쏟아져 나오고, 단상에 서 있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내려간다. 다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가방을 둘러매고 강당 밖으로 나선다. 좋은 날씨다. 봄에 다가가는 2월의 찬 공기가 바람에 날려 와 머리를 흩날리게 한다. 긴 흑발이 휘날린다. 단순 검정색이 아닌, 칠흑같이 어두운 밤 같은 색이다. 머리를 다듬고, 자취방으로 향한다. 늘 가는 길이 아닌, 익숙지 않은 길을 걷는다. 이제부터는 자취를 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등록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수한 성적 덕분에 전액 감면이니. 알바자리나 찾아볼까 하며, 자취방으로 가는 길에 머리는 복잡해진다.


-


“자, 안녕하세요. 역사학과 신입생 여러분.”


첫 전공 수업이다. 교실에 들어가 기다리다 보니, 사람이 점점 들어온다. 대충 돌아보며 세어 보니, 한 서른 명 쯤 될까 싶다. 역시 문과는 인기가 없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자니, 갑작스럽게 교수가 그녀를 부른다.


“김민서 씨? 잠시 괜찮을까요?”


갑작스레 뛰어나온 자신의 이름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교수님을 쳐다본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교수님은 앞으로 나와 달라는 손짓을 한다. 한숨을 푹 쉬고 일어나, 묶지 않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가 날린다.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단상에 도착해 교수님 옆으로 가자, 환하게 교수가 웃으며 반긴다.


“우리 역사학과에 이런 인재가 오다니, 교수님은 기쁩니다. 여기 김민서 양은, 우리 학교에 수석 입학을 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다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협력해 주세요. 우리 과가 학교를 빛낼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러면 여러분, 간단히 설명 한 후, 30분에 끝마치겠어요. 자, 그럼, 우리 과는...”


앞에 나가 있다 들어가 적당히 듣고, 수업이 끝나 가방을 메며 나가려는 준비를 하던 중, 누군가가 옆에 다가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다. 애초에 지금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황해 쳐다보고 있자, 다가온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낸다.


“안녕하세요. 수석이시라고, 하하.”

“네, 맞는데요... 무슨 일로 오셨는지?”


다짜고짜 물어 온 질문에 당황해 주춤거리고 있자, 그녀가 갑자기 달려드는 급으로 다가와 말을 꺼낸다.


“그냥, 그냥 말 좀 걸어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전 최예림이라고 해요.”

“네...예림씨. 저는 아까 들었다시피, 민서에요. 김 민서.”

“반가워요, 민서씨. 혹시 초면에 실례가 아니라면, 번호 좀, 따도 괜찮을까요?”


당돌한 이 아가씨를 보고, 유쾌하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으며 흔쾌히 번호를 넘기고,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나선다.


“민서씨는, 어디서 오셨어요?”

“좀 멀리서 와서, 자취해요. 기숙사에 들어갈까 싶었는데, 사람이 많은건 좀 껄끄러워서, 자취하기로 했어요.”

“음~ 그러시구나. 저는 기숙사에요. 나중에 시간나면 놀러 갈게요.”

“하하, 언제 오세요. 맛있는 밥 해드리죠. 반찬 기깔나게 해드릴게요.”

“기대할게요! 꼭 갈게요. 아! 저 다 왔어요! 잘 가요 민서씨!”

“잘 가요. 예림씨.”


빌라 문을 열고 들어가 유리 문 안에서 밝은 미소를 짓고 팔을 흔드는 그녀를 보고 조그마하게 손을 흔들어주고, 발걸음을 돌려 자취방으로 향한다. 낮이지만 그림자가 져 약간은 어두운 골목으로 간다. 무서워하는 어둠이지만, 그녀에게는 약이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어둠은, 그녀를 편안하게 해준다. 편안하디 편안한 어둠속을 즐기며 걷던 중, 벌써 자취방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약 3주간 지내 벌써 익숙해진 침대와 옷장, 그리고 작은 부엌이 그녀를 반겼다. 옷을 벗어 옷장에 걸고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핸드폰으로 찾아보다가 이내 잠에 든다. 그녀의 대학 첫 날 밤이 저물었다. 새근거리는 그녀의 숨소리와 함께.


-


“자, 개강을 축하하며, 새로 들어온 새내기들을 응원하며, 건배하겠습니다!”

“건배!”


술자리에 끌려와 서른 명 남짓 되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이, 영 탐탁지 않다. 적당히 빠져 나갈까 생각도 했지만, 후에 걷돌게 될 것 같아 , 구석에 박혀 얌전히 오는 잔 만 받으며 안주만 빼먹으며 앉아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저번의 그녀가 분위기 좋게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힐끗 쳐다보자 눈이 맞을까 봐 고개를 황급히 돌려 술을 마신다.


“그나저나, 민서씨 참 예쁘시네, 그렇지 않아요?”


조용히 술만 마실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반대편에 앉아있는 남성분이 말을 걸어온 것이다. 적당히 응대해주려 입을 열고 생긋 웃는다. 


“하하, 예쁘다뇨, 평범하죠. 평범.”

“에이, 그게 평범한 거면 연예인들 하나도 안 예쁜 거네요?”

“에이, 너무 치켜세워주신다.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적당히 넘길 생각이었는데, 예상 외로 고집을 꺾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오는 말들을 적당히 응대하며, 안주나 몇 번 집어먹던 도중, 갑자기 둘의 대화를 중단하는 한 여성이 있다. 생글생글 웃으며 오지만,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추면서.


“그만 하세요, 당황하잖아요!”

“아하하, 미안, 죄송해요, 민서씨.”


저번에 만났던 그녀다. 생긋 웃으며 어깨를 툭 친다.


“잘 했죠?”

“아, 네, 고마워요.”

“에이, 칭찬 없어요?”

“어, 고, 고마워요?”

“아! 했던 말 또 하시네! 민서씨 취했네~!”

“아, 안 취했어요! ...어?”


장난을 주고받다 일어서려니,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너무 많이 마신 듯 싶다. 적당히 마신다고 마신건데, 그 적당히가 아무래도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가누지 못하는 몸을, 옆에서 부축해주는 그녀. 감사함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은데, 막상 취했다고 인지를 하니,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


“으으, 예림씨...”

“어우, 생각보다 무거우시네, 하하. 저기요! 민서씨가 많이 취해서 대려다 줄게요! 이만 갈게요, 수고하세요!”


저런 시덥잖은 얘기를 꼭 했어야 됐을까. 저런 거는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


길거리를 걷는다. 휘양찬란한 네온사인, 주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전조등, 그리고 길거리의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주위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들. 평소라면 시끄러워 했을 소리들인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자장가 같이 느껴져 편안하다. 


“어으으...”

“어후, 생각보다 많이 취하셨나보네,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게 걱정해주며 부축해주는 그녀는,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술 때문일까, 아니면 옆에 있어 감사함에 그런 것일까. 아마 둘 다가 아닐까 싶다.


“예림씨...”

“네?”

“우리, 그냥 말 놓는거...어때요?”

“음, 좋을 것 같아요. 나이도 같죠? 그치 민서야?”

“하하, 방금 한 말 다 취소할게요. 생각보다 별로네.”

“에이, 그게 뭐야! 하하.”


술기운을 빌려 이것저것 말하며 걷다 보니, 봄의 차가운 밤공기가 볼을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그 탓일까, 빌라에 도착할 때 쯤 되니, 술이 어느 정도 깨 제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어, 이제 혼자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아, 그래? 그럼 부축 그만해도 되겠지?”


들쳐 메던 팔을 내려놓고, 둘이서 차분히 걷는다. 차가운 공기가 두 명의 볼을 스치며 지나간다. 따뜻해졌다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다. 코트를 여매며 천천히 걸어간다. 집으로 가는 길을.


“술도 다 깬거 같은데, 너네 집에서 2차 어때? 너만 오면 고!”

“아니, 뭘 또 마시고 그래... 그냥 가고, 다음에 마시자...어?”

“어허! 둘이서 마시는 술이 더 맛있는 거야! 자, 자, 가자~.”

“아니, 우리, 우리 집인데...”


갑작스레 시작된 그녀들만의 조촐한 2차 회식이 시작됐다. 접이식 식탁의 다리를 펴고, 젓가락을 가져왔다. 술은 소주와 안주는 감자탕. 야간에도 배달해주는 우리나라의 배달여건에 감사하며, 술잔을 들어 건배한다.


“이야! 건배!”

“건배~ 하하.”


잔끼리 부딪히는 청명한 쨍 소리와 동시에 시원하게 술을 목구멍 안으로 쏟아 넣는다. 쓰라린 알코올 맛이 느껴진다. 그렇게 시덥잖은 얘기들을 시작했다.


“집이 어디야? 남자친구는 있었어? 공부는 어떻게 해야 잘 되나?”

“아니, 질문이 뭐 그래? 정상적인건 제일 첫 번째밖에 없잖아? 우리 집은 저기, 시골이야. 별거 없어. 그냥, 저기 충청도에, 조그마한 도시.”

“진짜 시골이었네. 거기서 공부 열심히 했구나.”

“뭐, 뭐 그렇지.”


술 뚜껑이 세 병째쯤 열렸을 때, 둘 다 취해 정신이 멍 한 상태다.


“아으, 힘들다. 화장실 좀.”

“그래라~ 가라~.”


화장실에 간 그녀를 뒤로하고, 연거푸 술을 마시는 민서를 말릴 자가 누가 있겠는가.


“아, 살 것 같다. 어? 민서야?”


나와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한 손에는 소주잔을 잡고 잔다. 팔자 좋게도. 부리나케 달려가 일으켜 세우며 물어본다. 


“민서야? 민서야, 정신차려봐...”

“으응? 예림이구나아...”


잠에 취한 표정으로, 눈을 뜬지 감은지 모르게, 검디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머리를 까딱거리며, 아기처럼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든다. 다른 점이 있다면 흑진주와도 같이 빛나던 검은 두 눈동자가, 빛을 잃고 심연과도 같은 검은색을 띄고 있다는 점일까. 두 눈이 초점을 잃었다고 하기에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지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민서야?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이만 자자.”

“흐, 나 안 취했어! 그렇게 생각하지이~?”


다 꼬부라지는 말투로 말하는데 누가 취하지 않음을 믿어주겠는가. 몸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를 도와주려 찬 물도 떠다주고, 창문도 살그머니 열어 찬 공기도 쐬게 하니, 약간 나아진 것 같아 한 숨 돌리려 핸드폰을 좀 하고 있자니, 또다시 식탁에 머리를 박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금 도와주려 핸드폰을 내려놓고 깨우려 가는데, 아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주위의 그림자가 조금 더 짙어진 느낌이 들고, 방의 등이 조금 어두워진 느낌이 든다. 


“어우, 민서야! 그만 가서 자자니까!”


하지만 약간 흐려진 등이야 나중에 고치면 되고, 지금 앞에서 힘들어 하는 친구를 도우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서둘러 달려가 몇 번 툭툭 치니, 다시금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어두운 곳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것 같은 피부를 뽐내며, 술잔을 잡고 있는 손을 내리고 그녀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의 두 볼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싼다.


“뭐야, 민서야? 이제 그만 자-.”


이제 그만 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자신을 응시하는 그녀의 두 눈이, 너무나도 위협적이고 아름다워 그저 쳐다만 볼 뿐이었다. 계속 쳐다보면 쳐다볼수록, 점점 더 그녀의 얼굴은 가까워졌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당황한 예림의 얼굴이 재밌는지, 가볍게 웃음을 짓더니, 그대로 자신과 그녀의 입술을 맞닿게 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당황하는 예림과는 달리, 너무나도 능숙하고 강렬하게 입술을 탐하는 그녀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마치 한 마리의 짐승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서. 둘 다 비슷한 체구지만, 미묘하게 큰 민서가, 예림을 꼼짝 못하도록 고개를 치켜들게 해 끊임없이 입맞춤을 이어 나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겁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입술이 떨어져 숨을 고르는 사이에, 예림이 입을 열었다.


“민, 민서야, 정신 좀 차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또 다시 막혔다. 아까 했던 것이 부족해 더 하고 싶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시 달려들어 진한 입맞춤이 시작됐다. 심지어 아까와는 다르게 모든 것을 탐하는 입맞춤이었다. 두 명의 혀가 섞이고, 숨소리도 격렬해 질 때 쯤, 숨이 막히는지 예림이 민서를 몇 번 때리지만, 오히려 더욱 강력히 끌어안고 아까보다 더 격렬해졌다. 긴 시간이 지나 입을 뗐을 땐, 둘 다 눈이 풀려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맛있어... 다, 다 먹을 거야... 끝까지...”


힘이 다 풀려 침대에 기대 헐떡이는 예림을 보며 맹수가 먹잇감을 보듯 천천히 네발로 기어 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다. 술이 많이 들어갔고, 몸을 가누지 못했던 그녀에게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두 팔로 몸을 감싸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는 애무를 시작한다. 부드럽게 피부를 핥으며, 조심스레 입을 가져다 대며 목을 빤다. 간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오묘한 감각에 두 눈을 꼭 감고 그녀를 떨쳐 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절망감에 눈물이 자연스레 흘러 내린다. 울먹이며 아직까지도 목을 애무하는 그녀에게 애원한다.


“그만, 그만, 해 줘...”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먹는 걸 멈추는 사람은 없다고 보는데, 몸이 근질거린다고, 참을 수 없는 걸?”


그리고는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크고 아름다운 두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커다란 두 눈이 감기고, 자신에게 스르르 쓰러지는 게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안 돼 가만히 있다 보니, 고른 숨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아마도 잠든 듯하다. 술주정이 많이 심하구나, 가만히 생각하며 기대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눈을 감았다 뜨며 눈을 감았나 생각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멀쩡히 정신도 들어와 있고, 심지어 그녀가 안겨있는 촉감까지 생생한데. 그렇다면 불이 꺼졌는가? 그렇다고도 볼 수는 없을 듯 하다. 불이 갑자기 꺼졌다면, 밖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보여야 하고, 눈이 적응 해 앞이 어느 정도 보여야 맞는데, 그것마저도 없다. 도대체 뭐가 일어났는지, 술기운에 약간 어지럽던 머리도 어느새 멀쩡해 졌다. 이젠 당황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할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샌가 자신에게 안겨있던 그녀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다. 놀라 주위를 더듬어 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들어 올리는 손길이 느껴진다. 놀라 그 손을 잡으니,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볼 수 있었다. 검디검은 흑발을 늘어뜨리고 자신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그녀가 보인다. 허나 아까 입고 있던 옷은 모두 어디에 갔는지, 홀딱 벗은 상태다. 칠흑 같은 두 눈동자에는 붉은 빛을 약간 띠고 있다. 앞에 서 있는 그녀가  과연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될 때, 그녀의 손이 떨어지고, 다시 눈은 어둠으로 들어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등 뒤에서 푹신한 침대가 느껴진다. 침대에 눕혀진 것 같다. 뭐가 일어날지 아무것도 모르고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있자, 그녀가 침대에 눕는다. 사실 쓰러진다가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갑작스레 앞이 보이게 되자, 그녀가 내게 겹쳐서 숨을 내쉬고 있기에.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에, 예림도 스르르 눈이 감겼다.


-


까악, 까악, 깍깍깍. 창밖의 까치가 시끄럽게 운다. 깡패질이라도 하며 다른 새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울어대겠지. 닫힌 눈꺼풀 틈새로 밝은 햇빛이 들어온다. 아침이 찾아왔다. 나른함에 한 눈만 뜬 채 상체만 일으켜 세운다. 옆을 보니, 예림이 가위라도 눌린 듯, 찡그린 표정을 지은 채 몸을 웅크린 채로 자고 있다. 옷은 흐트러진 채고, 목에는 키스마크까지 찍혀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앉아서 멍하니 보고 있자니, 이불이 몸에서 스르르 흘러내린다. 이불이 흘러내리자, 그녀의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놀라 다시 이불을 올려 가리고 방을 둘러본다. 아직 남아있는 감자탕에 굴러다니는 소주병까지. 그제야 모든 게 주마등처럼 촤르륵 스쳐지나간다. 말도 안 되는 술주정에, 유치원 이후로 한 적 없는 사람 덮치기, 그리고 진한 키스까지. 이정도면 잡혀가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로 뭘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른세수를 잔뜩 하며, 인상을 팍 쓰고 고뇌에 찬다. 혹시라도 선을 넘어버렸다면?


“아으으...어떡하냐...”


아름다운 머리를 잔뜩 헝클이며 복잡한 머리를 벅벅 긁는다.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그녀를 힐끗 본다. 아까보다는 편해진 얼굴로 자는 그녀를, 앞으로는 무슨 낯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시작부터 엉켜버릴 것 같은 다사다난한 대학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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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방 좋읍니다

글쓰기도 좋구 아주 좋아요

오늘도 중구난방으로 글쓴거같아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크리스마스 백일장이지만 크리스마스 안나오는 글

야! 신난다! 전통요괴맛좀봐라! 쭈와왑 쭈와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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