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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기말고사를 물리치고 올리는 여왕님 소설 -11

ㅇㅇ(119.200) 2019.12.18 22: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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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는 잉크 냄새가 밴 데리아의 손을 어루만졌다. 데리아가 뿌린 잉크 속에는 데리아의 의지가, 귀족들을 무장시키고 세금을 내도록 재촉하는 왕의 권위가 배어 있었다. 비록, 그 편지를 쓴 데리아는 그 의지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데리아의 손가락 끝이 꿈틀거렸다. 마르타는 시선을 데리아의 손끝에서, 얼굴로 옮겼다. 데리아는 자신의 손을 마르타에게 맡긴 채 시선을 허공에 던지고 있었다.

 

언제나 부드럽게 뜨던 눈꺼풀이 일그러져 동그란 눈동자를 가리고, 입술은 굳게 다문 채였다. 고민하는 얼굴에서 흔히 드러나는 절망이나 분노 같은 것은, 그 눈꺼풀과 입술 뒤쪽으로 단단히 숨겼을 게 틀림없다. 데리아는 어쨌건 여왕이고, 기품이라는 것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하는 부류의 인간이니까.

 

마르타는 그 얼굴을 보고 있었다. 데리아가 자신의 시선을 눈치챌 때까지.

 

이윽고 데리아는 시선을 옮기고, 마르타와 눈이 마주쳤다. 마르타가 웃음짓자, 데리아는 고민하는 표정을 풀었다. 데리아에게 어려운 쪽은 잔잔하고 자연스러운 미소 쪽이었다. 그 사이에 잠깐, 당황하는 표정을 띄우고는 재빨리 잔잔한 미소로 되돌아왔다.

 

마르타…… 미안해요. 찾아와 줬는데.”

 

괜찮아요. 데리아의 손 냄새를 맡고 있었으니까.”

 

손 냄새를요?”

 

데리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르타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잉크 냄새가 나요.”

 

마르타의 말을 듣자, 데리아는 웃음지었다. 공회장에서 무녀들에게 보여주곤 하는 미소였다.

 

마르타는 데리아의 손가락을 핥았다. 데리아의 편안한 미소는 순식간에 깨지고, 그 자리를 당황과 정욕의 열기가 차지했다. 마르타는 웃음지었다. 데리아의 손가락은 가슴처럼, 혀처럼, 옅은 단맛과 우유 냄새가 났다. 그 사이로 잉크의 쓴 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르타…… 손가락은……”

 

이미 입술도 허락하셨잖아요, 여왕님.”

 

마르타는 그렇게 대답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손가락은 데리아의 다리 사이처럼 민감하진 않지만, 그 입술이나 허리보다 훨씬 활동적이었다. 마르타의 침이 잔뜩 묻은 손가락은, 마르타의 입 속에서 방황하며 혀와 입속을 간질였다.

 

데리아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있다는 것 또한, 손쉽게 알려주고 말았다. 데리아가 숨을 들이쉬자 손가락 마디마디가 풀리며 펼쳐졌다가, 다시 접혀들었다. 마르타는 데리아를 보았다.

 

이 케언 신의 신전에서 그 누구도 보지 못했을 얼굴, 데리아의 달아오른 얼굴이었다. 마르타는 손을 움직여, 데리아의 손을 입에서 빼냈다. 끈적이는 선이 잠시간 손끝과 이어졌다. 이윽고 끊어졌다.

 

마르타는 데리아의 치마를 들춰내고는, 끈적이는 데리아의 손을 그 곳으로 끌었다. 땅 끝에 말뚝을 박으려 하다 지쳐 죽었다는 탐욕스러운 농부처럼, 데리아의 비밀스러운 곳을 차지하기 위해. 마르타는 그 손을 데리아의 허벅지에 대고, 위로 끌어당겼다.

 

데리아의 비밀스러운 영역을, 자신의 체액으로 덧칠해가기 위해.

 

-

 

방문을 연 무녀는, 마르타의 시선을 마주했다. 마르타는 무녀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무녀는 그 시선을 피해 데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여왕님. 찾는 자가 있습니다.”

 

마르타가 말을 가로챘다.

 

이 시간에 사람을 찾는 건 예의가 아니고, 율법에도 벗어나.”

 

루단 지역 무녀님께서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무녀들 간에는 명목상으로는 서열이 없었다. 실제로는, 경력과 무녀들 사이의 친분, 강력한 귀족 신도들과 얼마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얼마나 많은 헌금을 얻을 수 있는지가 무녀들을 가르는 척도가 되었다. 전달 담당 무녀는 마르타를 똑바로 바라보고 그렇게 대답했다.

 

마르타는 멍하니 무녀를 보았다. 데리아는 재빨리 둘 사이에 끼어서 말했다.

 

이미 저녁 시간인데, 누구인가요?”

 

루단 백작의 아가씨입니다.”

 

무녀가 말하자, 데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르타는 그 뒤를 따랐다. 무녀는 데리아의 책상 위에 올려진 분을 빤히 보고는, 둘을 안내했다.

 

데리아는 수도복을 입고 걸어가면서도 자기 걸음걸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규칙적이고 일정한 소리가 무녀의 귀에 울려퍼졌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띄면서도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어느 쪽 아가씨인가요?”

 

눈이 마주치자, 데리아는 짧게 물었다. 무녀는 당황하다가 대답했다.

 

자신이 후계자라고 했습니다.”

 

둘째 아가씨군요.”

 

첫째가 아닌가요?”

 

무녀가 잠시 걸음을 멈추자, 데리아도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무녀에게 답했다.

 

그걸 내가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는 말이었다. 무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신전 앞으로 향했다.  그 곳에 예복을 입은 당당한 기사가 일행과 함께 서 있고, 그 곁으로 루단 지역 담당 무녀가 서 있었다. 무녀는 데리아를 보자 만면에 화색이 돌았다.

 

기사는 데리아를 보고는 궁중식 예법에 맞춘 절을 했고, 그러자 그 곁에 선 여자도 데리아 앞에 고개를 숙였다.

 

루단의 록산느, 여왕님께 인사드립니다.”

 

고개를 들라, 록산느.”

 

데리아가 말하자 록산느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백작의 후계자라는 위명에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로, 통통한 양 뺨에는 선명한 혈기가 돌았다. 호기심 넘치는 눈동자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러다가, 데리아와 눈을 마주치고 그대로 멈추었다.

 

무슨 일인가, 록산느?”

 

록산느는 숨을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황송하옵니다. 전하. 저와 제 아버지가 전하로부터 서한을 받았으나 그것을 감히 의심하였습니다.”

 

데리아는 손을 내밀려다, 문득 손을 다시 집어넣었다. 록산느의 일행은 그 손에 시선을 못박았다. 데리아는 그녀를 꾸짖는 대신 손을 치맛자락 손에 넣었다.

 

그 일은 용서하마. 짐 또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니까. 허나, 이제부터는 믿을 것과 믿지 못할 것을 현명히 선택해야 한다.”

 

데리아는 현명히 선택하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록산느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짧게 답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럼, 의심의 실체를 확인하였으니 이제 어쩔 것이냐?”

 

록산느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신의 언니 되는 자를 만나 볼 생각입니다.”

 

그런가. 용건이 끝났다면 가거라.”

 

전하. 어느 곳인들 전하의 곁에 비하겠습니까? 청컨데, 왕도에 체류하는 동안 이 곳에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데리아는 록산느의 눈을 빤히 보았다. 귀족들이란 어수룩해 보여도, 자기 재산과 자리를 지킬 술수만은 준비해 놓는 부류다. 적어도 무녀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데리아는 그 눈을 보고는, 허락을 내렸다.

 

나 또한 이 곳에는 손님의 신분으로 있는 것이니, 이 곳 무녀들의 동의를 얻는다면 그렇게 하거라.”

 

마르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루단 담당 무녀는 재빨리 대답했다.

 

물론 되고 말고요. 몇 가지 규칙만 지켜 주신다면 얼마든지 계셔도 괜찮습니다. 칼레아, 안내해 드리세요. 물론, 여왕님과의 면담이 끝난 후에.”

 

데리아는 말했다.

 

가도 좋다.”

 

록산느는 데리아에게 절하고 물러났다. 칼레아는 데리아가 마르타와 떠나는 걸 보고는, 록산느와 그 수행원을 데리고 수도복 보관실로 향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록산느는 데리아의 눈에서 벗어나자 옆에 선 수행원에게 물었다. 칼레아는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삿된 일입니다. 지나치게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아요.”

 

죄송합니다. 무녀님.”

 

록산느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 옆에 선 수행원은 록산느에게 물었다.

 

곤란하신가요, 주인님?”

 

충성스러운 척 하기는.”

 

록산느는 불만스럽게 내뱉었다. 칼레아는 둘의 대화가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것처럼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수행원은 대답했다.

 

단지,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어떻게?”

 

칼레아는 수도복 보관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먼지와 좀약 냄새가 퍼졌다. 칼레아는 재빨리 움직여 적당한 수도복을 골라냈다. 낯선 손님, 그것도 귀족과 그 수행원이라면 껄끄럽다. 펑퍼짐한 옷이라 크기도 대충 비슷하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대충 옷을 끄집어내어 뒤를 돌아보자, 수행원은 단정히 서서 수도복을 받아들었다. 이제 보니 수행원의 눈은 밝은 푸른색이었다. 잠깐, 방금 눈을 마주친 건가?

 

감사합니다.”

 

수행원은 그렇게 말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칼레아는 멍하니 대답했다.

 

천만에요.”

 

수행원은 푸른 눈에 이국적인 갈색 피부, 하얀 이에 가늘고 색조 낮은 입술이었다. 하지만 입술이 옅은 덕에 하얀 이, 미소가 지어내는 유려한 입꼬리가 눈에 띄었다. 칼레아는 머리를 흔들고는 말했다.

 

방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칼레아는 성큼성큼 걸었다. 수행원은 록산느에게 속삭였다.

 

순진하네요. 그냥 호기심만으로 노예를 사는 주인님하고 비슷하게.”

 

성과부터 내고 말하지……?”

 


귀족들 대화 쓰는 거 어려워... 스토리 짜는 거 어려워... 시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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