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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츠구미] 그 사람에게 케이크 세트를모바일에서 작성

타에치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7 21:26:28
조회 429 추천 19 댓글 5
														

하자와 츠구미는 부모님의 카페에서 일하는 시간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건 누군가를 기다리는 데 쓰는 시간이었다. 츠구미가 항상 기다리는 그 사람은 직업 때문에 일상이 정해진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덕분에 츠구미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기대감에 찬 상태로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마치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처럼.

오늘도 역시 그 사람은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최선을 다한 목소리로 인사한 츠구미는 그 사람이 앉은 자리에 메뉴판을 들고 갔다. 사실, 츠구미는 아이돌이자 배우이기도 한 그 사람이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치사토 씨, 오늘도 케이크 세트인가요?”

“응, 커피 대신...”

“얼 그레이죠? 금방 가져올게요.”

저는 이렇게 당신을 잘 알고 있어요, 를 어필한 츠구미는 카운터로 돌아와 케이크 세트를 준비했다. 그녀가 주문받은 음식을 들고 가니 치사토는 여느 때와 같이 책 한 권을 꺼내 읽고 있었다.
츠구미를 발견한 치사토는 읽고 있던 책을 테이블 구석에 내려놓아서 케이크 세트를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고마워, 츠구미 짱.”

“매번 손님으로 와주시니 제가 더 고맙죠. 그 책은 새로 맡은 배역에 대한 건가요?”

“응, 평소에 해본 적이 없는 역이라 공부할까 싶어서.”

작은 목소리로 난 천재가 아니니깐, 하고 덧붙이는 치사토였지만 츠구미는 그런 그녀가 안쓰럽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 말을 하는 치사토의 표정이 자학이나 자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미소였기 때문이다. 어느 쪽인가 하면, 오히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동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쪽이었다.
츠구미는 그런 치사토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치사토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카운터로 돌아왔다.
카운터로 돌아와 카페 내부를 살펴본 츠구미는 오늘도 치사토의 팬들 몇 명이 그녀를 흘끗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치사토가 이곳 하자와 카페에 자주 들르는 것은 그녀의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치사토가 몇 번에 걸쳐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얘기한 뒤로 팬들은 자신들의 아이돌과 직접 접촉하는 대신 가만히 보기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츠구미는 그 모습이 마치 어항 속의 관상어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치사토와 좀 더 친한 사람들은 사파리에서 맹수를 구경하는 관광객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두 번째 묘사에 대해 치사토 본인은 노 코멘트로 답했다)
한번은 츠구미가 그런 치사토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이 무섭지 않냐고. 걱정이 느껴지는 그 질문에 치사토는 그저 웃으면서 이 정도는 최소한의 서비스라고 말하고는, 오히려 가게 장사에 방해가 되지는 않나 걱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카페 입장에서는 가게 매상이 오르니까 오히려 좋아요.”

“그래? 그래도 내가 츠구미 짱에게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네. 하지만 그거 아니?”

치사토는 장난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중에서는 아마 내가 아닌 츠구미 짱을 보러 오는 팬들도 있을 거야. 아마 츠구미 짱의 팬 페이지도 있지 않을까?”

그 자리에서는 놀리지 말라고 대답했지만, 그날 밤 츠구미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기 이름을 검색창에 써넣어 봤다. 결국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검색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그런 게 무섭지 않다니, 역시 치사토 씨는 대단하네.’

지난 일들을 생각하던 츠구미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테이블들을 살폈다. 곧 그녀는 치사토의 사각에 위치한 한 여자가 스마트폰을 치사토를 향해 들어 올리는 것을 발견했다. 빠르게, 하지만 소란이 일지 않게 조용히 움직인 츠구미는 문제의 손님에게 다가가 말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에선 다른 손님을 촬영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츠구미가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의했음에도 도촬을 시도하던 여자는 오히려 츠구미 쪽이 미안해질 정도로 깜짝 놀라고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는 사과했다.

“아, 그렇죠? 죄송합니다. 역시 그렇겠죠. 네....”

츠구미가 자세히 보니 여자는 키가 굉장히 컸다. 그녀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 중 가장 키가 큰 카오루 만큼은 아니어도 토모에만큼은 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큰 신체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그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아 츠구미는 카운터에 어머니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치사토 씨의 팬이세요?”

“네, 사실 전...연극 배우 지망생이거든요. 이번에 처음으로 무대에 나가게 됐는데 너무 겁이 나서...그래서 존경하는 치사토 씨를 보고 힘을 얻고 싶었어요.”

“그 마음 이해해요. 치사토 씨는 강해 보이니까.”

“그렇죠? 저렇게 작은 촛불이 어떻게 이리 멀리까지 비칠까요?”

츠구미는 여자가 입에 올린 그 대사를 알고 있었다.

“이번에 나가게 된 연극이 베니스의 상인인가요?”

“아, 맞아요. 잘 아시네요. 셰익스피어 좋아하세요?”

“그, 그게...저는 아니고 지인 중에 한 명 있어서요.”

츠구미의 머릿속에서 카오루가 덧없구나,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덕분에 여자는 아까보다 훨씬 편해진 상태로 말을 했다.

“치사토 씨는 저렇게 작은 체구에도 무대 위에서 당당한데, 저는 이렇게 큰 덩치에도 용기가 없다니 참 한심하죠.”

“글쎄요, 시작은 누구나 그런 거 아닐까요?”

츠구미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도 이렇게 보여도 학교에선 학생회를 하고 있고, 밴드 활동도 하고 있어요.”

“에? 진짜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예상대로 여자가 놀라자 츠구미는 미소지었다.

“그렇죠? 예전의 저는 지금 보이는 대로인 그런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새로운 세계를 알고 나니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어요.”

츠구미는 손을 뻗어 손님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러니 손님도 새로운 세계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치사토 씨를 봐서 힘을 얻고 싶었다는 건, 어떻게든 무대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은 강하게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 분명 잘 될 거예요.”

“아, 그...고맙습니다....”

손을 잡힌 여자의 얼굴이 빨개졌지만 츠구미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어주고는 카운터로 돌아왔다.
츠구미가 카운터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사토가 계산을 하러 왔다.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이 뒤에 일이 있거든. 사실 오늘은 이걸 건네주려고 온 거야.”

치사토는 손가방에서 포장지로 싸인 작은 선물 상자를 꺼내 츠구미에게 건넸다.

“오늘 츠구미 짱 생일이지? 일 때문에 아쉽게도 따로 축하해줄 시간은 못 가지겠지만, 선물이라도 전해주고 싶었어. 생일 축하해, 츠구미 짱.”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아든 츠구미는 감격하여 치사토에게 웃어주었다.

“고마워요, 치사토 씨!”

“참고로 내용물은 입욕제야. 예전에 입욕제를 좋아하던 게 떠올라서 츠구미 짱에게 어울리는 향으로 골랐어.”

츠구미는 의아해졌다. 선물은 준 것은 고마운데, 왜 일부러 내용물을 미리 밝히는 걸까? 츠구미가 답을 고민하는 사이, 치사토는 주변을 살피고는 재빨리 발돋움하여 카운터 너머의 츠구미를 향해 얼굴을 들이댔다. 츠구미는 키스라도 할 듯이 다가오는 치사토의 얼굴에 당황해서 눈을 감았지만, 그녀의 예상-혹은 기대-과는 달리 느낌이 온 곳은 입술이 아닌 귀 쪽이었다.
치사토의 입에서 나온 예쁜 목소리와 작은 숨결이 츠구미의 귀를 간지럽혔다.

“적어도 이걸 쓰는 동안에는 다른 손님이 아니라 내 생각만 해줬으면 해.”

츠구미가 놀라 눈을 떴을 때는 치사토는 이미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럼 츠구미 짱, 다음에 또 올게.”

“...또 오세요....”

츠구미는 얼이 빠져 자기가 이상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가게를 나가는 치사토의 등에 대고 인사를 했다.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깨달은 츠구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치사토 씨, 방금 그건...설마?’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은 츠구미, 17세의 새해가 시작되는 하루였다.

——————————————————————————————

집에 오는 길에 생각이 나서 사약 원샷하는 느낌으로 짧게 써 봄.

치사토의 이벤이나 에피가 하자와 카페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츠구미랑 접점은 많은데, 그에 반해 둘이 엮는 케이스는 못 본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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