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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공포 영화로 리미아리 어떠니앱에서 작성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8 23: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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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타고난 천성이 있기 마련이다. 활발한 사람과 차분한 사람, 꼼꼼한 사람과 적당주의인 사람. 우시고메 리미의 경우는 상냥하고 착한 것이 그녀의 천성이었다. 어느 정도냐고 하면, 반에 한 명씩은 꼭 있다는 답답할 정도로 착한 아이를 떠올리면 된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데다 자기 주장이 강한 것도 아니다. 원체 상냥해서 누군가와 싸울 일도 거의 없지만, 막상 의견 충돌이 생기면 속으로 삭힐지언정 절대 대놓고 맞서지는 않는다. 이렇게 유한 성격이 그녀의 소동물계 이미지와 시너지 효과를 내서, 리미의 '미안해' 를 들으면 설령 리미가 잘못한 일이라고 해도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 라고 사과하고 싶어지게 된다(는 것이 리미와 대판 싸워 본 거의 유일한 사람인 어떤 키보디스트의 평이다).


그러나 아무리 착해빠진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단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리미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나는 모두가 잘 알듯 달달한 초코코로네고, 다른 하나는...


우시고메 리미는 흔히 말하는 공포물 마니아였다. 여름 시즌이면 극장가를 점령하는 공포 영화를 빠짐 없이 보러 가는 건 물론이고, 피와 살점 따위가 튀기는 b급 공포 영화도 문제 없었다. 오히려 리미는 그런 쪽이 더 취향이었다.


오싹하게 깔리는 배경 음악, 기분 나쁜 소품,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귀신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그것을 스크린 건너에서 구경한다는 것은 리미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자극이었다. 어릴 적 서프라이즈에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벌벌 떨면서 얼른 투니버스로 채널을 돌렸다가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슬그머니 그 채널로 돌아가듯이. 초등학교 때 반에서 짝꿍이 열심히 보던 무서운 만화책에 슬그머니 눈이 가듯이. 리미는 그 기묘함, 그로테스크함, 오싹함에서 오는 짜릿함을 즐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자극의 역치는 점점 높아져서, 리미는 이제 웬만한 공포 영화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가 무슨 변태나 사이코패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픽션의 영역에서, 작품으로서 호러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사람이 죽는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런 취향을 굳이 밖으로 드러내서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 취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나 아이돌 얘기를 마음 맞는 친구랑 같이 하는 것이 즐겁듯이, 리미도 내심 공포 영화라는 별난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점심 시간에 이치가야 아리사가 이렇게 말했을 때, 리미는 순간 밝아지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 리미, 그 뭐냐... 이번에 개봉한 공포 영화, 같이 볼래? 평점이 꽤 좋대서. "


이치가야 아리사. 핫팩을 보고도 철의 산화 반응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과 인간. 공포나 미스테리 얘기가 나오면 으레 '야, 그런 비과학적인 걸 아직도 믿냐?' 라고 퉁명스레 면박을 주는 부류다. 평소에 리미가 공포 영화 얘기를 꺼낼라 치면, 아리사는 팔짱을 끼고 입버릇처럼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 도대체 왜 영화관까지 가서 돈을 주고 깜짝 놀라려는 거야?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차라리 상영 끝나면 다운 받아서 보겠다! 솔직히 거의 태반은 작품성도 뭣도 없이 그냥 귀신이 튀어나올 뿐인 영화잖냐. "


리미는 솔직히 이런 부류의 인간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은, 마술사가 멋지게 마술을 선보이면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트릭을 찾아내서 '하! 그건 그럴 듯한 속임수잖아!' 라고 외치고 싶어한다. 마치 자기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도무지 미스테리를 즐길 줄 모르는 삭막한 사람들. 호러라는 장르가 가지는 예술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딘가 결여된 사람들... 리미는 이들에게 일말의 동정심마저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해서 리미가 고작 그런 이유로 아리사를 싫어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착한 리미답게 그저 아리사의 이런 점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정도에서 그쳤다.


무엇보다도, 리미는 알고 있었다. 아리사는 공포 영화를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못 보는 것이라고. 전에 다 같이 공포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아리사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르르 떠는 입술과 미세하게 떨리는 어깨, 게슴츠레 눈을 뜨고 필사적으로 유지하는 무심한 표정, 팝콘 통을 거의 찌그러트릴 듯 꽉 쥔 두 손... 대놓고 울먹이는 카스미와는 다른 느낌으로 안쓰러워지는 아리사였다.


그렇게 겁이 많은 아리사 쨩이 나한테 공포 영화를 보자고 했다는 건... 아리사 쨩, 아직도 그때 싸운 거 맘에 두고 있구나? 리미는 제 앞에서 쭈뼛거리는 아리사가 귀여워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둘만 놔두면 약간 분위기가 어색해진다는 걸 알게 된 카스미나 사아야가 아직도 화해 못했냐면서 아리사를 곧잘 놀리곤 했었으니까, 이 기회에 다시 이전처럼 앙금 없는 사이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그건 리미도 환영이었다. 일부러 자기가 좋아하는 호러 영화를 골라 준 아리사가 고마웠다.


어쨌든, 리미가 "응, 아리사 쨩! 이번 주 주말, 어때...?" 라고 말하기만 해도 그 다음 줄거리는 따뜻한 리미아리 순애물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무슨 이유에선지 리미는 입을 다물고 아리사를 잠깐 응시했다... 그리고 모범 답안 대신 이렇게 답했다.


" 아리사 쨩, 괜찮아...? 그 영화 리뷰를 보니까, 이번엔 꽤 무섭다고 해서. 볼 수 있겠어? 살짝, 무리일지도... "


그러자, 아리사의 미간에 얇은 핏대가 섰다. 


" 아니, 내가 무슨 카스미냐!! 그냥 돈이 아까워서 안 볼 뿐이지,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본다고! "


마치 그렇게 말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리미의 입에서 바로 다음 대사가 나온다.


" 그치만 아리사 쨩 취향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잔인한 장면도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구. 깜짝 놀라는 요소도 많고... "


" 그, 그러냐...? "


아리사의 어깨가 움찔 하고 떨린다. 아마 나름대로의 잔인한 장면을 상상하는 중이겠지. 하지만 아리사가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자신이 있는 리미는 이렇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응. 나야 괜찮지만, 아리사 쨩이 못 보면 안 되니까... 나는 그냥 로맨스코미디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거 같이 봐도 좋아. "


생글생글 웃는 리미의 얼굴을 보는 아리사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걸렸구나...! 리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리미는 이치가야 아리사가 사실 카스미와 쌍벽을 이루는 엄청난 겁쟁이라는 걸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리사는 카스미와 달랐다. 때때로 튀어나오는 자존심 때문인지 아리사는 도무지 공포물이 무서워 죽겠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비과학적이라느니 작품성이 떨어진다느니 하는 이유를 대면서 슬쩍 빠지곤 했다.


그러니까 그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이치가야 아리사한테는, 친구가 좋아하는 공포 영화가 무서워서 애들이나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 점을 노린 밑밥이었다.


" 아, 그냥 그거 보자! 또 영화 찾으려면 귀찮고... "


언제나처럼 쿨하게 얘기하는 아리사였지만, 불쌍하게도 얼굴은 이미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월척이래이~! 낚싯대를 신나게 당기던 리미는 갑자기 더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만화였다면 커다란 느낌표 한 개를 머리 위에 그려도 좋을 법한 생각이었다.


" 그럼, 아리사 쨩. 오늘 우리 집에 놀러오지 않을래..? "


" 어, 리미네 집에...? 왜? "


" 아, 지금 개봉 중인 건 속편이잖아? 그 영화의 전편 dvd가 마침 집에 있어서, 그걸 먼저 보면 이해도 잘 되고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오늘 바빠? "


물론 아리사 쨩이 바쁠 리가 없지, 하고 리미는 자기 질문에 스스로 즉답했다. 포피파 각자의 일정은 이미 서로 훤히 꿰고 있었으니까. 아리사는 오늘 한가하다.


아리사도 하나죠 학년 수석.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공포영화를 보자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아리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다 알아 놓은 상태였다. 확실히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으면 별로 무섭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좋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전편을 보자고? 아리사의 안색은 어느새 귀신처럼 창백하게 변했다. 아, 핸드폰 왜 냈지... 1편 줄거리도 좀 읽어 볼 걸! 완전 망했다...! 리미 얘는 그런 영화를 왜 dvd로 왜 소장해!? 꺼림칙하지 않아!?


물론 리미가 거기까지 다 꿰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아리사와 하루라도 빨리 영화를 볼 구실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 뿐. 어쨌든 중요한 건 결과였다. 갑자기 벌어진 심리 싸움 끝에, 결국 리미의 판정승!


" 알았어... 솔직히 전편 줄거리는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될 것 같지만, 같이 보는 것도 재밌겠네... "


*


아리사가 자리로 돌아가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도 리미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엄마 몰래 군것질을 처음 해 본 아이처럼 리미의 자그마한 심장은 방망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 나, 아리사 쨩한테 방금 엄청 심술 궂었지... '


그 말대로였다. 친구를 골탕 먹인거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것도 자기한테 먼저 용기내서 다가와 준 아리사에게... 그 생각을 하니 리미는 당장이라도 아리사의 두 손을 맞잡고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어졌다. 으으... 아리사 쨩, 미안해...!


그 착한 리미가 왜 갑자기 그런 계략을 꾸민 걸까? 그 이유는 리미 본인도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직, 나는 아리사에게 살짝 삐져 있는 거라고... 


내가 이렇게 뒤끝이 있는 편이었나...?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리미는 열심히 도리질을 했다. 아리사 쨩이 얼마나 좋은 앤데! 나 진짜 나쁜 애구나, 이런 생각까지 하고. 거기다 아리사 쨩이 무서워하는 호러 영화도 반쯤 강요하고...


그런데, 계속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신기하게도 아리사에게 서운했던 일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솔직히 아리사 쨩 가끔 나한테 너무 했어. 그때 나한테 버럭 화 낸 것도 있지만, 자꾸 나 호러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호러 영화는 비과학적이니 작품성이 떨어지니 하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쌓였던 앙금의 둑이 터지자, 리미의 마음을 가득 채웠던 죄책감도 같이 휩쓸려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제 리미는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아리사를 곤란하게 해 보고 싶어졌다. 도도한 표정으로 무시했던 호러 영화를 보고 잔뜩 겁먹은 채로 소파 한 구석에 움츠러든 아리사가 보고 싶다. 과학이니 뭐니 얄미운 소리만 하는 그 조막만한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나 흐느끼는 소리가 나오게 해 주고 싶다. 생각해보니 귀여울 것도 같았다. 리미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자기 품에 반쯤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아리사를 상상해 보았다.


" 흐윽... 흑... 리미이이... 귀신, 지나간 거지...? 읏... 이제 정말 안 나오는 거 맞지...? 그, 그렇게 조용히 있으면 더 무서우니까...! "


읏...! 이거 엄청 위험해...! 울먹이는 아리사 쨩, 진짜 귀여워 죽겠데이...! 리미는 두근거리다 못해 욱신거리기 시작한 가슴께를 확 부여 잡고 나머지 손으로는 입을 틀어 막았다. 설마 이게, 카스미 쨩이 들었다는 별의 고동소리...?


리미는 입을 막은 손을 살며시 떼고, 무언가 의미심장한 눈을 하고 열심히 노트 필기 중인 아리사를 바라봤다. 저 예쁜 얼굴이, 몇 시간 후엔 내 앞에서 눈물 범벅이 되겠지...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기분 좋게 간질거려서, 이후의 수업은 아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


공포영화 좋아하는 리미랑 자존심 때문에 무섭다고는 절대 안하는 아리사로 회로 돌린 리미아리. 리미 캐릭터에 양념 좀 쳤어... ㅋㅋㅋㅋㅋㅋ 설정 괜찮은 것 같아? 뒷 이야기도 쓰려다 너무 리미 캐붕일까 싶어서 일단 앞부분 먼저 올려 봐 ㅠㅠ 조금 소악마같은 면을 넣어보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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