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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모카란] 연애재판 ~ 육욕지옥 편 ~ (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4 21:46:53
조회 746 추천 28 댓글 9
														

上 편. 


 -


 자신이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란 걸, 아오바 모카는 그 언제부터 알게 되었을까. 중학교 때, 항상 함께했던 사람들과 같은 반이었지만 그 중 한 명이었던 란과 떨어졌을 때. 


 과연, 그 때가 처음이었을까. 


 기억에 기억을 되짚어도 모카는 그것을 알 수가 없다. 다만, 자신이 생각 이상으로 약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체감할 뿐이다. 


 아련하게, 혹은 부서져라 하늘을 덮은 붉은 구름. 미혹림을 벗어나자, 코를 덮었던 달짝지근한 향기도 모두 사라졌다. 난데없이 지나간 바람은 모카의 교복자락과 히짱의 머리카락과 토모에의 낫을 스쳐 지나갔다. 토모에가 했던 말 그대로, 어느새 한 사람과 한 명의 사신과 한 명의 번호사는 육욕지옥에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자, 들어가.”


 갑작스레 히마리 변호사는 모카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모카가 조금 눈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자, 히마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지옥으로의 첫발은, ‘죄인’이 먼저 떼야 해.”


 “아.”


 죄인이란 단어에, 드디어 모카는 현실감이 들었다. 토모찡의 모습을 한 사신과 히짱의 모습을 한 변호사가 그 사실을 가려주곤 했지만, 결국엔 왔구나.


 지옥으로 왔구나, 내가. 


 그 사실에 새삼 전율을 느낀 모카. 그녀는 발을 떼어 드디어 지옥을 밟았다. 


 그러나 생각 외로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그냥 땅을 밟았구나, 지옥도 다를 게 없구나. 하는, 그런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카를 압도한 게 하나 있었다.

 

 늘 매사에 심드렁한 면을 보이는 모카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한 눈으론 절대로 사로잡지 못할 길고도 긴 계단이었다. 모카는 저의 눈을 빛에서 가린 채, 계단을 쭉 올려다보았다. 중간, 중간에 그 길이를 참지 못한 구름이 어깨를 얼싸 메고 있었다. 


 “자, 그럼.”  


 육욕지옥의 계단에 압도된 모카가 입을 벌린 사이, 토모에는 어느새 출항준비를 마쳤다. 실로 간단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기에 모카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는 거야, 토모찡?”


 다른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본 반가운 얼굴이었기에, 헤어지는 건 역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정작 이 세계의 토모찡은 진짜 토모찡이 아닌데도 말이다.  


 “응.”


 토모찡이라고 불린 사신은 굳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뒷모습만을 유지한 채, 어깨에는 낫을 멘 채 떠나려했다. 하지만 모카는 그게, 서운하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것 또한 그녀가 겪은, 그녀 나름대로의 이별방식이리라. 


 “이 세계엔 죄인이 너무 많으니까.”


 조각배는 그리 매정하게, 그게 아니라면 그저 속절없이 떠났다. 모카는 조각배가 더 멀어지기 전에,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기 전에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바이, 바이. 토모 찡~”


 모카답다면 모카다운 인사였다. 


 결국 수평선 너머로 조각배는 사라졌다. 그것을 가만 바라보던 모카와 히마리 변호사. 이윽고 히마리 변호사는 모카의 등을 팡팡 쳤다. 그리고 그러한 모카의 시야가 히마리 변호사를 향하기 전에. 


 “자, 모카!”


 히마리 변호사는 모카의 팔을 낚아채버렸다. 


 “이제 슬슬 재판장으로 가자! 아름다운 내일, 밝은 환생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구?”


 그리고 그대로 팔짱을 껴버렸다. 어, 어, 어. 하는 사이에 모카는 히마리가 이끄는 대로 걷고 있었다. 그녀가 향하는 방향은 역시나 계단. 위로를 해주는 것인지, 그저 제 일을 마치려는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조금 장난기가 들어서.


 “히~짱, 가슴 크다.”


 “뭣?!”


 모카는 괜스레 히마리 변호사의 가슴을 살며시 희롱했다.


 “이것도 히~짱 같애. 말랑, 말랑. 말랑, 말랑.”


 “몪까!”


 히마리 변호사는 모카의 이름을 빽 내질렀다. 이름이 불린 그녀의 입 꼬리엔 장난기가 진히 걸려 있었고, 따라 붙는 히마리 변호사의 입가에도 웃음기가 흥겹게 뛰놀았다.


 “육욕지옥에서 감히 성희롱을 해?!”


 “용서해줘, 히~짱~!”


 그렇게 두 사람은 그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계단까지 장거리 달리기 시합을 했다. 

 




 망자의 계단. 


 히마리 변호사는 그 계단의 이름을 그렇게 말했다. 삶을 살아가면서, 반인륜적인 정욕을 품은 사람에게 내리는 자기반성의 형벌이라 했다. 그러나 죄의 질은 같을지 언정, 죄의 무게는 다를 수도 있지도 않은가. 그러한 이유로, 이곳 망자의 계단엔 염라대왕의 명으로 직접 설치한 물건이 있었다. 


 “요즘 지옥, 너무 신세대 아니야? 히~짱!”


 “좋은 인간 문화는 받아 들여야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데도, 두 사람은 위이잉, 소리를 내며 망자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계단을 걷다, 걷다, 지쳐버린 사람들도 넘어버린 채 두 사람은 육욕지옥의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분홍 솜사탕 같이 부풀은 붉은 구름은, 이내 모카의 눈 안으로 훅 하고 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에스컬레이터라니~”


 “뭐, 어때~ 편하고 좋잖아~”


 뭔가 실망스러운 모카의 눈빛에, 히마리 변호사는 제 팔꿈치로 툭, 모카를 쳤다. 그럼에도 모카는 인정할 수 없다는 눈길이다. 요즘의 지옥을 지옥이라 생각 못하고, 근시안적인 아날로그적 시점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지옥도 분명 생명체가 사는 곳이기 때문에, 그러한 현대화를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현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지옥에서 사는 사람들 또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녀 또한, 변해야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죄인을 변호해봤지만...” 


 히마리 변호사는 이제는 보이지 않는 땅을 바라보았다. 어딘가를 그리워하는 시야에, 모카 또한 그녀의 말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잠시간의 정적이 그들을 덮쳤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었던 죄인은, 네가 처음이야.”


 그녀가 변호한 사람들 중, 이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었던 사람은 지금 여기 있는 아오바 모카가 처음이었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삐익, 불길한 소리를 내며 거부했다. 염라대왕이 설정한 죄질이 얼마나 가벼웠으면, 그 어떤 사람도 이 에스컬레이터를 통과하지 못했던 걸까. 


 만약 모카가 아니었다면, 히마리 변호사는 이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난 거라고, 혹은 이 세계의 죄인들은 모두 더러운 죄인들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있지, 모카.” 


 그녀에겐 나름 특별한 죄인이었기에, 그리고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사람이었기에. 


 “넌 좋은 죄인으로 판명되어, 분명 더 좋은 인생을 찾아 갈 수 있을 거야.”


 히마리 변호사는 인간 아오바 모카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확신을 가진, 그리고 혹여나 모카가 품고 있을지도 모를 불안감을 없애주기 위해.


 “저, 히~짱.”


 분명 히마리 변호사의 덕담을 들었지만, 모카는 아무렇지 않게 저를 바라본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응?”


 저승에서도 따뜻한, 제 친구를 바라보며 모카는 웃었다. 소리 없이, 하지만 덧없고 강하게. 


 “히짱도, 나를 그렇게 불러 주는구나.”


 “뭐가?”


 “모카, 라고.”


 훨씬 전부터 깨달았지만,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었던 걸 모카는 입술에 담아보았다. 그러자 히마리 변호사 또한 얼굴을 붉히며 당황했다. 


 점점 재판이 다가와서 그랬던 걸까, 이러한 질문은 평소의 모카가 생각하던 쿨한 지점이 아니었다. 어쩌면 히마리 변호사에게 살며시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토모 찡이 떠났으니까 말이야.”


 어쩌면 그저 히짱의 이런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모카는 히짱을 매일, 매일 그렇게 자주 놀렸으니까. 살이 찌지 않았는데도 살이 쪘다고, 그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무른 점도, 히~짱답네.”


 사신이었던 토모찡도 그랬지만, 변호사인 히~짱도 여전히 히~짱다웠다. 그리고 그랬기에 히마리 변호사는 우에하라 히마리의 모습을 빌어 저에게 나타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카는 생각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카가 알고 있던 사람들과 매우 닮아 있었다. 도대체 왜? 어째설까? 그걸 알 수 없기에, 그리고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에스컬레이터의 끝을 넘어 두 사람은 마침내 지옥의 입구로 도착했다. 멀리서 보았을 땐 신사의 토리이로 알았던 것이, 자세히 보니 도톰한 입술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에 비해선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막상 지옥의 입구라고 생각하니 모카도 싱숭생숭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히마리 변호사와는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 것. 질문한 것에만 대답할 것. 그리고 염라대왕님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예를 표할 것. 뭔가 귀로 들은 것은 많은데, 쓸데없는 걸 죄다 솎아내니 세 가지였다. 


 “가자, 모카.”


 히마리 변호사는 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래서 모카도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입술처럼 생긴 토리이를 지나, 유곽처럼 생긴 건물들을 지나, 풍속객의 모습을 한 기분 나쁜 사람들을 지나, 그들은 지옥의 한 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은 이를테면, 터널 같은 곳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럼에도 소리는 너무나도 커서 무서운 그러한 곳. 만약 그런 곳에 혼자 있었다면, 참을 수 없이 외로웠겠지만 모카는 저의 손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감촉에 그러한 감정을 달랠 수 있었다. 


 “피고, 아오바 모카! 출두요!”


 누군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자, 모카의 시야도 히마리의 시야도 이내 빛을 맞이했다. 눈이 부시다는 감각과 더불어, 이곳에 히짱과 저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이 모카는 들었다.


 “당신이 오늘의 죄인인가요, 아오바 씨.”


 또 익숙한 목소리가 모카를 스쳐 지나갔다. 귀여움이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힘이 느껴지는 바른 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모카는 고개를 기울였다.  


 “와, 츠구다, 츠구~”


 재판 직전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있는 얼굴이 또 튀어 나와 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모카는 반가움을 미처 숨길 수 없었다. 그 덕에 히마리 변호사가 했던 말을 어겨버린 건 덤이었다.  


 “몪까!”


 법정에선 절대 정숙을 유지하라고 했건만, 결국 요 모양 요 꼴이었다. 히마리 변호사는 모카의 등을 팍, 하고 내려치며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으르렁거렸다. 검사 측의 페이스엔 별로 말려들고 싶지도 않았고, 나름 승소의 기운(?)이 보이는 모카였기에 더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검사님. 폐를 끼쳤군요.”


 모카를 제 옆으로 끌고 온 히마리가 검은 정장을 곱게 차려 입은 츠구미 검사를 향해 깊이 고개 숙였다. 그러나 모카는 뭐가 문제냐는 듯 당당했다. 히마리의 이마에 십자가 하나 더 새겨질 무렵에.


 “아니, 괜찮아! 히마리 쨩! 모카 쨩!”


 츠구미 검사는 난데없이 하자와 커피점의 하자와 츠구미를 연기했다. 정말 츠굿떼루한 모습이 모카가 보기엔 하자와 츠구미 그 자체였다. 


 “쯔구우~ 역시 쯔구야아~!”


 “역시, 장난기가 지나치시다니까...”


 히마리 변호사의 말에, 츠구미 검사는 에헤헤, 하고 헤실헤실 웃었다. 그 웃음에 모카도 제법 기운이 좋아져, 그대로 피고 자리에 앉아 늘어질 뻔했던 걸 간신히 참았다. 


 그야말로 갑자기 분위기 하자와 커피점이다.  


 “츠구~!”


 “응, 모카쨩!”


 “저기, 연기 계속하시는 건가요?” 


 히마리 변호사의 말도 무시한 채, 두 사람은 이미 저들만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이래서 이번 염라대왕님의 취향이 히마리 변호사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다른 죄인의 경우는 낫다. 그러나 유독 10대 여고생들끼리는, 엄숙해야 할 재판장이 금세 걸즈토크로 바뀌어버리니까. 그 점이 싫었다.


 “츠구는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점에서 빌어, 검사가 된 거야? 츠굿떼루한 점이야?”


 반면 모카는 꽤나 마음이 동했다. 지옥에서 아직 만나지 못한 두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그리고 만약 검사가 있다면 그 역할을 할 사람은 츠구미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음... 나는... 모카 쨩이 마음속으로 가장 성실하고, 그리고 가장 강직하다고 생각한 사람이라, 이렇게 모카 쨩의 검사가 된 거야.”


 츠구미 검사는 츠구미의 말투까지 따라하며, 마치 츠구미가 본인인양 모카에게 답을 주었다. 그 대답마저 츠구미다워서, 모카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렇구나~ 츠구 쨩은 그래서 검사가 됐구나.”


 분명 담담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점마저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선명히 붉어졌던 마음이 점점 멍을 입은 것 마냥 푸르게 물들었다. 


 “나를, 진짜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그래서 그녀답지 않게, 모카는 살짝 말 끝을 흐렸다. 


 “응! 모카 쨩을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츠굿떼루 할 거야!”


 아무리 반갑다곤 해도, 저렇게 즐겁다는 듯 말하는 츠구미가 모카는 무서웠다. 지옥의 엄숙함이 이런 식으로도 느껴지는구나. 차라리 스탠다드 식이라면 덜 무서웠을 걸, 이렇게.


 “검사님, 지금은 재판 시간이 아닙니다. 피고의 마음을 흔들...” 


 모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 히마리 변호사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만.”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 츠구미가 말을 끊었다. 아니, ‘그것’은 츠구미가 아니었다. 츠구미의 거죽을 쓴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재판장님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길 바랍니다.”


 츠구미의 말과 함께, 히마리 변호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마리 변호사의 옆에 있던 모카도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츠구미의 모습으로 그렇게 놀라면 어떻게 해, 모카.”


 그러나 이윽고 들려온 목소리에, 모카는 저도 모르게 히마리 변호사의 손을 꽉 잡았다. 히마리 변호사는 모카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지금껏 어떤 일이 있어도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했던 그녀가, 심히 동요하고 있다.   


 “난 네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일 텐데.”


 ‘그것’은 하네오카의 교복을 입은 채, 그리고 아오바 모카에겐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그리고 아오바 모카가 가장 잘 보일만한 곳에 서있었다. 그리고 보란 듯 가장 상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란....”


 매일 밤 그리고 매일 밤 지웠던 그녀의 이름이, 그곳을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미타케 란이라는 풀 네임을 말하려고 했는데, 목이 메어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 한 글자만이 툭, 하고 튀어 나왔다. 억지로 입가를 올리려 해도, 억지로 눈을 접히려고 해도, 그게 되지 않았다.


 다만, 이 순간에도 란의 얼굴은 쫓아야지 하고, 모카의 눈빛은 그녀의 얼굴로 향할 뿐이다.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란의 얼굴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그녀는 그렇게.  

  

 “안녕, 모카.”


 란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


좀 늦었음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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