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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체인지업!-5화(재업)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2 22:46:49
조회 294 추천 12 댓글 2
														

완성하자마자 컴으로 올렸었는데 뭘 잘못 건드린건지 사라졌더라. 역시 하던대로 폰으로 업로드해야겠다.




이쪽을 전혀 처다보지 않는 사람을 돌아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이나는 목표에만 눈이 가 있는 사람을 한 명 알고 있기에 그 답을 안다.

“사실은 그저 타카하시 양이 껄끄러운 것은 아닌가요?”

“......”

약 30cm 간격으로 나란히 교문을 나서는 아이나와 료.

“혹시 부상이라던가 다른 원인으로 기량 하락이 있는데 숨기고 싶으신 건 아니죠?”

“......”

그렇게 교문 앞의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온다.

“입단하시려는 팀에 연줄이라도 있나요?”

“......”

“아니면 동경하는 대상이라던가?”

“...!”

‘오. 연애 이야기가 약점이군.’

중심 키워드를 고르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 반응을 보니...”

“...뭐?”

“아뇨, 혼잣말입니다.”

“......”

‘나 이러다가 성격 나쁜 연예인 쫒아다니는 파파라치처럼 폭행당하는 거 아나지?’

반격하면 정당방위가 되는지 걱정하며 전철에 오른다. 방향은 토요일에 리에와 갔던 쇼핑몰 쪽.

“그러고 보면 말씀만 하실 뿐이지 정말로 고교 여자야구와 급이 다르다는 건 입증되지 않았죠?”

“일일히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상당히 분위기가 안 좋은 대화지만.

‘해냈다!’

일단 대화라는 형태가 된 것이 중요하다.

근성론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돌아보지 않는다면 볼 때까지 달라붙으면 그만이다. 나이가 제법 있는 남성들이 연애 팁이라고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10번 찍어 안 넘어지는 나무가 없다고.

사람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없는 법. 10번 찍어서 호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관심은 얻을 수 있으리라.

“혹시...”

사실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입장이 아님을 안다. 단어 선택도 다소 노골적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야구에 있어선 신생아인 자신이 멋모르고 덤비는 일이 아닌가.

“입만 살아서 허세부리시는 건가요?”

“너...!”

덜컹거리는 차체와 함께 가까워지는 거리. 터널을 지나며 어두워진 공간에서 료의 눈동자가 귀신의 그것처럼 강렬하게 빛난다.

방심하면 바로 멱살이 잡히거나 목에 구멍이 뚫릴 듯한 위압감. 하지만 움찔거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건 압도당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한테 이러시면 솜씨가 증명되나요?”

“너, 뭘 안다고 나한테 이러는거야?”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뒤, 제대로 마주본다.

“시합을 하시는 걸 본 적은 없지만 얼마나 단련했는지는 알 수 있어요.”

코앞에 있는 료의 손을 붙잡는다.

“손만 봐도 알아요. 몇번을 휘두르고 몇번이나 물집이 터졌는지. 굳은살이 붙은 부분을 보면 투수로서의 연습도 한 것도 알 것 같아요.”

“......”

“본인은 저를 못 알아보는 것 같았지만...전 타카하시 양과 약속했어요. 재회하면 도움을 주겠다고. 그러니까 이런 저라도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습니다.”

이윽고 전철은 멈춰선다. 목적지인 것을 알기에 료는 그대로 내린다. 그리고 그녀를 뒤따르는 아이나.

“대체 어디까지-”

“배팅장에 가시는 거죠? 저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동행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다시 등을 보이는 료.

“대체 어떻게 알아챈건지.”

“타카하시 양이 그러더군요. 예전에 가는 배팅장이 겹쳤을 때도 일주일에 6번은 들르셨다고.”

“으으...”

다음에 보거든 베어버리겠다는 듯이 이를 가는 료였다.





스크린 야구장 레벨은 아니지만, 이곳의 피칭머신도 투수가 던지는 그림이 출력되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쉬운 편이다.

“앗, 빗맞았다...!”

배트 중앙에는 명중했지만 타이밍이 맞물리지 않아 공이 힘없이 지면의 그물을 때린다.

“토요일에는 좋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랐던 공에 놀라 반사적으로 친 공이 파울홈런이 되었고, 그걸 보고 놀란 사장님이 직접 배팅장갑을 선물로 주셨다. 20구 치 돈만 냈지만, 남은 19구도 멀리 날아갔었다.

그림자 투수같은 그림의 손이 정점에 다다를때 등근육을 당기고. 기계의 동작음과 함께 스윙. 크게 휘둘러보지만 공이 도착하는 것보다 배트가 먼저 허공을 가른다. 그날과는 전혀 감각이 다르다.

“히팅 포인트랑 타이밍을 너무 앞에 두고있어. 그 영향인지 상체도 열리고 전체적으로 퍼지는 스윙이라는 느낌이고.”

옆 타석의 료가 말을 걸어오자 놀라서 돌아보는 아이나. 각각 좌타석과 우타석인지라 등으로 마주보고 대화가 이어진다.

“넌 어지간한 경험자보다도 파워가 압도적이니까, 그 재능을 잘 살려야지.”

그리고 공을 뱉어내는 료의 기계.

“진짜로 강한 타구를 때리는 것만 생각한다면, 가슴팍까지 끌어들이고 허리의 회전력을 이용하는거야!”

숙련된 검사가 간격에 들어온 적을 단번에 베듯이. 한계까지 기다리고 샤프하게 공의 궤적만을 쫒아 휘두른다. 배트는 료의 허리높이 공을 낚아채고, 공과 방망이의 격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폭음이 울린다.

이상적인 34도 각도로 직선적인 궤적을 그리는 타구. 기계가 던진 투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간 타구가 마침내 110m를 넘는 거리의 홈런 마크를 때린다.

“우와...”

누가 보더라도 지적할 수 없는 완벽한 정면 홈런. 자기 공이 날아오는 것도 잊은 채 쳐다보는 아이나의 뒤에서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굉장하구만. 배팅장인데도 볼이나 나쁜 공은 거르고 몸쪽이나 가운데로 몰린 공을 확실하게 때리고 있어.”

“고등학생인가? 옆에 저 아이도 저번에는 타구가 좋았던데.”

“저런 학생들이 많다면 고교 여자야구나 대학 리그도 볼 만하겠어.”

지인인 것인지 다른 아저씨들 몇명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나눈다.

그들도 한때는 여름을 뜨겁게 달군 야구소년이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100~110km니까, 대략 0.4초 정도만 더 기다리고...!’

알루미늄의 비명과도 같은, 드높고 커다란 소리. 다만 배트 위쪽에 맞은 탓인지 궤적이 둥근 타구.

“아깝다~. 저건 중견수가 잡았을 거야.”

하지만.

‘나라면 잡았겠지만.’

왠만한 여자 선수라면 중견수 키를 넘기는 장타가 되었을 거다.

“재능은 역시 무서워.”

저 아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더 가혹한 곳에서 자신을 키워야 한다. 그런 초조함에, 료의 타구가 수직으로 떠올라버렸다.






노을이 하늘의 색을 바꾸는 시각. 료는 이제야 아이나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

“......”

아야나미 아이나. 가능하면 다시 보고싶지는 않다. 그런 말은 아이나의 순수한 미소 앞에서 삼켜졌다.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집을 향한 료. 슬슬 어두워지는데도 불을 켜지 않은 빌라 안에서 티비의 빛만이 반짝였다.

“다녀왔어.”

그제서야 료의 귀가를 깨닫고 돌아본 여성은 료의 어머니. 현관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그녀의 우반신이 드러나고.

“그래. 밥은 먹고 왔니?”

보고 또 봐도 익숙하지 않은 의수와 의족에 료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저을 뿐.

시선을 피해 티비를 보자 여자 프로야구의 중계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선수 좀 봐.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인인데, 오늘만 2개째 호수비를 기록하지 뭐니.”

‘엄마는 거의 날아다녔잖아.’

국제대회에서는 늘 국가대표를 맡고, 료를 키우면서도 위태로운 여자 리그에서 활약했던 스즈키 기미에. 그녀는 교통사고로 은퇴를 맞았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는 의사의 당시 소견. 료에게는 그 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남은 인생동안 한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라니. 납득할 수 없었다.

만일 료가 프로로서 대성하고, 그것을 지켜본 기미에가 만족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작은 기적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료였다.

“고등학교 입학해서 제대로 친구들 만나고 있지? 료는 야구에 너무 열중이니까 엄마는 걱정이란다.”

‘내 목적에 친목활동은 필요없어.’

대충 얼버부리고 도망치듯 방으로 향한다. 제법 넓은 방이기에, 료는 잡념을 떨쳐내고자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스윙에 매진한다.

“고시엔은 한여름의 꿈일 뿐이야.”

꿈이기에 빛나고, 모두가 동경하며 바라는 무대임을 어째서 모르는 것인가. 어쩌면 모르는 척을 할 뿐일지도 모른다.






한편 아이나도 집을 향하고 있었다. 두 정거장 너머에 있지만, 운동을 겸해서 걸어간다.

“그래도 대화는 되니까, 내일부터는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무관심한 듯 하면서도 자신의 타격을 신경써 주는 상냥함이 있으니까. 라며 해맑은 미소와 함께 귀갓길에 오르는 아이나.

분명 기뻤지만.

‘언니하고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 우울감이 몸과 정신을 지배한다. 고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걸음은 병자처럼 느려진다.

지금은 배구를 위해서 학교의 기숙사까지 들어간 그녀. 거리가 멀어지며 자연스레 깊어지는 마음의 골짜기를, 자신은 오늘처럼 태연히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럴 자신감은 없다. 분명 다리가 빠지고 말 것이라는 약한 마음에 발이 마침내 멈춰버린다.

‘이렇게 약하니까, 그런 말을 듣는 거겠지?’

주머니를 떨게 하는 진동에 힘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한다.

[아이나. 내가 준 자율 트레이닝 메뉴 말인데 역시 강도를 낮추는 게 어떨까?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적절히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 혹시 답답하더라도 연습투구는 금지.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란 거 잊지 마?]

리에로부터의 문자다. 응. 타카하시 양이 보냈구나. 하며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넣는다.

그래도 의식의 전환이 있어서 다시 걸을 수 있었다. 언제 맞이하게 될 지 모르는 언니와의 갈등. 언제든지 그것을 납득할 수 있는 결말로 만드는 강함을 얻기 위해서 야구를 하자.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낸 심장의 속삭임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

소소하게 리에에게 감사하며 걸어나가는 도중. 어두운 골목길에서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니까, 우리 가게에선 그런 게 안된다니까요...!”

“그러지 말고. 내가 특별히 5장 정도 챙겨줄게.”

흔히 말하는 ‘업소’와 관련된 일인가. 평소라면 모른 체 지나쳤겠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바뀐 아이나의 뇌는 지금 지나치게 긍정적이고 정의로웠다.

덤으로 막말을 하자면 생각도 없었기에, 무작정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자꾸 이러시면, 소리지릅니다?”

라고 말한 것은 다소 보이시하게 자른 은발에 적당히 큰 키를 가진 안경 쓴 여자아이. 유니폼으로 보이는 엣날 서양풍 옷을 붙잡힌 채 저항하고 있다.

어색한 점은 붙잡은 사람도 여자라는 것. 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다가간다.

“뭐하시는 거죠?”

톤을 낮춘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그 소리에 돌아보는 그녀들.

“뭐야. 여자 맛도 모르는 계집애는 꺼져.”

아이나의 머리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일단 은발을 붙잡고 있던 성인 여성이 적대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자연스럽게 때릴 자세를 취하는 손을 아이나는 오른손으로 낚아챈다. 던지는 왼손은 다치면 안된다고 리에가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악력을 서서히 강하게 하면서 손목을 압박한다.

“이, 이게.”

이번엔 왼손으로 아이나의 뺨을 노리지만, 잠시 오른손에서 힘을 뺀 뒤 두 손을 한번에 붙잡는다.

“딱 좋은 모양새네요. 이대로 경찰서로 갈까요?”

근력의 차원이 다르다. 그걸 깨달은 여자.

“아, 알았으니까 놔. 갈 테니까.”

그렇게 한바탕 사건이 끝났다.

“......”

하늘을 나는 슈퍼히어로라도 목격한 양 입을 벌린 채 서 있는 은발. 아이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말한다.

“쓸데없는 참견이었다면 죄송하지만...괜찮으세요?”

“예쁘다...”

완전한 동문서답이지만, 너무나 소리가 작아서 아이나에게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네?”

“아, 아뇨. 괜찮아요.”

“그러면 전 이만.”

올때처럼 당당히 금발을 휘날리며 걸어가는 아이나. 그녀를 뒤에서 지켜보던 은발, 오오토리 카나는 변장용 안경을 벗고서는 중얼거렸다.

“우리 학교 교복이지...?”

확신하며 말한다.

“어쩌지...손님한테도 진심이 된 적이 없는데.”

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타카하시 가(家).

“읽기만 하고 답장을 안 했어...역시 갑자기 이름으로 불러보고 친한 것 같은 말투를 쓴게 문제인가?”

손의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떨어트리는 리에.

“사, 사과해야 하나? 사과하면 오히려 역으로 더 어색해지나?”

결국 타카하시 가에서는 울음에 가까운 비명이 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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