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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커피를 좋아하는 코히의 발렌타인 데이와 다음날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4 00: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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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를 키우는 것과 원두수확을 빼고는 다 한다고 할 수 있다.

로스팅머신은 비싸서 무리지만, 사실 일반적인 주방기구로도 로스팅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로스팅 뒤의 압도적인 설거지 작업. 원두를 볶는 과정에서 나오는 카라멜 성분이 늘러붙어서 어지간한 기름때보다 제거하기 힘들다. 이건 로스팅머신을 사용해도 겪게되는 고통이니 카페를 하고싶다면 기억할 것.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하면서도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실과.

"역시 이 쓴맛이 초코랑 어울린단 말이지~. 난 커피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코히 거는 쓰면서도 뭔가 부드러워서 좋아. 향도 좋고."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커피를 마시는 아마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관계를 말하자면 줄곧 옆집에서 자라온 소꿉친구. 양쪽 집안이 다 맞벌이라서 같이 있었던 시간=인생의 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간이 곧 정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동성이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 않은가.

"아마리가 만든 초콜릿도 맛있어. 단맛이 지나치지도 않고 적지도 않아서 가벼워. 특히 끈적거리는 식감 없이 부드러워서 좋아."

혹시 아마리도 원두 단계에서 만들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또한 맛있는 것도 맛있는 거지만 취향에도 딱 들어맞는 점이 최고.

이런 걸 거의 매일같이 만들어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최근에는 그 비결이 애정이라는 이름의 향신료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할 정도다.

물론 내 쪽에서는 진실이다. 로스팅 온도와 시간, 그라인더로 가는 정도, 물 온도와 물을 붓는 속도 등등. 모든 과정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정성은 마셔본 모두가 알아주는 맛으로서 나타난다.

"뭔가 서로가 좋아하는 맛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거, 기뻐."

아마리는 말하는 것도 저렇게 예쁘고 성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착하다. 너무 착해서 고백하는게 고민되는 것이다.

여자한테 관심없는데 내가 상처받을까봐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하는거다. 나의 꿈은 아마리의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에 내 커피를 파는 건데, 그것도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양이 조금 많지 않아?"

"코히를 생각하면서 만들다보니 넘쳐버렸어."

"...!"

뭐지? 넘쳐버린 초콜릿을 몸 이곳저곳에 발라 핥아먹고 싶다는 건가? 역시 너도-

"사실은 말이지, 좀 있으면 발렌타인 데이니까 나한테 배우러 오는 친구들이 있지 뭐야. 도와주면서 만들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

-응. 그럴리가 없지. 오늘도 그쪽 커뮤니티에다가 '친구가 하는 말이 에로하게 들려서 고민이에요.' 라고 꾸준글 올려야지.

"그러네...발렌타인 데이인가..."

만우절 다음가는 거짓말의 날. 의리가 뭐냐 의리가. 사랑 아니면 무관심이다 이거야.

아무튼 발렌타인 데이때도 이렇게 둘이서 커피와 함께 초콜릿을 들고 있겠지. 지금으로서는 그것만으로는 만족한다.

뭐, 약간 멍하게 생겼어도 나름 센스가 있는 아마리다. 하트 모양 초콜릿 같은 것을 만들테고, 그걸 보면 나는 멍청하게 웃겠지. 또 착각하다가 데이고.

반쯤 채념하며 발렌타인 데이까지의 남은 날들을 그럭저럭 행복하게 보냈다. 중간에 또 내 집에 모여 둘이서 초코라테를 만들어 마셨다.

그리고 2월 15일.

"그래서 말이야, 부서졌어도 내 마음은 전해졌다고 맛있게 먹어주지 뭐야."

"칵~ 퉤. 디져라 커플년. 코히도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이지."

남녀 상관없이 솔로를 기만하는 것들은 가스각이다. 동성애자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외롭단 말이다.

"코히는 어제 아마리가 만들어 준거 먹었지?"

"진짜? 부럽다. 그걸 거의 원할때마다 먹을 수 있다니."

"하하.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행복한 여자-"

잠깐? 어제? 발렌타인 데이?

"왜 그래?"

친구들의 말이 사라진다. 오감이 무뎌지고 뇌내의 처리능력만이 강화된다.

그렇게 2월 14일에 있었던 모든 일을 0.1초 단위로 재생. 그리고 깨닫는다.

'아마리가...발렌타인 초코를 안 만들어 줬다고...?!'

그렇다. 어제 아마리는 빈손이었다. 등교할때부터 잘때까지. 잘때는 어떻게 아냐면 창문 너머로 마주보며 통화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해주는 걸 잊었을까? 아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마리를 위해서 내가 항상 집에 가는데, 집 구조상 숨기지 않는 이상 내가 못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숨겨둘 정성이면 가방이나 봉투에 챙겨두겠지.

"어떻게...이럴수가..."

충격으로 오후 수업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서로의 부활동을 끝내고 교문에서 만나는게 일상이지만, 오늘은 아마리를 기다리지 않고 돌아가버렸다.

방에 다다르자 마침내 힘이 다해서 침대위로 쓰러진다. 정강이가 기둥에 부딪혔지만 전혀 아프지가 않다.

'그래...그런거지...'

흔히 말하는 의리가 어딨냐는 남녀의 얘기. 역시 여자끼리는 의리도 가끔가다 주고받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올해는 스킵한 것이겠지.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거다.

이렇게 심란할 때야말로 커피다. 주방으로 가서 한잔 진하게 내리자. 어른들이 술을 마시고 잊듯이 단번에 들이키는 것이다.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주방에 도착. 일단 같이 먹을 디저트를 찾아서 냉장고를 연다.

"어?"

데워먹으라고 엄마가 대량으로 만들어놓은 밥 옆에 초콜릿이 있다. 하트모양에 엄청 커다란 거다.

"아아."

분명 저번주에 친구들과 함께 연습용 초코릿을 만들고 대량으로 가져왔었지. 그때 다 먹지 못해서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다.

자세히 보니 누가봐도 명백히 상한 초콜릿이 구석에 있다. 이것도 하트 모양에 커다랗다.

기묘한 우연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부모님은 아직 일하는 시간이니까...

"아마릿?!"

자신도 모르게 발음까지 꼬이며 다급히 뒤돌아본다. 한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한 팔로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다. 하트 모양에 거의 몸통만한 것을 핑크색 포장지로 감싼 것이다.

"코히~! 먼저 돌아가는게 어딨어? 만들자마자 보여주고 싶었는데."

살짝 뾰로퉁한 표정으로 그것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포장지의 리본을 풀어 내용물을 꺼내는데.

"짜잔~! 사실은 어제까지 완성하려던 초대형 초코입니다!"

"헉...!"

그 위용에 자연스럽게 숨을 삼킨다. 그리고 동시에 이걸 만드는 노력에 전율한다.

"미안해. 이런 크기는 처음이라서 계속 맘에 안 드는 것만 나오지 뭐야. 그래서 재료도 떨어지고, 결국 오늘 완성해서 들고왔어."

"아, 아니..."

오히려 사과할 건 나다. 아마리를 못 믿고 사소한 거에 삐져서 학교에 두고왔다. 워낙 성실하니 최소 30분은 교문에서 기다렸으리라.

"그것보다...역시 대단하네, 아마리."

사람 몸통만한 넓이에 케이크급 두께다. 이런 걸 맛의 밸런스까지 생각하면서 만드는 것에 비교하면 내 커피는 노력도 아니다.

"으응.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닌 이유는 아마리의 미소와 함께 밝혀진다.

"코히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으면 지구만한 것도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

"평소보다 애정을 더 많이 담았을 뿐이야."

평소라는 건...나처럼 계속?

"언제나 코히가 맛있게 먹어주는 표정을 상상하면서 만들었어."

이젠 한계. 내 이성이 더는 버티지를 못했다.

"사랑해, 아마리~!"

나는 오늘, 내 눈앞에 있는 초콜릿 향이 풍기는 것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보다 달콤하고 행복한 맛이었다.



*급하게 해서 저퀄이지만 재밌게 봐줘. 다들 초콜릿 많이 받고. 난 벌써 13일에 도서부 후배한테 하나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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