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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스란]하늘 위로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9.23) 2020.02.20 00:48:03
조회 458 추천 16 댓글 2
														
이 세상은 지루하다. 적어도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선 그랬다.

학교 수업도, 화도 수업도. 나에게 있어선 모두 지루했다. 산뜻하고 아름다운 색의 꽃이라도 나에게 있어서 그들의 색감은 뇌에 자극을 주지 못했으며, 심장의 고동을 가속시키지 못했다.

그런 나를 자극시키는 것이 2가지 있는데, 하나는 소꿉친구들과 같이 하는 밴드. 이 밴드활동만을 너무 고집해 부모님과 친구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지만, 내가 화도 수업도 열심히 듣기로 하면서 관계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재미'가 있어지는건 아니지.

아무튼 두가지 중 나머지 하나는 언젠가 화도 수업을 끝내고 창가에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보였던 것이다.

잿빛투성이 세상 속에서 그 푸르른 색을 잃지 않고 있던 하늘이었다.

그날부로 난 시간이 날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지루한 세상에서 도망쳐 하늘을 나는 망상도 수없이 했다. 아침엔 몽실몽실 피어난 구름 위로 올라가 눈이 탁 트이는 환상같은 경치를 보며, 저녁에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창공에서 감상하고, 밤에 차오른 만월을 쫒아가가도 하고, 공허하고도 맑은 새벽 공기 안에서 춤추는 것. 그것이 내 오랜 꿈이자 오랜 망상이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같은 게 아닌, 상쾌한 맞바람을 느끼는 비행. 그렇다고 패러글라이딩 같은 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고 좀 더 오래 날면서 밑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것.

사람 몸에 갑자기 날개라도 솟아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겠지만.


*


간단히 씻고 아침 7시 20분에 평소처럼 집을 나선다. 7월 말이라 그런지 덥고 습한 공기가 기도로 들어와 내뱉는 한숨에 물기를 더하고, 매미가 토해내는 역겨운 소리가 이 공기와 시너지를 일으켜 불쾌함을 유발하고 있다.

집에서 나와 쭉 직진, 그저 쭉 직진만 하면 7분 안에 내가 재학중인 하네오카 여학교에 갈 수 있다.

"어...? 뭐지 이건..."

아무 생각않고 터벅터벅 걷기만 하던 내 앞에 갑자기 깃털 하나가 떨어졌다. 크기는 내 손바닥 반쯤 되었고,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흰색의 깃털이다.

이 신기한 깃털의 주인을 찾고자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곧 하늘 위에서 거대한 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 아니, 저게 샌가....?"

하지만 그것은 새가 아니었다. 큰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가고 있지만 부리가 보이지 않았고, 날개는 깃털로 덮여있지만 몸에는 깃털이 아닌 옷이 있었고, 다리가 있지만 동시에 팔도 있었다.

"설마....사람이야...?"

저 하늘을 나는 무언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늘을 나는 사람은 그 순백색의 날개를 두어 번 펄럭이며 산으로 날아갔다.

정신이 아찔해진다. 눈에서 뇌로 들어온 짜릿한 전기와도 같은 자극이 목구멍에서 심장으로 넘어가 혈류를 타고 온 몸에 퍼진다. 이윽고 그 짜릿함은 피부에 전달된다.

당장 휴대폰을 켜 키패드로 들어갔다. 단축번호는 3번.

뚜루루ㅡ

"저기..히마리."

"란? 아침부터 왜?"

"나 오늘 일이 있어서 못간다고 쌤한테 말 좀 해줘!!"

"뭐? 잠깐, 란ㅡ"

지금은, 지금은 학교 칠판에 적어주는 문제보다 저 사람의 얼굴을 한번 보는게 훨씬 중요하다.

지금만큼은 학원 선생님의 수업보다 저 사람이 하는 말 한마디를 듣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등굣길의 옆에 나있는 골목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 미용실을 지나치고, 마트를 지나 산 입구에 도착했다. 등산로 코스가 산의 모양을 따라 구불구불 나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평일 아침에 산에 가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

잘 닦인 등산로를 죽 따라가다가 녹색이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간다. '아무래도 날개가 달린 사람이 있으면 좀 조용하고 다른사람이 오지 않을만한 곳에 가지 않았을까ㅡ'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흙을 밟으며 걸어가다 사람을 보고는 큰 나무 뒤에 잠깐 숨었다.

여자였다. 큰 바위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하며 음색이 정말 아름다웠고, 높이 솟은 나무들의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그 소녀를 옅은 초록빛 물들인 햇살로 따스히 감싸고 있어 어딘가 성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또 소녀는 마치 뿔이 달린 것 같이 기묘한 머리스타일에, 가운데에 노란색 별이 크게 그려진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날이 더워서 그런지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허벅지에서 신발까지의 하얀 살결과 매끄러운 곡선에 살짝 가슴이 두근거린다.

정말 예쁜 사람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찾던 날개가 있는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ㅡ라고 생각해 등을 돌려 가려고 했다.

등을 1초만 더 빨리 돌렸어도 '날개 달린 사람'은 영영 찾지 못할 뻔 했다.

고개를 뒤로 돌리며 눈 끝에 느껴진 부자연스러운 하얀색 느낌에 다시 소녀 쪽을 보니, 어느 순간 아름다운 순백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정말 갑자기. 어느 틈엔가 나타났다.

"헉....!!"

"응? 거기 누구 있어요?"

아, 망했다.

소녀는 이쪽으로 쫄래쫄래 뛰어와서는 흙 위에 엎어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건 빌 수 밖에 없겠다.

"바...방금 본건 입이 찢어져도 절대 말 안할게...! 그러니까...."

"너에 대해서 자세히 좀 알려줘!"


*


소녀의 이름은 '토야마 카스미', 하나사키가와 1학년이고 '포핀 파티' 라는 밴드의 보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사키가와는 하네오카보다 방학이 더 빠른가 보다.

"그럼 나랑 동갑이네."

"앗, 란도 고1이야?"

"응, 난 하네오카지만. 그건 그렇고...."

"도대체 그 날개는 어떻게 된거야...?"

"이건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거야."

그러면서 카스미는 어깻죽지에 있는 날개를 쫙 펼치더니 크게 한번 움직여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나는 누구 앞에서 하늘을 날면서 노래해 보는게 꿈이였거든! 괜찮으면 란 쨩이 한번 들어줄래?"

내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소녀는 하늘 높이 떠올라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공중에서 노래를 부르며 아름답게 춤을 추는 그 모습에 옛날 신화책에서 읽었던 '세이렌'이 생각난다.

빼어난 연주 실력과 듣기 좋은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암초에 침몰시키거나, 사람들을 바다에 빠지게 한 다음 잡아먹는 반인반조의 괴물이다.

신화 속 인물들처럼 카스미에게 잡아먹힐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확실한건 이대로 귀라도 막지 않고 있으면 저 아름다운 목소리와 춤사위에 나도 그들처럼 매료될것 같다는 거다.

"자, 끝났어! 저기, 나 어땠어?"

"어..어? 저....나쁘지 않았어.."

다들 사람들이 듣기에는 '평범하다.' 혹은 '겨우겨우 중간은 간다.' 정도로 들리겠지만 나에게 나쁘지 않다는 최고의 칭찬이다. 물론 부끄러우니 굳이 카스미에게 뜻까지 말하지는 않겠다.

"그래? 그런 것 치곤 입까지 벌리면서 엄청 쳐다보던데?"

그렇게 말하며 카스미는 손을 쥐어 입에 가져다대고 큭큭대며 소리없이 웃는다.

"누...누가 그랬다고..."

"아무튼, 란 쨩이 내 소원을 들어줬으니까 나도 너가 바라는거 하나 들어줄게!"

그 말에 잠깐 하늘을 올려다본다. 밝은 푸른빛을 머금은 하늘에는 양때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있다.

"...구름 위로 올라가보고 싶어. 그렇게 높이까진 못 날려나?"

그 말에 카스미가 갑자기 반짝반짝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확 내밀었다. 놀라서 자연스럽게 내 머리가 뒤로 빠져나왔다. 얼굴 빨개진거 보였을려나...

"아니, 할 수 있을거야! 아, 구름위로 갈 생각하니 흥분된다...."

"구름 위로 가본 적은 없는거야?"

"응, 그보다 하늘을 날아본게 오늘 처음인걸!"

"뭐어?!?!"

그렇게 우아하게 날았으면서 나는게 처음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날면서 노래하는걸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었다는건 그런 의미였나?

"부모님이 내가 함부로 날면 사진이 찍혀서 인터넷에 퍼질 수도 있으니까 그냥 날지 말라고 하셔서....집안에서 날아본게 다야."

"그래서 오랫동안 하늘을 날아보는게 꿈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그냥 찍히더라도 한번 날아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얘...나랑 똑같았구나..

"나도."

"나도 줄곧 하늘을 나는게 꿈이었어."

"정말? 그럼 우린 여기서 같은 꿈을 이룰 수 있는거네!"

카스미는 말을 끝마치고 뒤에서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귓가에 닿는 뜨거운 숨결과 등에 느껴지는 그...감촉 때문에 얼굴에 확 열이 오른다.

"잠...! 너 무..뭐...뭐하는..."

"이렇게 안 하면 널 지탱할수가 없잖아?"

어...그건 그렇네.

"그럼 이제 날게!"

카스미의 말이 끝나자 발에 느껴지던 땅을 밟는 감각이 허전해진다. 점차 세상이 작게 보이고,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내 몸을 휙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무섭다는 느낌은 어째선지 들지 않았다. 나를 꼭 안고 있는 카스미의 체온 때문일 수도 있고, 은은하게 갈색 빛이 도는 저 머리카락에서 느껴지는 샴푸 향 때문일 수도 있겠다.

점차 하얀 기체에 가까워지고, 시야가 뿌옅게 가려지게 되었다. 귀가 먹먹하고 옷이 좀 젖은 것 같지만 흥분되어 마구잡이로 뛰는 심장이 훨씬 더 잘 느껴져서 별로 불편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마침내 흰 양털같은 기체를 뚫고 나왔을때, 그때 내 눈이, 아니다, 눈보다도 피부와 심장이 느꼈던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하얀 솜들이 가볍게 흩날리며 서로 뒤섞인다.  그러다 무겁게 가라앉기도 하고, 시끄러운 바람과 함께 소용돌이를 치면서도 더없이 고요하고 잔잔하다.

등에서 심장의 고동소리가 언뜻 느껴진다. 카스미도 이 신들의 낙원과 같은 풍경에 잘도 재잘대던 말이 나오지 않을만큼 감동한것 같았다.

"이 풍경은 너무 예술적이야!!"

....그건 아닌가.

"내가 본 경치중에 두번째로 좋아!"

"두번째?"

이 환상적인 하늘이 두번째라고? 도대체 첫번째가 뭐길래....

"첫번째가 뭔지 궁금하지? 그건 바로....어렸을때 나에게 별의 고동소리를 들려준 밤하늘이었습니다!!"

"밤하늘이라....그것도 나쁘지 않네."

"그러고 보니 란 쨩, 오늘은 보름달이 뜬다는데, 밤하늘도 날아서 보지 않을래?"

"그러지 뭐."

'너랑 같이 있으면 즐거우니까.' 이 뒷말은 목구멍으로 애써 삼켰다.

그리고 나서 밤이 되기까지는 둘이서 여기저기 놀러다니면서 시간을 때웠다. 쇼핑몰에 가거나, 상점가를 들르거나. 이런 시간에 학교째고 놀러다니는 불량 여고생들로 보는 시선이 많았던게 좀 그렇지만.



시간은 흘러 이윽고 깜깜한 밤이 되었다. 이때까지 집에 전화를 하지 않았던게 생각난다. 가방 안의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랑 문자가.....

....잠시 전원을 꺼야겠다.

"란 쨩, 이번에는 이렇게 잡고 옆에서 같이 볼까?"

카스미는 내 옆구리에 오른팔을 감았다. 살짝 야릇한 느낌이 든다..

"자, 란 쨩도!"

"어, 응..."

서로 상대의 몸에 팔을 꽉 감은 기묘한 자세가 되었다. 곧이어 카스미의 등에서 날개가 솟아올라 힘차게 날개짓을 하기 시작한다.

밤하늘을 보러 올라가는 카스미의 눈이 정말 빛난다. 아침에 하늘을 보러 갔던것 이상으로 기대되는 눈치다.

"우와...! 반짝반짝두근두근해!!!"

응? 벌써 도착했나. 카스미의 눈만 보다가 올라왔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것 같다.

"최고야 란 쨩...!!"

카스미는 황홀해 보이는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크게 뜬 눈이 별빛을 반사하고 있어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또 쩍 벌어진 입과 탱탱한 볼이 시선을 끈다. 귀여워.

어라, 이상하다. 밤하늘을 봐야 하는데, 오늘 밤은 예쁜 보름달인데...

"란 쨩, 왜그래? 어디 아파?"

아픈지는 모르겠고, 심장이 정말 두근두근거린다.

재미없고 지루한 세상이지만, 카스미랑 있으면 평생 이런 두근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을것 같아.

"아니, 달이 아름다워서."

"엣?!"

"왜그래, 카스미?"

"그....그말은..."

"갑자기 왜그래?"

"으...란 쨩 바보!"


----------


여러분, 님이 무엇입니까? 언제나 그리운 이름입니다. 님은 바로 카스란 낙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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