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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스아리] 등교거부의 이유 下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0 00:15:50
조회 544 추천 24 댓글 4
														

전편


*


같이 걸어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죄를 지은것이 있어서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면 아마 아스카는 어색함 때문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만이 있었다. 실제로도 내가 쳐다볼 때 마다 조금씩 시선을 피하고 있기도 했고...


다만, 어느쪽이든 이대로 말없이 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장래에는 처제가 될 아이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어색해서야 카스미랑 결혼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이 참에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해서 거리를 좁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먼저 말이라도 붙이기 위해서 살짝 입을 열었다.


"저기, 아스카."


"네? 왜요 새언니?"


본인도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서 가는게 싫었던걸까? 내가 이름을 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장 반응했다. 뺨에 살짝 홍조도 띈 것이 어딘지 모르게 기뻐보이는 표정이여서 말을 걸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계속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카스미 녀석, 언제부터 저런건지 알고있어?"


"...언니 말인가요?"


내 말에 아스카가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짓더니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어요. 평소 그대로...아니, 평소보다도 더 기분이 좋아보이셨죠. 새언니네 집에 가서 잔다고 하니까 평소 이상으로 들떠보이는 표정이셨거든요. 어제 저녁에 저한테 전화가 걸려올 때 까지만 해도 멀쩡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상해진것은 오늘 아침, 새언니네 집에서 자고 온 다음부터 어딘지 모르게 창백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방에 틀어박히셨어요. 학교에 가자고 제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못가겠다면서 방에서 나오시질 않으셨죠. 그래서 혹시 새언니네 집에서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그래서 부탁드린거에요, 그렇게 말을 끊은 아스카가 내 소매를 꼭 붙잡았지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아스카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스카의 말인 즉슨, 어제까지만 해도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였던건만 우리 집에서 자고 난 다음부터 저랬다는 소리였다.


그 말인 즉슨, 내가 어제 저녁에 한 일이 들켜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들키면 어쩌지, 들키면 어쩌지...이야기 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였기에 최대한 태연을 가장하면서 아스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도 처음이 힘들엇지, 말문이 트이니까 상당히 편해진 모양인지 상당히 편하게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럭저럭 이 십분쯤 지났을까? 이윽고 평소 보던 토야마 가의 대문 앞에 도착했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제발 카스미가 어제 일을 눈치채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비는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섰다. 아스카가 카스미의 방 안쪽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운 채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있는 카스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언니, 나왔어 하면서 정겹게 인사를 꺼내는 모습까지도 긴장한 채로 보고있었다. 제발 들키지 말기를...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빌었는데-


"언니, 몸은 좀 어때? 새언니 모시고 왔어."


"...아리사."


이불을 천천히 내리면서 상체를 일으키더니 날 보자마자 카스미의 표정이 한 순간에 침울해졌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백퍼센트 원인은 나이며, 어제 한 일을 카스미가 알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들어서자마자 카스미가 눈물을 흘리면서 날 바라보며 외쳤다.


"...아리사, 어제 나한테 왜 그런거야?"


"새언니?"


카스미의 눈물어린 말에 아스카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곧장 들려왔다. 날 데리고 오라는 말은 들었지만 아무래도 자세한 이유까지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당혹스러움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들켰구나, 각오를 다진 내가 이를 악물면서 변명을 하려던 차였다.


"아리사때문에 어제, 나 그대로 임신했잖아..."


이어서 들린 카스미의 말에 내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곧장 그녀를 쳐다보았다. 잠시만, 뭐라고? 내가 뭐라 이야기하기도 전에 아스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그대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새언니,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지금 뭐라고요?"


"아야야야...잠시만 아스카, 잠시만...카스미 너 임마, 지금 뭐라고?"


어깨에 밀려오는 고통을 억지로 참으면서 아스카를 말린 다음 카스미를 쳐다보며 그대로 입을 열었다.


잠시만 카스미.


지금 뭐라고 했어?


*


임신했다고 했다.


카스미가, 어제 나한테.


어느정도 진정이 된 다음 침대 앞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일단 말이 안되는 소리이기는 했어도 어제 손댄것이 있기에 반성하는 자세라도 취하기 위해서였다. 한 편 아스카는 새언니가 이런 짐승같은 분일줄은 몰랐다면서 경멸의 눈초리를 나한테 보내는데 아끼지 않았고, 카스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이윽고 제일 먼저 아스카가 입을 열었다.


"사실이야 언니?"


"뭘?"


"새언니가 어제 언니를 임신시켰다는거."


그 말에 뜨끔하는 부분이 없는건 아니였다만 고개를 뱅뱅 저었다. 내가 어제 한 행동으로 미루어봤을때 카스미가 내 아이를 임신했을리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같은 여자끼리 아이를 임신하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필사적으로 변명의 말을 늘여놓으려고 했지만 그 때 마다 아스카가 날 죽일듯한 눈초리로 쳐다보았기에 그 기세에 밀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대신 카스미의 푸념과도 가까운 말이 이어졌다.


"...응, 아리사, 그렇게 안봤는데 내가 자는 사이에 손을 댔어...흑..."


눈물까지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는 카스미의 말에 움찔했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아스카가 먼저 카스미한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상냥하게 말했다.


"언니, 조금 진정해...그래서 새언니, 어떻게 된건지 말씀해주실래요?"


"아니, 어떻게고 뭐고..."


드디어 발언권이 돌아온것에 속으로 환호하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어제 있었던 일을 천천히 말했다. 어제 카스미가 우리 집에 자러온 것, 먼저 잠든 카스미의 얼굴이 너무 예뻐서 넋놓고 정신없이 쳐다본 것, 그리고...


"그리고?"


"그러니까, 그게..."


자기 입으로 말하니까 솔직히 쪽팔려서 말할 수 없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처제한테 직접 말하기는 조금 그래서 부끄러워서 입을 다물고 있자니 카스미가 어째서 말 못하는거냐고, 어제 그런 짓을 해놓고선 왜 말하지 못하는거냐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더니 그대로 아스카의 손을 꼭 붙잡았다.


"들어줘 앗짱! 어제 아리사, 무슨 짓을 했냐면..."


"야. 잠시만 카스미. 그만..."


어제 깨어있던거야? 그런 의문을 채 말하기도 전에 카스미가 침대를 크게 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나랑 손을 잡고 잤어!!"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랑 아스카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빠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잠시만, 뭐라고? 언니, 지금 뭐라고 했어?...두 사람의 바람빠진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지만 카스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 모습에 얘가 지금 장난치는게 아니라 진짜라는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자면 아이가 생긴다고 하잖아! 흑...근데 어제 아리사가 내가 잠든 사이에 몰래 손을 잡았더라고...그 말은 내가 아리사의 아이를..."


울음을 터트리느랴 더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카스미의 말에 나랑 아스카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얘 성교육 안받았어? 내 입모양에 아스카가 손으로 몰래 동그라미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게 아닌가...


"아우...아리사 왜 말이 없어어..."


내가 아스카랑만 시선을 교환하고 있자 삐진걸까, 조금 토라진 목소리를 하면서 카스미가 곧장 내 품 안에 껴안겨들었다. 


뭐, 귀여우니까 괜찮나?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해주면 되는거고...웃으면서 품에 안긴 카스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다행히도 카스미나 아스카가 걱정했던 것 만큼 큰 문제로는 번지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웃는건데! 카스미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랑 아스카가 그저 귀엽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


심각한 이야기 아니라고 했잖아


사랑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자면 임신하는거 아니야? -> 자는 사이에 쫄보인 아리사가 손을 댈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손을 잡아써! -> 그럼 임신이잖아! 하면서 방에 틀어박힌 카스미 이야기


원래 진짜 두편짜리가 아니라 한편짜리였는데 컨디션 문제로 억지로 끊은거라 뒷부분이 좀 부실하긴 함


쓰면서 느낀건데 아스카가 아리사한테 새언니라고 하는거나 아리사가 아스카한테 처제라고 하는 둥 호칭 왠지 마음에 듬


나만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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