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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키는 ntr이 싫다 - 2.txt

슈퍼빌런(211.107) 2020.03.16 21:12:04
조회 1794 추천 50 댓글 16
														



1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538116&exception_mode=recommend&page=1



히카와 사요는 자신이 지극히 건전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자기 뿐만 아니라 학생회 사람들 모두 순수하며 착실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라고 믿어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 날, 이치가야 아리사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체육복을 손에 쥔 채, 오쿠사와 미사키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본 후에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리사와 미사키의 변명이 서로 맞지 않아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요는 아리사가 지극히 건전하고 착실한 사람이며, 쉬 속아넘어가기 쉬운 순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오쿠사와 미사키에 대해선 중등부 때 부터 전해들은 온갖 소문으로 미루어 볼 때 매우 난잡한 여자라고 여기고 있었다.


따라서 오쿠사와 미사키가 아리사를 꼬드겨 방과 후 교실에서 어떤 불건전한 행위를 한게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었다.


정말 얏타맨 놀이를 햇다거나 자고있는 아리사를 찍어서 지워달라고 했다기엔, 아리사의 행색은 너무 불건전했고


미사키의 반응은 너무도 수상쩍었다.




"토야마 씨."


"어라? 사요 선배?"



다음 날 사요가 학생회실로 놀러가고 있던 토야마 카스미를 붙잡은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같은 포핀파티의 멤버이자 같은 반인 카스미를 통해 아리사에게 넌지시 경고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이치가야 씨. 오쿠사와 씨와 교실에서 저지른 불건전한 행위는 알고 있습니다. 자중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보단 평소에 아리사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카스미를 통해 경고하는 것이 더 잘먹힐 것이라 생각한 것도 있었다.



"요즘 이치가야 씨가 오쿠사와 씨랑 가깝게 지내던데, 알고계신가요?"


"네? 그런가요? 아리사한테 친구가 늘었다니 잘됐네요!"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아무래도 그렇고 그런 관계인것 같아요."


"그렇고 그런...? 엣...."



카스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단순히 놀랐다기엔 안타깝고 슬픈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왜 그러시죠?"


"예? 아, 아니에요. 계속 말씀하세요."


"실은 어제 방과 후 교실에서 이치가야 씨와 오쿠사와 씨가 단 둘이 있는 걸 봤습니다."


"네? 하지만 어제 아리사는 학생회 일 때문에 바쁘다고....."


"어제요? 어제 이치가야 씨는 학생회에 오지 않았습니다만."



카스미는 여기서 어제 일을 떠올려야 했다. 어제 방과 후. 카스미는 아리사에게 같이 가자고 꼬드겼지만


아리사는 학생회 일이 있다며 한사코 거절한 채 먼저 돌아가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요의 말을 듣자니


학생회 일이 있던 것 같지도 않고, 바빴던 것 같지도 않았다.


물론 그 바쁜 업무가 '카스미 체육복을 가지고 자위하기'일거라곤 카스미도 사요도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두분이서 어떤 행동을 했는 진 저도 모르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해달라고 말씀해주시겠어요?"



사요가 '외설적인 행동'이나 '불건전한 행동'이라고 말하지 않은 건 최소한의 예의였다.


누가봐도 그 때 아리사는 불건전한 행동을 하다 걸린 행색이었지만, 그걸 직설적으로 말하면 거부감을 가지기 쉬운 법이니까.


더욱이 카스미에게 '아리사가 불건전한 행동을 했다.'라고 말하긴 거북한 것도 있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카스미는 뿔 두개를 축 늘어뜨린 채 다시 교실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사요는 굳이 아리사를 찾으러 가는 게 아니었냐고 캐묻지 않았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리사는 수업시간 내내 줄곧 미사키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사키는 애써 아리사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카스미는 그런 아리사와 미사키를 쳐다보느라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사키에게 다가갔다.



"오쿠사와 씨. 우리 이야기 좀 할까?"


"응?"



미사키는 정말 당황한 얼굴로 아리사를 쳐다보더니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친구가 친구를 가지고 자위하던 모습을 마주친 기분을 아는가.


미사키는 심지어 그 부분과 소리를 잘라내야 했기 때문에 픽셀 하나하나 속속들이 들여다본 입장이었다.


어제 밤이 새도록 자위 장면을 잘라낸 입장에선, 아리사를 볼 때마다 그 장면이 오버랩 되어 황급히 고개를 돌려야만 했던 것이다.


차라리 화장실에서 일보다가 마주친 게 나았을 만큼 민망했다. 미사키는 지금 아리사랑 대화하기 싫었다.



"그.... 싫다면?"



미사키가 애써 고개를 돌린 채 말하자. 아리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빨리..... 어제 일....."


"아리사. 무슨 이야기야?"



카스미가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미사키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아리사와 카스미를 번갈아 바라봤다.


아리사가 정말 놀란 얼굴로 미사키와 카스미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 아하하.... 카스미 그러니까 어제 학생회 일 때문에....."


"어제 학생회 일 없었다고 사요 선배한테 들었어."


"어? 어... 그런가? 내가 어제 뭘 했더라...."


"어제 교실에서 미사키 짱이랑 뭐했어?"


"응?"



교실 공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도시락 먹자고 이야기하던 애들도,


자연스럽게 나가서 코코로랑 도시락 먹을 생각이던 미사키도,


황급히 변명거리를 찾아내던 아리사도, 예습 복습을 위해 교과서를 꺼내던 어떤 학생도


잡담하던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입을 다물었다.


시선은 아리사에게 향해 있었다.



"응? 카, 카스미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 아무일도 없었거든?"


"......거짓말. 나 사요 선배한테 들었어."



물론 사요는 아리사가 교실에서 미사키와 섹스를 했다거나 아리사 분수쇼 촬영회를 했다거나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불건전한 행위를 했을지도 모른다고만 했을 뿐이었다. 그 상대가 카스미였고


카스미는 상상력이 뛰어났고, 어제 아리사가 카스미에게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미사키를 만났다는 점에서 카스미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는 게 문제였다.



"아..... 그게 그러니까..... 내가 교실에서 자고 있었는 데 오쿠사와 씨가...."


"거짓말."


"아니아니! 사실은 얏타맨 놀이를...."


"거짓말."



아리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뭐지? 어디서 들킨거지? 체육복은 곱게 개서 다시 사물함에 넣어놨을텐데?


설마 들고있을 때 사요 선배가 이름을 확인했나?사실 다 보고 있었는 데 그냥 넘어가줬던 건가? 아리사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다음 순간, 카스미의 입에서 ' 왜 내 체육복으로 그런 짓을 했어?'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광경까지 떠올랐다.


그건 곧 학생회 영구 제명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포핀파티 자진 탈퇴를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평생 등교거부를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사회적 매장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미안해!"



그렇다면 아리사가 해야할 건 단 하나. 선수치기 뿐이었다.



".....에?"



카스미가 멍하니 고개숙인 아리사를 쳐다봤다.



"그.... 이런 짓하면 미움 받을 건 알았지만...... 미안해! 참을 수가 없었어!"


".....에?"


"이치가야 씨, 잠깐만!"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단 걸 알아챈 건 미사키였다. 황급히 아리사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아리사의 사고는 폭주한 상태였다.


자기 어깨를 붙잡은 미사키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



"그... 오쿠사와 씨는 잘못 없으니까! 그냥 휘말린거고... 내가 마음대로 한거야! 정말 미안해 카스미!"


"아..아하하...."



카스미가 어색하게 웃었다. 미사키는 일이 잘못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물론 여기서


'나랑 수상한 관계가 아니야! 이치가야 씨는 카스미 체육복으로 몰래 자위한걸 사과하는거야!' 같은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하하....흐....흐흑....흑...."


"카, 카스미...?"


"아니.... 울면 안되는 데..... 그....흐흑....."



카스미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아리사가 미사키랑 사귀든, 교실에서 이상한 짓을 하든 아무 상관없는 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자꾸 눈물이 나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좋아했는 데...."



아리사를 정말 좋아했다는 걸. 단순한 친구로서가 아니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물론 아리사에게 그 대사는 '좋아했는 데 남의 체육복으로 그딴 짓이나 하냐.' 라는 경멸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미, 미안해! 그... 교실에서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서..... 그.... 그...."


"저기.. 나 잠깐..."



카스미가 얼굴을 가린 채 뛰쳐나갔다. 미사키는 조용히 도시락을 들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리사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 중얼거렸다.


".......자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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