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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치사토][치사토 생일 특집] 몇 년이 지나도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6 00:00:03
조회 612 추천 22 댓글 5
														

옛날부터 생일에 좋은 기억따윈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제 특수한 성장배경이 한 몫 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해온 저한테 있어서 생일을 챙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였지요. 물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힘내서 생일을 챙겨주려고 하기는 했지만 마치 신이 절 놀리기라도 하듯 그 때 마다 급한 스케줄이 잡히고는 해서 제대로 생일을 챙긴 기억이 손에 꼽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카오 짱이랑 생일을 축하하려고 케이크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에 소속사 차에 끌려서 촬영장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카논이랑 둘이서 조촐하게 생일을 즐길려고 했건만, 전화 한 통에 모든 계획이 좌절되고 몇 번이고 사과하면서 곧장 촬영장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작년, 파스파레의 멤버들과 제 생일 라이브를 끝내고 뒤풀이로 생일 파티를 하려던 차에 갑작스럽게 스케줄이 잡혀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서 촬영장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하필이면 생일 날에 촬영이 밤새 이어지는 일은 일상 다반사라, 매 년 집에 돌아오면 불이 다 켜진 집 안에 가족들이 거실에서 꾸벅꾸벅 잠들어있고, 책상 위에 차갑게 얼어버린 케이크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고는 했습니다. 결국 어느정도 나이가 먹자 기다리지 말고 먼저 주무시라고, 알아서 챙겨먹고 오겠다고 부모님한테 이야기를 했을 지경이였습니다.


올해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매 년 그렇게 기대를 해보고는 하지만 그 때 마다 돌아오는건 바쁜 스케줄과 싸늘한 케이크 뿐, 계속해서 이렇게 지내다 보니까 이제와서 생일따위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다르겠지, 하고 생각해버리는게 사람의 심리였습니다. 이제 곧 열 두시, 제 생일까지는 십 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폰을 양 손에 꼭 쥔채 그것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네, 올해는 그래도 조금 다르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것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요 며칠간은 그렇게나 한가했건만 생일이 되자 여김없이 아침에 눈 뜰때부터 날이 지날 때 까지 빽빽하게 스케줄이 차있었습니다. 어찌나 바쁜지 원래 계획되어있던 파스파레의 동료들과 보내는 생일파티도 제대로 보내지 못할 지경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지금이라도 스케줄이 바뀌었다는 통보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휴대폰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기는 했지만 휴대폰은 눈을 감은 채 울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옛날이라면 이 때쯤 포기했겟지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같은 그룹의 아야 짱한테서 배웠기에 이번만큼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작정이였습니다만,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땡, 하고 방 안에 열 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 살 먹었네, 살며시 웃으면서 결국 포기한 제가 곧장 침대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닐걸 생각하면 지금 자두는게 제일 베스트였거든요. 내일 생일파티 못하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사과해야겠네, 머리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은 순간이었습니다.


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니, 자?"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서 살며시 상체를 일으키고 아직 안잔다고, 방금 누웠다고 이야기해주자 곧장 들어가겠다며 문이 열렸습니다. 그러더니 곧장 제 품 안에 달려들더니


"에헤헤, 생일축하해 언니!"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열 두시가 지나서 생일 축하 한다는 말을 남겨주러 온 것 같았습니다. 누구 여동생인데 이렇게 기특한지요! 웃으면서 그 아이가 만족할 때 까지 머리를 쓰다듬어 준 다음 이제 늦었으니까 자러가보라면서 등을 두드려주자 그녀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살며시 저었습니다.


"그러고보니까 할 말이 있어 언니...손님이 왔어."


"손님?"


"응, 새언니."


여동생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런 시간에 손님이라니, 도대체 누구일까요. 그것도 새언니? 의문을 가지면서도 순수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장에서 코트를 하나 꺼내서 가볍게 걸쳐서 문을 열었습니다. 나도 갈래! 갈래! 하면서 귀엽게 투정부리는 여동생한테 들어가서 자라고 한 뒤 곧장 현관으로 나서서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여동생이 왜 새언니라고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에헤헤, 생일축하해 치사토 짱!"


문 너머에 서있는 것은 아야 짱이였습니다.


아야 짱이 어째서 여기에?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잠시동안 뇌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윽고 이해가 끝나자마자 곧장 그녀를 껴안아주었습니다. 놀란 그녀가 제 이름을 살짝 불렀지만 개의치 않고 껴안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다른 때 보다 조금 더 특별한 생일이 될 것 같았습니다.


*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밖에 계속 새워놓기도 그랬기에 일단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뒤 거실에 앉혔습니다.


이제 막 봄이 된 날씨라고 해도 밤이 되면 쌀쌀해지기 마련, 과연 아야 짱의 몸은 어느정도 차가워져 있었습니다. 담요를 하나 꺼내서 그녀의 어깨에 둘러준 다음 곧장 부엌으로 향해서 주전자에 물을 받고 그대로 올렸습니다.


"치사토 짱, 도와줄께!"


찬장에서 컵을 꺼낸 다음 홍차를 꺼내서 대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자니 어느새인가 제 뒤에 온 아야 짱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쩜, 마음씨도 곱지요...하지만 아야 짱은 손님, 손님한테 이런걸 시킬 순 없었기에 앉아서 쉬라고, 금방 타서 가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 말에 순순히 물러선 그녀가 그럼 완성될 때 까지 옆에서 수다를 떨고싶다며 벽에 등을 기댔습니다.


물이 다 끓을 때 까지 두 사람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일 제 스케줄에 대해서, 파스파레의 생일 파티는 취소해야겠다는 이야기, 학교의 이야기, 개학했는데 피곤하지 않냐는 이야기...남들한테는 별거 아닌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저한테는 그 순간순간이 보물과도 같은 순간이였습니다. 웃고 떠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어느덧 물이 다 끓었는지 주전자에서 삐익하는 소리가 들려서, 아야 짱한테 사과하고 말을 끊은 다음 컵에다가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나머지는 마시면서 이야기하자며 차 두 잔을 손에 들고 그대로 거실로, 반대편에 앉지 않고 곧장 제 옆에 찰싹 달라붙은 채 앉은 아야 짱이 홍차를 살며시 입에 가져다댔습니다. 방금 전 까지 담요를 덮고있던 보람이 있던건지 그녀의 몸은 살짝이나마 따뜻해져 있었습니다.


"와아, 맛있다!"


"후후, 마음에 들어해주니 다행이네."


기뻐해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특히 맛잇는 홍차로 꺼낸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이나 서로 차 홀짝이는 소리만이 거실에 가득 들렸습니다.


이윽고 제 차가 슬슬 바닥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야 짱의 차가 바닥이 날 때 쯤 슬슬 이야기를 듣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탁, 소리가 나게 찻잔을 식탁위에 놓자 차를 다 마신듯 그녀가 제 쪽을 쳐다보고는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그 미소에 미소로 화답해준 제가 살며시 입을 열었습니다.


"아야 짱,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온거니?"


"치사토 짱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왔어!"


제 말에 그녀가 이미 대답이 나와있다는 듯 막힘없이 대답해주었습니다. 이렇게되자 놀란 것은 제 쪽이였습니다. 내 생일을? 놀라서 되묻자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야기 들었어, 치사토 짱, 내일...열 두시가 지났으니까 오늘이구나. 오늘도 하루종일 스케줄 때문에 바쁘다면서?"


"응, 그래서 아까 파스파레의 생일파티는 취소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지."


고개를 끄덕여서 그녀의 말을 긍정해주기는 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대체 아야 짱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들은걸까요? 제 표정에서 질문을 읽기라도 한듯 새처럼 웃은 그녀가 제 손을 꼭 붙잡아주었습니다.


"치사토 짱의 여동생한테 들었어. 지금까지 생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도 스케줄이 얼마나 바쁜지..."


"그렇구나."


"새언니가 좀 도와주세요!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였다니까?"


후후 웃으면서 여동생의 흉내를 내는 아야 짱은 제법 그럴싸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잠시동안 서로를 쳐다보고 웃음만 터트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본론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걸 듣고 너무 미안했어. 치사토 짱, 매일 생일 때 마다 누구한테 제대로 축하받지 못했단거잖아.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고통을 가지고 있는데 난 눈치채주지 못했다는게 너무 미안하더라고."


"아냐 아야 짱, 아야 짱이 미안해 할 필요는 전혀..."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절 꼭 껴안아주었습니다. 아야 짱? 제가 나즈막히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제 등을 토닥여주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생각했어. 내가 치사토 짱을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하고. 그래서 여동생이랑 둘이서 생각한게 이거야, 열 두시, 제일 먼저 달려와서 치사토 짱의 생일을 축하해주면 어떨까? 하고, 그러면 치사토 짱한테 생일날 있었던, 하나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겠냐고."


아야 짱의 말을 듣자 가슴 속 어딘가가 벅차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로지 저한테 생일 날에 하나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결코 가깝지는 않은 거리를 걸어서 이런 오밤중에 제 집으로 와주다니요. 그 따뜻함이, 그 상냥함이 너무나 기뻐서... 


"어때 치사토 짱?"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나오기 직전이었습니다. 껴안고 있는 상태로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짝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좋은 추억이 됐어?"


"응, 응...당연하지...고마워 아야 짱, 정말로 고마워..."


그 말에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을 뻔 했습니다. 그것을 간신히 참은 뒤 등을 쓰다듬으면서, 살짝 목이 매인 목소리로 대답해주었습니다. 아야 짱이 다행이네, 라고 살며시 중얼거렸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계속 치사토 짱의 생일마다 내가 이렇게 와줄께! 지금까지 생일에 나쁜 추억만 있었다면 그걸 좋은 추억으로 덮어씌워버리자!"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응, 몇 년이 지나도 계속!"


그렇게 말하면서 포옹을 풀더니 아야 짱이 제 손을 꼭 붙잡아주었습니다. 그런 아야 짱을 보는 지금의 제 표정은 어떨까요, 이미 표정관리는 실패한지 오래였습니다. 양 뺨에서 뜨거운 것이 흐르는걸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누가봐도 꼴사나운 표정이것만, 그녀는 그런것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치사토 짱! 생일축하해!"


"...응, 고마워 아야 짱."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에 얼굴을 파묻고 조금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옛날부터 생일에 좋은 기억따위는 없었습니다.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한테도 아야 짱 덕분에 마침내 좋은 기억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의 손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댔습니다...


고마워 아야 짱, 눈물을 닦으면서 자그만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천만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준 그녀가 다시 한 번더 절 꼭 껴안아주었습니다.


*


시간 맞췄나


시간 맞췄다


생일날 00시 맞춰서 올릴려고 조마조마 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시간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다행인듯, 사실 겸사겸사 대회 참가도 하려고 했는데 마감에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서 쫄린것도 있음


치사토가 어린 시절부터 유명한 아역배우니까 제대로 된 생일축하를 받지 못해서 좋은 기억은 없지 않을까? 그런 치사토한테 아야가 처음으로 그녀한테 좋은 기억을 주는건 어떨까


하는 걸로 써봤는데 제대로 써졌을지는 모르겠음


걍 치사토한테 아야를 생일선물로 주는거나 쓸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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