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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메르하나 - 번데기 1

냥햏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28 22:38:33
조회 1529 추천 34 댓글 12
														


 삑. 삑.


 짧은 기계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10년간 그래왔듯, 주인을 닮아 변함 없이 차분해야 할 의무실은 어딘가 공허했다. 그 동안 좋은 일도, 가슴 아픈 일도 많이 있던 곳이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의무실은 자신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녀가 의사로서, 오버워치의 일원으로서 있을 수 있는 곳. 앙겔라 치글러가 메르시로서 있을 수 있는 곳.

 

 하지만 지금 의무실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일을 끝낸 후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도,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를 받으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이런 일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 사건으로 인해 부상자들은 늘어나고 있었다. 부상자가 많아지는 일은 절대 유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망자 없이 작전이 지속되는 것은 전적으로 메르시의 공이었다. 


 평소였다면 분명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물론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메르시는 전쟁중인 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두를 구하자'라는 그녀의 신념이 어디까지나 이상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메르시는 굳게 신념을 지켰고, 그 신념은 흔들림이 없었다. 얼마전까지는.


 "하나......"


 저도 모르게 입에 올린 이름이 아팠다. 힘주어 쥔 작은 손이 따뜻해서 고통을 더했다. 평소였다면 그 따스한 목소리로 노래하듯 박사님! 이라는 대답이 되돌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듯 누운 소녀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메르시는 고개를 들어 소녀의 얼굴을 살폈다. 혹시나 갑자기 눈을 뜨지나 않을까 싶은듯이. 살짝 야윈 얼굴을 바라보자니 자연스레 소녀의 프로필이 머리에 떠올랐다.


 송하나. 20세. 대한민국 부산출신, 메카 파일럿으로서 육군 대위. 세계 대회에서 온갖 상을 최연소로 휩쓴 프로게이머. 싫어하는 것은 지는 것, 규칙적인 식사. 좋아하는 것은 게임과 도리토스, 그리고...


-앙겔라가 제일 좋아요!


 갑작스럽게 날아든 소녀의 목소리에 메르시, 앙겔라는 이를 앙다물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자신을 좋아한다며 쫓아다녔던 소녀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고, 앞으로도 듣기 어려울 것이었다.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 


 소녀의 마음은 저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단 자신 뿐만 아니라 조금 거리가 먼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사실 오버워치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도 되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하나는 항상 세상 누구보다 진지하게 앙겔라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에 대해 토로하곤 했고,  오버워치 전원이 모인 회식자리에서든 작전 중인 메카 안에서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둘의 사이에는 보통보다 조금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앙겔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이 2000년대 초반도 아니고, 동성인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그녀였지만 18살의 나이 차이는 윈스턴의 시간 가속기를 제외하면 물리적으로 절대 좁혀질 수 없는 것이었다. 18살이면 거의 20년의 차이이고, 소녀가 두 명은 있어야 가까스로 앙겔라가 살아온 세월을 채울 수 있었다. 


 심지어 미성년자였다. 미성년자! 메카에 부딪혔다던가, 의미없이 머리가 아프다던가 하는 이런저런 핑계로 단 둘이 있게 됐을 때 쏟아지는 소녀의 애정공세를 마주하면 앙겔라의 머리에 경고등처럼 깜빡이는 단어였다. 지금까지 범법은 커녕 길거리에 쓰레기 하나 버려본 적 없는 앙겔라는 가끔 소녀가 품에 답싹 안겼을 때 미친듯이 뛰는 제 심장을 느낄 때면 저 문에서 누군가가 수갑을 들고 뛰어들어오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젊음의 패기인지,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는 특유의 집중력 때문인지 소녀는 마치 처음부터 장애물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앙겔라에게 다가왔다.

 

 가끔은 스스럼 없는 하나의 태도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 앙겔라는 조금씩 하나에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소녀의 진심은 따스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오롯이 저에 대한 애정만이 담긴 진심. 앙겔라는 그 진심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에 행복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장애물 뒤에서 계속 바라보다가, 점점 다가가게 되고, 그리고는 결국 언젠가 인정하고 말았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도 소녀의 마음에 물들어버렸다고. 아직 완전히 장애물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넘어간 이상 시간 문제였다. 언제, 어떻게 소녀의 고백을 받아들이느냐가 유일하게 남은 문제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앙겔라를 그렇게 행복하게 했던 소녀는 갑작스럽게 떠났고, 돌아올 기약이 없었다. 소녀가 대답을 듣지 못했듯이, 앙겔라도 대답을 돌려줄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사막에서 신기루가 비친 모래를 쥔 것 처럼, 그녀의 행복은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자 손가락 사이로 흘러 사라져버렸다.


 앙겔라는 다 타버린 땔감처럼 검게 굳어져가는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소녀의 검사결과를 다시 떠올렸다. 세뇌를 위한 약물투여로 인한 신경계 교란과 정신적 혼란. 외과적 수술의 흔적은 없으나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방어적 폐쇄상태. 하나는 모든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한채로, 단단한 번데기가 되어있었다.


 "하..."


 머릿 속에서 하나의 진료 차트를 넘기던 앙겔라는 고통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로서 15년을 넘게 일했다. 하루에 수십, 수백번을 보는 환자 진료 차트의 글들은 그녀에게 회사원이 보는 엑셀 수식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 차트는 달랐다. 너무 많이 읽어 달달 읊을 수 있는 수준인데도 한줄 한줄 읽는 것이 지옥의 계단을 하나씩 밞아 내려가는 것 같았다. 앙겔라는 자신의 소녀가 그런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 그저 글로 전해지는 것인데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린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지금 당장 탈론의 마지막 한명까지 모조리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평생을 열성적인 평화주의자로 살던 자신이 살면서 누군가의 고통을 바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녀가 받은 아픔보다, 지금 자신의 고통보다 더 돌려주기를 원했다. 사랑하는 이가 코마 상태로 누워있는데 소위 의학계의 천재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를 구하자? 가장 소중한 사람,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구할 수 없는 이가 누구를? 무엇보다도 그 무력감이 앙겔라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기도하듯 감싸쥔 소녀의 손에 이마를 맞대자 따스한 체온이 전해져왔다. 바로 이 온기가 그 모든것에도 불구하고 앙겔라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였다. 


 "아직... 살아있는거죠."


 앙겔라는 자신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바이탈 사인은 모두 정상이었다. 아직 소녀의 생명은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딘가에는 분명 방법이 있을 터였다. 지난 이주일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었지만, 그래도 분명 자신이 찾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치글러 박사님."


 앙겔라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들어온 것인지 건강한 갈색 피부가 눈에 띄는 여성이 쟁반을 들고 서있었다. 천이 씌여진 쟁반의 내용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한 냄새로 미루어 봤을 때 오늘도 늘 가져왔던 리조또인게 분명했다. 여성은 쟁반을 어지러진 책상 한 구석에 내려놓고 앙겔라에게 말했다.

 

 "식사는 하셔야지요. 충분한 영양 공급이 되지 않으면, 일의 효율이 나지 않을 겁니다."

 "...영양 공급은 충분히 하고 있어요. 파리하."


 사실이었다. 입맛도 전혀 없었고, 배고픔에 못 이겨 억지로 한 수저라도 뜰라 치면 소녀의 핼쓱한 얼굴이 아른거렸다. 도저히 식사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사람이 바글대는 식당에 갈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파리하는 앙겔라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곤란한듯한 표정이었다.


  "수액과 인스턴트 식품은 올바른 영양 공급 방법이 아닙니다. 치글러 박사님."


  결국 앙겔라의 선택은 영양은 수액으로, 배고픔은 자판기에서 대충 쓸어온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처하는 것이였다. 실제로 의무실 환자 침대 근처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했지만, 조금 떨어진 앙겔라의 책상에는 인스턴트 식품 껍질이나 부스러기 따위가 놓여져 있었다. 평소의 앙겔라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앙겔라가 맞았던 수액들이 잔뜩 걸려있는 봉은 마치 마녀의 숲의 말라버린 나무처럼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치글러 박사님... 어머니와 다른 분들이 많이 걱정하고 계십..."

 "걱정할건 제가 아니라 하나 아닐까요."

 "물론 하나양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양은 최고의 의사가 지켜주고 있지 않습니까."


 파리하는 책상의 쓰레기들을 주워담으며 날카로운 앙겔라의 대답을 받아넘겼다. 효율적이고 빠른 손길에 책상은 순식간에 정리되었고, 의무실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좋지 않았다. 자신의 고통 때문에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울 나이는 지났다. 지금처럼 모두가 힘들 때에는 더더욱. 소녀를 잃은 것은 자신 뿐만이 아니라, 오버워치 모두였다. 앙겔라는 한숨을 내쉬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파리하."

 "괜찮습니다."


 파리하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버워치 모두가 막내와 같은 하나를 아꼈지만, 파리하는 특히나 소녀를 더 아끼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파리하는 꾸준히 훈련 받아온 군인인 자신과 달리 어리기만 한 소녀가 전장에서 보여주는 든든한 모습과 평소의 통통 튀는 모습을 대견하다고 말하곤 했다. 가끔씩 소녀가 힘들어할 때면 옆에서 여러 조언을 해주곤 했고, 평소에도 알게모르게 소녀를 챙겨주던 사람이었다. 그녀 역시 자신만큼 힘든 상태일 것이었다.


의무실을 떠나는 파리하를 따라나온 앙겔라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안타까움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파리하는 앙겔라의 어깨 너머로 누워있는 소녀를 잠깐 바라본 후 앙겔라와 똑바로 눈을 맞췄다.


 "곧 돌아오실겁니다."


 마치 누워있는 하나가 아니라, 앙겔라 자신에게 말하는 듯한 투였다. 의문을 품은 앙겔라의 눈길을 받으며 파리하는 돌아갔고, 의무실은 다시 앙겔라와 소녀 둘 뿐이었다. 앙겔라는 소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감긴 눈이 부실새라 실내등을 조절하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쟁반에 씌인 천을 거두자 먹음직스러운 리조또가 김을 피워내고 있었다. 


 사실 앙겔라가 모든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전부터 파리하가 가져오는 이 리조또는 하나가 휴일에 가끔씩 해주던, 유일하게 자신있어 하는 음식이었고 그 맛은 놀랍도록 소녀가 한 것과 같았다. 누워있던 아이가 자기 몰래 벌떡 일어나서 음식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방금 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런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한 입 먹어본 리조또에서 익숙한 맛이 났다. 소녀는 요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제 또래와 비슷하게, 라면이나 김치찌개와 같은 발음하기 어려운 한국 음식 한 두가지를 할 줄 알 뿐이었다. 언젠가 한번 김치찌개를 해주었다가 이마까지 빨개진 앙겔라가 우유 한통을 모두 비운 이후로 소녀가 시도하는 요리는 모두 양식으로 교체되었다. 여러 시도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것이 바로 이 리조또였다. 


 "후우..."


 리조또를 모두 비운 앙겔라는 의자에 몸을 묻었다. 파리하가 가져오는 리조또가 익숙한 소녀의 맛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앙겔라는 수액과 인스턴트 식품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 소녀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것은 같았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먹지 않으면 무언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소녀가 직접 해준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리조또는 앙겔라의 하루에서 유일한 한끼 식사가 되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리조또를 먹고나면 버티기 버거운 졸음이 쏟아졌다. 앙겔라는 자신이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고, 리조또가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졸음이 쏟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혹시나 소녀가 깨어날까 졸음을 참으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매번 실패했고,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가물가물하게 감기는 시야에서, 커튼 너머로 푸른 빛을 내며 안정적으로 점멸하는 소녀의 바이탈 사인이 보였다. 


 **


 ...상태는...

 ...지금은... 아직...

 슬슬... 되었습...

 

 꿈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앙겔라는 자신이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모를 것 같았지만, 희미하게 자신을 둘러싼 인영들은 느껴졌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한 목소리와 실루엣으로 어느정도 가늠이 되었다. 아나, 파라, 윈스턴... 늘 만나던 오버워치의 멤버들 인 것 같았다. 그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지만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구분 할 수 있는 이들은 그정도였다. 


 ...안됩니... 하나양...

 ...만! 보게...


 약에 취한듯한 멍한 상태에서도 한 목소리가 꽂혀들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소녀의 목소리였다. 앙겔라는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목소리의 주인을 보려고 애를 썼다. 꿈 속에서 저 혼자 허우적 대는 거라 해도 좋았다. 한번만 그 얼굴을 보고 싶었다. 


 기를 쓰고 눈에 힘을 주니 앞이 조금 보였다. 여러 사람들 사이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하나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것 같았지만 누군가에게 제지 당해 얼굴만 겨우 내밀고 있었다. 안돼요. 하나를 뺏아가지 말아줘요.


 "하....나..."


 순간 소란스럽던 꿈에 정적이 흘렀다. 앙겔라는 귀찮게 하던 소음이 사라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하나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놀라움에 자신을 바라보는 갈색 눈에 담긴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힘 없이 들리는 자신의 손이 보인 순간이었다.


 "아으...윽!"


 튀어나오는 신음과 같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머리를 강타했다. 뒷목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통을 참으려고 저도 모르게 이를 앙다물었지만 곧 처음 느껴보는 격통에 거친 호흡을 쏟아냈다. 밀려드는 아픔에 아이처럼 몸을 웅크린 앙겔라의 시야에 들어온 소리치는 하나의 모습이 침대에 누워있던 헬쓱한 모습과 겹쳐지고, 나뉘어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기억에 노이즈가 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박사님! 박사님!!

 아나!

 

 앙겔라는 순간 목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몸에 무언가 도는 느낌에 고통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다시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똑바로 자신을 쳐다보는 하나의 모습만이 보였다. 건강해보여 다행이예요. 이게 꿈이라도. 


**


"헉!"


 짧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킨 앙겔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그녀가 잠들었던 의무실이었다. 앙겔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환자 침대로 다가가 다급하게 커튼을 젖혔다. 거기에는 그녀가 잠들기 전 처럼 조용하게 잠든 하나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소녀는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꿈을 꾼 것일까. 앙겔라는 최근 자신의 상태가 꽤 좋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용도, 느낌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꿈이었다. 왠지 모르게 요새 자주 꾸는 꿈 속에서는 항상 하나가 나왔다. 곰곰히 생각하다 목이 뻐근해진 앙겔라는 뒷목을 주무르며 다시 한번 소녀의 바이탈을 체크했다. 바이탈 사인은 모두 정상이었다. 혹시나 기기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 앙겔라가 다시 책상에 돌아오자 어느덧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슬슬 모두가 잠에 들 시간이었다. 앙겔라는 하나가 의무실에 들어온 이후 자신도 의무실에서 잠을 잤다. 정확히는 방까지 갈 새도 없이 잠들었다는게 맞는 표현이였지만, 어쨌든 의무실 한켠에 있는 간이 침대는 앙겔라의 잠자리로서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파리하는 항상 저녁도 아니고 야식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리조또를 가져다 주었고, 먹고 쏟아지는 졸음에 못 이겨 침대나 책상에서 잠들고 일어난 후에는 항상 아침이었기에 앙겔라는 시간이 조금 붕 뜬 듯한 느낌도 들었다. 


 붕 뜬 시간동안 조금 더 하나를 보기로 한 앙겔라는 소녀의 침대 한 켠에 조심스레 앉았다. 꿈 속에서 보았던 눈물이 신경쓰여 살며시 하나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어쩐지 눈가가 붉어진 느낌이었다.









 갤에 메르하나 많이 올라와서 뽕 맞아서 질렀는데 글이 개판

 이게 옵치 팬픽인지 하나메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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