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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내 첫사랑은 카레를 좋아했다.모바일에서 작성

Gita-nos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14 10:44:53
조회 1131 추천 2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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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의 이름은 하진이었다. 하진이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처음 봤을 때, 하진이는 빨간 뿔테에 푸들 같은 촌스러운 머리, 포동포동한 얼굴살을 가진. 하지만 안경을 벗어 렌즈를 끼고 머리를 고데기로 잘 정돈하고 오면 예쁘장한 소위 말해 긁지 않은 복권이었다. 그런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하진이는 해마다 하는 체육대회에 반 대표로 나가 춤을 추는 인기 있는 아이였다.

학교 매점이나 학교 밑에 자리한 분식집을 제외하면 나는 하진이와 따로 어디 놀러 간 적 없는 그냥 같은 반 친구였다. 노래를 잘 부르는지는 잘 몰랐지만, 하진이는 여자의 청혼이라는 노래를 좋아했다. 왜 좋아하냐는 물음에 자신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다. 나는 하진이의 입술에서 나오는 가사를 주의 깊게 듣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청소 못 하고 밥 못한다고!"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하진이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씩씩거렸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혼자서 부끄러워 날뛰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아직도 생생했다. 하진이는 영원이라는 보이그룹을 좋아했는데 같은 무대를 방송사마다 다르다며 지겹게 틀어대는 게 짜증 나 다른 것 좀 보자는 말에 정색을 하며 닥치라는 말을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으나 우리 반엔 미친 빠순이들이 많았기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학교가 다 끝날 때까지 하진이와 나는 말이 없었다.

"고등학교 어디 갈지 부모님이랑 꼭 상의해야 한다. 이제 집에 가라."

나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튀어나가 교문으로 향했다. 급식은 늦게 먹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배고픈 적도 없었고 귀찮으면 거르는 게 점심이었다. 하지만 집에 가는 것만큼은 선두를 차지하고 싶었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몰랐다. 그냥 학교에 있기 싫었다. 교문에 다다르자 멀리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진이었다.

"거기 서 있어!"

내가 교문 앞에 멈춰 서자 하진이는 헐레벌떡 뛰어왔다. 하진이와는 집 가는 길이 비슷해 같이 하교를 하곤 했는데 오늘 저렇게 싸웠으니 당연히 같이 안 가겠지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더니 하진이가 헉헉거리며 숨을 골랐다. 그 달리기 실력을 체력장에 썼으면 꽤 기록이 나올 것 같은데 아쉬웠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못 들었어?"

"말했었어?"

어느 정도 안정되었는지 하진이는 나를 원망하는 얼굴로 쳐다보다가 내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 주먹으로 내 팔을 쳤다. 늘 하는 말이지만 저렇게 툭하면 때리는 애들은 하나같이 손이 매웠다. 본인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인을 부르는 펀치를 그만두었으면 해서 "몸빵 좀 그만해." 라고 말했다가 한 번 더 팔을 맞았다. 같은 곳이라 더 아팠다.

"때린데 또 때리냐?"

내가 아파하는 얼굴로 쳐다봐도 하진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나는 약이 올랐지만, 더 자극했다간 정말 멍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닥치라고 폭언을 한 것치고 우리는 너무 태평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갈림길에 이르자 하진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에이 봐줬다."

"뭘?"

뚱딴지같은 말에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하진을 바라보았다. 뭘 봐줬다는 건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애초에 하진이에게 잘못한 기억이 없었다. 하진이는 오히려 나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억 안 나?"

"뭐가?"

"헐.. 아니야. 아무튼 내일 봐!"

손을 흔들고 가는 하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집으로 향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영원이란 그룹에 대해 내가 말했던 걸 꽤 민감하게 받아들었는지 저 혼자 삐진 거였다. 하지만 난 달래줄 생각도 없었고 하진이도 잊었는지 그 일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교에서 하는 일은 고등학교 지망에 대한 고민과 영화를 보는 것뿐이다. 영화를 진지하게 보거나 뒤에서 말뚝박기를 했는데 말뚝박기를 하다 보면 타는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기 마련이다. 새 게임을 해야 하는데 혼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하진이를 억지로 안아 올렸다. 힘들게 들었더니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하진이는 다시 쓰러졌다. 나는 혀를 차며 운동 좀 하라고 말했다.

나중에는 게임에 빠져 영화를 보면서 게임에 집중했는데 커튼 사이로 누가 앵겼다. 그 덕에 죽어서 짜증 난 목소리로 누구냐고 물으니 "하지니" 하고 애교스럽게 말했다. 처음 듣는 이름에 나는 화를 누그러뜨리고 되물었다.

"하지니가 누구야?"

"헐..."

커튼을 젖히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하진이는 수업시간 내내 나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덕에 삐진 하진이를 장난이였다며 달래주느라 애썼다.

내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딸기생크림케이크를 만든다고 하자 하진이는 방학 때 생일이라 한 번도 친구에게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친구도 많으면서 왜 못 받았냐고 물으니 그날이 할머니 제사라면서 나를 보며 기대 가득 담긴 눈으로 어필하는데 남한테 좀처럼 관심 없었던 나는 하진이의 생일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하진이는 카레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요리를 꽤 하는 편이었고 카레는 쉬운 편이라 언젠가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하진이와 나는 졸업하고 다른 학교에 가게 되었다. 서로 연락하던 스타일이 아니어서 우리들의 연락을 쉽게 끊겼고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며 때때로 하진이를 그리워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이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깨달았다. 때는 이미 늦었고 가끔 SNS로 소식을 올리는 하진이는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아직도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했지만 어쩌겠어. 이미 지난 일인데. 우리 사이는 이미 과거가 되었다.

걔는 날 기억이나 할까?

아니, 까마득해서 잊어버렸겠지.




옛날 백갤요리대회에 썼던 글인데 지워졌길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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