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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대충 치사토가 카오루에게 상담 받는 이야기

ㅇㅇ(220.80) 2020.06.04 09:58:58
조회 1026 추천 76 댓글 7
														

"너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사실 나, 아야 짱을 좋아하게 됐어."

"..응?"


얼빠진 대답. 그리고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아마 얼빠진 표정까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에 카오루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 했다.

평소와는 다른, 치사토에게 있어 진지한 고민이구나, 라는 생각까지는 했으나 그 고민이 그런 종류의 고민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치사토의 방 안에서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치사토는 카오루의 제대로 된 대답을 기다렸다. 자신이 밝힌 고민에 대한 진지한 의견을 말이다. 그런 치사토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무겁기만 한 이 상황을 카오루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소꿉친구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비록 생전 처음으로 듣게된 고민거리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야 짱을 좋아한다는 건.. 역시 친구로써가 아닌, 거겠지?"


치사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조금이나 품었던 가능성은 사라졌다. 카오루는 또다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녀가 어떤 마음과 각오로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그리고 가장 바람직한 대답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정적이 흐르고 이내 말문을 열려던 찰나, 답답함을 느꼈는지 치사토는 자신의 침대에 걸처앉은 카오루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당황스러울거야, 카오루. 미안해. 이런 상담을 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너밖에 없으니까."


가깝게 다가온 치사토를 올려다보며, 늘 빛나던 그녀의 얼굴이 슬픔 속에 빠졌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와닿는다. 더이상의 망설임은 치사토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카오루는 알고 있었다.


"사과할 필요는 없단다. 말하기 힘든 고민을 나에게 말해줘서, 그리고 나를 의지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카오루는 웃어보였다. 그리고 치사토의 손을 잡았다. 치사토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얼굴을 슬픔에 빠진 채였다.


"응, 고마워.. 솔직히 말하면 기분 나빠할 거라 생각했어. 같은 여자끼리니까. 카오루가 나를 외면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뿐이었거든."


치사토는 카오루의 옆에 걸처앉았다. 그리고는 본래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이었다.


"사실은 아직 확실히 모르겠어. 내 마음을. 내가 정말로 아야 짱을 좋아하는 건지 말이야."


카오루는 묵묵히 치사토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까지는 대답을 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아까 너의 말에는 확신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음.. 미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모르겠네."

"많이 힘들었겠네, 치사토."

"응, 힘들었어. 아야 짱에게도 미안했고. 스스로 절대 아닐 거라면서 괜히 아야 짱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했거든. 나를 미워하도록 말이야. ..그런데 내가 심술궂게 다가가도 언제나 나를 보며 웃어줬어. 그리고 걱정해줬지."


치사토는 당시의 상황들을 떠올리듯 미소를 지었다.


"이런 내 감정들을 계속 부정한다면 아마 아야 짱도, 그리고 나도 상처를 받을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오늘 이렇게 너를 부른거야. 확실하게 매듭을 짓기 위해서. 카오루, 기분 나쁜 부탁이라는 건 알아. 그럼에도 너에게 부탁할게. 내가 아야 짱에게 가진 감정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줘."


굳게 결심한 듯 단호한 말투다. 반대로 만에하나 거절당하면, 그리고 외면당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치사토의 두 눈은 불안한 듯 흔들렸다. 아까부터 서로 잡고 있던 손 또한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카오루는 눈치채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큰 용기를 내줬다는 생각에 카오루는 더이상 당황하지도, 그리고 대답하기를 망설이지도 않기로 했다. 그게 자신을 믿고 비밀을 말해준 치사토에 대한 배려였다.


"치사토가 나로 괜찮다면, 기쁜 마음으로 도울게."

"..정말이야?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쁘지 않아."


카오루는 단언했다. 치사토는 시선을 떨구며 잠시 생각하듯 침묵했다.


"..그럼 말이지, 카오루. 나를.. 안아주지 않겠니?"

"응?"

당황하지 않기로 다짐한 건 겨우 10초 전이었다. 카오루는 또다시 얼빠진 대답과 직접 볼수는 없지만 아마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카오루 네가, 나를."


절대로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이 강조하며 치사토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카오루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야 짱에게 느꼈던 감정을 너에게도 느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

"그, 그런 부탁이라면.. 그래, 나로 확인할 수 있다면 기쁜 마음을 돕도록 하지."


정말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구태어 말하지는 않았다. 카오루 본인이 조금 전에 다짐했던 생각들을 떠올리며 말이다.


"고마워, ..그럼 잠시 실례할게."


갈 곳을 잃은 카오루의 두 팔이 어색한 동작으로 허공에 떠있었다. 치사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카오루의 품에 안겨 두 팔로 허리를 감쌌다. 평소에 희미하게 났던, 치사토의 은은한 샴푸 냄새가 이상하리만큼 신경쓰였다. 동시에 치사토와의 포옹은 무척이나 따뜻하다고 카오루는 생각했다.

두 사람의 포옹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채로 계속 이어졌다. 치사토는 카오루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조용히 자신의 감정을 확인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듯한 기분에 카오루는 갈 곳 잃은 손으로 치사토의 목을 감싸안았다. 부끄럽지 않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하지만 도와주기로 다짐한 이상 의문이나 부끄럼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카오루의 손이 치사토를 부드럽게 감싸자 치사토는 더욱 더 카오루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서로의 심장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치사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한 느낌은 착각일까. 그렇다면 반대로 자신을 어떨까.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단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카오루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이윽고 허리를 감싼 치사토의 두 팔이 풀리면서 둘은 천천히 서로에게 떨어졌다.


"..도움이 됐다면 좋겠네."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꺼낸 한 마디에 치사토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응, 확실하게 알게 됐어. 고마워, 카오루."

"더 도울 일이 있을까?"

"그러네. 물론 확인하고 싶은 건 많지만.. 그이상은 지금 확인하고 싶지 않아."

"그, 그래."


아무래도 어색함을 이기기는 어려울 거 같았다. 이야기를 이어나가기가 어려워지자 카오루는 시선을 바닥으로 시선을 피했다.


"기분 나쁠까?"

"응?"

"내가 고백하면 아야 짱은 기분 나빠할까?"

"그건.."

"카오루 너는 어때? 내가 만약 너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면, 너는 어떤 대답을 했을 거 같아?"


걱정과는 달리 마땅한 대답을 찾는데에 큰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곧바로 대답할 수 있을만큼 생각이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대답했을거야. 용기를 내준 치사토를 위해서. 기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에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지금의 대답이 치사토가 원하는 대답일지는 카오루는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자신의 대답에 조금의 거짓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 정말로?"

"응, 확신할 수 있어."

"그럼 말이야, 한 가지 더 들어줬으면 하는 게 있어. 부탁이 아니야. 그냥 내 말을 들어줬으면 해"


피했던 시선을 옮겨 치사토의 두 눈을 당당히 마주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정말로, 정말로 더이상 망설이지도 당황하지 않는다고.


"부디 말해주렴, 너의 고민을."


두 손을 꽉쥐며 카오루는 치사토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치사토는 평소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해, 카오루. 심술부리는 나에게 언제나 웃어주는 너를, 이기적인 나를 언제나 걱정해주는 너를, 정말로 좋아해."


아, 방금 전까지의 다짐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라고 카오루는 생각했다. 대답을 해야했다. 아니, 하고 싶었다. 만약 아까처럼 치사토와 가까이 있었더라면 대답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얼굴을 치사토가 보고 있다면 이미 들키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윽고 카오루는 어릴 적의 자신으로 되돌안 것처럼, 소심하고 부끄럼 가득한 그때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너를 안아봐도 될까?"













ㄹㅇ 편의점 알바하면서 편의점 컴퓨터로 이 글을 쓰는 나도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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