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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별 후에 이별 - 2 -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0 22: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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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585109





기막힌 우연이었다. 기적인지 얄궂은 불운인지 새 여권을 발급받으러 구청에 들렀다가 목이 말라 자판기로 발걸음을 옮겼고 거기서 그녀를 만났다. 잊을 리 없는 사람.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사람을 만났지만 윤하의 얄팍한 자존심은 그녀의 감정을 두꺼운 강철의 가면 아래에 숨겨놓았다.


 


먼저 이별을 통보해놓고 재회를 반가워하는 것만큼 꼴사나운 건 없으니까.


 


혹시 수아가 자신을 잊어버렸는지 불안하긴 했지만, 예전과 다를 것 없이 얼굴과 몸짓에 그대로 나타나는 수아의 감정을 느끼자 윤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수아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마음속으로만.


 


오랜만에 만난 수아는 여전히 예뻤다. 허리까지 내려오던 짙은 흑 장발을 어깨 정도까지 잘라버린 건 조금 아쉬웠지만 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가느다란 팔목과 목덜미, 그리고 원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까지......


여전히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는 성공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여성으로. 항상 노력하는 그녀 옆에 서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기술도 없고 공부할 끈기도 없었던 윤하는 항상 열심히 학점을 따 장학금을 받으며 공시 준비까지 하던 수아 옆에 설 때마다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빛나는 수아 뒤에서 차디찬 심연의 그늘에 빠져들어 가는 것만 같아서 윤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윤하는 이별을 택했다.


 


수아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는 그런 좋은 의도가 아니었다. 자신이 비참해지고 싶지 않아서, 또는 수아에게 잊히지 않을 상처를 남기고 싶어서. 그렇게 빛나는 수아에게 하나의 불순물을 남기고 싶었기에 윤하는 상처 입히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윤하의 의도대로 너무나 올곧게 빛나던 수아의 마음은 금이 가버려 탁해져 버렸다. 예전보다 훨씬 야윈 턱과 목덜미. 더 하얘진 피부. 립스틱으로도 감춰지지 않은 마른 입술.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고 윤하가 처음 느낀 감정은 동정심이나 죄책감, 걱정이 아니라 황홀감이었다.


 


자신이 저 빛나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 윤하는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윤하는 망가져 가는 수아를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옛날의 기억을 부러 떠올리게 하기로 했다.


 


"언니, 오랜만에 점심이나 먹을래요?"


 


우리가 항상 갔던 추억의 장소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우리가 잔혹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의 속박을 다시 강하게 조이기 위해.


 


넋이 나간 채로 메뉴판을 멍하게 보고만 있는 수아가 좋았다. 이 대단한 사람을 나 따위 인간이 휘두를 수 있다니. 윤하는 추억이 담긴 식당에서 한껏 부풀어 오르는 고양감에 입꼬리를 계속 실룩거렸다. 애써 태연한 척 바라보고 있지만, 에이드를 천천히 빨아 먹는 입술과 목덜미에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쩜 이리 알기 쉬운 사람일까.


 


문득 쳐다본 왼손에는 반지가 빠져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껴지던 것은 목덜미의 시선. 수아가 자신의 액세서리에 신경 쓰고 있는 게 전해졌다. 아직도 윤하를 붙잡고 싶어 하는 수아를 보자 좀 더 그녀를 휘두르고 싶어진 윤하였다.


 


반지는 왜 빼고 다니는지 묻고 싶었지만, 대신에 수아의 손을 쓰다듬었다.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딱딱한 뼈마디가 전보다 더 뚜렷했고, 검푸른 정맥의 감촉이 선명하게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수아의 눈에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창백한 볼에는 약간 홍조가 돌기 시작했다. 윤하는 지금 당장이라도 수아의 손을 잡고 침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수아를 넘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수아는 예전부터 손을 잡고 깍지를 낄 때마다 묘하게 야한 표정을 지었었다. 지금은 그런 표정까지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살짝 찡그린 눈가의 옅은 주름과 바닥으로 피한 눈빛이 더없이 퇴폐적이었다.


 


올라오는 욕구를 짓누르고 수아에게 슬쩍 곤란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반쯤 장난삼아 던지는 질문이지만, 혹시나 하는 만약의 가능성을 없애고 싶기도 했다. 어찌 됐건 수아의 현 상황도 알고 수아의 반응도 즐기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챙겨주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순간 구겨지는 수아의 표정을 보자 윤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설렌다는 감정이 아닌, 수아를 지배하면서 느끼는 지저분한 흥분이었다. 오늘 종일 감정을 숨기느라 힘을 주고 있던 얼굴의 긴장이 순식간에 풀리며 수아의 민낯을 드러냈다. 찡그린 눈가와 힘껏 깨문 입술, 탁자 위에 올린 양손에 튀어나온 힘줄까지 모든 것이 예뻤고, 사랑스러웠으며, 만족스러웠다. 찡그린 표정을 풀지 않은 채로 수아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응, 있어. 덕분에 아침도 매일 챙겨 먹고 있고."


 


참 알기 쉬운 사람이다. 누가 봐도 쓸쓸한 분위기를 내고 아까부터 자신의 목걸이를 뚫어져라 바라봤으면서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거짓말한다. 정직한 그녀가 거짓말까지 할 정도로 자신에게 휘둘리는 광경이 윤하는 떨릴 정도로 짜릿했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고 그녀는 일부러 씁쓸하고 놀란 감정을 적절히 버무려 얼굴에 드러냈다. 예전부터 감정을 가장하는 건 자신 있던 그녀였다. 윤하는 눈을 약간 크게 뜨고, 입을 아주 살짝만 벌리면서 눈동자의 초점을 먼 곳으로 맞췄다. 수아라면 이 표정을 윤하의 의도대로 받아들여 줄 것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고양감에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럼 윤하 너는? 너는 사귀는 사람 있어?"


 


수아의 입에서 나온 질문에 윤하는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겨우겨우 삼켰다. 기껏 수아에게 주도권을 조금 넘겨줬더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라니. 윤하는 그렇게까지 냉혈한은 아니었기에 저번 이별과는 달리 이번 만남은 수아의 승리로 끝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상처를 입고 싶어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나방 같은 모습이 참 우스웠다. 머리도 좋고, 성실하면서 이런 면에서는 영락없는 바보천치였다.


 


그런 면마저도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윤하는 스스로 뛰어든 아름다운 나방을 굳이 말리지 않기로 했다. 윤하는 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조금만 덜어서 얼굴에 화장하듯 덧씌웠다. 있다고 말할까 생각하다가 그녀는 천천히 고개만 위아래로 끄덕였다. 윤하의 말로 전하는 것보다, 윤하의 반응을 통해 수아가 스스로 말을 만드는 게 더 상처를 깊게 할 테니까.


 


윤하는 조용히 수아의 표정을 지켜보았다.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이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이 덧씌운 윤하의 미소에 수아는 고통에 못 이겨 눈의 초점을 잃어버렸다. 흐려진 눈동자가 내뿜는 탁한 빛이 윤하를 떨리게 했다. 이후로 수아는 말없이 윤하의 목걸이와 바닥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윤하는 일부러 블라우스 안으로 넣은 목걸이의 끝부분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수아의 반응을 즐겼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고 한다. 윤하는 수아를 지배하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자기 뜻대로 수아의 감정을 조절하고 잊지 못할 상처를 하나 더 수아에게 아로새기며 윤하는 고조되는 고양감을 가슴 속에 담았다.


 


힘없이 음식을 집어 먹는 수아에게 윤하는 굳이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지금 이 모습이 윤하가 원하는 수아의 모습이었으니까.


 


"오랜만에 만나니까 나쁘지 않네요. 그쵸, 언니?"


 


수아는 답이 없었다. 가게 밖으로 나오자 아직도 그치지 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그녀들을 맞이했다. 축축한 공기가 폐로 들어와서 답답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앞을 보고 있는 수아의 눈앞에 윤하가 손을 흔들어 보았다. 잠시 정신을 차린 듯 수아가 윤하를 돌아봤다.


 


윤하는 심연에 빠진 수아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잠시 숨을 죽였다. 죄책감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라, 비 오는 풍경 속에 녹아 들어가는 듯한 수아의 모습이 숨 막히도록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 윤하는 손으로 수아의 뺨을 한번 쓸어내렸다. 창백한 온도가 손끝에서 느껴졌다.


 


"...... 언니, 나중에 또 봐요."


 


수아의 냉기를 뜨거운 열로 식혀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오늘은 그만두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윤하는 충분히 즐겼고 만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에 있는지도 알았으니 다음번에 만나기는 더 쉬울 것이다. 깊게 상처를 내어뒀으니 다음번에는 더 쉽게 휘두를 수 있겠지.


 


아직 멍하니 잿빛 풍경을 바라보는 수아를 뒤에 두고 윤하는 검은 우산을 펴고 천천히 택시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신발과 양말에 튀는 회색 물방울이 축축하고 차가워서 발걸음이 조금 무거웠다. 무거운 발걸음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수아는 이미 사라졌다.. 윤하는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가 입술을 조금 앞으로 내민 채 다시 무거운 발을 달래며 걸어갔다. 축축함과 무거운 습기를 머금은 채로.


 


*


 


비좁은 원룸 방바닥에 가방을 던져놓고 윤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도 기세가 꺾였는지 빗소리도 줄어들어 창밖이 조금 적막해졌다. 적당히 차가운 침대의 감촉과 달콤한 향기가 기분 좋았다.


 


윤하는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손을 목 뒤로 가져가 목걸이를 풀었다. 목걸이에 매달려 있는 은빛 반지가 방안에서 옅게 빛났다. 반지를 목걸이에서 뺀 뒤 윤하는 손바닥 안에서 굴렸다. 몇 번을 굴리던 그녀는 반지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짧게 입맞춤했다.


 


반지에 깊이 새겨진 S.A.라는 이니셜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 같았다. 추억이 담긴 장신구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녀는 헛웃음과 미소를 지으면서 반지를 움켜쥐고 눈을 감았다.


 


푹신한 매트리스의 감촉과 달콤한 이불의 향기가 윤하를 감싸 안으며 따뜻한 꿈속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


 


깨질듯한 두통과 전기로 지지는 듯한 팔꿈치의 격통과 함께 수아는 잠에서 깨어났다. 말리지 않은 머리가 아무렇게나 뻗쳐있었고 방바닥에는 아직도 물기가 남아 찐득찐득했다. 물을 잔뜩 머금은 속옷이 불편했다. 겨우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엎드린 채로 저린 오른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두꺼운 유리병을 툭 건드려 쓰러뜨렸다. 꽉 차 있던 갈색 액체는 거의 사라져 쓰러진 병 입구에서 몇 방울씩 떨어져 내렸다. 수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에 손을 댔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불덩이 같았다.


 


겨우 상체를 일으키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구역감이 몰려왔다. 올라오는 내용물을 겨우 추스르고 배를 찢을 듯한 격통을 참으며 그녀는 서둘러 다리를 움직여 화장실로 향했다.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한 위기를 넘기고 화장실에 도착한 수아는 변기를 붙잡고 내용물을 모두 게워냈다. 서너 번 게워내자 그나마 조금 두통이 나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화된 알코올을 모두 머금은 머릿속이 아직도 무거웠지만 수아는 이를 악물고 숨을 헐떡이며 변기를 짚고 겨우 일어섰다. 젖은 란제리를 벗어 던지고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쏟아져 내리는 차디찬 인공 강우를 맞으니 한층 더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어제의 상처를 샴푸와 바디워시로 덮어씌우면서 수아는 오늘도 변함없는 일상을 이어나가려 한다.


 


덧씌운 상처를 안고 수아는 화장대 앞에 섰다. 드라이기의 코드를 꽂고 뜨거운 바람을 머리칼에 쏘았다. 머리카락 사이사이 들어간 빗방울들을 하나하나 털어낼 때마다 두뇌가 자극되어 알코올이 계속 올라왔다. 향취가 몇 번 계속 올라오자 그녀는 드라이기를 끄고 화장대 앞에 엎드렸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각종 크림과 로션, 화장품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가운데에 불순물 같은 검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화장품의 숲에 숨겨두어서 잘 보이지 않았을 텐데, 오늘따라 그 상자가 더 선명했다. 수아가 상자를 떨리는 손으로 집어서 화장대의 가장 아래쪽 서랍 속에 집어 던지듯이 넣어두었다.


 


신경질 내듯이 강하게 서랍을 닫은 그녀가 다시 올라오는 격통 때문에 머리를 움켜쥐었다. 위쪽 서랍을 뒤져서 두통약을 찾아냈다. 포장지에 적힌 '음주 후 복용하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애써 무시하며 두 알을 물도 없이 털어 넣었다. 일은 해야만 한다. 이제는 떠나버린 그녀가 남긴 상처가 벌어지더라도, 수아는 일을 해야만 했다. 보란 듯이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으니까. 다시금 올라오는 구역감 때문에 그녀는 황급히 입을 막고 재차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투명한 위액만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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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 캐릭터 만들어보니까 느끼는게 




만든 사람이 생각해도 진짜 나쁘다. 혼내주고 싶음 ㄹㅇ. 





모티브가 된 곡.... 인데 가사 내용이랑은 점점 딴판으로 전개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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