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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사약대회][마리미떼] 세이 x 시오리: 재회모바일에서 작성

마리미떼이북내줘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7 17: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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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x 시오리


글 모음: http://posty.pe/s27xx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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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세이 - (시오리) 시오리보다 한 살 많음. 백장미 패밀리. 머리가 일었지만 시오리와 헤어지고 나서 머리를 자름.  

쿠보 시오리 - (세이) 어려서부터 수녀가 되고 싶었음. 그래서 세이와 헤어지게 됨. 3 권에서만 등장하고 그 뒤로 두 번다시 등장하지 않음.


비 오는 날 낡은 온실에서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하나로 땋는 장면은 레전드.
마리미떼 37 권 중에서 키스를 한 유일한 커플. 진짜 커플. 진짜 사귀었음.

3 권 [가시나무 숲]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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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는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얼굴을 다시 보니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 시오리... "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그대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몇 년만에 다시 만난 그녀지만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시오리가 맞다고, 확실하다고 느꼈다.



바다가 보고싶어져서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혼자서 여행을 왔다. 여름이기도 하니 북쪽으로 향했다.

M 역에서 내리자 여름 냄새에 섞여 바다 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진한 초록색으로 물든 산, 새파란 하늘, 그리고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도로. 표지판을 보며 바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기도 여름이지만 북쪽 동네라서 그런지 도쿄보다 훨씬 견딜만 했다.

하지만 막상 바다에 도착하니 물 비린내때문에 바다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소금기 있는 바람은 끈적했고 파도 소리는 시끄럽게 다가왔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가 밀려 들어왔다.

그냥 다 때려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랬는데 문득 성당이 하나 보였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성당에 잠시 들렀다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수녀복을 입은 시오리를 봤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땡볕에 한동안 서있었지만 내 몸은 얼어붙을 것 같았다.

시오리는 날 알아보지 못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면 날 알아봤지만 일부러 모른 척 한 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난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도망치듯 기차를 타고 도쿄로 돌아왔다.



그 뒤부터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아니면 미쳐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본 게 시오리가 맞았을까 라는 질문을 수만번도 넘게 했다.

시오리와 헤어지는 꿈을 계속 꿨다. 기차역 플랫폼에 혼자 남게 되는 꿈을 꿨다. 도서관에서 시오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꿈을 꿨다. 며칠 동안 꿈 속에서 시오리를 수십번도 넘게 봤다. 하지만 시오리는 날 향해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 하게 될 것 같이 느껴졌다.



며칠이 지났을까. 이번 여름 방학동안 뭘 할거냐고 유미 쨩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미 쨩이라면 내 고민을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당장 보자고 말했다. 유미 쨩은 내가 여유가 없다는 걸 눈치 챈 것 같았다.

유미 쨩과 바로 만나자고 했다. 전화를 끊고 옷을 대충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문을 열자 햇볕이 강하길레 지금이 한낮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노란색 자동차를 몰고 유미 쨩네 집 앞까지 갔다. 이렇게 갑작스런 약속이었지만 유미 쨩은 불평 불만도 없이 바로 조수석에 탔다. 유미 쨩네 부모님과 인사를 하기까지는 힘들 것 같아서 바로 출발했다. 목적지도 없이 일단 엑셀을 밟았다.

유미 쨩이 K 역 앞에 아는 카페가 있으니 거기로 가자고 했기에 겨우 목적지를 향해 운전을 했다.



조용한 카페였다.

유미 쨩에게 바다를 보러 갔다가 시오리를 만났다는 얘기를 꺼냈다. 유미 쨩은 시오리가 누구지 하고 잠깐 고민하는 얼굴을 하다가, 생각났다는 듯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어두운 표정이 됐다.

시오리 생각에 심란했던 마음도 유미 쨩의 백면상(감정이 얼굴에 쉽게 드러나며 쉼없이 변함)을 보니 한결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살짝 웃었더니 유미 쨩은 심각한 표정으로 날 걱정했다.

" ... 다시 만나러 갈 거에요? "

유미 쨩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린 말이었다. 만나러 간다니, 내가 그래도 되는 걸까.

" 저라면 다시 만나러 갈 거에요. 시오리 씨가 세이 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직접 물어보지 않고 알 수 없으니까요. "

만약 시오리가 날 보고싶지 않았다고 하면 어쩌지. 그런 말을 들을까봐 무섭다.

"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분명 후회할거에요. "

그 말이 맞았다.

" 저는 시오리 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니깐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거에요. 그러니까 역시 요코 님이랑도 상의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

" 요코? ... 아니야. 요코라면 시오리를 만나러 가지 말라고 말렸을거야 "

요코는 처음부터 우리의 관계를 걱정했었지. 만약 요코 말대로 시오리를 여동생으로 삼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결국 유미 쨩에게 등을 떠밀려 다시 M 역에 왔다. 바다 냄새로 속이 울렁거렸다.

한 번 왔던 길이기에 성당에 다시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성당 근처에는 사람이 여전히 없었다.

무서운 문을 열자 작은 예배당이 보였다. 스태인드 글라스를 통해 은은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예배당에도 사람은 없었다.

시오리를 만나지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들었다. 조금은 기다려보자는 마음에 자리에 앉았다.

예수상과 마리아상, 그리고 스태인드 글라스. 성당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 그 모든게 날 짓누르고 있었다.

이제와서 마리아 님에게 기도할 것은 없다.

마리아 님도 어차피 2000 년전에 죽은 인물이라고 욕했던 시절이 잠깐 떠올랐다. 그 오래된 유령때문에 시오리를 잃었던 시절이었다.



성당 안이 덥고 고요했기에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런 순간에까지 잘 수 있는 내가 한심해졌다.

오늘은 시오리를 보지 못하겠구나 하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건 마치 데자뷰같았다. 고등학교 2 학년 봄, 시오리와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 아 "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내 존재를 알았는지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역시 그 사람은 시오리였다.

" 세이 "
" 시오리 "

무슨 말을 꺼내야할까. 오랜만이라고 해야할까. 변한게 없다고 해야할까. 잘 지냈냐고 어떻게 지냈냐고 할까. 수녀가 됐구나라고 말을 꺼내야할까.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어서 결국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매미 소리만 아득하게 들려왔다.



예배당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깨졌다. 시오리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이 성당 소속의 수녀인 것 같다.

" 시오리, 시간 됐는데 뭐 하고 있었니? "

그 사람은 시오리를 찾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도망쳐 나왔다.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다가 실수로 수녀님을 밀쳤지만 어떻게 할 여유는 없었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곧장 역까지 뜨거운 여름 햇볕을 뚫고 달려갔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내 몸은 오히려 추위를 느꼈다.

도망쳐버렸다. 이러려고 여기까지 다시 온 걸까. 시오리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게 아닌건가. 왜 나는 도망칠 수 밖에 없었을까. 그 때는 너무 무서웠다. 시오리가 무서웠다. 혹시라도 날 원망하는 건 아닐까, 날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 건 아닐까, 그게 무서웠던 거다. 아니, 그보다도 나 혼자만 시오리를 원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무서웠던 거다. 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또다시 시오리에게 상처를 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도망쳤다.



기차 시간을 알아보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었다. 미리 기차표를 사둘까 싶어서 매표소로 갔더니 그제서야 지갑을 잃어버린 걸 깨달았다.

성당에 지갑을 흘리고 온 것 같다. 뜨거운 피가 머리로 역류했지만 몸은 더욱 더 떨려왔다. 다시 거기로 돌아간다는 걸 생각할 수도 없다. 성당에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만 있다.

곁에 사람이 있어줬으면. 혼자있기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계속 됐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성당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유미 쨩이나 요코를 여기까지 불러내서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버리면 내 자존심이 끝장날 것 같았다.

역에서 성당까지의 길이 매우 길고 길게 느껴졌다. 어느새 그림자가 길어졌다.



성당 앞에 도착하니 한 수녀가 서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땐 그저 모르는 수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시오리였다.

시오리는 멀리서 다가오는 날 발견하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햇볕도 따가운데 계속 문 앞에서 서 있었던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시오리에게로 걸어갔다.

" 세이 "

시오리는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내 이름을 불렀지만, 그 뒤에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 지갑을 놓고 간 거 같아서 다시 돌아왔어. 미안해 "

그것은 역에서 성당까지 오면서 겨우 생각해낸 대사였다. 지갑만 받고 다시 역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시오리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지갑을 내게 내밀다말고 팔을 축 늘어뜨렸다.

" 세이... 보고 싶었어 "



" 보고 싶었어, 세이. 혹시 이 마음이 네게 부담이 되는 거니? "

아. 그토록, 몇 년이고 바라고 바래왔던 말이다. 이 말을 듣기 위해서 몇날며칠을 괴로워했던 걸까.

눈물이 흘러내렸다.

" 세이! "

시오리는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눈치 챘을 거다. 그렇기에 시오리는 내 눈 앞에 서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물로 흐릿했던 시야가 겨우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오리는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시오리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시오리를 끌어안고 싶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다시 시오리를 안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거다.

그러니 시오리의 손을 잡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거다. 한 손이 시오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반대쪽 손은 자유롭다. 예전처럼 양 손 모두 시오리를 잡아서 다른 것들을 잡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할 거다.

시오리와 만나지 못했던 몇 년이라는 공백이 사라지고, 우리의 시간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두 번 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으리라고 마리아님 앞에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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