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지영원 짧은 글 하나 더

공룡 · 2020.06.29 15:51:40

완결이 너무 깔끔한게 아쉬워서 승지 출소 후의 대화라도 한번 쪄봄(꾸금x)

***

"그동안 나 밥도 잘먹고, 운동도 하고, 잠도 잘자고, 잘 웃고.. 정말 나 잘 지냈어. 언니가 걱정하는 만큼 나 힘들지 않았어."

이는 구치소에서 출소한 승지가 영원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라는 질문에 대한 영원의 대답이였다. 승지는 정말로 그녀가 밥도 안먹고 잠도 못잤을까봐 너무 걱정했는데, 잘지냈다란 말을 들으니 더할나위 없이 그 6개월간의 걱정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였다. 승지는 영원을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아낌없이 퍼부어주었다.

***

"라고 그 꼬맹이가 그러디?!"

이는 희신에게 고마움 인사를 전하러 간 승지가, 영원의 대답을 희신에게 들려주었을 때 그녀의 대답이였다. 희신은 눈을 크게 뜨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승지는 희신의 외침에 놀라는 반면 마음 한편에서 역시나 라는 생각을 했다. 희신은 승지가 처음 입소하였을 때를 떠올리는 듯 머리의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말했다.

"난, 그 년..아니 지영원이가 탈수로 죽을 지, 배고파서 죽을 지, 아니면 수면부족으로 뒈지는게 빠를지 참 궁금하더라."

영원을 부르는 희신의 호칭은 6개월간 함께 있었다는 덕에 허물없었다. 게다가 말을 할 수록 점점 감정이 북받치는지 그녀에 대해 말하는 것도 점점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승지는 썩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희신이 영원을 챙겨준 것은 고맙기에 꾹 참기로 했다.

"그랬구나.."

"어어! 처음엔 아주 너 없는 일주일은 밥도 안먹고 울기만하다가! 갑자기 딸기가 먹고싶다고 말을 하는데.. 것도 새벽에! 난 무슨 임산부 수발 들어주는 줄 알았다니깐, 암튼 그걸 또 구해서 챙겨주니까 어찌나 울던지.."

희신의 말을 듣는 승지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리고 난 내가 잠귀 밝은거 이번에 처음 알았잖아. 그 가시나, 무슨 올빼미도 아니고 매일 새벽만 되면 일어나서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다음 날 일어나면 소파 구석에 쭈구려 앉아있더라니깐. 처음 발견했을땐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혹시 생일은..? 우리 영원이 생일날은 어떻게 보내줬어?"

"엉? 걔 생일이 언젠데..?"

승지가 다급히 묻자, 희신은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상은 했지만, 희신에게 알려주지 않았기에 영원은 생일날을 아무 의미 없이 보낸 듯 했다.

"아, 혹시 그날이 생일이였던가?"

"7월 14일!"

"그날 엄청 더웠으니까. 아마 그쯤되었을거야. 그날 갑자기 케이크가 먹고싶다며, 편의점에 파는 작은 조각케이크를 사왔더라고..걔가 먹을 걸 챙긴게 좀 신기해서 기억에 남긴했는데.."

"야, 눈치 좀 채지!"

"아씨, 말도 안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승지는 옛날, 부산에서 영원이 자신의 생일날 케이크를 사왔던 날 본인도 영원의 생일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던건 생각도 않고 희신을 나무랐다. 이런 사실을 희신은 꿈에도 모른채 속으로 그때 무슨 날이냐 물어라도 볼 걸 그랬다며 살짝 미안한 감을 드러냈다.

한차례 열이 오르자 승지는 작은 한숨을 뱉으며, 희신이 정말 고생했을 것을 다시 떠올리곤, 그녀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무튼, 나 대신 우리 영원이 봐준거 정말 고마워."

"당연 그래야지, 특히 걔 밥 먹이는거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잘 설득하니까 그 다음부터 잘 먹더라고"

"설득?"

희신은 순간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듯 아차 소리를 냈다. 그러나 승지의 미간이 좁아지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승지는 희신에게 그 설득이 뭔지 설명하도록 요구했고, 희신은 어차피 영원에게 물으면 들킬 거 본인이 말하고 승지에게 해명할 수밖에 없다는 듯 말했다.

"권승지 너가..."

"내가..?"

"그... 육덕진 타입 패티쉬라고.."

"이게 미쳤나!!"

승지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희신을 당장이라도 때려도 이상할 것같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희신은 곧 변명이라도 하는 듯 말을 랩처럼 이어갔다. 영원을 부르는 그녀의 호칭은 승지가 매우 빡이 쳤기에 조금 조심스러웠다.

"아니, 잠깐 들어봐!! 너 만약 영원씨가 살이 찌면 싫어할거야?!"

"영원인 살쪄도 예뻐! 귀여워! 사랑스러워!"

"것봐, 그럼..!"

"그거랑 이거랑 같아!? 내가 너 진짜 봐줬더니!"

"야야야, 그래도 그 담부터 영원씨 밥 먹기 시작했다고! 그 말 아니였으면 너가 다시 만난 영원씨 삐적 말라서는 영양실조였을걸?!"

희신의 마지막 말이 그녀의 멱살을 잡을려던 승지를 미수에 그치게 하였다. 승지는 아직도 어처구니 없는 희신의 말에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 결과만 좋으면 된거잖아, 결과만 좋으면!"

"하아.."

이번엔 승지가 제 머리가 아픈 듯 자신의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그러자 희신은 조금 눈치를 보며 승지에게 물었다.

"근데 있잖아, 영원씨 혹시 다른 사람 말 잘 믿고, 막 잘 속는편이야?"

"응..? 그건 왜.."

"아니, 솔직히 내가 한 말, 누가봐도 거짓말인게 분명한데 그 이후 뭐랄까 영원씨 정말로 잘 먹기 시작해서..혹시나."

"설마."

"그치?"

둘은 에이 설마하면서도 마음 속 어딘가 불안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있지 영원아.."

"응?"

"희신이한테 들었는데.. 설마 진짜로 믿는거 아니지?"

"뭘?"

"내가 육덕진타입 패티쉬 있다고.."

희신과의 대화가 너무 신경쓰인 승지는 결국 영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며 아주 손사레까지쳤다.

"앗! 아냐 절대 아니야! 내가 밥을 너무 안먹으니까 거짓말로 지어낸거란거 나도 알아!..다만 그런 말까지 듣고나니까 나중에 언니 만났을때, 내가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울기만 한 걸 언니가 알면 언니가 슬퍼할까봐,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어"

승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랬구나라며 영원을 또 한번 칭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냐며 영원의 머리를 쓰다듬은 승지의 손은 상냥했다. 영원도 기분좋게 그 쓰다듬을 받더니 눈을 살짝 올려뜨며 승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혹시 언니. 정말 그런 패티쉬 있는 건 아니지..?"

영원은 열심히 먹긴 했으나, 체중이 잘 붙지 않았다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에 승지는 '안믿긴 개뿔이.' 라 생각하며 상체를 숙여 영원을 어린아이에게 경고하듯이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도 낮게 깔며 말을 했다.

"...영원아, 절대 언니말고 다른 사람 말 믿으면 안돼. 따라가서도 안되고. 아예 듣지도 마. 아니다 그냥 언니가 항상 영원이 곁에 있을게. 그러니 영원이도 절대 언니 곁 떠나지마."

그녀의 심각하게 주어지는 경고에 영원은 "아, 아니구나.."라고 작게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잘지냈다고 뻥치는 영원이, 그녀 뒷바라지고생을 오지게한 희신, 영원이 거짓말 속아주고 희신에게 고맙다고 하는 승지

이런 구도의 대화 했을 법하지 않음? 반박안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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