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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최애는 악역영애)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클레어 님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2.105) 2020.08.01 22:45:25
조회 750 추천 29 댓글 9
														



시점은 대략 2권 중반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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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요. 하지만 민트를 빼면 더 맛있을것 같아요.”

“네? 클레어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에는 민트가 생명이라구요!”

“초코는 좋아요. 하지만 민트는 치약에나 들어가는 거잖아요?”

“치약이라니요...”

이건 완전히 실수다. 얼마 전 나는 코코넛 오일과 소금을 이용해서 치약을 개발해냈다. 하지만 클레어님은 맛도 향도 없는 천연 치약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민트 즙을 첨가해서 양치질 습관을 들게 만들었는데... 뒤늦게 내가 민트초코맛을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봤지만, 민트를 치약으로 먼저 접한 클레어님은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었나보다. 민트 치약을 맛보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데.

“조금만 더 먹어보세요. 먹다 보면 중독되는 맛이라니까요?”

“치약을 먹는건 싫어요!”

클레어님은 수저를 놓고 휙 나가버렸다. 내가 만든 요리를 놔두고 가버리는 클레어님, 그것도 저에게는 포상입니다... 하지만 민트초코를 억지로 먹여보고 싶군요.

그 날 이후로 나는 쿠키나 빵 같은 디저트에 민트초코를 넣어 부지런히 권했다.

“싫어요.”

“안 먹을래요.”

“싫다니까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 번은 속여서 거의 입에 넣을 뻔 했지만 내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는걸 보고 눈치채서 바로 내려놓았다. 그때의 화난 고양이같은 얼굴이란. 아아, 클레어님을 더욱 괴롭히고 싶어. 어라, 설마 지금의 내가 더 악역같은가?



“아하하하-, 그래서 클레어가 널 피해 도망다니는 거야? 왜 그럴까? 나는 맛있는데.”

놀러왔다며 오랜만에 바우어를 방문한 마나리아 님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 푸념을 들어주었다.

“그러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클레어 님만... 앗, 클레어 님.”

어느새 클레어 님이 가까이 와 있었다. 뾰루퉁한 표정은 여전한 채로.

“클레어 님, 마나리아 님도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다시 드셔보시는건 어때요?”

“정말 놀라운 맛이야. 가능하다면 레시피를 독점해서 우리 왕국에서만 팔고 싶을 정도로. 어때, 레이,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클레어는 내버려두고 나한테 오지 않겠어?”

“글쎄요, 어떨까나~”

클레어 님을 힐끔 보니 얼굴은 그대로지만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이거, 이런 표정도 사랑스러운걸. 그리고 결국 폭발했다.

“레이 따윈 정말 싫어!”

“우후후, 그것 또한 포상입니... 어? 클레어 님?”

씩씩대며 나가는 클레어님의 눈가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내가 잘못 계산한 것 같다.

“완전히 미움받아버렸네~ 이번엔 레이가 심했어.”

하아, 이런 결과를 원한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안되겠어요. 아모르의 제사가 열리는 숲에 다녀와야겠어요.”

“무슨 일로? 거긴 마물이 많아서 혼자서는 위험해.”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곧바로 숲을 향해 떠났다. 그 숲의 깊숙한 곳에는 연리의 나뭇가지를 구할 수도 있지만 무슨 음식이든 맛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샘이 존재한다. 이것은 <Revolution> 게임의 설정 자료집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단지 물을 요리에 섞는 것 만으로 맛을 확 늘려주는 치트 아이템이니까 민트초코에도 조금 섞어 만들면 클레어 님이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샘에 대해 알려진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Revolution>에 요리 대회 이벤트를 추가하려다가 취소된 설정이라 자료는 ‘샘이 존재한다’ 정도밖에 없고 어쩌면 미구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아니, 포기할까.

내 주위에는 마물을 처리하고 나온 마법석이 어느새 한가득이다. 다 주워담기에는 무리고 포션도 거의 바닥나 있었다. 슬슬 나타날거라고 생각할만큼 깊숙히 들어왔는데 마법의 샘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있다!”

나무 틈 사이에서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작은 샘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달려가다가 멈췄다. 샘 주위에 있던 나무가 내가 다가가자 줄기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나무형 마물. 이런게 지키고 있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나는 얼음 화살을 날려 마물의 실력을 시험해 보았다.

“뭣?!”

예상 이상이었다. 나무는 얼음 화살에 상처를 입기는커녕 새 줄기가 자라났다. 이어서 작은 물덩이를 던져보았더니 틀림없다. 이 마물은 수속성 마법을 맞으면 회복하는 귀찮은 타입이다.

“그렇다면 토속성은 어떨까.”

그러나 마법이 잘 써지지 않는다. 나무 뿌리가 땅속에 가득 자라있는지 흙이 조금 들썩거리기만 할 뿐 뿌리에 걸려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으아앗?!”

돌연히 세상이 뒤집히더니 몸이 붕 떠올랐다. 어느새 발밑으로 다가온 나무 줄기가 발목을 휘감아 내 몸을 거꾸로 들어올렸다.

“이거 진짜 위험한… 크학!”

나무 줄기는 무자비하게 나를 땅에 내리쳤다. 곧바로 마법으로 땅을 부드럽게 바꿨지만 그래도 아프다. 문제는 여전히 잡힌 채라는 거다. 나무는 다시 들어올려 두 번, 세 번, 네 번 더 내리쳤다.

“으하아악…”

온 몸이 쑤셔 꼼짝도 못하겠다. 숨조차 쉬기 힘들다.

나무는 다른 줄기를 늘어트려 축 늘어진 내 팔다리를 감싸안았다. 차갑고 딱딱한 나무 줄기가  몸을 휘감아 조이기 시작했다.

아 죽는구나. 그렇다면 클레어 님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 싶은데.

그런데 이건 꿈인가? 진짜로 클레어 님이 보인다. 마나리아 님과 함께.

클레어 님 주변에 빛나는 문장 네 개가 만들어지고 열선이 뿜어졌다.

후끈한 열기가 옆으로 지나가자 감싸던 줄기에 힘이 풀리면서 나는 바닥에 떨어졌다. 고개를 힘겹게 돌려보니 내가 봤던 나무의 몸통은 밑둥만 남겨놓고 증발해 있었다.

“레이! 레이!”

“그러니까 내가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했잖아.”

두 사람의 목소리가 생생한거 보니 아무래도 꿈은 아닌 모양이다. 마나리아 님은 나를 마법으로 회복시킨 다음 일으켜 세웠고 클레어 님은 내 가슴에 와락 얼굴을 묻었다.

“으윽… 마나리아 님이 클레어 님을 데리고 와주신 건가요?”

“내가? 레이는 항상 결과를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니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 그런데 클레어한테 네가 여기로 갔다고 말했더니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느낌이 좋지 않다고 빨리 쫓아가야 한다는거야.”

“클레어 님이요?”

클레어 님은 안고있는 팔을 꽈악 조였다.

“미안해, 레이”

“클레어 님? 제가 더 미안하지요. 괜히 위험한 곳에 혼자 와서…”

“미안해. 심한 말 해서. 나는 레이를 싫어하지 않아. 그러니 어머니처럼 날 떠나지 마.”

훌쩍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슴팍이 따뜻하게 젖어들었다.

아 그랬구나. 클레어 님은 어머니한테 심한 말을 한 채 헤어졌었고,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결국 사과하지 못 했었다. 그런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같은 일이 한 번 더 반복될 뻔한 것이다.

“클레어 님, 저는 떠나지 않아요.”

“미안해.”

나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른 걸까. 어떻게든 사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게요.”

“미안해.”

클레어 님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을게요.”

“미안해.”

...이거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는 끝날 것 같지가 않다.

“클레어 님, 그럼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레이의 말이라면 뭐든지.”

“돌아가면 제가 만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어주세요.”

클레어 님이 젖은 얼굴을 떼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는 정말이지… 하지만 민트초코는 싫어.”

민트초코를 좋아하게 하는건 아직 힘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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