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비는 희부연 장막을 이루어 허공에서 물결쳤다. 어느 공원의 지붕을 때리는 소리는 더없이 요란했다. 거리는 빗소리로 먹먹했다. 소녀는 그 지붕 아래 벤치에서 다리를 흔들며 빗속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는 비를 증명하듯 푹 젖은 작은 우산과 끝만 겨우 젖은 커다란 마른 우산이 있었다.

“언제 끝나려나.”

  중얼거리는 소리는 비에 씻겨버렸다. 시선이 향한, 저 건물로 도착하기는 어림도 없었다. 조그마한 지붕 아래도 울리지 못하고 스러질 뿐이었다.

  창문에선 여전히 불빛이 새어 나왔다. 노을이 지고, 어스름이 다가오는 시간이었음에도 그 너머로는 수많은 인영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소녀의 눈동자는 여러 인영을 따라갔다. 작은 인영, 큰 인영, 가는 인영, 두꺼운 인영. 곧 한숨과 함께 젖은 땅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오는 데 괜찮으려나 몰라.”

  뺨을 부풀리는 소녀의 신발은 잔뜩 젖어 있었다. 기다란 치맛자락도 어김없이 푹 젖어있었다. 이미 지붕 아래도 넓은 물웅덩이가 자리해 있었다.

  삐, 하는 요란한 소리가 주머니에서 울렸다. 소녀는 휴대폰의 빛나는 화면을 바라보곤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호우주의보였다.

“이렇게나 오는데 모를까 봐.”

  에휴, 한숨을 쉬었다.

“많이 바쁜가.”

  소녀는 메신저를 열었다. 여전히 1은 사라지지 않았다. 메신저의 화면이 위로 올라갔다. 어젯밤의 대화라도 읽는 모양이었다. 그 양이 적지 않았는지 어느새 어스름도 가고 분명한 어둠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가로등이 비추어 주어도 구름과 비로 가려진 거리는 희끄무레하게 겨우 밝혀질 뿐이었다.

“이놈의 비는 그치지도 않고. 진짜 고생이겠네.”

  소녀의 발끝은 좀처럼 마르지 않는 우산 끝을 툭툭 차대었다. 그러나 시선은 저 멀리, 건물의 정면을, 그 문을 향하고 있었다. 언제 사람을 삼켰는지 모를 거체는 아직도 소화할 게 남았는지 무엇도 배설하지 않았다. 길고양이 한 마리만 비를 피해 그 앞을 서둘러 지나쳤다.

  점점 어두워질수록, 빗소리도 깊어졌다. 지붕 아래서 오직 휴대폰의 화면만 끊임없이 빛났다. 10:01, 10:02, 10:03…… 소녀는 흐르는 시간을 확인하며 입술을 짓씹었다. 커다란 휴대폰을 쥔 손아귀엔 잔뜩 힘이 들어갔다. 소녀는 휴대폰을 벤치에 내동댕이쳤다. 여전히 1은 남아있었다. 작은 몸에서 샌 깊은 한숨이 얇은 입술을 갈랐다.

  달이 한 바퀴 돌아, 사라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얀 장막을 뚫고 울리는 소리에 소녀의 고개가 들렸다. 1은 사라져있었다. 눈동자가 사람들을 마구 헤집었다. 눈이 마주친 곳엔 두리번거리던 여성이 있었다. 놀란 표정이었다. 불편한 양복과 구두에도 그녀는 마구 뛰어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 잠깐 새 푹 젖은 그녀는 소녀를 급히 안았다.

“미안… 많이 기다렸어?”

“피… 일 때문이잖아요. 우산 가져왔으니까 얼른 가요.”

  소녀는 오히려 기껍게 마주 안았다. 잔뜩 젖은 긴 머리를 다듬고, 손으로 물기를 닦아내었다. 소녀는 살풋 웃으며 마른 우산을 건네었다. 그 빗속에서 우산도, 손끝도 맞닿은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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