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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너에게 1

ㅇㅇ(175.112) 2020.08.21 08:53:47
조회 435 추천 15 댓글 2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하루였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하루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달달했던 물이, 오늘은 그저 평범한 물이 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야속하게 천천히 흘러가던 시간을 탓하며 기다렸었는데, 오늘은 야속하게 보였던 시간마저 그리웠다. 혼자 있는 시간을 달래며, 혼자 있는 외로움을 달래며 오직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직도 꿈만 같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의 추억이. 그날의 일들이. 너와 처음 만난 일들이.

*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지극히 평범했던 날. 나는 너를 만났다. 그날의 너는 어느 활기넘치는 아이들과는 다를 바 없이 혈기가 왕성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너의 목소리가 서서히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있잖아...나, 고민 있는데 털어놔도 돼?”

.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해! , 들어주는 거 하나는 자신 있거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가라앉은 목소리로 너가 내게 한 말이. 눈물, 콧물 흘려가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든 것을 내게 털어놨던 그날이.


우리, 집에...언니가 두 명 있어는데, 언니들이 공부를 진짜, 지이인짜 진짜 잘해. 그래서...항상 비교 당하며 살아왔어.”


이때까지는 그저 평범하게 공부를 잘하는 언니에게 여러 비교를 당하며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다음이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니, 솔직히, 공부 못한다고 때리는 건 너무하지 않아?”

? 때려?”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믿지를 않았다. 지금 세대가 무슨 세대인데, 아직도 그런 고정관념에 갇힌 부모가 있으리라. 더구나 이렇게 내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너의 말을 듣고,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손보다는 물건으로. 심했을 때 골프채의 얇은 부분으로 맞았다고. 하필 눈에 잘 띄지 않은 부분에만 때려서 숨기고 다니기 쉽다고. 울먹이며 말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내 가슴이 다 시려왔다.


너는 공부를 못하는 편이 절대 아니었다. 너는 내게 말했었다. 전교 5등을 했다고. 그럼에도 못해서 혼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너는 공부만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운동도 잘하고, 학생회에 소속해 있고, 피아노도 잘치고, 취미로 조각도 하고, 자기 할 일을 꾸준히, 열심히 잘 하는 아이였다.


그때도 말했지만, 나는 다시 한 번 말해주려 한다. 너는 절대로 못한 것이 아니라고. 비록 너의 부모님이 대회에 나가서 탄 상을 찢으며 이딴 것을 왜 하느냐고 비난하여도. 아무도 너의 재능을 알아주려 하지 않아도. 너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비난하여도. 지금까지 잘 버텨내주고 이겨내서 살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그리고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나름 너에게 힘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진심을 담아서 너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싶었어.”

다행히 내 진심이 너에게 닿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라고. 그때 너는 마치 힘들게 쌓아둔 둑이 무너진 듯 보이지 않은 벽 너머로 너의 절규가 들렸다. 나는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그저 너의 곁에 있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너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쯤 나는 말했다. 괜찮느냐고. 그때 너는 조금은 밝아진 목소리로 실실거리며 말했었다. 괜찮다고. 이렇게 털어놓으니까, 속이 시원하다고. 그때 나까지 덩달아 속이 시원했었다.

하지만 그다음에 들려오는 너의 말이 내 심장을 멎게 했다.

“언니, , 사실 오늘 진짜 죽으려고 했었다?”

......정말?”

나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

. 집에 말해봤자 소용 없을 테고.”

그래도 가족인데, 네가 죽는다면 말리지 않을까?”

나도 그럴 줄 알았어. 가족이니까...나를 조금이라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때 너는 허탈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었다. 그다음 말을 듣고 나도 덩달아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족 앞에서 자살하려고 했었어. 밥 먹으려고 다들 모였을 때, 목에 식칼 댔었다? 근데, 또 쇼한다는 표정으로 보더니, 자기 할 일 하더라.”

자기 자식이 저런 식으로 나온다면 그 누가 말리지 않으랴. 나 같았어도 말렸을 텐데. 그들은 정말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가족은 말해봤자, 소용없고~. 모르는 사람 아무한테나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했는데, 이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그래서...죽을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만약에 죽는다면 필사적으로 뜯어말릴 것이었으니까. 비록 새벽이라도 뛰쳐나갈 생각이었으니까. 다행히 너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마워.”

고작 고맙다는 말 한마디였을 텐데, 그 말이 뭐라고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는데, 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기대는 아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나는 참고 또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설마 우는 거야?”

너가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안 울거든.”

에이~, 거짓말 같은데?”

그런 식으로 어느 정도 분위기가 다시 가벼워질 때쯤, 너는 내게 자신에게 털어놓고 싶은 것을 털어놓으라고 말했다. 나는 망설였다. 누군가에게 누설하는 것 때문이 아닌, 너의 힘듦에 비해 내 힘듦이 너무 보잘 것 없어서. 너무 별것도 아닌 것 같아서. 하지만 너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이~. 사람이 힘든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해!”라며 나를 타이르듯 말하는 너. 그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런 너의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나의 힘듦을. 전부는 아니지만, 반 정도는 말했다.

뭐야아~! 이게 어떻게 별것도 아닌 일인데에~!”

나를 타이르듯 위로했던 너. 타이르는 듯한 말투였지만, 좋았다. 나를 위해 그런 말을 해준 것이 기뻤는지, 그 말을 한 사람이 너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았다.

나는 너가 위로를 할 때마다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싶다.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무궁무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너는 말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5시간 동안 자신과 함께 있어주면서 질 나쁜 어두운 생각까지 바뀌어주었다고. 그런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고마웠다.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해주는 사람은 너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고마우면서도 기뻤다. 눈물이 났다.



다 안 올려지길래 나눠서 올림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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