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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고향앱에서 작성

ㅇㅇ(14.45) 2020.08.27 02:36:11
조회 184 추천 12 댓글 2
														

'귀소 본능
: 동물이 자기 서식처나 둥지 혹은 태어난 장소로 되돌아오는 성질'

10년,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으레 변화에 대해 아쉬움이나 씁쓸함 같은 감상을 말하곤 한다. 물론 발전한 고향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말의 기저에는 결국 어떤 형태로건 자신이 태어났던 시간과 공간을 그리는 향수병이 숨어있다. 애틋하든 증오스럽든간에.

나의 고향은 정말로 매력적인 곳이다. 20년동안 너무도 아름답게 변했다. 물론 나도 예전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와 견주어 봐도 지금 고향은 열매가 과당을 머금고 무르익듯이 20년의 세월이 천천히 쌓이고 쌓여 치명적일 정도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내 고향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이 끝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계속 보다보면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식상해질테지만, 이상하게도 나의 고향에 대한 사랑은 날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갔다.

고향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달콤하고 산뜻한 벚꽃향은 보충수업과 학원에서 찌든 나의 정신을 언제나 맑게 해주었다. 매일 밤 달달한 고향의 공기를 마시면서 나는 지친 심신을 달래곤 했다.

나는 내 고향이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십년 가까이 숨겨온 이 사랑을 더이상은 억누를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떠나기로 했다. 고향은 자애로운 바다처럼 나의 모든 질척질척하고 역겨운 이 감정들까지도 산뜻한 벚꽃 향이 나는 바람에 실어 깨끗하게 씻어버릴 거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나는 내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더럽고 추악한, 용서받을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이 순수한 애정을 없던 걸로 하는 건 너무 괴로웠다. 애초에 이 강렬한 상처를 어찌 없던 것으로 하겠는가.
그렇지만 그 사랑을 마주볼 용기는 없었다. 무서웠으니까. 내 어리광을 전부 받아줄 나의 고향을 볼 면목이 없었으니까. 끝까지 착한 아이로 있고 싶었으니까.
애매하면서 위태로운 줄타기 끝에 선택한 건 도피였다.


"연희야, 자니?"

내일이면 고향에서 떠난다.

"......"

떨리는 손길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있다.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무 착해서, 자신의 작은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가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까 고민하는 사람. 그 성격이 지금 이 차가운 손길에서도 느껴졌다. 따뜻한 성격과 달리 그녀의 손은 언제나 차가웠다. 따뜻함을 모두에게 나눠줬기 때문에 그녀는 항상 차가웠다.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무한한 따뜻함을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만 했으니까. 가슴은 항상 끌어올랐지만, 그 열은 손까지 가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이마를 쓸어내리던 기분 좋은 차가움이 볼을 타고 목덜미로 흘러내려왔다. 조금 움찔했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 나의 목덜미에 냉기를 새기고 있었다.

상냥한 냉기를 만끽하고 있을때 볼에 따뜻하고 촉촉한 무언가가 닿았다. 손은 차가워도 입술은 따뜻하구나. 그런 감상에 젖어있을때 목덜미에도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릴뻔 했다. 기분 좋던 차가움은 순식간에 펄펄 끓는 마그마가 되어 혈관을 타고 머리와 가슴으로 퍼졌다. 내 고향은 어쩌면 벚꽃이 피어있는 산뜻한 동산이 아니라, 마그마를 품고 있는 위태로운 활화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맞춤은 계속되었다. 친애의 표시로 볼에 입맞춤을 하는 건 흔했지만, 오늘 입술이 닿은 자리는 그런 정상적인 입맞춤이 아니었다.

외설적이고 추잡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거부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스킨쉽이었다. 맹렬하게 불타는 화산처럼. 수많은 학자를 매료시키고 이윽고는 산화시켜버린 화산처럼.

마지막 입맞춤의 끝에 그녀의 뭉뚝한 송곳니가 내 목을 파고드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흡혈귀가 아니라, 사람이었기에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런 아픔에 옅게 튀어나오는 신음을 막지는 못했다. 신음과 함께 아픔은 사라졌고 곧 허둥대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강하게 닫혔다.

눈을 뜨자 방안은 어둠 뿐이었다. 목덜미에서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불꽃은 방 안을 밝혀주지 못했다. 달도 없는 칙칙한 어두운 방안에서 나는 목덜미를 식히기 위해 애썼다.


결국 잠에 든 건 5시가 넘어서였다.









"잊어버린 건 없지?

"응, 엄마가 다 챙겨줬잖아."

"......나없이 잘 할 수 있겠어? 힘들면 언제든 연락해."

"......응."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우리는 둘다 멍청하게 바닥만 바라볼 뿐,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애정의 무게와 의미를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럼, 갈게."

기분나쁜 적막이 싫어서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대문을 열었다. 잘 가라는 말이 등 뒤에서 쥐어짜는 듯한 소리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향을 떠났다.

이왕이면 다녀오라고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원래 기획은 딸이 어머니를 덮치면서 흥퍽퍽하는거 쓰고 싶었는데


너무 야해서 그냥 무난한 모녀백합으로 선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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