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마운드는 취향이 아니다. 마운드는 원래 영어로 언덕을 뜻하는데, 그 말대로 야구의 마운드도 흙을 쌓아 고저차를 줌으로서 투구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체질이 있는 법. 마운드의 고저차가 밸런스에 영향을 주기에 평지에서 던지는 걸 선호하는 선수도 많다. 동네야구면 모를까 프로는 어쩔 수 없이 마운드에 적응해야 하지만.
카나는, 지나치게 파고들려다 다친 적이 많으니까.
‘앞으로 무게감이 쏠리고 그걸 주체할 수 없는 감각이 싫은데 말이지.’
거의 꼬꾸라지다 하는 것이 마운드에서의 투구폼.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없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아이나를, 아이나의 무대를 지키기 위한거야.’
기능미라고 해야 할까. 체중도 근력도 남김없이 에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신체의 회전력을 최대한 응축하는 모습은 평상시의 몇배는 아름답다. 미트를 바라보고 종종 야수들에게 의지하는 눈도, 모자로 억누르지 못하는 뒷머리가 휘날리는 것도, 상체는 접히다시피 하고 왼다리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투구 후 동작도 전부 좋아한다.
비유하자면 마운드는 최애 아이돌의 스테이지. 카나는 그걸 파괴하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볼 정도로 무기력한 성격은 아니다.
“나이스 볼!”
투수가 편하게 받도록 정확하게 가슴팍에 돌려주는 리에. 그 모습을 보며 카나는 오늘의 임무를 다시 새긴다.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가 내 역할이지...”
그게 리에의 제안 하에 성립된 대 류오 전술 중 하나, 투수 총력전이다.
류오는 초반에는 희생 번트와 희생 플라이를 통한 1점 따기를 중시한다. 거기에 시라사키의 후보 투수들은 데이터가 없다. 6할 타자 츠쿠모가 커팅을 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알아낸 정보가 류오의 후속 타자에게 업데이트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상대는 명문고. 타순이 한 바퀴만 돌아도 패치가 끝날거다.
‘그러니까 후보 투수들이 한 바퀴씩만 담당하고, 남은 이닝은 아이나로 승부를 보는거야.’
2회전까지의 긴 휴식기간이 있기에 세울 수 있는 작전이다.
또한 목표로 하는 실점은 0~3점. 그 정도는 해줘야 승산이 있다. 물론 정말로 3점씩 잃어서 9 대 N으로 싸우는 건 곤란하기에 점수와 타순 이외에도 상태를 보고 교체할 것이다.
“라스트!”
이제 곧 연습투구도 끝난다. 한편 그것을 지켜보는 3루측 덕아웃에서 하사미 감독이 조용히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만책으로 추측되네요. 저희를 상대로 에이스 온존을 목표로 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워요.”
에이스의 1회전 등판 여부는 중요하다. 이닝과 투구수에 따라서는 다음 시합에 등판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고, 데이터가 공개되니까.
다만 메리트도 있다. 이미 유명인이라면 숨길 것도 없고, 확실하게 이기고 주변 팀들을 압박할 수 있다. 팀 사정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에이스가 둘인 더블 에이스 체제로 운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도 에이스‘밖에’ 없는 팀이라면 모를까 류오는 선발예정만 3명이다. 미츠키를 온존하는 것이 곱절은 더 이득인 것.
하지만 시라사키는 요 근래 성적다운 성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락이 있다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구속은 110대 중반일까요. 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덮어놓고 얕볼 정도는 아니에요.”
“좋다. 평소대로 공격한다.”
“네.”
라고 대답은 했지만 내심 한숨을 쉬는 유메였다.
‘평소대로라는 건 츠쿠모가 출루하면 바로 번트 지시를 내리겠다는 뜻이군요.’
유메도 번트 불용론자는 아니다. 번트를 대서 지금까지 이겨왔고, 선취점의 중요성은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변동의 여지 없이 번트를 정해두는 것은 회의감이 든다.
“그래도 루이도 타유도 에마도 주전에 들기 위해서 지금껏 노력해왔으니까, 상황에 따라서는 강공도 고려는 해보죠.”
“주자가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결국 대수비가 아니냐. 저 정도 상대니까 선발 출장을 시켜줬다만선취점을 확실한 수로 가야지.”
싫어해도, 공격 면에서는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방법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베스트를 추구하는 것.
대기타석에서 투구 연습을 지켜보는 란에게 사인을 보내는 유메다.
‘아웃 당해도 좋으니까, 가능한 많은 패턴을 보여주게끔 버티세요.’
‘오케이.’
그것이 1번인 자신의 의의이기도 하다. 대충 대답하고 좌타석을 향하는 란.
[류오 학원 1회초 공격은, 1번. 1번, 츠쿠모 선수.]
리에는 안도했다. 무거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몸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다.
목소리도 쥐어짤 것 없이 자연스럽게 울린다.
“초회! 침착하게 가죠!”
“오오~!”
“이쪽으로 보내!”
말은 없지만 료도 아이나도 글러브를 두들겨 호응해준다. 료는 오히려 그쪽이 더 든든하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리에.
“플레이볼!”
A블록 제 7시합, 개시.
한번 숨을 삼키자 곧바로 응원가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란 같이 주전 불박이의 선수들은 신청곡도 요청할 수 있는데, 본인은 신경쓰지 않는지 곡은 ‘트레인 트레인’. 리드오프맨에게 자주 쓰이는 고교 야구 응원가다.
“응원도 필사적이란 거구나...”
압도적인 음량에 놀라며 사인을 기다리는 카나.
‘분하지만, 단타면 이겼다는 생각으로 가야 해.’
타율 같은 클래식 스탯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드는게 현대 야구. 하지만 4할~6할의 레벨이라면 그건 분명 유의미한 기록이며, 그것을 쌓아올릴 수 있는 선수는 범상치 않은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은 흔히 중앙, 몸쪽, 바깥쪽의 가로와 중간, 높음, 낮음의 세로로 9등분 된다. 그리고 특정 선수의 특정 코스에 대한 타율을 기록한 것이 핫 & 콜드 존. 숫자가 높은 핫 존은 강점, 반대인 콜드 존이 약점이다.
란은 가장 약한 몸쪽 높은 코스가 3할 2푼. 바깥쪽 코스가 전부 6할 가량으로 아주 강한데 본인 말로는 ‘다들 멀다고 하는데 오히려 타석과의 적당한 거리감이 보기 쉬워서 좋다’고. 한가운데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거다.
‘예상대로라면 탐색에 나설테고, 힘이 들어간게 직구를 기다리는 눈치야.’
사인 확정. 제 1구.
좁아지는 손 속에서 빠져나가듯 비틀어나오는 공. 높게 둥실 떠오른다. 찰나보다도 한참 짧은 시간에 직감이 구종을 알아낸다.
‘커브. 높아.’
지켜보자. 그렇게 판단한 순간 추진제가 바닥난 로켓처럼 떨어진다.
“스트라이크!”
떨어진다고 해도 낙차는 그렇게 크지 않고, 존 가운데 위쪽에 걸친다. 스피드건 기록은 93km/h. 카운트 0-1.
‘던질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사실상 중력구지?’
‘일정한 움직임을 보여주니까 변화구야.’
태연하게 공을 돌려주는 베터리와는 다르게 놀라는 것은 유메였다.
“겁이 없군요, 저 포수...”
노리고 있었다면 충분히 홈런도 가능한 코스였다. 절대 휘두를 리가 없다는 확신 하에 덤벼든 것이다. 좋게 말하면 공격적이지만 건방지다고도 평가할 수 있는 리드.
‘꽉 차게 들어왔어. 노리고 던진 거라면 퍼펙트.’
하지만 어중간하게 컨트롤이 좋다면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여유를 가지고 다음 공을 기다리는 란.
‘높낮이로 흔들어보자. 낮게 직구.’
‘응.’
제 2구. 미트보다 다소 높았지만 란은 지켜봤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0-2.
“적극적으로 쳐, 츠쿠모!”
“투수 쫄아있어!”
사정을 모르는 류오 측 팬들은 답답함에 소리친다.
‘이제 여기가 문제인데...’
파워 피처의 기준은 구속이나 구위 같은게 아니다. 0-2의 카운트에도 망설임 없이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호전성이다.
그리고 그게 어려운 이유는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 싸움에서 유리한 상황인데 어설프게 존 가운데로 던졌다가 얻어맞으면 낭패니까. 1구 정도 밖으로 빼서 분위기나 템포를 조정할 수도 있고 빠져나가는 변화구로 안전한 삼진을 노릴 수도 있다.
문제는 3구 승부나 천천히 공략하는 거나 리스크는 있다는 점. 꼭 특정 방침이 옳은게 아니고 상황에 따른 유연함이 필요하다.
‘............밖으로.’
제 3구. 공 3개 정도 빠지는 볼. 113km/h. 카운트 1-2다.
‘커브로 반응을 살피자.’
제 4구도 비슷한 코스. 이번에는 스탭을 밟는 란이지만 배트가 나오지는 않는다. 카운트 2-2.
“여기선 3구 승부지.”
“상대가 수동적으로 나오고 있잖아.”
“공격적으로 가야 할 때 포수가 쫄면 안돼지.”
1루측 관중들이 너무하다.
‘카나가 스리 피치까지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던지게 했겠지만, 이쪽 손패를 다 보여준 상황에서 상대가 반응이 없으니까 어려워.’
4구 연속으로 참고있기에 예측하기 힘들다. 순전히 직감을 믿어야 하는 순간.
“집중, 집중~!”
“맞춰서 보내주세요!”
‘승부다.’
카나의 커브는 구속차가 20km/h 정도인 상당히 느린 변화구. 아무리 현 내의 명타자라도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추지는 못할거다.
‘아마 아끼고 있거나 다 보여준 거야. 이번에 들어오면 친다.’
제 5구. 대각선으로 휘어들어오는 궤적의 직구. 몸쪽. 먼 곳의 커브 다음이라 몇 킬로 정도는 빠르게 보인다. 하지만.
“와아아아아!”
배트 중앙에 명중한 정타가 카나의 머리 위를 뚫는다. 타구는 2루 베이스 근처를 지나고, 카에데와 마야가 뒤늦게 교차한다. 중견수 앞 안타.
흥겨운 출루 곡이 연주되지만 란은 당연하다는 듯이 보호대를 벗는다. 이걸로 노 아웃에 주자 1루. 선두타자 출루다.
“젠장. 그렇게 빠른 타구도 아니었는데.”
정타라는 말이 어울리는 완벽한 궤적의 타구였다. 반박이 불가능한 완전 1패.
[2번, 유격수. 요시나가 선수.]
루이가 타석으로 들어오면서 곡은 통상 응원가로 바뀐다. 어느정도 신분을 알 수 있는 것.
‘2학년까지 비 출전 멤버여서 데이터가 없어. 하지만.’
예상대로 사인을 본 루이는 망설임 없이 번트 자세를 취한다. 희생 번트 태세다.
“맞아도 좋다는 식으로 들이대는군요. 아무래도 그냥 번트가 아니라 상당히 단련한 듯 합니다.”
사쿠타의 말대로 타석 끝까지 붙어서 거의 배트로 존을 가로막는 루이. 그러면서도 냉정하고 무덤덤한 표정이다.
‘이제 이런 취급도 익숙해. 시합을 할 수 있다면 번트든 뭐든 해주겠어.’
한편 필살의 자세를 마주한 카나는.
“역시 맞았어...”
야구에게 감사하는 점은 자신에게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것. 그렇지만 지금은 그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구위가 더 있었다면. 그런 생각에 필요도 없으면서 발밑을 다진다.
“바닥이나 처다볼거면 거기서 내려와!”
바로 간파한 카에데의 목소리에 놀란다.
‘역시 엄하단 말이지. 고맙지만.’
“아직 루는 2개나 비어있어요! 침착하게 잡아가요!”
아까부터 열심히 소리를 내는 아이나에게 미소로 답한다.
‘역시 상냥해. 좋아해.’
아직 투지는 바닥나지 않았다. 자세를 다잡고, 리에에게 집중한다.
‘번트가 확실하다고 해서 만만한 공을 주면 안돼. 코스 프리. 전력투구야.’
이왕이면 좋은 포인트에 대지 못하도록 높은 코스를 노리며, 발디딤을 강하게 의식하고 팔을 휘두른다.
루이는 침착하게 배트 끝으로 툭 건드린다. 1루 쪽으로 구르는 타구.
“카나!”
절묘하게 느려지는 것을 보며 2루는 버린다. 확실하게 정면으로 포구한 아이나는 1루로 달리는 카나에게 토스.
“아웃!”
희생 번트 성공. 1아웃에 주자 2루다.
“자, 이걸로 원 아웃!”
정위치로 돌아가는 야수들에게 소리를 내며 앉는 리에.
[3번, 3루수. 오오야마 선수.]
분위기는 좋게 가져가되 머리는 냉정하게. 어느샌가 타석에 들어선 케이의 정보를 되짚어본다.
‘굳이 후벼팔만한 약점은 없어. 통계에 따르면 변화구에 강한 편이고 기습 번트가 종종 있고.’
케이는 벤치로부터 사인을 받는 중. 그 틈을 타 그녀의 자세를 다시금 살핀다.
‘최대한 길게 잡고 거리를 좀 둔다는 건, 몸쪽 공에 최대한 힘을 실어 플라이를 노리는 건가.’
좌타인 만큼 우측으로 공을 보내기 쉬우니 좋은 희생 플라이가 되리라. 지나치게 하던대로의 작전으로 나오는 점은 미심쩍지만, 주는 아웃카운트는 먹어주는 것이 이기기 위한 길이다.
‘커브는 구위가 많이 약하니까 위험해. 직구 위주로 가면서 수비에 맡기자.’
‘본부대로.’
도망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은 법. 초구는 몸쪽 깊은 코스를 겨낭한다.
불륨이 다른 타격음. 투구와는 십의 자리가 다른 속도의 타구가 우측 담장에 직격한다.
“파울!”
하지만 깊었다. 타이밍이 너무 일렀던 것. 카운트 0-1.
‘만만하게 봐도 료 급인데...!’
심판이 망설일 필요도 없는 볼 코스를 저렇게 때려냈다. 미츠키에 비하면 약과일 지 몰라도 다른 학교였다면 충분히 4번감이다.
‘커브?’
‘아니. 외곽에 직구. 가능한 아슬아슬하게.’
정해졌다면 빠르게. 2루의 란에게는 가볍게 눈길만 주고 곧바로 퀵 모션에 들어간다.
전광판 기록은 114km/h. 리에는 보더라인에 걸친다고 판단한다.
‘지켜보나?’
그 순간 배트는 공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레프트!”
맞은 직후는 홈런까지도 생각한 발사각도. 그러나 배트 끝에 맞아서 천천히 왼쪽으로 밀려나는 뜬공이 된다. 그럼에도 비거리는 충분한 것이 파워의 증명.
메이가 포구하고, 동시에 란이 스타트를 끊는다. 공이 3루까지 3분의 2 정도 도착할 때 란은 이미 베이스 위에. 2사에 주자 3루다.
“투 아웃!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리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방음벽처럼 등장하는 거친 팔뚝.
[4번, 1루수. 이시가미 선수.]
배트를 죽도 겨누듯이 중단세로 잡아 마주보고는 헬맷으로 감싼 머리에 가볍게 부딪힌다. 입이 조금 움직이는 것은 분명 배트 혹은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리라.
금속과 플라스틱이 소리를 내고, 직후 일반 관중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음량이 그라운드를 덮친다.
심플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는 음색. 원곡보다 빠른 박자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조준사격...라이브로 듣는 건 오랜만이네.”
狙いうち. 야구 식으로 하면 ‘노리고 쳐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고교야구 단골 응원가. 원래는 심장을 노리고 쏘듯이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가사인데, ‘이제는 너밖에 없다. 제발 좀 쳐줘.’ 라는 내용으로 변했다. 굳이 따지자면 4번의 곡.
“나도 듣고 싶은 마음에 신청한 거다.”
우타석의 흙을 고르면서 말문을 트는 미츠키.
“저 아이는 늦어도 5회쯤에는 나오겠지?”
지칭하는 대상이 아이나임을 알기에 침묵하는 리에다.
“딱히 다른 선수들을 얕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네 리드를 보고있지니 기대치가 점점 높아져서 말이지.”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판단을 높이 산다면 지금부터 하는 일도 용서해 주겠지. 그런 생각으로 리에는 양 무릎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카나. 괜찮지?’
‘승부할 바에야 차라리 이쪽이 마음 편해.’
작전 회의에서 거의 정해둔 일이기에 합의는 금방 이루어졌다.
리에는 잠깐 심호흡을 하고.
“...어?”
“어이, 진짜냐.”
관객들의 술렁임과 함께, 정상적인 스윙으로는 절대 배트가 닿지 않는 곳을 향해서 일어섰다. 스트라이크 존에는 실수로도 들어갈리가 없는 위치. 즉.
“아아아악!”
“고의사구?!”
관객들의 비명에도 아랗곳하고 카나는 리에의 미트로 공을 던지고, 볼 카운트만이 쌓여간다.
“미츠키의 타석을 보러 왔는데!”
“승부해! 싸워!”
“휘둘러서 항의해, 이시가미!”
카운트 3-0에서 제 4구.
“볼! 볼 포!”
류오의 주포는 그 불을 뿜지 못한 채 1루로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걸로 2사에 주자는 1-3루.
미츠키가 배트를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1루 베이스에 도착할 때까지 시라사키 베터리를 비난하는 말은 이어졌다.
“귀엽게 생겨서는 하는 짓이 쪼잔해!”
“포수 죽어!”
“머리 짧은 똥차!”
“그렇게 비겁하게 할 거면 때려쳐!”
선수들로서는 어떻게 해도 3루쪽을 처다볼 수 밖에 없다. 1루의 아이나도 감정만이 담긴 폭언에 위축된다.
“비겁하다니...”
“정말이지 동감이다. 엄연한 전술에 트집을 잡는 건 신사가 아니지.”
미츠키로서는 경계당하는 것도 분석당하는 것도 걸러지는 것도 익숙하다.
“대신해서 사과하마. 너희는 냉정하게 기대치가 높은 쪽을 골랐을 뿐이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도록.”
“...네.”
관중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체 리에가 다시 앉고.
[5번, 우익수. 아리하라 선수.]
“쉬운 코스로는 안 온다! 적극적으로 덤벼, 하루카!”
케이의 목소리와 함께 하루카카 다소 컨디션이 처진 듯한 눈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당분이 부족해. 만쥬랑...네리키리 먹고싶어...”
‘오. 같은 화과자 파다.’
덩달아 모찌 종류나 도리야키가 먹고싶어지는 충동을 억누르며 머리를 굴리는 리에.
‘당겨치는 경향이 강한 풀 히터. 나카무라 선배한테는 가능하면 타구를 보내고 싶지 않으니까, 역시 바깥쪽 위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네.’
초구는 바깥쪽 낮은 커브. 사인이 정해지고, 릴리스.
지켜보는 듯 했지만 곧바로 투구하듯이 왼다리를 크게 들어올리는 하루카.
“읏!”
3루측 심판이 급하게 주저앉으며 회피. 타구는 곧바로 3루측 불펜 벽을 때린다. 파울. 카운트는 0-1.
‘클린업은 사실상 세이호급 파워를 상정해야 하는구나...!’
우타자가 바깥쪽 구석에 꽉 찬 공을 3루쪽으로 날렸다. 보통은 억지로 잡아당긴 탓에 어중간한 타구가 나와야 하건만, 역시 보통 힘이 아닌 것이다.
또한 어떤 공이든 코앞까지 끌어들여서 당겨치는 모습은 하루카의 우직한 훈련양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파울이 되었다는 건 타이밍이 맞물리지 않는다는 거지?’
‘아무래도 피곤한 모양이니까.’
철저하게 싫어하는 코스로 공략하기로 결정한다. 다시 바깥쪽을 겨누는 미트.
“스트라이크-투!”
같은 코스에서 조금 떨어지는 커브에 헛스윙이 나온다. 카운트 0-2.
“...주인공이 풀 타입을 골랐다고 망설임 없이 불 타입을 고르는 라이벌 스타일.”
묘하게 이해하기 쉬운 불평에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앉은 위치는 변하지 않고.
“볼!”
3구째는 2구와 같은 코스의 직구. 손이 나가지 않는다. 카운트 1-2.
4구는 존에 들어오는 직구.
‘아차, 조금 가운데로 몰렸다.’
그러나 스윙이 나오는 타이밍이 조금 늦는다. 1루측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
‘직구도 느려...’
평소에 보는 구속과 다르기에 치기 어려운 현상이다.
‘운이 좋았지만 결과 올 라잇. 밀어붙이자.’
마지막까지 바깥쪽을 고수하며, 5구째는 커브.
둔탁하지만 큰 타격음이 울리고.
“센터!”
“음.”
높고 길게 뻗었지만 방향은 거의 정위치. 료가 조깅 하듯이 달려 여유롭게 잡아낸다. 중견수 플라이 아웃.
“잔루 2개...!”
“츠쿠모가 출루했는데 점수를 못 냈다고?!”
그렇다. 이걸로 쓰리아웃 체인지.
“좋아...!”
“나이스 피치, 카나!”
“하면 되네, 이 녀석!”
1회 초 류오의 공격은 득점 0.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는 시라사키 나인이었다.
“저 팀...팀 자체를 얕볼 수 없군요. 냉정한 지휘에 철저한 분석, 안정된 수비까지. 부디 긴장을 푸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신뢰하는 참모가 고평가하고 있다. 그렇게 인식하면서도 아직 유메의 말을 실감하지 못하고, 류오의 선수들이 차례차례 글러브를 가지고 그라운드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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