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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아리)해약앱에서 작성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07 23:36:02
조회 1673 추천 3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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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돈된 원룸의 창으로 붉은 노을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좁은 주방에서는 기름이 타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고, 포근한 느낌이 나는 달콤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으음...... 너무 단가?"

네모난 프라이팬의 불을 끈 아리사가 기다란 나무 젓가락으로 푹신한 계란 말이를 조금 맛보며 말했다. 새빨간 입술이 앙증맞게 오물거렸다.

아리사는 계란말이를 두어번 뒤집은 뒤 접시에 올려놓았다. 카스미는 늘 좋다고 해주었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해줬던 계란말이보다는 부족하다고 아리사 스스로가 느꼈다. 매일 만들고 맛을 보지만 뭔가 미묘하게 다른 점을 그녀는 전혀 캐치할 수 없었다.

속으로 못내 분해하면서도 더이상 남은 재료가 없었기에 오늘은 이쯤하기로 하고 계란말이 접시를 테이블로 가져가려던 그 때 아리사의 휴대폰이 울렸다.

'노크 3번'

오쿠사와 미사키에게서 온 라인 메시지였다. 그러고보니 마지막 '계약 이행'이 딱 2주전이었다. 그 날은 우울한 나머지 굉장히 충동적으로 들어갔었지만 곧 카스미와 좋은 일이 있었기에 그 후로는 미사키의 집에 찾아가지 않았다. 아리사는 자신의 왼손이 끼워진 은빛 반지를 바라봤다. 작은 별이 새겨진 은반지. 아리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앞치마를 풀어서 적당히 걸어 놓고 욕실로 향했다.


*

똑, 똑, 똑

머리를 다 말리고 드라이기를 끄자마자 타이밍 좋게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리사는 드라이기 코드를 뽑아 서랍에 정리한 뒤 문을 향해 걸어갔다. 딱딱한 도어락을 해제하고 문을 활짝 열어제쳤다. 후드티에 핫팬츠라는 캐쥬얼한 복장의 미사키가 복도의 황색 등 아래에 서있었다. 왼손에는 병 3개 정도가 담긴 비닐봉투가 있었다.

"오쿠사와씨, 좀 늦었네."

"차가 막히더라."

아리사가 비닐봉투를 건네 받으며 미사키를 방안으로 들였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는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미사키 특유의 적당한 옷차림은 평소대로였다. 특히 Funny라는 괴상한 상표의 옷은 그녀가 졸업하고도 애지중지하는 브랜드였다. 호기심에 아리사도 검색해봤지만 이미 부도가 나 버렸다는 소식만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대충 차려입고도 미사키는 예뻤다.

'은근 그런 점이 열받는단 말이지. 저번에도 방금 자고 일어난 주제에 색기 넘쳤고.'

그런 부정적인 질투를 하면서 아리사가 봉투에 담긴 병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객관적으로는 아리사도 굉장히 예뻤지만 본인의 자존감이 낮은 관계로 늘 쓸데없는 질투를 하곤 했다. 지금도 냉장고를 여는 미사키의 밸런스 잡힌 뒷태를 아리사는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오쿠사와 씨, 운동 같은거 해?"

냉장고에서 육포를 꺼낸 미사키에게 아리사가 물었다. 미사키는 아리사의 맥락없는 질문을 받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대답했다.

"그냥 러닝? 테니스는 졸업하고 나선 한 적이 없네."

"흐응~"

아리사가 미사키의 배를 쳐다보면서 술병의 뚜껑을 땄다. 후드티가 조금 짧은지 배꼽이 조금씩 드러났다. 몸을 섞을 때마다 아리사는 미사키의 탄탄한 1자 복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체지방이 많은 자신과 달리 건강미 넘치는 몸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카스미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는 10분 넘게 아리사도 예쁘다는 칭찬 세례를 받을 것이다. 그녀의 애인은 너무 상냥하고, 솔직했다. 애인을 기만하고 욕망을 채우는 자신과는 다르게.

아리사의 시선을 계속 느끼던 미사키는 일부러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한마디 거들었다.

"러닝 말고도, 실내 운동도 해. 마지막으로 한게 2주전이었나?"

아리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머리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미사키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니 그 의미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밝히는 녀석."

아리사는 핀잔을 주면서 고구마 소주를 컵에 따라 미사키에게 건넸다. 잔을 건네 받은 미사키는 순식간에 소주를 비웠다. 아리사가 조금 놀란 표정을 하고 빈 잔에 술을 한잔 더 따라 주었다.

"오쿠사와 씨, 너무 무리하는거 아냐?"

"괜찮아, 오늘은 좀......"

갑자기 미사키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미사키는 두번째 잔을 비운 뒤 육포를 한조각 뜯어 질겅질겅 씹었다. 화학 물질의 달콤짭짤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미사키를 바라보면서 아리사도 첫번째 잔을 천천히 음미했다. 고구마 소주지만 고구마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미사키의 술 고르는 안목에 아리사는 언제나처럼 낙담하면서 계약사항을 상기하며 알코올을 위장 속으로 부어 넣었다.

"오늘 코코로가 사진을 보내왔어. 사교 모임이 있다고 했는데 말이야......"

미사키의 말을 들으면서 아리사는 두번째 잔을 채웠다. 아리사가 맞장구를 쳐주려는 순간 미사키의 다음 말이 빠르게 이어졌다.

"진짜 예뻤어. 코코로의 금발이랑 어울리는 빨간 드레스에 사교장의 붉은 카펫이랑 너무... 너무... 예뻤어. 마치 코코로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 같았어. 코코로만을 위한, 코코로 말고는 아무도 설 수 없는. 그런데, 그런데 내가 그 자리에 서는게 너무 무서웠어. 나처럼 적당주의 서민이 그 자리에 서도 될까? 아니면 코코로를 거기서 나의 어둑어둑한 방으로 끌어내려도 되는 걸까? 난 그게 너무 무서워...... 그 화려한 장소에 어울릴만한 그런 사람이 코코로를 뺏어간다 해도 나는 코코로의 손을 잡고 말릴 수 없을 것 같아..... 그래서 난, 너무 무서워. 너무 좋아하는데......."

이어지는 흐느낌 때문에 미사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변했다. 아리사는 아무 말 없이, 맞장구 한번 없이 미사키의 말을 듣기만 했다. 홀짝홀짝 소주를 마시며 엎드려 울고 있는 미사키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녀는 미사키가 자신과 이정도로 닮았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통제불능인 밴드에서 상식인으로서의 유대로 시작했지만 점점 비슷한 점에 이끌려 오늘까지 오게 됐다. 방금 했던 미사키의 슬픈 고백은 한때 아리사가 카스미 앞에서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다.

서로의 연애에 너무 깊게 관여하지 않는 것이 두사람 사이의 암묵의 룰이었다. 그러나 본래 상냥한 성격의 아리사가 눈앞의 미사키를 가만히 놔둘 순 없었다. 어디까지나 암묵의 룰이지 계약 사항은 아니었으니까.

아리사는 왼손에 낀 은 반지를 한번 만졌다. 그리고 결심한 듯, 아직도 흐느끼는 미사키를 두고 일어서서 벽장으로 갔다.

원래 오늘 미사키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제 이런 계약은 그만하자고.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으로 해약을 선언하려 했지만, 미사키의 슬픈 고백들이 아리사의 가슴을 후벼팠다. 자신이라도 미사키를 지탱해줘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아리사는 해약을 선택했다. 모질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어두운 관계를 지속할 수록 미사키의 자괴감은 더 깊어질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코코로의 장소로, 카스미의 반짝임으로 미사키를 끌어주기 위해 오늘 아리사는 얼룩진 이 계약을 끊기로 했다.

벽장에서 아리사는 검은색 원피스를 꺼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마리나 씨의 결혼식에 입고 갔던 수수하지만 품위있는 검은 원피스를 가지고 아리사는 미사키에게 향했다.

"오쿠사와 씨. 잠깐 일어서봐."

미사키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아리사가 티슈를 꺼내 엉망진창인 얼굴을 닦아주었다.

"사이즈 맞을지는 모르겠는데, 한번 입어봐."

"갑자기 무슨......"

"입어! 딴데 보고 있을 거니까."

수도 없이 알몸을 봤던 사이지만, 아리사는 구태여 미사키의 갈아입는 모습을 보지 않는 배려를 했다. 스윽 스윽 하는 옷을 벗는 소리가 아리사의 귀를 간질였다. 잠시 미사키의 속옷차림을 상상했지만 아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상상을 떨쳐냈다. 이제는 더이상 보지 않을 몸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저기...... 이치가야씨?"

"다 입었어?"

"아니...... 뒤에 지퍼 좀 올려주라."

아리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뒤돌았다. 새까만 드레스를 입은 미사키의 뒷태는 요염하면서 세련된 매력이 있었다. 바닥에 있는 널부러진 후드티와 핫팬츠만 아니었다면 더욱 더 예쁜 그림이 되었을것이다.

아리사는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고 미사키의 어깨를 잡고 욕실로 등을 떠밀었다.

"이...이치가야 씨?"

"잔말말고 앞으로 가~ 거울이 욕실에 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영문도 모른 채 아리사가 떠미는 힘에 몸을 맡기며 욕실로 미사키는 발걸음을 옮겼다. 스위치를 키자 거울에 미사키의 모습이 비쳤다. 목덜미에 소박하게 들어간 프릴과 하얀 자수, 몸의 곡선을 따라 내려오는 원피스의 부드러운 라인의 끝에서 뻗어나온 새하얀 다리. 평생 이런 원피스를 입어본 적이 없는 미사키는 거울 속의 자신을 아무말 없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미사키는 부끄러운 듯 목덜미를 연거푸 쓰다듬고 원피스의 가슴과 배부분을 만지작 거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풍겼다.


"어때. 오쿠사와 씨?"

"......예쁘네."

"응, 오쿠사와 씨는 예뻐."

미사키는 내심 아리사의 외모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코코로와 비슷한 금발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벚꽃놀이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쁜 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계약을 하고 몸을 섞었을 때는 정말 홀린듯이 빠져들었었다. 그렇게 예쁜 아리사가 자신을 예쁘다고 해줬다. 미사키는 목덜미가 뜨거워져 두근거렸다. 분명 취기가 아직 올라오는 중이라 그런 거라고 애써 미사키는 생각했다.

"오쿠사와 씨. 자신감을 가져. 츠루마키 씨의 주변환경? 그런게 뭔 상관이야. 츠루마키 씨의 마음대로 가는 거지. 오쿠사와 씨가 츠루마키 씨의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마 츠루마키 씨는 그걸 어울리도록 바꿀 사람이야. 누구보다 잘 알잖아? 그리고,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말을 마친 아리사는 부끄러워졌는지 고개를 돌렸다. 미사키는 거울에 손을 대었다. 거울이 비친 화려한 자신과 손바닥을 마주하면서 미사키는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주변 환경 같은건 핑계고, 사실 자기가 무서웠던 것이란 걸. 미사키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거울에서 손을 떼고 아리사를 바라봤다.

미사키는 겁쟁이처럼 도망쳤던 것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이치가야씨?"

"왜?"

돌아본 아리사의 볼이 살짝 붉었다. 여자로서 아리사는 참 좋았지만, 좋은 여자니까 더더욱 자신의 도피에 더이상 이용할 순 없었다.

"계약, 파기할래?"

아리사가 눈을 크게 떴다. 살짝 놀란듯 했지만 이내 아리사는 은은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까?"

두사람은 심호흡을 하고 거의 동시에 말했다.

"고마웠어. 미사키."
"고마웠어. 아리사."

동시에 튀어나온 똑같은 말에 아리사와 미사키는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원래는 질척질철한 결말도 생각했고
마지막으로 함뜨하고 헤어지는것도 생각했지만 드라이한 계약은 드라이하게 끝내는게 좋을 것 같아서 ㅠ

계약은 끊어졌지만 두사람은 서로의 애인에게 터놓기 힘든 일 있으때마다 이자카야 같은데서 달릴거야!! 진짜 술친구 같은 느낌으로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걸 상상했음


내일도 출근이라 그래도 조금 밝게 끝내주고 싶었어 흑흑
망할 블랙기업 6시 출근이라 퇴고 못하고 급하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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