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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01

1234(39.113) 2020.09.26 15:34:13
조회 158 추천 14 댓글 2
														

스바루는 알고 싶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그녀의 곁에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둘다 학교에서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경쟁하는 유명인이다.


그런 두 사람이 자신을 두고 지금 경쟁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스바루의 어휘력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둘이 같이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두 사람이 스바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상황 자체겠지.


한명은 레이, 숏컷이 잘 어울리는 이른바 학교의 왕자님. 그녀는 스바루를 자신의 애인으로 두고 싶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또 한명은 미나미. 야마토 나데시코를 현실에 구현한 사람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장발의 아가씨. 그녀는 스바루를 곁에 두고 싶다는 의지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딱 한가지 문제를 제외한다면 이것은 꼭 나쁘게만 볼 문제는 아니었다. 학교 최고의 인기인이 자신을 원한다는 사실은 스바루에게 조금의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여기에 스바루 본인의 의사는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스바루는 평범한 단발 소녀. 귀엽다는 평가는 듣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인기인의 대쉬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자신을 두고 이렇게 다투는 건 놀라우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차라리 꿈이면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두 사람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모델을 해도 될 정도로 완벽한 외모는 그 자체만으로 예술품에 비견할 수 있다.


한떨기의 꽃이라던가 그런 진부한 표현으로 그녀들을 표현하는 것은 죄악에 가까울 정도. 아니 그런 표현을 쓰는 자가 있으면 스바루가 직접 찾아가 죽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 자신을 걸고 싸우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바루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어쩔 줄 모르고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똑같은 상황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터였다.


"스바루는 제가 데려갑니다."


레이는 다시금 선언했다. 스바루는 단어 하나 하나가 자신의 가슴에 깊숙하게 박히는 느낌 속에 혼절할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그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몇번이고 다시 말하지만 스바루는 제 곁에 있어야 합니다."


미나미는 공손한 어조지만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기세로 답했다. 밝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그 목소리 앞에 저항할 수 있는 여자는 아무도 없겠지.


이미 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 상황. 스바루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저, 저기...."


용기를 내고 스바루는 말을 걸었다. 자신을 두고 싸우는 것은 좋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이 이제는 두려울 정도였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가요?"


레이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렇기에 고결함마저 느껴지는 얼굴로 스바루를 바라보며 물었다. 물론 그녀의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스바루에게 그 열기는 닿지 않았다.


"사, 사람드,들이 보, 보고 있는걸요...."


스바루는 자신의 용기를 최대한 쥐어짜내며 조용히 말했다. 힘겹게 움직이는 소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는 레이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그렇군요. 확실히 이곳에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눈치챈 모양인지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바루의 가슴은 뜨겁게 뛰었다. 이 얼마나 황송한 모습이던지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스바루의 마음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어떤 주저도 없이 미나미는 스바루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레이는 그런 미나미를 놓치지 않겠다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 


"그래서, 그, 그걸 제, 제가 믿으라는 건가요?"


전혀 예상 못한 이야기 앞에 스바루는 얼어버린 표정이었다. 레이와 미나미는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다. 그녀들의 눈빛은 더 없이 진지했다.


충격의 연속이라는 말 이외에 스바루가 받은 것을 표현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그것 이외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두 사람, 레이와 미나미는 스바루를 정말로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이유는 단순한 애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믿을 수 없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널 소유하는 자만이 위대한 왕이 될 수 있는걸."


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그것은 진실과 거짓이 섞인 차가운 미소였다. 스바루는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질렸다.


비록 스바루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는 빠른 편이었다. 레이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욕망은 정직하게 스바루를 향했다.


거기에는 스바루의 감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겁먹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렇게나 귀엽고 작은 아기새와 같은걸...."


미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고 우아한 손길로 스바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마치 소동물을 쓰다듬는 듯한 그 손길은 따뜻했지만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손 안의 상대를 그대로 죽일 듯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제, 제 의사는요?"


스바루는 저항할 수 없는 진실 앞에서 헛된 발버둥을 치듯 물어보았다. 그러자 레이와 미나미 둘다 슬픈 눈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네 의사는 여기서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없어. 그건 운명이거든."


레이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조바심은 무언가 어긋나 있었다.


"레이, 당신은 계속 스바루를 겁주고 있잖아요? 이 아이는 아직 어찌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말하미 미나미는 스바루의 몸을 가볍게 껴안고 이곳 저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스바루는 저항은 커녕 공포만을 느끼고 있었다.


"저, 절 죽이시려는 건 아니지요? 만에 하나 제물로 바친다던가...."


이런 말도 안되는 전개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자 미나미는 답했다.


"당신은 살아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거에요. 그러니 그런 일은 없을거랍니다."


달콤한 목소리를 귓가에 속삭이며 미나미는 스바루의 빰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 그럼 그냥 저, 절...."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어. 그랬다가는 더 큰 일이 날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레이는 스바루의 턱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맞추었다.


화악


얼굴이 붉어진다. 스바루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그대로 주저 앉았다.


"언젠가 선택의 날이 올거야. 그때까지 나와 미나미 중 누구를 선택할지 생각하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며 레이는 스바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스바루는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전, 어째서 선택된 것인가요?"


스바루는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시작의 이유를 알아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법, 그렇게 그녀는 질문했다.


"우리들이 보기에 네가 귀여웠거든."


레이는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에요. 당신은, 정확히는 당신의 영혼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아름다우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미나미는 미소지었다.


"조만간에 찾아갈게요. 정식으로 당신을 저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


"미나미 따위가 널 차지하도록 두진 않을거니까 각오 단단히 해둬."


둘은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스바루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새로 종이 칠 때까지 스바루는 그곳에 혼자서 멍하니 있었다.


딱 하나 확실히 알 수 있던 것은 스바루에게 있어 오늘은 운명이 바뀐 날이란 사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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