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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7-07-26

[💡창작] 절 사랑해주세요 0앱에서 작성

총수인권보호협의회

2020.10.03 01:33:15

조회 378 추천 16 댓글 2

사람은 항상 사랑을 갈구한다. 관심을 요구한다. 그러지 않으면 쓸쓸하게 죽어간다.

홀로 살아가다보면 가끔 내가 미친 것 아닐까, 그걸 알지 못한다. 혹자는 너 스스로를 받아들이라 말하지만 내가 조종하지 못하는 나는 내가 아니었다.

차가운 오두막에서 나는 일기를 쓰기로 했다.

진흙에 글자를 새기고 구워서 일기를 만들었다. 하루하루 내 생각과 걱정을 썼다.

나를 소모시키는 숲 속에서 난 홀로 살아갈 수 없었다. 하루의 반을 일기를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다보니 난 나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일기를 들고 침대에 누웠다. 호롱불을 키고 오늘 썼던 일기를 들여다보았다.

- 284일째, 여전히 아무도 없다. 나무와 어둠과 나 뿐이다. 나는 쓸쓸함에 익사해버릴까?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 사람이 우울해진다는데 그나마 글로 토해내니 한결 낫다. 오늘은 나무잎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뭇가지로 하던 것보다 선이 넓어서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마을을 그렸는데, 그 마을에는 사람이 많고 활기찼다. 굶주리는 이 아무도 없고 모두가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그런 마을이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축제를 여는 대광장이 있었고 광장을 중심으로 대로가 8개 있는 마을이었다. 아니 도시인가.

도시는 8구역으로 나뉘어 각각의 역할을 수행했다.

개중에는 향신료를 듬뿍넣은 고기요리를 파는 곳도 있었고 유쾌한 광대들의 연극을 볼 수 있는 극장도 있었다.

거기까지 읽은 나는 일기를 내려두었다.

이상하게도 일기를 쓸 때만큼은 들떴는데 다시 천천히 살펴보니 절망적이게도 우울하다.

과거에 부풀었던 희망이 지금에 와서는 사그라들어서, 그래서 그 상실감이 커서 그런가.

팔을 이마에 얹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다른 손은 공중에 올려 쫙 피었다. 네갈래로 빛이 부숴졌다. 그 빛에서 나는 내 소망들이 보였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맛 좋은 고기도, 부드러운 비단옷도, 궁궐같은 집도 아니었다.

항상 원해왔던건

나와 함께 해줄 사람이었다.

오늘도 잠들며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레이첼 공녀님! 레이첼 공녀님!"

"으, 으응... 흐아악?!"

"꺄악! 왜, 왜 놀라시는거에요?"

"네, 네?"

사람, 사람이었다. 나를 레이첼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었지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대화를 하고 있어.

아니, 드디어 내가 정신병에 걸려서 상상 속의 친구가 보이는건가?

그렇게 생각하기엔 내가 깔고 앉은 침대의 감촉이 너무 사실적이었다. 그녀의 동공도 세밀했고 살짝 떨리는 손가락은 정말이었다.

그때, 갑자기 머리가 지근거렸다.

구역질이 뱃 속에서부터 밀물처럼 올라오고 금새 내 안색은 창백해졌다.

"저, 저기, 우, 우으, 웩, 흐, 으으..."

"허, 헉! 어서 받칠 걸 가져올게요!"

입을 틀어막고 속은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못, 우, 윽...!

그때였다.

낯선 기억들이 세차게 들어왔다. 그러자 속이 진정되었다. 메스꺼운 건 매한가지나 거셌던 역겨움은 사라져있었다.

기억에 따르면 이 몸은, 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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