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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안아주세요

L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03 08:22:48
조회 1122 추천 36 댓글 10
														

“괜찮아? 무슨 일 있어?”


  그냥 문득 품에 안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안겨 으스러지고 싶을 때가 있다. 우울한 것도, 짜증이 넘쳐흐르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안기고 싶을 뿐이다.


“꽉, 안아줘요.”


  이 욕구는 쉽사리 채워지는 법이 없다. 언니의 손길은 항상 부드럽다. 아무리 졸라대어도 부드럽게만 대할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더 세게요.”

“오늘은 또 왜 그럴까.”


  언니는 내 이마를 쓸고, 입술을 맞춘다. 내 마음을 그대로 쏟아내는데, 어째서 닿지 않을까. 목이 탄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로 축이기엔 너무나 목이 마르다.


“그래. 그래.”


  내가 아무리 세게 안아도 채워지지 않는 걸 언니는 모른다. 겨우겨우 솟아나는 샘물에 머리를 박는다고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럴수록 더 감질나고 갈망하게 되는데.


“영화라도 볼까?”


  언니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옆에 앉히려는 손을 뿌리치고 나는 언니의 무릎에 앉았다. 언니는 픽 웃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들어오자마자 달라붙더니.”


  말하는 대신 손을 잡아 몸에 감는다. 언니는 몸을 웅크리며 나를 부드럽게 감쌌다. 비록 손길은 부드러울지라도, 품에 완전히 갇힌 느낌이 갈망을 조금 채운다.


“뭐가 좋을까.”


  언니는 나를 안은 채 손가락만으로 리모컨을 만졌다. 액션, 코미디, sf, 로맨스, 수많은 장르들이 스쳐 갔다. 마음에 드는 게 없는지 불만스러운 콧소리와 함께 화면이 정신없이 넘어간다. 어지러운 영화 포스터는 미처 확대되기 전에 자리를 뒤바꾸었다.


“아, 저거요.”


  내 말에 화면이 멈춘다.

“저기, 두 칸 위요.”


  너무 빨리 움직인 탓에 놓친 화면을 돌린다.


“너 이런 거 잘 못 보잖아.”


  공포 영화다. 피 맺힌 포스터에, 긴 머리 귀신의 모습. 조악한 분위기에서 올라오는 불안감. 솔직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무서워하는 건 나뿐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놀라면 꽉 안아줄 테니까.


“가끔은 괜찮아요. 가끔은.”


  별로 믿음직하진 않겠지. 말하면서도 목소리가 떨렸으니까. 옆에 앉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러면 얼굴 표정부터 낯빛까지 다 보였을 거다.


“그럼 튼다?”


  침을 꿀꺽 삼킨다. 최후통첩이다.


“틀어요!”


  걱정이 되는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면서도 영화라고 불을 끄는 건 또 철저하다. 심호흡을 하며 품으로 가라앉으면 언니는 조금이나마 세게 날 안아준다.

  심장이 마구 뛴다. 제작사 로고부터 피범벅이다.


“못 보겠으면 말해야 한다?”

“애 아니에요!”


  신경이 쓰이는지 귓가에 조용히 말한다. 영화관도 아닌데 영화 매너는 또 뭔지.


“그럼 후회하기 없다?”


  심호흡을 한다. 대답을 한다. 영화가 흘러간다.


  피범벅, 소름 끼치는 괴성. 칠판을 긁는 소리, 조잡한 cg. 영화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눈을 돌려도 귀는 막을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언니는 태연했다. 내가 비명을 지르면 꼭 영화를 정지하고 그만 볼까 물었다.

  내 계획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 언니는 부드럽게 쓰다듬고, 차분하게 입술을 맞춰주었을 뿐이다. 가슴은 진정되었지만, 갈증은 여전하다. 그런데도 두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대로 떠나기 싫은데.


“자고 갈래요.”

“많이 무서웠어?”


  이렇게 눈치가 없다. 난 손을 잡고 방으로 언니를 끌어갔다. 언니는 나를 눕히며 안아주었다. 이불을 뒤집어쓰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잠버릇으로라도 꽉 안아주었으면. 우리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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