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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야심한 밤에 올리는 일레사야 팬픽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9 02:45:20
조회 1739 추천 2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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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나 씨는 바보! 멍청이!”


어깨에 닿을까 말까 한 윤기 있는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방에서 뛰쳐나간 그녀의 등을 향해 뒤늦게 의미 없이 손을 뻗어 엉거주춤해서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된 잿빛 머리카락의 마녀는 대체 누구인가? 그렇습니다, 바로 저입니다……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갑작스러운 사태에 사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엔 확실히 제 잘못이라는 겁니다.



사야 씨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아니, 확실히 눈치 챘지만 여행을 더 하고 싶다는 제 이기적인 마음이 그녀의 진심을 못 본 척하게 만든 거겠죠. 그러나 수적석천,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하던가요. 사야 씨의 올곧은 마음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저는 결국 언제나와 같이 솔직하지 못하게 ‘좋아요. 한 번 사귀어 보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겠죠.’라며 멋없이 사야 씨와 사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사귀게 된 저희입니다만,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오늘 갑작스레 저희의 관계에 풍파가 일었습니다.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수십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적한 마을. 특별한 볼거리나 특산품은 없지만 느긋하게 지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런 마을입니다. 그런 마을의 평범한 여관 침대에서 눈을 뜬 저는 같은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사야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잠이 든 사야 씨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어쩐지 그녀의 볼이 엄청 부드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건드리며 장난을 치다가 문득 그녀가 “으응”하고 뒤척이는 소리에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냉정함을 찾은 저는 머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저는대체뭘하고있는겁니까변태입니까? 사야 씨와 정식으로 사귀게 된 이후로 저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그녀만 보면 묘하게 간질간질한 기분에 휩싸이고, 신경 쓰지 않으면 표정이 자꾸만 풀어져 버립니다.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심합니다. 저는 이렇게까지 자기절제를 할 수 없는 인간이었나요……?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스르륵하고 일어나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 일레이나 씨. 좋은 아침이에요.”


조금 멍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사야 씨는 배시시 웃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사야 씨. 일어나서 씻고 아침식사 하러 가죠.”


저는 최대한 침착함을 가장하고 그녀에게 담백한 아침인사를 건넸습니다. 제 말에 그녀는 “에헤헤”라며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어쩐지 이렇게 같이 아침을 맞이하는 거, 엄청 좋네요.”


불의의 일격에 입꼬리가 그만 느슨해져버릴 뻔한 저였습니다만,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향해 조그맣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계속 침대 위에서 뒹굴거려도 좋지만, 저는 가볍게 아침이 먹고 싶네요. 그럼 먼저 씻고 올게요.”


그렇게 저는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걸음으로 욕실로 도망쳐왔습니다. 사실 사귀고 나서 이상한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야 씨의 말과 행동은 좀 더 장난스럽고 천진난만한 것이었을 텐데, 저와 사귀고난 이후로는 말과 행동에 묘하게 색기가 섞여 들어갔다고나 해야 할까…….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그녀에게서 감도는데, 그것이 저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연상인 제가 더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물론 저와 사야 씨, 둘 다 스스로 판단을 해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절제하지 못하고 욕망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은 조금 더 어른인 자로서 도리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저는 냉수 MAX로 샤워를 하려다가 예상보다 훨씬 차가워서 다시 온수로 돌린 후 목욕을 마무리한 뒤 욕실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씻고 오세요. 씻고 나오면 머리 정돈하는 거 도와줄게요.”


사야 씨는 침대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아……. 넵. 후후. 일레이나 씨가 정돈해준다니 얼른 다녀올게요.”


“제대로 씻고 나오세요.”


“넵.”


사야 씨는 그렇게 말하며,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비틀비틀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에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고 빗으로 정돈하고 있으려니, 얼마 안 되서 욕실 문을 열고 사야 씨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잠깐, 사야 씨. 제대로 씻었나요?”


“네. 저 일레이나 씨랑은 다르게 머리카락이 그렇게 길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됐어요. 자, 이리 와 봐요.”


저는 화장대 옆에 있던 여분의 의자 하나를 앞으로 끌어당기며 이쪽에 앉으라고 사야 씨에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얼른 제 앞에 있는 의자에 가서 저에게 등을 보이고 앉았습니다. 저는 그런 사야 씨를 강아지 같다고 생각하면서 먼저 머리카락을 말리고 부드럽게 빗질을 한 다음 그녀가 늘 하던 대로 오른쪽으로 살짝 땋은 머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다 됐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야 씨,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해보면 머리카락이 꽤 자랐네요.”


“음……. 일레이나 씨는 더 짧은 게 좋나요?”


“아뇨. 이대로도 좋아요.”


“헤헤, 그럼 이대로 둘게요.”


사랑하는 소녀는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콩깍지가 끼기 마련이라고 한다면, 이 둘의 상승효과로 지금 제 눈에 사야 씨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게 비추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 증거로 제가 땋아준 머리를 기쁜 듯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야 씨를 보고 있노라면 무심코 뒤에서 끌어안고 싶어집니다. 저는 ‘크흠’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제 자신에게 타이름과 동시에 사야 씨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사야 씨는 아침으로 뭐가 먹고 싶나요?”


“가볍게 빵과 수프를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 버섯은 빼고요.”


“그렇게 하죠.”


저와 사야 씨는 그렇게 말하고 서로를 마주보고 가볍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레이나 씨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응?

여기서 좋지 않은 예감이 온몸을 관통했습니다. 약간의 뜸들임 후에 지금까지의 맥락과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 왠지 꼼지락거리고 있는 사야 씨. 그렇다는 것은 분명 그녀에게 있어서, 동시에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날이라는 겁니다. 저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유일하게 짐작 가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저……희가 사귄지 한 달째 되는 날……이라든가?”



그 말을 시작으로 갑작스레 평온한 일상을 향해 방아쇠는 당겨졌습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오늘은 사야 씨와 제가 마법사의 나라에서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심지어 저희 둘이 사귄지는 아직 한 달도 채 안 되었습니다. 그래요. 제가 전면적으로 잘못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복장마저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저는 사야 씨를 찾기 위해서 헐레벌떡 여관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다행히 사야 씨가 빗자루를 챙기고 나오지 않아서 어렴풋이 마을 광장 쪽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빗자루를 타고 빠르게 그녀의 곁으로 날아갔습니다.


“사야 씨, 잠깐, 제 말 좀 들어줘요.”


“싫어! 바보! 천치! 말미잘!”


“잠깐, 사야 씨.”


“거짓말쟁이! 마녀의 수치! 사기꾼!”


“잠”


“양다리! 난봉꾼! 색정─읍!”


폭주하는 사야 씨의 입을 손으로 막고 겨우 멈춰 세웠습니다. 제 품 안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사야 씨에게 애원했습니다.


“사야 씨! 미안해요. 내가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일단 여관으로 돌아가서 얘기 나눠요. 네?”


돌연 사야 씨의 움직임이 멎었습니다. 제 애원이 통한 것일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그녀의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윽고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제 손에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습니다. 미처 막지 못한 흐느낌이 제 손 사이로 새어나왔습니다.


“흑, 흐윽. 흐아아앙”


큰일 났습니다. 길거리에서 울음을 터뜨린 사야 씨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알지 못해서 허둥지둥하고 있자, 사람이 점점 주위에 몰려드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따위의 말을 하며 구경거리를 발견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드는 것이었습니다.


“아하하……”


저는 멋쩍게 사람들에게 웃어 보이고 사야 씨를 안아 든 뒤 재빨리 여관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관 주인 분께 “아하하,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저희가 묵고 있는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갔습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것 같습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사야 씨가 품 안에서 울음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요…….

저는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사야 씨?”


“흑, 히끅”


울음을 멈출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판단한 저는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서서히 그녀의 몸의 떨림이 잦아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울음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만, 저마안, 흑. 전이랑 같아요. 아직도 저만 일레이나 씨를 좋아하는 것 같잖아요. 이러면, 히끅. 일레이나 씨랑 사귀기 전이랑 같아요……이런 기분이 들 거였다면 차라리……”


“사야 씨.”


그녀가 뒤에 할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에, 저는 거기서 사야 씨의 말을 끊었습니다. 동시에 사야 씨의 등 뒤에서 그녀를 강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끌어안았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심지어 저희가 얼마나 사귄지도 모르는 저에게 실망했겠죠. 미안해요. 하지만 사야 씨. 감정 표현이 서툴고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저이지만, 그래도 사야 씨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이에요. 그런 일이 있은 뒤라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 보여줄 수 있다면 제 마음을 꺼내서 사야 씨에게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그렇게 횡설수설하고 있으려니, 사야 씨가 이쪽을 돌아봐주었습니다.


“그럼, 증거를 보여주세요.”


“헤?”


“키스해주세요.”


“헤?”


“하지만, 일레이나 씨, 저에게 전혀 손도 대지 않고. 사귀고 있는 사이고, 둘 다 성인인데.”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 새빨개진 그녀를 보며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는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았습니다. 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눈을 꼭 감았습니다……만, 겁쟁이인 저는 그녀의 입술을 훔치지 못하고 볼에 가볍게 키스를 했습니다.


“오, 오해하지 마세요, 사야 씨. 하기 싫다는 게 아니에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 지금 저에게는 이것도 최선이라고요…….”


변명하듯이 말을 늘어놓는 저를 바라보고 사야 씨는 약간 한숨 쉬듯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선 제 멱살을 쥐고 문에 밀어붙인 뒤 그대로─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하지 못한 저는 사야 씨가 제게서 떨어지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입술을 더듬었습니다. 대체, 무슨, 방금.

고개를 들어 사야 씨를 바라보니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젠 안 참을 거에요.”


제가 소악마를 깨워버린 것 같습니다.


***


응애 나 아기 백붕 소설 처음 써 봄


일레사야 키스하는 거 보고싶은 마음 하나로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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