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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설풀실] (2)-좋아하지만 좋아해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6 22:51:48
조회 406 추천 15 댓글 8
														

이 창작글은 설풀실 마지막화 후 우타와 카오루의 과거 회상을 담은 글이며 실제 설풀실과는 관련없는, 순수한 창작글임을 밝힙니다.

1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박스가 바닥에 내려앉는다.

우타는 손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다.


"후, 생각보다 짐이 많네.."


내일이면 카오루 씨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갑자기 시작된 동거에 마음이 혼란스럽다.


"이런 고민은 들어줄 사람도 없겠지..."


순간 누군가 생각난 듯 멈칫한다.

휴대폰을 켜고 연락처를 찾기 시작한다.

화면에 나온 연락 버튼에 손을 가까이 하고 잠깐 주저한다.


"에잇"


전화 연결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얼마 안 가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무슨 일이야?"


"쿠로 짱... 저녁에 잠깐 만날 수 있을까?"


"... 감정 샌드백으로 쓸 셈이면 사양이야."


"아... 아니! 그런 목적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면 카오루 씨와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침묵이 길어진다.

잠시 뒤, 쿠로에가 침묵을 깨고 말한다.


"말 안 할 생각이라면 끊을게."


"어.. 아니... 그게 뭐랄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쿠로에의 차가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 카오루 씨와 동거 하게 되었어."


"...뭐?"


전혀 예상 못했다는 듯한 쿠로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쿠로에가 당황하는 것은 참 보기 드문 일이다.

뭐, 그만큼 상식 밖의 이야기라는 것이겠지.


"아, 아니... 어쩌다 그렇게? 그보다 카오루 씨가 그걸 허락했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해줄게."











석양이 저물어갈 때 쯤, 우타가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주위를 둘러보니 구석진 곳에 쿠로에가 날카로운 눈으로 휴대폰을 보며 우타를 기다리고 있다.


'왠지 이래저래 심문당할 것 같은 느낌이...'


쿠로에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우타를 발견하고는 휴대폰을 집어넣는다.


"뭐 해? 앉아."


"아..알겠습니다..."


우타가 조심스럽게 맞은 편에 자리에 앉는다.


쿠로에는 다리를 꼰채로 우타를 심문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뭐부터 설명해야 할까나.."


우타는 쿠로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표정으로 듣던 쿠로에는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재미있다는 듯한 웃음이 입가에 퍼진다.


"잠깐이지만 카오루 씨가 너와의 동거를 찬성하다니, 믿기지 않네."


"뭔가 기분 나쁜 말이지만, 동감이야.."


우타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쿠로에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너는 어떻게 할꺼야?"


"뭘.. 말이야?"


"카오루 씨에 대한 너의 태도 말이야."


정곡을 찔러버린 쿠로에의 말에 말문이 막힌다. 


"동거를 시작하게 되면 여러 일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어. 게다가 이번에는 너 오빠도 없이, 단 둘 뿐이고."


"..."


"그런 상황이 올 때마다... 너는 네 마음을 숨김 없이 표현할거야? 아니면 또 다시 그저 동생인 척?"


긴 침묵이 흐른다.

쿠로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우타를 계속 바라본다.

우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든다.


"...아마 카오루 씨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할 일은 거의 없을거야."


"왜?"


"카오루 씨는... 의지하던 어머니도 일찍 여의였고,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레이이치 군과도 결국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어."


"..."


"카오루 씨는... 내가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좋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니까... 이제는 조금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뭐?"


"지금은 레이이치 군도 없어서 의지할 사람이 나 밖에 없겠지만, 분명 나보다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이 언젠가 나타날 거라 생각해."


"잠.."


"그전까진 분명 내가 의지되주어야겠지만, 그 이상 접근해서 이 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만약에 그 사람이 너가 되어버린다면?"


다시 잠깐 동안의 침묵이 진행되었다.

우타는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는다.


"그럴리가 없어... 하지만 정말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내가 떠나야 되겠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쿠로에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어째서?"


"앞의 이유와 같아."


"카오루 씨는 남자를 좋아하는 평범한 이성애자야. 내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할텐데, 나와 엮이게 되면 주위의 불편한 시선들이 쏟아질거야."


"그리고... 나를 좋아하게 된 그 감정 역시, 잠깐의 동정... 같은 일시적인 감정일꺼야. 잠깐의 감정으로 카오루 씨의 미래를 썩히고 싶지 않아."


우타에는 여러 감정이 섞인 채, 복잡한 표정으로 우타를 바라본다.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여전히 바보같은 녀석이라니까...'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어둑해졌을 때, 우타는 카페에서 나온다.



쿠로에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카페를 나갔다.


'아마도 내가 답답한거겠지...'


하지만 내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다.

모두 진심으로 한 말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카오루 씨가 행복하길 바란다.

더불어 나의 존재는 카오루 씨에게 민폐가 될 것도 안다.

그러니까 우리의 관계는 영원할 수 없다.


목에 찬 목걸이가 달빛에 비쳐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리프입니다. 분명 머릿속으로 상상한 가슴 찡한 내용들이 있었는데 막상 글로 적으려니 필력이 딸리는지라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는 최대한 우타의 사랑 이야기를 깊고, 천천히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따라서 고구마를 싫어하시는 독자 분들은 1년 뒤쯤 오셔서 몰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우타의 대학 동기 이름을 추천 받으려 했는데 댓글들이 참 성의없어서 마음속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냥 A양, B군 같은 익명 식으로 서술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댓글에 이야기 진행에 대한 의견 많이 달아주세요. 보잘 것 없는 필력에 도움이 됩니다. 한가할 때 최대한 많이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추신 재미없는 부분은 이래서 재미없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래서 재미있다는 댓글도 부탁드려요. 정확한 눈의 가진 여러분들의 피드백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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