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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과거를 고쳐 쓰는, 그 펜의 이름은 노스탤지아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8 05:36:52
조회 411 추천 13 댓글 2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고쳐쓴다...자신의 기억 속 에서만 지나간 일을 고쳐버린다. 잔인한 현실은 그대로 남겨둔 채 인식만을 바꾸어 살아간다. 쟁취하지 못했던 사랑을 손에 쥐고 있다 믿는 사람이 있다. 단칸방에서 공상 속 부호의 유산을 탕진하는 사람도 있다. 감각과 실재가 뒤섞여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한다. 거리에는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과 지니고 있는 것의 대비… 나 또한 펜을 들어 되돌릴 수 없었을 과거를 고쳐쓴다. 그 펜의 이름은 노스탤지아. 지금 내가 불을 붙여 피우는 노스탤지아. 피어오르는 연기는 금방 뭉치다가도 흩어진다.


“뉴스 봤어? 또 살인이야.”


 시아는 유난을 떨며 티비를 가르켰다. 후드를 푹 눌러 쓴 채 경찰차에 호송되는 살인범. 아나운서의 말에 따르면 정신 착란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학교 동창을 자신의 부인이라고 믿은 채, 동창의 남편을 바람 상대라 착각한 채, 무자비하게 찔러 죽인 사내. 그의 집에서 발견된 다량의 노스탤지아에서 상관과계를 찾고 있다고, 경찰은 이어 이야기한다.


“...노스탤지아도 주사만 제 때 맞으면 문제 없는데.”


“어머, 너도 그거 쓰니?”


 품에서 노스탤지아 한 대를 꺼내 들었다. 시아는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무섭다고 그런 거, 그거 때문에 지금 밤에 돌아다니기가 얼마나 무서운 지 알아?”


“줄창 피는 게 문제인거지 같이 동봉된,”


 그러면서 나는 주사기를 한 대 꺼냈다. 붉은 액체가 담겨져 있는 투명한 스포이드.


“이거를 꽂으면 상관없어. 현실감각을 돌려주거든.”


 그럼에도 시아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노스탤지아는 시아에게 그렇게 두려운 물건이었을까. 


“...그냥 좋은 꿈 한 번 꾸는거야.”


“그러다가 잘못되면 저 사람처럼 어떻게 돌아버리는 거 아냐, 무서워. 무섭다고, 그런 거.”


“그래도 행복한 걸.”


 시아와의 약속은 그렇게 안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다. 마치 무서운 사람을 본 것 처럼, 경계하며 시아는 집으로 돌아갔다. 천천히 집에 돌아와, 노스탤지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평범한 담배와 다를 것 없다. 방법도 똑같다. 입에 문 채로, 불을 붙이는 것. 그러면 환상을 볼 수 있다. 내가, 내가 만약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볼 수 있는 것들을. ...입으로 가져다 붙인다. 라이터를 켠다. 그리고, 불을 붙인다.


“뭐야, 빨래 정도는 해놓으라고 말했잖아.”


“아, 미안. 날이 너무 좋아서 누워있으니까 잠이 너무 잘와서 그만...”


 퇴근한 가희는 볼맨 소리부터 내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집의 상태가 영 아니기는 했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쓰레기부터 밀린 빨래와 설거지, 그리고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진 옷가지.


“지금부터 하면 되지, 지금부터.”


“또 또 그렇게 넘어가려고나 하고.”


“자자, 일단 씻고, 그 사이에 적당히 치울 테니까.”


 적당히 웃으며 달래지만 삐친 것은 여전했다. 그래도 가희는 아까보다는 누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욕실로 향했다. 가희가 나오기 전에 적당히 치우자며 우선 옷가지들 부터 주웠다. 가희와 내가 같이 살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저기, 그...좋아해!’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시덥잖은 고백을 통해 사귀게 된 우리는 성인이 되고선 같이 방을 잡아 살았다. 집이야 사정에 따라 여러 번 옮겼지만 둘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함께 살고, 함께 밥을 먹으며, 함께 자는 그런 연인의 나날.


“분명 고백했던 날은 봄이었지.”


 아니,  신록이 푸르른 여름이었다.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단풍 사이에서 고백을 했다. 그것도 아니다. 나는 첫 눈이 내리는 그 날 밤에..가희에게 고백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것도 아니라면…생각의 연쇄에 두통이 치밀었다. 더 이상 몸을 못 가누기 전에 바닥을 기어 탁자 위에 있는 주사를 집었다. 그리고 목에 꽂았다. 날카로운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간다. 순간의 통증, 그리고 몽롱해지는 정신.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지런히 벗어놓은 오피스 복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샤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은 환상. 만약 내가 가희에게 고백했었다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빈곤한 상상력의 결말. 


“...주사 꽂지 말걸.”


 만약 순간의 두통을 이겨냈다면, 나는 내 곁에 있는 가희와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까. 노스탤지어를 태울 때마다 하는 참을 수 없는 충동.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잘 알고있다. 인생의 결정을 바꿀 수 없는 것. 그리고 애초부터...가희의 고백을 차버린 것은 나였으니까. 인연을 끊어버린 것은 나였으니까.


‘기분 나빠.’

 

 거짓말이었다.


‘같은 여자한테 대체 뭔 말을 하는거야.’


 뛸 듯이 기뻐한 주제에 매몰차게 말했다. 겪지도 않은 고통에 지레 겁먹은 채 이렇게 거절하는 것이 나나 가희에게 좋은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등을 돌렸다. ...그 때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은 가희를 내버려둔 채로.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상처받은 가희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만약 내가 가희를 받아주었다면, 가희를 그 때 안아주었다면, 적어도 그런 말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불은 꺼졌다. 노스탤지아는 답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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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은 주워 담을 수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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