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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오세츠) 밀담

ㅇㅇ(182.212) 2020.10.28 23:13:37
조회 327 추천 15 댓글 2
														


https://youtu.be/cn_EsOLe5NY


10장~ 11장 사이

*스쿠스타 공식번역은 ~씨가 아닌 ~양으로 되어있지만, ~씨로 표기함.


=

밀담, 密談 


남몰래 이야기하는 것. 또는, 그 이야기. 밀화(密話). 

=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도 여름의 열기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긴 여름을 지내는 바람이 열린 창문을 지나 방 안에 머물렀다. 자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머리카락이 불청객의 흐름에 휘말려 허공에서 춤췄다. 선풍기도 켜지 않은 채로 약 2시간, 시오리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흔들리는 기모노 자락을 단단히 여몄다. 아이 시절을 지나 머리가 여물 조짐을 보일 때부터 집안에서 입어왔던 의복. 더러웠던 매듭의 끝자락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몇 년이 걸렸던가. 떠올려보아도 단편적인 이미지만이 나열될 뿐, 정확히 그 순간을 연상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이 일이 참 자랑스럽고 기뻐 나중에 어른이 되더라도 기억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정작 기억은커녕 어른이 되기도 전에 이리도 흐릿하게 사라져버렸다. 다 그렇다. 화사했던 벛꽃을 찍었던 풍경 사진의 잉크가 빠져 색이 바래면 옛일이 되듯이. 지금 이렇게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는 일도, 나중의 나중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런 작은 소동으로 끝날 것이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이마에서부터 턱 끝을 향해 느릿하게 내려오는 땀방울을 닦았다. 물기로 얼룩진 손에 방의 전등 빛이 비쳐 반짝거렸다. 무심코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언제나 와 같다. 하늘보다 밝은 지상의 별들. 그 수없이 많아 이제는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는 반짝임. 무시하고 침대에 누우면 그걸로 끝이다. 인공물의 빛들은 어둠속으로 스러져갈테고 의식은 흐려져 바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저 멀리 책상에서 전화벨이 들려왔다. 그럼 그렇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시오리코도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고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간다. 예상했던 이름의 등장에 만약에, 어쩌면, 혹시. 꼬리표를 잔뜩 붙여놓았던 가정들도 훌훌 털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인정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착각이 들어, 일단은 이 플라시보에 취해보기로 한다.


지나간 기억들에 미련이라는 이름의 짐을 덕지덕지 붙이고 끌고 와서 방문을 두드리는 새벽의 불청객들. 오늘의 불청객이 나카가와 나나라면, 당신은 과연 무슨 화젯거리를 들고 왔을까. 당신은 이 미후네 시오리코에게 대체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무엇을 바라며 오늘 그렇게 고집을 피웠을까. 손가락이 버튼에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까닭 모를 심장 소리를 모른 체하며, 시오리코는 전화를 들었다.


-



복도를 스쳐 지나가는 다른 학생들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하복을 입고 있어 아직 환절기의 아침을 맞이하기는 추운지 몸을 움츠린 채로 손을 비비며 호호 입김을 불고 있는 모습이다.


“…. 이번엔……. 맞은 거 같기도….” 오늘 쳐야 할 시험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지 잔뜩 울상을 지으며 축 처진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 잘 본 것……. 다행….” 피라미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모습이란 보통 이렇다. 

“…. 오늘 시험……. 너는…?” 당연한 일이다. 시험을 반기는 사람이 그리 많겠는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어렵지도 않다. 저들의 흥미를 찾을 수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알고 있다. 누구나 정론을 말할 수 있다. 실천하기가 어려웠으니 사람들은 언제나 말로만 떠들었고, 그 말의 온도로는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오리코는 언제나 먼저 움직였다. 입을 열기 전에 최소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다고, 그렇게 행동의 기준을 정해놓았었다. 우월감에 젖어 동정을 베푸는 것도 아니었고,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해당하지도 않았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오리코 그 자신만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세상의 여러 선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서 있기 싫었다.


시험은 금방 끝이 났다. 뒷자리에서 보기 좋게 자세까지 취한 채로 조는 학생이라던가, 이쪽을 흘끔흘끔 훔쳐보던 학생들도 그대로인 채로 어느새 하교 시간이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꾹 책상에 들러붙어 있던 학생들도 꾸물거리며 일어났다. 일어나서 후 탄식을 뱉는 모양새가 어째 병자들의 그것과 비슷했다. 숨을 쉴 때마다 얼굴에, 몸에 생기가 차오르는 모습들이 꽤 인상적이다. 이 순간을 다짐하며 버텨왔을 텐데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오늘 저기, 사거리 쪽에 새로 개업한 카페 어때? 우리 언니한테 들었는데, 맛있는 거 되게 많다고 빨리 가라고 그랬거든. 벌써 입소문 돌고 있다고. 아침에도 다른 반 애들이 거기 가자고 얘기하고 있더라.”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카페로 충분하지 않아? 돈도 없고, 거기도 맛있는데 굳이 다른 곳을 갈 이유가 없잖아.”

“에이, 자꾸 빼지 말고, 거기 가면 내가 커피 한잔 사줄 테니까.”

“좋아, 그 정도는 있어야 갈 마음이 생기지.”

이미 몇몇 학생들은 책상에 걸터앉아 웃으면서 끼리끼리 모여 하교 후의 계획들을 짜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말도 적당히 흘려듣고 힘찬 몸짓들로 가방을 메고 교실을 뛰쳐나가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잔뜩 떠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햇빛이 밝다. 구름은 보이질 않고 그리 덥지도 않은 좋은 날이다. 학창시절의 청춘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날일 것이다. 또 한 그룹이 시오리코의 어깨를 스치며 걸어 나갔다.


“오늘……. 의 앨범 들었는데……. 너무 좋은….” 또 저 스쿨 아이돌인가 뭔가 하는 그거다.

 “아, 나도 그 그룹……. 그럼 이거 알고 있어…?” 시험을 본 날에도 저런 얘기들이라니. 시험의 결과를 앞둔 상황에서도 저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있는 건지, 애초에 시험이라는 걸 머리에 담아두지도 않았겠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고개를 저으며 시오리코는 복도를 걸었다. 스쿨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자꾸 방지턱처럼 부딪혀서 사고의 흐름에 제동이 걸린다. 정말이지 정이 가질 않는 사람들이었다…. 저런 걸 하는 사람들도, 저런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고작 저런 일로 태도가 변해버리는 자신도 포함해서 그랬다.


“…. 이번엔 ...맞은 거 같기도….”

“…. 잘 본 것…. 다행….”

“…. 응, 축하….”

드문드문 복도를 타고 들려오는 말소리들을 거슬러 움직이니 어느새 주변이 조용했다. 거의 모든 학생이 하교한 학교. 시험 기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창문 밖에서 해가 붉은 노을을 흩뿌리며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겠지만 해는 아직도 밝았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쪽빛 하늘이 시오리코를 반겼다. 아직도 하교하지 않았을 그녀들을 떠올리며 시오리코는 계속해서 걸었다.


누군가 니지가사키 여학교의 스쿨아이돌 동호회를 찾는다면 시오리코는 그 해답을 간단히 알려줄 수 있었다. 부실 건물에서 가장 시끄러운 복도의 중심. 당신이 찾는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여고생들의 활동력이야 이 학교생활 동안 익히 보아왔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개성적이며 활동적일 10명이 모인 부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지, 한 차원이 다른 그들을 보고 있자면 어째서 이 부는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막 그녀들과 관련되었을 땐 이 건을 폐부와 엮을 수는 없을지 고민했는데, 텅 비다 못해 먼지가 쌓여가는 건의함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원은 없는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는데, 그래서 지금까지는 괜찮았던 걸까. 마음속 혼잣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복도로 흘러나오는 성량이 퍽 인상적이었다. 슬슬 귀에 익어가는 목소리들이었다. 이제 세 번째 방문이었나, 할 수 있는 한 방문을 꺼리고 있었는데도 그랬다. 그다지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그녀들에게 익숙해져서 좋아질게 뭐가 있을까. 과자라도 대접받아야 하나? 응원이라도 할까? 취해야 할 태도와 방향성, 예상되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만을 생각한 채로 시오리코는 문을 두드렸다.


“누구신가요?”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목소리는 아마 그 사람 일 테지.


“실례합니다, 다들 모여계셨군요.”

문을 열고 한 발짝 들어가니 인구수에 비하면 조금은 좁아 보이는 부실에 모두가 모여있었다. 딱히 고개를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찾고 있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


“미후네 씨!”

그 사람, 나카가와 나나는 모든 부원이 나가고도 한참을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이 나가는 와중에도 한 손을 가슴께까지 올려 일일이 인사를 하며 흔들면서, 눈은 단둘이 남을 때까지 이쪽을 향했다. 숨기지도 않으려는 그 구애에 결국 모른 채 밖으로 나가려는 발을 멈췄다. 문을 닫는다. 부산히 움직이던 먼지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깥의 잡담 소리도 점차 멀어져간다. 움직임 없이, 서로를 몇 분간 바라본다.


“무슨 용건이시길래, 이렇게 노골적으로 저를 붙잡아두시는 건가요.”

침묵을 견디지 못한 건 시오리코였다. 생긋 웃고 있는 얼굴을 볼 때마다 신경이 거슬려서, 차라리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고 먼저 하나를 포기하며 입을 열었다.


“기다려 주셨네요! 사실 이렇게 하면서도 미후네 씨가 과연 얘기할까, 말까 고민을….”

“…. 제가, 용건을 물어보지 않았나요?”

한층 진해진 입꼬리의 미소를 보자마자 후회가 쌓여만 갔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더욱더 날카로워진다.


“앗! 네, 네…. 용건. 중요한 얘기거든요.”

이 사람, 이렇게 시끄러웠었나?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게 무슨 말이든지, 괜찮습니다.”

“중요한 얘기에요! 미후네 씨도 들어보면 생각이….”

시오리코는 전 학생회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주변의 접근을 금하는 서슬 퍼런 분위기를 두른 한 마리의 도깨비. 주변에서 소문만으로 지레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지금 제 앞에서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와버릴 것만 같았다. 변한 태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던히 숨을 고를 순간을 찾았다. 혼자서 괜한 의미들을 부여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어중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전화로.”

“…. 네?”

“그렇게나 중요한 이야기라면…. 전화로 하세요.”

스스로 말하고도 이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아마 그렇겠지. 되는대로 주워 담아 뱉어 흘러넘친 말이었다.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시오리코는 말을 마치고도 살짝 열어놓았던 입을 굳게 닫았다. 송곳니와 맞닿은 아랫입술이 따끔했다. 몇 초나 지났을까, 당신이 입을 연다.


“그럼 전화번호, 알려주시는 건가요?”

“…. 네?”

“전화번호요! 미후네 씨의 전화번호. 아, 제가 알려드리는 게 더 편하실까요?!”

덜컥, 문을 열고 나가려던 움직임이 멈춘다. 그제야 방금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달은 듯 시오리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지, 당신 앞에만 서면 미후네 시오리코라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기분이다. 그게 이해가 안 돼서, 계속 가슴 속이 울렁거렸다.


-


“시오리코씨~~!!”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긴장하고 있는 걸까. 몸을 뻣뻣하게 만드는 뇌내 신호들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 당신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리자마자 사라진다.


“예, 안녕하신지요.” 

당신의 안녕을 빌 수 있는 처지인지는 모르겠다. 형식적인 인사였을 뿐이다. 이런 인사까지 하나하나 트집 잡을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인지, 당신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말을 이어갔다. 되도록 빨리 전화를 끝내고 싶었기에 시오리코는 그 사실에 안도했다.


“네, 좋은 밤이에요! 뭐 하고 계셨나요?” 

대강 무슨 행동을 하고 있을지 높은 확률로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목소리가 이렇게 높은 걸 보면 아마 안경은 벗어두고 있을 테고, 여름의 열기까지 더해져 통화하는 귀가 뜨거워지는 착각마저 들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였다. 역시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크고 곧은 목소리는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당연하게도 낮고 밑으6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보다는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목소리 쪽이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 좋다. 아이돌로서는 당연하게도 합격점을 넘은 만점에 가까울 점수겠지만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늘 한번 말했어야 했는데, 그 장소를 빠져나오는 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혹 다음에 만날 일이 있다면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후와 같은 울렁거림은 없었다. 바로 앞에 당신의 얼굴이 없기 때문일까, 전화가 주는 심리적인 거리감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어찌 되었건 시오리코 자신에게는 좋은 징조였다. 그 덕분인지 전화를 하는 지금도 상황을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혼란 속에 잠시 묻어두었던 화두를 꺼낸다. 나카가와 나나는 어째서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가.


귀 옆에 대고 있던 휴대폰을 놓아 책상 바닥에 두었다. 어쩐지 휴대폰이 웅웅 울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시오리코 씨! 듣고 계신가요~?”

또다시 당신의 말이 내 귓가를 지나간다.


아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잘하고 있지 않은가. 전교생들을 반년간 속여왔던 학생회장 나카가와 나나만 하더라도 딱히 목소리를 크게 하고 다닌 적은 없었다. 그 방식을 존중하지는 않아도, 꾸준히 스쿨아이돌 로서의 그것과 학생회장으로서의 나카가와 나나를 구분 짓고 살아왔던 그 실행력에는 감명을 받기도 했다. 오죽하면, 이중인격이라는 단어를 순간 머릿속에서 떠올릴 정도로.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가능성은 두 가지, 생각해본다면 더 나올 수도 있겠다만 일단은 두 가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나카가와 씨의 노력이거나….


‘아니야.’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시오리코는 자신의 학생회장 직을 반납하고 깨끗하게 모든 마음을 접을 자신이 있었다. 몇 개월 본 사이도 아니지만 그럴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사람을 괴롭히는 데에는 다른 좋은 방법들이 많다. 굳이 이런 방법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순간 떠올랐던 문장을 천천히 지운다.


‘자신의 목소리가 크다는 걸 미처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

오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 유난히 말을 끝낼 때마다 소리를 높이던 당신. 자신의 상태도 평소와는 달랐다만, 당신만큼은 아니었다. 신경을 분산시키는 부실의 환경, 불편한 사람들, 여러 조건이 겹쳐 알지 못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 의문투성이다. 목 근육이 저릿해진다. 손목 관절이 굳어 빳빳하다. 당장에라도 치워버리고 싶지만 어째선지 계속 생각의 꼬리를 붙잡으며 시선을 끌었다. 하나의 직감이라도 되는지, 계속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생각하는 사이 시간이 꽤 흘렀다.


“네, 듣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들어찬 것들을 일단은 접어둔 채로 대답했다. 마침표를 찍지도 않은 문장을 확신하기에도 우습다. 의심은 의심일 뿐이다.


“요즘 부 활동의 분위기가 이상한거, 알고 계신가요?”


-


이튿날 아침.


지난밤을 회상한다. 더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당신은 기껏 나온 주제를 빙빙 돌리고 꼰 다음, 말꼬리를 흐렸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시계가 가르키는 시간은 새벽을 넘었다.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니 아쉬운 목소리로 괜찮다면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던 당신.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당신의 마지막 말은 기억하고 있다. 동아리의 이야기라.


“혹시 모르고 계신다면, 알려드릴게요!”

라든지,


“알고 계셔도 들어주세요! 다른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라든지.


당신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보였으나 그 기대를 충족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구태여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거무죽죽한 것들을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도 없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충분한 대화를 했지 않았는가. 미후네 시오리코가 입을 열어 말하고, 나카가와 나나가 반박하지 못했던 그 날. 서로가 반대의 입장이였던 그 순간. 니지가사키 여학원의 학생회장이 바뀌었던 토론회의 그 날. 그날을 기억한다. 아직도 그 순간의 대화들을 기억하고 있다.


세 치 혀로 사람을 찔렀었다.


그런 짓을 당해놓고 평범하게 대화를 하자니, 못내 괴로웠다. 당신의 생각을 궁금했다가 괴로워하느니 당사자에게 듣는 게 낫겠다 싶어 전화를 들었었다. 무슨 주제가 나와도 감내하겠다며 마음을 굳혔으나 막상, 전화를 시작하니. 지난 일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으나…. 아니다. 후회하고 있다. 미후네 시오리코는 여전히 그 순간을 후회한다.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보통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가?

보통 그런, 보통. 보통의 존재.

아니다.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당신은 스쿨 아이돌이니까. 아이돌이라는 단어의 무게. 우상의 존재감. 수많은 사람 속에서 당신만이 빛나도록 밝아 저 멀리 날아오를 수 있다. 학교라는 단어로 한정 지어 평가절하를 한다고 해도 당신은 역시 선택받은 사람이다. 아무나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보통의 상식으로 나카가와 나나라는 사람을 재단하는 건 어리석은 행위라고. 그런 결론이 나오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미후네 시오리코는 오늘도 각오를 다진다. 각오를 다질 수는 있었으나, 시오리코는 관자놀이가 아려오는 걸 느꼈다. 손가락으로 꾹, 꾹 눌러가며 고통을 줄이려 애썼고 그걸로도 나카가와 나나의 모습이 쉬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침의 해는 늘 그래왔듯 무심하게 밝아왔다. 방이 다시금 빛으로 차올랐다.


-


니지가사키 여학원에는 사람이 많다. 다른 학교와는 비교를 달리할만한 인파가 아침때마다 쉬이 몰리고 학교에 들어찬다. 어지간한 행사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만한 규모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그 학생들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이 학원의 학생회장. 시오리코는 아침마다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깨닫는다. 채 사라지지 않은 졸음 기운을 쫓아내기 위해 커피를 주문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카페에 줄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잠결에 들고나왔는지 한쪽 팔에 베개를 끼워놓고는 하품을 하는 그녀를 발견했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행세였으나, 정작 그러고 있는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내리는 교복을 끌어 올리며 서 있어 사람들의 눈길은 그녀를 무심히 스치고 멀어졌다.


‘아.’

시오리코는 저 사람을 알고 있다. 그다지 서로에게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사람이구나. 가끔 스쳐 지나가는 모습에서 보이던 이미지와는 달랐다. 말하자면 좋은 쪽으로. 사람을 한순간의 모습으로 판단 하는 건 나쁜 버릇이다. 서로 적대한다고는 해도 자신이 그들을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감정이 향하는 대상이 다르니까. 당장이라도 그녀가 스쿨아이돌 부를 탈퇴한다면 시오리코는 두 팔 모두 활짝 벌려 그녀를 도울 수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없으리라는 확신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오리코의 시선은 언제나 뜨뜻미지근했다. 안타까움이라던가, 아쉬움이라던가. 수많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3년을, 그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버리고 그것을 청춘이라고 부르는 이들. 그러고 보니 성적도 꽤 상위권이던데. 언젠가 봤던 성적표가 스쳐 지나갔다. 수학 성적이 흠이었지만 사람마다 약점인 과목은 있기 마련이니까.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약점인 수학도 극복해낼 수 있을 텐데.


‘당신의 적성. 저는 알고 있어요. 제가 알고 있습니다.’

시오리코는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려는 인사말을 마음속으로 깊이 집어넣었다.


저번 주,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부원들에게 ‘모든 부원이 시험에서 평균 60점 이상을 받지 못할 시 부는 폐지’라는 공약을 걸었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편법을 저질렀다. 겉면을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결국 속에 들어있는건 자신의 욕심이었다.


…. 저 커피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에 끼어들어 순서를 망치기도 싫었다.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의 존재감도 오늘따라 유난히 가벼웠다. 오늘도 할 일이 많았으니 더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우선, 자신의 감정은 언제나 그다음으로. 시오리코는 세차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퍼져나가다 마지막에 가서 축 처지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하고 있었다. 시오리코의 뒤에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몰려오며 학교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시오리코 씨.”

학교 안에서의 당신은 무언가가 달랐다. 취하는 모습도, 말하는 방법도. 이 모습의 당신을 대하는 게 시오리코에게는 더 익숙했다. 애초부터 만날 상황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으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수인계가 필연적인 관계를 만들었으므로 시오리코는 더는 이 안건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불편함을 감수하는 쪽이 낫다.


“네, 나카가와 씨. 좋은 아침입니다.”

의례적인 인사에 상투적인 대답. 옅게 내쉰 숨이 책상 아래로 깔렸다. 이 정도의 거리감이 좋으련만 왜곡된 상 사이로 보이는 당신의 눈동자가 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사이로 보이는 불만도 이게 당신이 그다지 원하던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눈치챌 수 있었다. 책상을 바라보는 눈의 사각에서 당신의 입이 달싹거렸다. 꿈틀거리는 말들을 애써 참고 있으리라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속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건지. 서로가 이렇게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로가 알고 있었다.


손에 가볍게 쥐고 있던 서류 더미들을 책상에 세워 툭툭 정리했다. 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생겨난 소리에 당신이 이쪽을 내려다본다. 항상 내려다보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올려다보니 당신의 인상이 어색하기만 하다.


“미후네 씨, 어제 이야기.”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스쿨아이돌동호회? 그거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부 활동의 이야기라면, 아마도 학생회장 선거 때 포섭 목적으로 하던 그것들. 지켜보던 학생들에게 조언했던 일.


“…. 그게 실패도 끝난다고 해도, 말인가요.”

반박이 거세다고 들었다. 알고 있었다. 뒤에서 수군대는 자들. 한둘이 아니었으나, 그 존재가 늘어감을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어리광이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걸 하지 못하는 게 그렇게 싫었을까. 공감이 가질 않았으나 시오리코는 그들을 이해했다. 그럴 수 있다, 고.


“제 방식입니다. 실패한다면…. 제 방식이 틀렸다는 증명이 되겠죠. 어떻게 봐도 나카가와 씨의 걱정이 들어갈 구석은 보이지 않네요.”

“그런 말이 아니란 걸 알고 계실 텐데요.”

“제가 알고 있단 걸 알면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가슴속에 담긴 심장, 그 안에 담긴 혈액이 요동쳤다. 화를 내도 괜찮은 사이인가? 당신과 나는. 그렇게 정의할 수 있는 사이였던가.


죄인은 자신이다. 몸속을 도는 피가 싸늘해지는 걸 느끼고, 시오리코는 그 모든 걸 참아냈다. 단순한 대화다. 걱정하는 거다. 이유도, 과정도, 그렇게 된 결과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어째서인지 당신에게 걱정시키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카가와 나나가 미후네 시오리코를. 그게 참을 수없이 괴로웠다. 욕을 한 바가지를 먹었어도 마음이 지금보다는 덜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가주세요.”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미련이 남아있는 눈길이 몇 번이고 이쪽을 향했지만, 시오리코는 움직이지 않았다.


“…. 네, 죄송했어요.”

당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따져보자면, 좋아하는 편이다. 그저 지금의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 지금의 처지와 지금의 상황과 지금의 자신이 목표하는 것과는. 그러니 시오리코는 자신을 더욱 단단히 한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자세를 바르게 한다. 잠시 착각했을 뿐, 둘은 마음 놓고 대화할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나중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래, 이제 더는 당신에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옷자락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곧 있으면 세상이 다시 차가워지리라.

=


스쿠스타

정말형언할수없는개노잼게임이지만...


그래도 스토리만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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